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 양성과 교육에 관한 생각 1

2026-02-23     정희완

신앙인의 정체성 또는 신앙인의 외적 특성

가끔 의문이 들 때가 있다. 신앙인과 비신앙인의 차이점이 무엇인지 말이다. 일반적으로 신자들은 주일 미사에 참여하고 성당의 일들에 관여한다. 다시 말해, 성사에 참여하고 친교와 봉사와 교육을 위한 성당 행사들에 참여한다. ‘성당 다니는 사람’이라는 일반적 표현은 묘한 느낌이 든다. 신앙인의 외형적 특징을 서술하는 말이지만, 부정적 뉘앙스에서 보면, 특정 종교 공간에 습관적으로 오고 가는 사람이라는 의미다. 신앙인의 내적 특성은 무엇일까? 내면적 영역은 보이지 않는 부분이기 때문에, 식별하기 어려운 것일까?

페이스북에서 사람들을 가끔 읽는다. 글은 본성적으로 자기 정당화와 자기 미화의 위험을 내포하기 때문에 글을 통해 사람들을 읽는 것은 분명 한계가 있다. 사람은 말과 글, 신념과 행동, 자세와 태도 등 삶의 전반적 차원을 통해서만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다. 하지만 솔직한 자기 생각을 드러내는 글을 통해서 어떤 한 사람을 알아 갈 수 있다. 실명으로 언급하는 것이 살짝 무례한 일일 수도 있지만, 중동 문제 전문가이며 국립외교원 교수인 인남식 선생의 페이스북 글을 읽을 때마다 부럽고 부끄러운 느낌이 들기도 한다. 사소한 일상의 에피소드를 즐길 줄 아는 여유와 자기 전문 분야에서의 탁월한 식견을 지닌 모습도 매력적이지만, 무엇보다 신앙인으로서 분명한 자의식을 지니고, 능동적이며 주체적인 신앙인으로 살아가는 그의 모습이 꽤 인상적이다. 인남식 선생은 자기 삶의 모든 자리에서 신앙인의 정체성을 뚜렷하게 드러낸다. 다가오는 것들을 신앙의 관점에서 생각하고 식별하고 응대한다.

가톨릭 신자들 가운데도 신앙인의 정체성을 뚜렷하게 보여 주는 분들도 많다. 하지만 능동적이고 주체적인 신앙인의 모습을 보여 주는 사람들은 프로테스탄트 쪽에 더 많은 것 같다고 말한다면 편파적인 견해일까. 성경 문자주의, 종교적 근본주의, 정치적 수구주의 경향을 드러내는 많은 프로테스탄트 신자 때문에, 전체적이고 평균적인 측면에서 보면 가톨릭 신자들이 더 건강하고 건전한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능동적이고 주체적으로 신앙인의 정체성을 표현하고 살아내는 사람들은 프로테스탄트 쪽에서 더 많이 발견되는 것 같다. 물론 내 개인적 견해이지만 말이다.

전례의 모습이 신앙의 모습이다. 가톨릭 전례(미사)는 엄숙하고 경건하지만, 때때로 형식적일 위험이 있고 신자들이 능동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영역이 적다. 프로테스탄트 전례(예배)는 형식적 엄숙함은 없지만 활기차고 신자들의 능동적 참여 부분이 많다. 가톨릭 미사 분위기와 프로테스탄트 예배 분위기를 비교하고 상상해 보라. 통성 기도, 통성 고백,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생동적인 찬양, 긴 설교로 이루어진 프로테스탄트 예배가 더 활동적인 것은 분명하다. 물론 조용하고 엄숙한 가톨릭 미사가 더 매력적으로 보일 수도 있다. 사람마다 전례 취향과 선호도는 조금씩 다르니까 말이다.

거칠게 분류하면 프로테스탄트는 성경에, 가톨릭교회는 성사에 더 무게 중심을 둔다. 물론 우리에게 성경과 성사는 둘 다 똑같이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신앙생활의 모습을 보면 프로테스탄트 신자들은 성경 공부에 가톨릭 신자들은 성사 참여에 더 많은 비중을 둔다. 공부는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행위다. 성사 참여 역시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신앙 행위이지만, 가톨릭 성사는 성직자 중심으로 진행된다.(신학적으로는 아니지만 외형적으로 그렇다는 뜻이다) 가톨릭 신자들은 아무래도 능동적인 성경 공부보다는 수동적인 성사 참여에 더 익숙하다 보니 신앙의 삶도 조금 수동적인 모습으로 수행된다. 신앙을 살아내는 방식이 프로테스탄트는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모습으로 드러나고 가톨릭은 수용적이고 소극적인 모습으로 드러날 수 있다는 의미다. 물론 이러한 견해는 피상적이고 인상 비평적 판단이다. 가톨릭 신자든 프로테스탄트 신자든 신자 개개인의 성향과 그가 받은 신앙 교육과 문화에 따라 신앙을 살아내는 모습은 저마다 다르다.

가톨릭 미사와 개신교 예배. (사진 출처 = Pexels)

신앙 양성의 방식과 신앙인의 정체성 형성

신앙 양성과 교육의 방향과 방식은 신앙인의 정체성 형성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 신자들이 교회 안에서 어떤 양성과 교육 과정을 수행하고 있는지가 신앙인으로서의 정체성 형성과 신앙적 자의식의 구축에 결정적 역할을 할 수도 있다.

신앙인(그리스도인)이란 창조주이신, 구원자이신, 성화주이신 하느님과 관계를 맺고 살아가는 사람이다. 신앙인의 정체성과 삶은 하느님과의 인격적 관계와, 또한 하느님 백성과의 관계 속에 기초한다.

한 신앙인이 하느님과 어떻게 관계를 맺고 있는지를 타자가 판단하고 식별하기는 무척 어렵다. 신앙인이 맺고 있는 하느님과의 영적 관계는 신비 그 자체다. 그 관계의 깊이와 성숙의 문제는 우리의 판단 영역을 넘어서 있다. 다만 그 신앙인의 외적 모습을 통해 우리는 조금 짐작할 수 있을 뿐이다. 신앙의 성숙과 깊이, 즉 하느님과 관계의 깊이와 성숙은 그 신앙인의 외적 삶의 모습을 통해 어렴풋이 추론할 수 있을 뿐이다. 하느님과의 관계가 성숙한 사람은 그리스도의 모습을 닮아 있을 것이다. 신앙의 깊이와 성숙은 결국 그리스도를 닮아 가고 재현하는 모습에서 드러난다.

신앙은 예수 그리스도를 닮아 가는 일이다. 신앙이 성장하고 성숙해진다는 것은 예수 그리스도를 더 닮아 가는 여정이다. 교회의 신앙 양성과 교육 방식은 신앙인들이 예수 그리스도를 더 닮게 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신앙 전수와 교육은 단순히 지식을 전수하고 교육하는 것과는 달라야 한다. 예수 그리스도의 인격과 신앙과 영성을 닮게 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그리스도인으로 살아간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가톨릭 신자로 살아간다는 것이 오늘날 무엇을 의미하고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 이 시대에 예수 그리스도를 닮고 재현하는 모습이 어떠해야 하는지? 과연 오늘의 교회는 이런 질문들을 신자들이 끊임없이 던지며 교회와 더불어 그 답을 찾아가는 여정을 살게 하고 있는지? 세례를 준비하는 교육의 과정에서, 신앙생활의 여정에서 그리스도인의 정체성과 사명에 대해 상기하고 묻고 찾으며 나아가는 방향으로 신앙 양성이 이루어지고 있는지?

신앙의 삶, 신앙의 여정은 어느 한 시점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평생의(lifelong) 여정이다. 신앙의 여정은 삶의 다양한 맥락 속에서 형성되는 사건들과 경험들을 통합하는 삶의 전반적(life-wide) 여정이다. 또한 신앙의 여정은 신념과 가치관, 감정과 정서, 자세와 태도를 포괄하는 삶의 심층적(life-deep) 여정이다. 신앙 양성과 교육의 방식은 당연히 평생 지속적, 총체적, 심층적이어야 한다. 단기적, 부분적, 표피적인 양성과 교육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은총으로서의 신앙과 응답으로서의 신앙

신앙은 두 가지 차원을 포함한다. 신앙은 초월적 차원을 지니며 또한 동시에 내재적 차원을 지닌다. ‘은총으로서의 신앙’과 ‘응답으로서의 신앙’이다. 신앙은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은총이며 선물이다. 신앙은 단순히 우리의 노력과 깨달음을 통해서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하느님께서 무상으로 우리에게 주시는 선물이다. 신앙 그 자체가 하느님의 은총이라는 의미다.

하지만 또 한편으로 신앙은 하느님의 계시에 대한 우리의 자율적인 응답이기도 하다. 신앙은 신적 차원을 지니지만 동시에 인간적 차원을 포함한다는 뜻이다. 은총과 선물로서의 신앙을 키우고 성숙하게 하는 일은 우리의 책임과 의무다. 물론 우리 신앙인을 궁극적으로 인도하는 분은 성령이지만 말이다. 신앙이 인간적 차원을 지닌다는 것은, 결국 신앙은 자라는 것이고 생의 여정 속에서 성숙해지는 과정을 포함한다는 사실을 뜻한다.

세례 성사를 통해 우리는 하느님의 자녀가 되는 은총을 받았다. 교회의 성사를 통해 우리는 은총과 선물로서의 신앙을 받고, 성사를 통해 신앙을 자라게 하고 키워 간다. 다시 말해, 성사는 은총과 선물의 통로이며 또한 동시에 신앙을 교육하고 양성하는 가장 중요한 자리다. 성사에 참여하는 일이 하느님의 선물에 대한 신앙인의 가장 큰 응답의 행위다. 그러나 정직하게 말해, 단순히 습관적이고 형식적인 성사 참여만으로는 신앙이 성숙해지지 않는다. 물론 우리는 성사의 사효성을 믿는다. 우리의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성사 안에서 우리와 함께하시는 성령께서 우리를 은총으로 이끈다는 것을 또한 믿는다. 하지만 신앙의 성장과 성숙은 우리의 노력과 책임에 더 많이 달려 있다.

신앙이 진정 무엇인지? 삶의 모든 자리에서 그리스도인으로 산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신앙인의 정체성과 소명에 대한 분명한 이해와 자의식이 있는지? 신앙의 삶과 여정은 평생의 여정이며 삶의 전체적 차원을 포함하는 여정이며 삶의 심층 영역에서도 작동되어야 하는 여정이라는 사실을 제대로 이해하며 살고 있는지? 신자들이 이러한 질문들을 탐구하고 답을 찾아가며 실천하는 여정을 걸어갈 수 있도록 하는 방향으로 교회의 신앙 양성과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는지?

정희완 신부

안동교구 사제. 가톨릭문화와신학연구소 소장. 조직신학을 전공했다. 대구가톨릭대학교에서 오래 강의했고, 지금은 광주가톨릭대학교에서 강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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