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든 탈핵의 길

2026-03-12     장영식

이재명 정부가 신규 핵발전소 건설을 하겠다고 선언하고, 국회는 ‘소형모듈원자로 개발 촉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을 통과시켰습니다. 윤석열의 ‘원전르네상스’를 폐기하지 않고, 이어 가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이재명 정부의 에너지 정책에 반대해서 전국의 탈핵 진영은 부산, 영광, 세종시에서 청와대까지 도보 행진을 하고, 광화문 광장에서 탈핵 시국 미사를 봉헌하였지만, 이 목소리들은 외면당하고 있습니다.

이재명 정부는 지역 주민들이 찬성하지 않으면 핵발전소 건설을 추진하지 않겠다고 하지만, 울진과 영덕, 경주시와 울주군과 기장군 등은 핵발전소와 소형모듈원자로(SMR)를 유치하겠다고 경쟁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정부의 무능함과 철학 없는 정책의 책임을 지역 사회로 전가하는 무책임하면서도 위험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후쿠시마 핵사고 이후 모든 것이 정지되었던 후쿠시마의 모습. 그러나 아베 정부 이후 '부흥'이라는 이름으로 은폐되고 조작되며 사라졌다. ©장영식

후쿠시마 핵사고 15년이 지났습니다. 일본은 후쿠시마 핵 사고 이후 처음으로 도쿄전력의 가시와자키 가리와 핵발전소 6호기를 재가동했습니다. 그러나 재가동하자마자 제어봉을 조작하는 과정에서 고장이 생겨 하루 만에 원자로를 정지하는 사고가 났지만, 지금은 가동 중에 있습니다. 후쿠시마 핵 사고 이후 가시와자키 가리와 핵발전소를 포함해서 15기의 핵발전소가 재가동 중에 있습니다.

한국과 일본의 탈핵 진영은 심각한 위기에 있습니다. 발호하는 핵 산업계와 핵 발전을 추진하는 정부의 정책에 탈핵을 추구하는 여론이 작아지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도 핵 발전과 함께 핵 잠수함과 핵폭탄으로의 무장까지 등장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럼에도 다수의 언론은 외면하고 침묵합니다.

구미현 선생님은 건강이 좋지 않아 치유의 삶을 위해 밀양에 터를 잡았지만, 765kV 송전탑 건설로 송전탑과 핵발전소 반대 투쟁에 나섰다. 구미현 선생님이 세상을 떠난 지 1주기가 되었다. ©장영식

이에 맞서 천주교에서는 2월 9일 ‘신규 핵발전소 반대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생태환경위원회와 수도회 등 모두 74개 기관과 수도회 이름으로 발표한 성명은 정부의 신규 핵발전소 관련 여론 조사와 형식적인 토론회의 문제점들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천주교는 이재명 정부를 향해 신규 핵발전소 건설 계획 철회와 노후 핵발전소 수명 연장 중단과 재생 에너지 확대를 위한 법과 제도의 개선을 촉구했습니다. 또한 핵발전을 통해 발생하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고, 핵 없는 세상으로 나아가자고 호소했습니다.

탈핵의 길은 생각보다 험난하고 어렵습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겨우 한 걸음 한 걸음 전진했던 길이 앞과 뒤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퇴보하기도 합니다. 마치 제2차 바티칸공의회가 끝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바오로 6세가 말씀하신 것처럼 “화창한 날이 올 줄 기대했지만, 찾아온 것은 먹구름과 폭풍우”였습니다. 핵 발전과 핵 산업계의 거듭되는 거짓말이 과학으로 둔갑하는 현실 앞에서 지치고, 절망하기도 합니다. 그럴 때마다 밀양과 청도 할매들을 기억합니다. 후쿠시마 임시 피난소에서 만났던 할매들을 기억합니다. 그 기억을 되새기며 프란치스코 성인의 ‘태양의 찬가’의 한 부분으로 글을 맺습니다. 

탈핵의 길이 힘들고 지치지만, 프란치스코 성인의 '태양의 찬가'를 묵상하며 다시 사진기를 들고 길을 나선다. ©장영식

찬미받으소서 나의 주님,
당신께서 창조하신 것
특히 고귀한 형제인 태양을 통해서,
태양은 낮을 만들고,
주님은 그 태양으로 우리를 비추시네.

태양은 큰 빛을 통해서
아름답게 비추면서 빛나고,
지극히 높으신 당신의
모습을 비추어 주네.

장영식(라파엘로)

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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