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강도당한 이웃은 지구 환경 자체"

후쿠시마 핵 사고 15년, 탈핵 촉구 미사 봉헌

2026-03-12     정현진 기자

2011년 3월 11일 오후 2시 46분. 일본 혼슈 북동부 해안에서 일어난 진도 9.0 지진은 동부 해안 지역을 강타했고, 지진에 따른 해일은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사고로 피난민 약 15만 명이 발생했고, 1300여 명이 사망했다. 15년이 지난 오늘까지 피난 주민의 20-30퍼센트만이 살던 곳으로 복귀했다. 핵발전소 주변은 회복 불가능한 지역으로 남아 있으며, 오염수 방류는 주변국의 위험이기도 하다.

11일 종교계와 각계 시민사회 단체는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후쿠시마 핵사고 15년 탈핵선언대회’를 열었다. 이들은 15년 동안 이어지고 있는 핵 사고 위험과 위협을 기억하고, 핵 발전을 고집하는 이재명 정부의 정책 철회와 생명 중시 정책을 촉구했다.

현재 한국에서 가동 중이거나 건설 예정인 핵발전 원자로는 34기며, 노후 원자로 2기가 재가동 중이다. 이재명 정부는 윤석열 정부의 노후 원자로 10기 수명 연장과 신규 2기 건설, 소형모듈원자로 4기 추가 건설 등을 그대로 이어 가려 하고 있다.

이날 대회에 앞서 각 교구 생태환경위원회와 남녀 수도회, 천주교창조보전연대, 가톨릭기후행동, 우리농 등은 미사를 봉헌했다. 강우일 주교와 사제 10여 명이 공동 집전하고, 신자, 수도자 500여 명이 함께했다.

3월 11일 오후 1시,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각 교구 생태환경위원회와 남녀 수도회, 천주교창조보전연대, 가톨릭기후행동, 우리농 등은 후쿠시마 핵발전 사고 15주기를 기억하고 탈핵을 촉구 미사를 봉헌했다. ⓒ정현진 기자
이날 미사에는 교회 내 각 관련 단체 회원과 수도자 등 500여 명이 참석해, 탈핵을 외쳤다. ⓒ정현진 기자 

강우일 주교는 강론에서 생태계, 핵 발전, 인공지능(AI)과 관련한 윤리적 책임, 창조 질서와 인간 존엄을 지켜야 할 의무를 역설했다. 또 “율법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완성하기 위해서 왔다”는 말씀을 들어, 신앙인은 하느님의 계명을 해석하고 연구하는 것이 아니라 실천하는 삶으로 살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오늘날 지구 환경 위기와 핵 발전, 인공지능 확산은 인간의 무절제한 욕망과 폭력이 창조 질서를 위협하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착한 사마리아인의 비유를 들어, “오늘날 ‘쓰러져 있는 이웃’은 사람뿐 아니라 지구 환경 자체”며, “누가 이웃인지 따지기보다 고통받는 이에게 다가가야 한다”고 말했다.

강 주교는 핵 기술의 기원이 핵무기에서 비롯됐으며, 그간 핵 발전계에서 주장해 온 핵 발전 절대 안전설은 여러 사례로 그 신화가 크게 흔들렸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그는 인공지능 산업이 막대한 전력과 물을 필요로 하는 데이터센터를 기반으로 하고 있어 에너지 소비를 급격히 증가시키고 있으며, 이는 다시 원전 확대 논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강우일 주교는 “인공지능 알고리즘이 인간의 취향과 감정, 행동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소수 거대 기업이 이를 독점할 경우 사회 전반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인간이 기술의 종이 아니라 주인이 되어야 한다”면서, 시대적 상황에서 참된 가치를 식별할 수 있는 지혜가 사회 지도자들에게 주어지도록 기도하자고 당부했다.

미사 뒤 대회에서 펼친 탈핵 촉구 퍼포먼스. 가동 중인 핵발전소의 폐기를 상징하는 내용이다. ⓒ정현진 기자 
3월 11일,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열린 후쿠시마 핵사고 15주년 탈핵선언대회 '기억하라 후쿠시마. 그만 짓자 핵발전소'에는 시민 1000여 명이 참여해, 발언과 성명서 발표를 이어 갔다. ⓒ정현진 기자 

한편, 미사 뒤 대회에서 각계 대표의 발언과 성명서 발표, 참가자들의 퍼포먼스가 이어졌고, 청와대까지 행진했다. 대표단은 청와대 관계자를 통해 입장문을 전달했다.

339개 단체, 3110명이 참여한 ‘신규핵발전소 저지 전국비상행동’은 선언문을 통해 “지금 한국 사회는 핵 발전을 확대할 것인지, 재생 에너지 중심의 에너지 체계로 전환할 것인지 선택해야 하는 중요한 갈림길에 서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후쿠시마의 교훈을 기억하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이재명 정부에 ▲김성환 기후에너지부 장관 해임 및 신규 핵발전소 건설 계획 중단 ▲핵 발전 확대 정책 주요 쟁점에 대한 공개적이고 민주적인 사회적 토론 보장 ▲노후 핵발전소 수명 연장 중단과 재생 에너지 중심의 제12차 전력 수급 기본 계획 수립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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