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슴도치 인간
[청소년 이야기-안은초]
사람들의 말 속에 들어있는 칼이 진짜 눈에 보인다면 누구나 칼 한 둘 쯤은 꽂혀 있지 않을까요? 이 말은 내가 좋아하는 책 ‘하루 일기’에 나온 말이기도 합니다.
나 역시 다른 사람들의 말 속의 칼 때문에 상처를 받은 적도 있었는데 아직 어려서인지 그에 대한 면역력도 적어 그것은 두 배, 세 배의 상처가 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나는 어린 나이고, 그만큼 받은 상처도 적은 편입니다. 어떤 이의 말에 상처받은 적이 확실히 있지만, 그것 때문에 견디기 힘들다고 느낄 정도의 슬픔을 가져본 적은 많지 않았던듯 싶습니다.
인터넷 세상이 많이 발달된 지금. 내 나이거나 고작 나보다 한두 살 많은 아이들이 내가 상상도 할 수 없을만큼 수많은 말의 칼들을 등 뒤에 꽂힌 채 아파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고슴도치가 되어버린 아이들의 이름은 연예인 또는 좁게 말하면 ‘아이돌’이라고들 합니다.
보통의 10대, 20대의 소녀들이 그렇듯 저도 좋아하는 아이돌이 있고, 그들이 내가 좋아하는 tv 프로그램에 나오기라도 하면 올라가는 입 꼬리를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빠져들 때가 있습니다. 텔레비전 속의 그들은 언제나 굉장히 즐거워 보이며, 아주 행복해 보여 부러움을 사기도 합니다. 그런 그들의 웃음 속에 아무도 모르게 숨겨진 아픔들을 주의깊게 보려고 드는 팬들은 많지 않습니다. 그 사람들의 뒤에는 우리가 상상조차 못할, 수많은 칼들이 온 몸 이곳, 저곳에 꽂혀 있는데도 말입니다.
아이돌들도 데뷔 연령이 점점 낮아져 중학생, 고등학생 나이인 소년, 소녀들이 춤을 추고, 노래를 하고, 광고도 찍으며 돈을 버는 모습들을 심심치 않게 봅니다. 텔레비전에 나오는 그들의 화려한 모습만 보고, 그들을 동경하는 일부 아이들도 더러 있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그렇게 어린 나이에 데뷔해 부모의 울타리를 일찍 떠나 냉정한 사회로 진출한 그들의 삶은 우리의 생각만큼 낭만적이지만은 않은 모양입니다. 저는 요즘 인터넷에 올라온 아이돌들의 기사 아래에 무자비하게 적힌 악성 댓글들을 보며 그런 생각을 많이 합니다.
정말 오랫동안 알고 지냈던 친구가 눈 앞에서 ‘난 네가 이유 없이 싫어’라고 말한다면 누구나 상처 입고 아파할 것입니다. 많은 연예인들은 이야기는커녕 얼굴 한 번 마주 본 적이 없는 사람들에게까지 그런 소리를 듣습니다. 물론 모든 사람들이 그 사람을 다 좋아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모든 사람들이 좋아해 준다면 그것이야 말로 하느님의 축복일 것입니다.
감정은 자신의 마음대로 조절되는 것이 아니기에, 누군가를 좋아하고 싫어하는 것은 어쩌면 너무나 당연합니다. 좋은 일은 아니지만 이유없이 누군가 싫을 수도 있겠지만 그것은 자기 마음대로 되는 일이 아니기에 별 수 없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자신이 가진 좋지 않은 감정을 쏟아냄으로 인해 상처받을 이의 입장을 생각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아무 연관이 없는 타인으로부터 비난을 들어야 한다면 어떠하겠습니까? ‘나 하나쯤 욕을 했다고 상처받겠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들은 수천, 수만명이 될 지도 모르는 사람들에게 이유없이 상처받고 있는 사람들이기에 더욱 그렇습니다.
아무 이유없이 사람들에게 질타 당하고 미움 받아 흘리는 그들의 눈물을 이해해주는 사람은 극히 일부입니다. 악성 댓글을 달고 스타를 욕하는 사람들 중 자신의 잘못을 인지하는 사람도 드물 것입니다.
드라마에서 악역을 맡았던 어린 배우가 자살을 한 사건이 일어났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 배우는 자신이 맡은 악역을 충실히 했고, 나름대로 그 역할을 하면서 여러 해프닝이 있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 배우가 ‘어떠한 사람’이라는 것에 중점을 두지 않고, ‘드라마 주인공을 괴롭히는 나쁜 악마’라고만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 배우의 미니홈피에는 그것을 질타하는 악성 댓글이 끊이지 않았고, 드라마가 끝나기도 전에 목숨을 끊고 말았습니다.
하느님은 자살하는 사람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은 알지만, 하느님께서 불쌍히 보시어 하늘나라에서 그 배우를 잘 보살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연예인들이 욕을 먹는 것은 공인이기 때문에 견뎌야 하는 자신의 몫이다”
연예인들은 자신의 직업을 선택하기 전 어느 정도 각오를 하고 그 일에 뛰어들었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연예인들도 결국 우리와 같이 슬픔과 고통을 아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아준다면 그들의 아픔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요?
한 번쯤 자신의 등으로 말의 칼이 덤벼든 적이 있었던 사람이라면, 그 칼 때문에 온 몸이 고슴도치가 되어버린 사람들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모를 리 없는데…… 아마 사람들은 그렇게 상처받고, 실수하고, 금방 잊어버리고를 반복하는 망각의 동물인 모양입니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