민들레 서원 십자가, "세상안에서 세상과 다르게!"
[꼴베의 행복한 선물-4]
안녕하세요, 꼴베입니다. 좋은 봄날입니다. 벚꽃이 지니 라일락이 피어오르네요. 바쁘셔도 꽃바람 가득한 아름다운 계절을 만끽하시길 바랍니다.
매년 봄 3월 1일이 되면 제가 활동하는 예수살이공동체의 가장 큰 축제가 열립니다. 창립기념미사가 그것인데요. 그 중 백미는 역시 공동체의 정식멤버가 탄생하는 '민들레 서원'입니다. 공동체의 주인이 되어 평생 예수의 제자로 살아가겠노라고 하느님과 공동체 구성원들 앞에 서원 다짐을 하는 과정입니다.
서원의 징표로 십자가 목걸이가 주어지는데 오늘의 행복한 선물은 바로 '민들레 서원 십자가'입니다. 제가 듣기론 초창기에 어디에선가 버려진 전선으로 십자가 목걸이를 만드시는데 '소비사회안에서 그리스도 따르기'라는 공동체 정신에 어울린다고 하여 사용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정확한 출처를 몰라 구입할 수가 없어서 몇년전부터는 저희가 직접 만들어서 서원자에게 선물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인 선물은 아니지만 함께 행복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열심히 만들었습니다. '꼴베의 행복한 선물' 네번째, 시작합니다!
1. 준비물
준비물은 간소합니다. 넉넉한 길이의 전선 한 가닥, 전선을 자르거나 구부릴때 쓰는 공구, 그리고 순간접착제입니다.
2. 십자기둥과 하체 만들기
먼저 십자가의 세로 기둥과 예수님의 하체를 만듭니다. 전선을 적당한 길이로 잘라 양쪽 피복을 벗겨냅니다. 이따 전선에 흠집이 심하게 나지 않도록 주의해 주세요. 나중에 목걸이 줄을 연결할 수 있도록 윗쪽은 동그랗게 말고, 아랫쪽은 길게 접어 구부려 다리 모양을 만들어 줍니다. 개인적으로는 약간 굵은 검은색 전선을 좋아합니다. 피복을 벗겨냈을때 구리색과 확연히 대비가 되어 예쁘거든요. 취향에 따라 다양한 색의 전선으로 만들어보셔도 좋겠죠?
3. 상체 만들기
십자가 만들기의 가장 어려운 부분입니다. 전선을 짧게 여러번 구부려야 해서 간격 맞추기 등이 쉽지 않더라구요. 미리 스케치해놓은 그림을 보며 조심스럽게 작업합니다. 전선을 구부리는 공구로 처음엔 전기작업때 쓰는 '롱노즈'를 썼었는데, 이 공구는 이빨이 있어 십자가에 흠집을 많이 내더라구요. 아는 분이 보시고 악세사리 등을 만들때 쓰는 이빨 없는 공구를 가져다 주셔서 요긴하게 쓰고 있습니다. 공구 이름은 잘 모르겠네요. 덕분에 요즘 만든 십자가의 예수님은 상처가 덜하시답니다.
4. 상체 완성
상체가 99% 완성되었습니다. 이제 한 쪽 끝에 순간접착제를 살짝 발라 피복 안쪽으로 넣어주면 됩니다. 그러려면 넣을 전선 길이만큼 피복 안쪽의 공간을 마련해주어야겠죠? 자, 그럭저럭 좌우 균형이 맞아 보이나요?
5. 스케치와 비교
미리 스케치해놓은 그림과 비교해봅니다. 비슷하게 나왔네요. 1년에 한 번 하는 작업이다 보니 어떻게 만들었었는지 생각이 안 나기도 하고, 저 말고 다른 사람이 만들 수도 있기에 도움이 될까 싶어 십자가 형태나 순서를 간단히 스케치해놓은 그림이 있었거든요. 한 두번만 해보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작업이니까요. 보시기에도 참 쉽죠잉?
6. 접합부분 손질 및 접착
이제 십자가의 세로 기둥과 상체 가로기둥을 합칠 차례입니다. 먼저 예수님 상체를 하체에 끼워 십자고상을 완성하고, 둥근 전선끼리 붙여야 하니 접합 부분을 칼로 살짝 파내줍니다. 이때 한쪽이 삐뚤어지지 않도록 주의하셔야 해요. 안 그러면 굉장히 불량스런 포즈의 십자가가 되거든요. 파낸 부분과 상하체 접합 부분에 순간접착제를 바르고 후~ 후~ 불며 고정되기를 기다립니다. 금방 움직이면 애써 붙인 부분이 틀어지니 얼추 고정이 되었다 싶으면 손이 잘 안닿는 곳에서 몇시간은 두어야 안심!
7. 십자가 완성
쨘! 버려진 전선 안에 계셨던 예수님의 부활입니다! 어때요? 소박하면서 은근 매력있지 않나요? 제가 만들어서 그런지 제 눈에는 그렇게 보이네요. 하하. 역시 피부는 구릿빛이 건강하고 아름답죠? ^^
8. 매듭 만들기
십자가 위에 목걸이줄을 연결하고 길이 조절을 할 수 있도록 매듭을 만들어 줍니다. 사람들마다 원하는 길이가 달라서 요즘 목걸이들은 이렇게들 많이 나오죠?
9. 최종 완성
드디어 완성 되었습니다! 이제 공동체의 길벗신부님들과 수십명의 선배 민들레들, 수백명의 공동체 더부네들에게 축복과 안수를 받으며 민들레 서원자의 목에 걸리는 일만 남았네요. 구약성경의 '구리로 만든 뱀' 이스라엘 백성들을 생명으로 이끌었듯이, 이 '구리로 만든 작은 십자가'가 서원자와 예수살이공동체를 생명의 주인께 인도해주길 기도하며 남몰래 개인축복을 드립니다.
10. 서원자 인증샷
이번엔 제가 아니라 목걸이를 받은 서원자의 인증샷입니다. 평생 공동체 안에서 예수님을 따라 소유로부터 자유롭고, 가난한 이들과 함께 기뻐하며, 세상을 위해 투신하는 길이 쉽지는 않겠지요. 오늘 받은 십자목걸이는 가끔 벗어놓을 수 있겠지만, 서원을 축하해주고 함께 길을 가자고 안아주었던 더부네들과 청년예수의 꿈은 가슴에 인장처럼 박혀 지워지지 않기를 바랍니다. 구리로 만든 십자가보다 함께 사진찍은 청년들이 바로 그대의 예수님! 민들레 서원을 축하드립니다.
어떻게 보면 전선 한가닥 주워 만든 별것 아닌 목걸이지만, 평생을 함께 살자고 한 공동체 멤버들이 직접 만들어 선물한 것이니 그 무게가 만만치 않다는 생각도 듭니다. 꼴베의 행복한 선물은 누구나 주변 사람들에게 의미 있는 선물을 할 수 있다는 취지로 연재하고 있습니다. 하느님이 사람들에게 주신 가장 큰 선물은 '창조력'이라고 믿습니다. 하지만 그 능력은 사랑과 관심이라는 토양에서 자라는 큰 나무와 같습니다. 하느님이 우릴 만드신 것도 우리를 사랑하시기 때문 아닌가요? 손에 본드 조금 묻혀도 좋을 만큼 어떤 사람을 사랑한다면, 누구나 소박하고 행복한 선물을 할 수 있습니다. 우리들은 '창조된 창조자(Created Creator)'니까요.
꼴베의 네번째 행복한 선물,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