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세대 생존은 관심 밖인 전쟁들

2026-03-16     박병상

기다리던 프로 야구 시즌이 다가온다. 시범 게임은 시작되었는데 응원하는 팀이 첫 게임에서 지고 말았다. 점검 차원이므로 개막 이후 선전해 주길 바라는데, 미국 마이애미의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 선수단이 돌아오면 국내 열기도 뜨거워지리라. 2월 6일 밀라노 코르티나 동계 올림픽이 열렸고 6월 11일부터 북중미 월드컵이 열린다. 올해는 스포츠 열기로 세계가 뜨거울 텐데, 이란과 인근 중동에서 유도탄과 무인기가 증오의 광기를 쏟아 낸다. 미래 세대를 파국으로 몰아세운다.

기적 같은 결과를 빚은 WBC 지역 예선은 잠시 즐거웠지만, 이내 중동의 전쟁 소식으로 마음이 무겁다. 요사이 아침부터 주목하는 뉴스는 스포츠가 아니다. 석유 없이 살 수 없는 세상에서 방관할 수 없는 갈등이다. 변덕스러운 트럼프와 호전적인 네타냐후가 주도하는 폭격과 이란의 대응, 한순간에 파괴된 대도시의 처참한 모습과 안타까운 희생을 외면하기 어렵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에서 무섭게 부딪힌 갈등은 지구촌의 여러 지역으로 번지더니 중동에서 크게 터졌는데, 전쟁을 70년 넘게 중단한 우리나라도 갈등 범위에 빗겨 있지 않다.

서방 소식통을 주로 인용하는 우리 언론의 시각은 여러모로 아쉽다. 석유 가격 상승과 경제 불안을 분석하는 내용은 사려 깊지 못하다. 가격 상승으로 당장 어려워져도 전쟁 끝나면 태평성대로 되돌아갈까? 주유소뿐 아니라 의식주 물가가 제자리를 찾을까?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전쟁은 4년이 넘도록 끝나지 않는다. 파괴와 희생자는 계속되고 분노는 사그라지지 않는데, 여전히 경제 타령이다. 종잡을 수 없는 트럼프의 호언처럼 포성이 줄거나 멈추면 언론은 북중미로 향하겠지. 월드컵으로 갈등 잊은 지구촌은 뜨거워지겠지.

‘국뽕’을 가미하는 유튜브 영상이 극성스러운데 세계 주요 언론도 미덥지 못하다. 입맛대로 내용을 짜깁기하고 화면을 조작하는 유튜브와 마찬가지로 승리자를 주목하는 언론은 피해자를 외면한다. 미래 세대는 관심 밖이다. 사실 막대한 자본과 정밀한 과학 기술이 좌우하는 전황은 그다지 궁금하지 않다. 동원하는 에너지와 자본의 규모에 비례해 미래 세대에 전가될 위기는 감당하기 어려울 텐데, 기득권 뒤에 숨는 언론에 전쟁은 그저 취재원에 불과할지 모른다. 미래 세대는 취재원에서 멀다.

트럼프의 호들갑과 다른 전황이 전개되는지, 미국의 언론은 갑자기 종전을 거론하고 나선다. 자국의 물가 때문일까? 전문가는 가능성을 낮게 보는데, 숱한 경험을 비추어 볼 때, 느닷없는 종전은 평화로 이어지지 않는다. 상대의 처지에서 화해와 타협하지 않은 봉합은 나중에 더욱 거친 반목과 저항으로 치닫지 않던가. 국내외의 국지적 갈등도 마찬가지인데, 파급 효과가 지역에 그치지 않을 이번 전쟁은 미래 세대의 위기로 증폭될 수 있건만, 언론이 주목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인공지능은 답해 주려나?

(그림 생성 = 챗지피티)

1918년에 발생한 ‘스페인 독감’은 당시 세계 인구의 2에서 5퍼센트를 희생시켰다고 역사는 전한다. 스페인에서 발생한 독감이 아니었다. 1차 대전 중립국인 스페인의 언론은 뉴스를 왜곡하지 않았기에 그런 이름이 붙었다는데, 이름과 관계없이, 요사이 감염병의 원인은 분별없는 개발과 무관하지 않다. 생태계의 안정을 해치는 개발과 기후 변화를 심화시킨 화석 연료 과소비가 희생자를 불러들였는데, 사회적 약자가 대부분이었다. 감염병의 원인을 아프게 인식한 세계는 잠시 개발과 소비의 소용돌이에서 빠져나왔지만, 그때뿐. 코로나가 잠잠해지자 기득권은 긴장을 풀었다.

코로나19 창궐 이후 세계는 안정을 찾았는가? 웬걸! 코로나19의 강력한 경고를 외면한다. 82억을 돌파한 인구는 경쟁에 휩싸이고, 기득권은 인공 지능에 투자하면서 막대한 에너지를 동원한다. 갈등은 비례해 커진다. 이번 전쟁에 인공 지능이 동원된 것은 물론이다. 더욱 정교해질 인공 지능이 키울 갈등은 계층과 지역을 넘어 국제적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인공 지능 투자와 수익을 위한 화석 연료 과소비는 인류를 어디로 안내할 것인가? 미래 세대에게 닥칠 파국은 그만큼 빠르고 깊겠지.

인공 지능에 이어 인간형 로봇이 등장했다. 노동자는 긴장하는데, 더욱 미려해질 자동차는 분규 없는 생산 현장을 대규모로 빠져나갈 텐데, 자동차는 누가 탈까? 현장에서 밀려난 노동자는 돈이 없다. 누군가 말한다. 인공 지능이 선보인 모델은 NG가 없고 출연료 부담이 없다고. 인간형 로봇은 노동 쟁의를 일으키지 않고, 밥도 먹지 않는단다. 그럴까? 에너지 없이 돌아가는 로봇은 없는데? 정교할수록 고장이 잦고 수리가 어려운데? 에너지 위기에 이어 기후 위기가 심해지면 인간형 로봇은 의미를 잃을 것이다. 멋진 인공 지능 모델이 은근한 몸짓과 표정으로 유혹해도 소비자는 지갑을 열지 못할 것이다.

호르무즈 해협을 긴장시키자마자 시설 농가와 화훼 농가가 비명을 지른다. 시설 재배 딸기가 등장했고 참외가 매대에 올라왔는데, 졸업과 입학 시기가 지난 화훼 농가의 걱정은 심각해질 내일의 연료비 때문이리라. 하지만 미래 세대에 닥칠 내일은 어떨까? 조상과 우리, 그리고 미래 세대가 생존을 위해 먹는 농산물은 대개 제철 땅에서 재배한다. 인간형 로봇에 일자리를 빼앗긴 노동자도 시설 농업과 화훼 농업의 산물은 외면해도 살아갈 수 있다. 전쟁으로 가격이 들쭉날쭉해지는 농산물은 생존의 대안이 아니라는 뜻이다. 전쟁이 끝나도 에너지 위기는 해소되지 않겠지만, 화석 연료 덫에서 빠져나갈 가능성을 찾을 수 있다는 신호다.

최근 시민단체 ‘기후정치바람’은 만 8천 시민을 대상으로 ‘기후위기 인식조사’를 했고 지난 3월 9일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에 응한 시민의 절반 이상은 “기후 공약이 좋으면 정치적 견해가 달라도 표를 주겠다” 하고 답했다고 한다. 신호가 긍정적이다. 기후 공약에 표를 전하려는 이유를 그동안 시민의 관심사를 지방 정부가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시민단체는 전했는데, 중앙 정부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해마다 기록을 경신하는 폭염과 기상 이변으로 자식 키우는 시민은 긴장하는데, 기득권에 줄 대기 바쁜 언론과 정치권은 안일했다.

올 초 세계기상기구(WMO)는 2005년 더위가 관측 이래 두 번째라고 발표했고 캐나다 환경부는 올여름이 가장 더울 것으로 예상했다. 폭염을 버틴 유권자는 올해를 더욱 걱정해야 한다. 내년 이후 유권자는 어떻게 다짐할까? 기후 위기로 심각해질 갈등은 전쟁만이 아니라 미래 세대에 파국을 예고한다. 생존을 위해 갈등부터 해결해야 하는데, 누가 어떻게 나서야 하나? 지방 선거를 앞둔 유권자는 주시한다. 정치는 답해야 한다.

박병상

인천 도시생태ㆍ환경연구소 소장ㆍ60+기후행동 운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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