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정만 산업단지 반대 투쟁 4년만에 매듭..
감사미사와 잔치 열려

수정마을 주민 결속과 진실이 승리 이끌어… 매립지 활용이 향후 최대 관심사

2011-06-30     윤영희 객원기자

지난 6월 25일(토)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구산면 수정 마을에서는 수정만매립산업단지 매듭을 축하하는 감사미사와 마을 잔치가 벌어졌다.

수정만매립산업단지 4년 간의 투쟁이 STX 측의 사업포기로 일단락 됐다. 이를 축하하는 마을 잔치에는 투쟁의 길에 함께하며 든든한 버팀목이 돼줬던 여러 시민단체 관계자를 비롯해 국회의원 시∙도의원 등 정계 학계 법계 및 종교 관계자 등이 참석했다. 행사는 3부로 나눠 감사미사, 경과보고 및 영상자료 상영, 식사나누기와 잔치로 진행됐다.

▲ 축하잔치에 앞서 오전 9시30분 수정의 성모 트라피스트수녀원에서 감사미사를 봉헌했다.(사진/윤영희 객원기자)

감사 미사는 트라피스트 수녀원 성당에서 9시 30분 이형수 몬시뇰 총대리 신부 주례로 시작됐다. 미사에는 마산교구 및 주교회의소속의 정평위 사제들과 왜관베네딕도 수도원 올리베따노 수도원 잔동가르멜 수도원 작은형제회 수도원 소속 20명의 사제가 함께했다. 올리베따노 수녀원, 사랑의 시튼수녀회, 예수 성심수녀회, 나자렛 수녀원, 샬트르 수녀회 , 살레시오 수녀회, 마산교 수도자연합회, 성혈흠숭수녀회, 왜관베네딕도 수도원 수사, 올리베따노 수도원 수사, 진동가르멜 수도원 수사 및 수정 공소 신자들이 참석했다.

백남해 신부(마산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는 강론을 통해 “하느님의 자비는 행동하는 양심, 실천하는 신앙인에게서 발견된다”고 말했다. 백 신부는 “세상은 색안경을 쓰고 보고 수정마을 주민들이 이익을 더 챙기려한다고 오해했다"면서, "상관없이 우리는 시간과 돈과 땀을 내놓고 땅바닥에 주저앉음도 마다않은 채 투쟁의 길에 동참했으며, 그것은 싸움을 뛰어넘는 어울림마당이었다"고 말했다. "얼굴도 모르던 이웃이 어울리며 서로의 삶을 함께 나눈 현장"이었으며, "그런 단순함이 평화가 얼마나 소중한 가치인지 세상에 보여줬다"고 말했다. 

미사를 시작하기 전 수녀원 내 접견실에서 만난 리디아 수녀는 “내세울 것 없는 우리가 생각도 못한 것들을 경험했다”고 술회. “우리는 ‘정주서원’했다. 정주라는 것은 그냥 어떤 지역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현실상황을 끌어안는다는 뜻이다. 주민들의 고락에 함께 하겠다는 마음은 처음과 지금 앞으로도 한결같을 것”이라며 “주민간의 분열 갈등에 대해 특별한 기여를 하겠다고 정해놓은 것은 없다. 단지 늘 그랬던 것처럼 한마음으로 함께하겠다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 이날 미사는 이형수 몬시뇰 총대리 신부 주례로 봉헌되었으며, 강기갑 의원 등이 참석했다.(사진/윤영희 객원기자)

▲ 트라피스트 수녀원 장 요세파 수녀가 여러 해 동안 함께 연대했던 수정마을 주민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사진/윤영희 객원기자)

미사 후 10시 30분부터 수정마을 구산초등학교강당에서 2부 행사가 이어졌다. 박석곤 주민대책위원장의 사회로 간단한 경과보고와 그간의 발자취에 대한 편집영상, 주민들의 투쟁에 함께 한 시민단체 등에 대한 감사패전달 및 격려의 말이 있었다. 마을 주민들을 비롯해 강기갑 국회의원, 박미혜 변호사, 백도명 서울대 교수, 임봉재 가톨릭전국농민회장, 임희자 마창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 등 4년 간 투쟁의 길을 함께 걸었던 많은 사람들이 행사장을 가득 메웠다.

박석곤 주민대책위원장은 “계란이 바위를 깼다. 주변의 도움이 있어 가능했다. 지쳐 쓰러질 만하면 일어서도록 격려와 힘이 돼주셨던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며 주민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내빈들을 향해 깊은 절을 올리기도 했다. 백도명 서울대 교수는 “선한 의지와 믿음으로 대하면 세상을 이렇게도 만들 수 있구나 하는 큰 가르침을 얻었다. 그것에 대해 고맙다고 말하고 싶었다”고 했다. 박미혜 변호사는 “처음 수정을 만났을 때 배속에 있던 아이가 네 살이 됐다”며 “법적인 싸움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대법원 결론이 지연되는 것으로 봐 원고 입장에서 좋은 징조로 여긴다”고 말했다.

시민사회단체대책위원회측은 “STX의 수정산단조성 포기를 환영하며 이후 대안 방안은 철저한 여론수렴을 기반으로 시행착오 없어야한다”는 입장. 기자회견을 통해 STX 측에게 실속 차릴 궁리만 한다는 오해를 사지 않도록 권고하며, 수정마을주민과 창원시민들에게 공개 사과 하라고 요구했다. 행사에 참석한 사람들은 “찬∙반의 상처가 큰 만큼 마을 주민들은 이제 멀리가기 위해 더욱 더 함께 가야할 거라는 의견과 함께 이번 행사가 수정산단 문제 매듭에 대해 못을 박는 것으로서 큰 의미가 있다”라고 입을 모았다.

▲ 수정마을 구산초등학교강당에서 축하잔치 열렸다.(사진/윤영희 객원기자)

수정마을 4년간의 외침 
수정만매립산업단지 STX조선 문제 과정 _윤영희 기자


수정 마을에는 창원시 마산합포구 구산면에 있는 수정만을 둘러싸고 368세대 1000여 명의 주민이 살고 있다. 구(舊)마산시(2010년 구 창원 마산 진해 3개시가 현재 창원시로 통합)가 1994년 11월부터 택지조성을 목적으로 수정만 매립 공사를 시작. 매립을 맡았던 시공사가 도중에 사업을 중단함에 따라 2006년 5월부터 STX 중공업으로 시공권이 넘어갔다. 이때 마산시와 STX 간 조선공장 유치를 위한 법적 제도적 지원을 약속하는 약정서가 체결, 주거용지가 아닌 조선용지로의 용도 변경이 주민들 몰래 추진됐다.

STX는 용도 변경 승인이 나지 않은 상태에서 불법 조업에 들어갔고 그에 따른 굉음으로 STX 조선공장을 가동 실태를 마을 주민들이 직접 목격하게 된 것. 사태의 심각성을 알아차린 주민 대표가 수정 트라피스트 수녀원을 찾아 상황을 설명하고 도와 줄 것을 청했다. 비로소 굉음의 정체를 알게 됐으며 관련된 지식과 경험도 없는 봉쇄 수녀원으로서 어떻게 도와야 할지 난감했다. 마침 KBS 방송국 촬영 팀이 수도생활 관련 기획 제작을 위해 수녀원에 와 있던 터. PD의 조언으로 환경연합과 연결되고 불법 조업 현장도 촬영했다.

2007년 11월 5일, 주민대책위와 환경운동연합 사람들이 수녀원에 모였다. 수녀원과 마을 주민과 시민단체가 함께하는 걸음이 이때부터 시작됐다. 조선 공장으로 인한 환경오염과 피해의 심각성이 아주 크기 때문에 대개 조선소는 바다를 향해 트여 있고 인가와 거리가 먼 곳에 만든다. 따라서 항아리처럼 산으로 둘러싼 수정만 마을 한가운데 조선 공장을 세우는 것은 발상 자체가 상식을 완전히 벗어난 것. 주민들과 수녀원의 생존권이 달린 문제였다.

수도회 본부에 상황을 알리고 공동 대화하며 주민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외출 허가를 얻어 문제 해결을 위한 현실과 활동에 참여했다. 산업단지 승인과 사업 철회를 탄원하는 소송 작업과 환경 전문가들의 근거 있는 자료를 바탕으로 한 사업의 부당성을 언론에 보도. 관련 행정기관에 항의 방문 하며 조선소 유치 반대 운동을 본격 추진했다. 행정과 기업이 결탁된 이 싸움은 누가 봐도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격. 주위에서 최선을 다해 돕는 사람을 포함해 어느 누구도 승산이 없는 싸움이라고들 했다.

주민대책위와 수녀원은 여자수도회 장상연합회와 사회문제 관련 사제단, 환경운동 연합회, 시민사회단체, 환경 전문가, 여러 수도회의 수도자와 성직자들의 기도와 지원을 받으며 무수한 항의 집회와 1인 시위, 전문가 토론회, 행정 당국과의 면담, 감사원의 감사 청구, 법정소송 등으로 조선소 건립을 저지했다.
STX의 산업단지 승인이 “368세대 전원(이주희망자)에 대한 이주 보상과 수녀원 이전”을 포함한 주민지원 계획 26개 조항을 조건부로 이뤄졌다. 조건부 승인은 유래가 없는 일이었다. 시당국과 STX는 이를 크게 염두에 두지 않았고 그런 상황에서 마을을 관통하는 국도 5호선과 마을 주변에 또 다른 산업단지 조성 계획이 생겨났다. 그야말로 수정 마을은 도시개발 사각지대가 되어가는 상황이었다.

설상가상이라고 찬반으로 나뉜 주민 갈등의 골 또한 깊어만 갔다. 갖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2010년 매립 사업이 완료돼 소유권이 시에서 STX로 넘어갔고 사업 실시를 위한 행정 절차가 진행됐다. 더 이상 조선소 건립을 막을 길이 없게 된 주민들과 수녀원은 마지막 카드로 STX에 ‘산업단지 승인 조건대로 먼저 이주 대책을 마련하고 이주희망자에 대한 이주보상을 책임질 것’을 촉구했다. 2010년 9월 수정만 문제 감사 실시 과정에서 행정 절차상의 비리가 드러났고, 조건부 승인이 법적 효력이 있음을 알게 됨에 따라 무조건 사업 강행할 수 없게 된 STX는 공장 가동을 목전에 두고 일시 중단 상태에 들어갔다.

통합 창원시는 3년 반 가까이 계속된 수정만 문제 민원을 중재하기 위해 2011년 3월 이주희망 세대를 조사했다. 조사 결과 230세대가 이주를 원했고 시는 그 결과를 STX에 전달했다. 그동안 이주보상 문제를 창원시에 계속 떠넘기며 회피해 온 STX는 어마어마한 이주보상의 책임을 피하기 위해 창원시에 “지속적인 반대 민원이 있는 수정지구의 사업 추진은 매우 곤란한 것으로 판단된다”는 애매한 의사를 전달했고, 창원시는 이를 근거로 2011년 5월 16일 기자회견을 열어 STX가 사업 포기 의사를 창원시에 통보해 왔다고 발표했다.

표면적으로 볼 때 이것은 3년 반 가까운 투쟁 끝에 얻은 주민들의 승리임에 틀림없지만 문제는 여전히 남은 상태. 반대 주민의 결속과 진실이 승리한 놀라운 사례라는 평가와 함께 STX가 직접 ‘사업 포기’라는 말을 피한 채 창원시가 포기 의사 표명을 대신하고 있으며, 땅 소유주가 여전히 STX로 남아 있는 점 등에서 완전 종결 상황은 아닌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따라서 향후 수정만 매립지의 활용이 최대 관심사로 남게 된 것. 법적으로 용도 변경 할 수 없는 2013년까지 조선공장이 들어설 가능성은 없지만, 그 이후 전개될 가능성이 여러 가지 예측 되고 있다. 그중 하나가 땅 투기의 가능성. 기업 이익만 따지며 정당하지 못한 방식으로 일관한 그동안의 STX의 사업 추진 과정을 지켜본 바에 따라 가장 우려되는 부분이다.

STX 중공업(주) 수정산단조성 포기 환영 ! 
대안을 찾는 과정은 철저한 여론수렴으로 시행착오 없어야한다.
-5월 19일 발표한 시민대책위의 기자회견문

창원시는 지난 5월16일자 보도 자료를 통해 수정만 조선기자재 산업단지조성과 관련󰡒지속적인 반대민원이 있는 현재 수정지구의 환경은 개발을 진행하기 위한 여러 조건들에 부합하지 않으므로 결과적으로 사업추진이 매우 곤란하다고 판단하고 있다󰡓는 내용으로 공단조성 포기의사를 통보해 왔다고 발표하였다.
이에 대하여 STX중공업(주)는 “사업포기라고 한 적은 없다”며 창원시 보도자료에 대하여 수긍하지 않는 듯하였다. 그러나 창원시는 “이 문서를 접수하고 STX중공업(주)에 매우 유감의 뜻을 표하고 재차 회사 측에 확실한 의사표시를 확인한 바, 최종 포기한다는 답변을 듣게 되었다”며 STX중공업(주)의 사업포기는 공문을 통한 질의와 답변에 근거한 명확한 사실임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드디어 수정산업단지 추진이 포기되었다. 2007년 불법적 생산 활동 과정 중 엄청난 소음으로 인하여 주민에게 그 존재가 인식되기 시작하여 추진과정에서 온각 불법성 탈법성 비민주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내었던 수정산단추진이 3여년 만에 종결된 것이다. 먼저 시민대책위는 STX중공업(주)의 수정산단포기를 환영한다. 그리고 창원시가 STX의 수정산단 포기 결정을 그대로 수용한 것은 잘한 결정이다. 또한 STX중공업(주)의 수정산단 포기는 고향과 마을공동체를 지키겠다는 순수한 수정주민들의 정의로운 승리이다. 그러나 STX중공업(주)의 수정산단 포기 결정은 너무 늦은 결정이다. 이로 인하여 수정마을공동체는 심각하게 분열되었을 뿐 아니라 비롯한 행정력 낭비, 예산낭비, 지역사회가 받은 스트레스는 이제 무엇으로 보상할 것인가?

STX의 수정산단추진은 필요성, 경제성, 환경성 등 모든 상황이 타당하지 않음을 환경영향평가 절차에서 확인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STX는 환경대책으로 해결할 수 없는 환경문제는 이주보상을 비롯한 돈으로 환경문제를 해결하겠다며 산단을 강행하였다. 그런데 지금에 와서 지속적인 반대민원과 보상비 부담으로 산단추진을 포기한다고 또 다시 주민들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모습을 보면서, 대기업으로서 지녀야할 최소한의 품위마저 저버린 부도덕하고 파렴치한 행태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이제 STX는 음모적인 행태에서 벗어나서 수정산단 포기에 대해 공식적으로 입장을 밝혀야 할 것이다. 비겁하게 창원시를 통하여 결정사항만 지역사회에 통보하고 또다시 실속 차릴 궁리만 하고 있다는 오해를 자초해서는 안 될 것이다. 또한 수정마을주민과 창원시민들에게 공개 사과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창원시는 수정만 매립지 대안 찾기에 대해서는 주민과 시민사회가 참여하는 의견수렴 과정을 거쳐야 할 것이다. 수정산단 추진 과정에서 보여주었던 일방적이고 편파적인 행정행위를 더 이상 계속한다면 절대로 좌시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밝힌다.

2011. 5. 19 수정만STX유치문제시민사회단체대책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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