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반란 가톨릭, 카라 정상화·민주성 회복 위한 연대 미사 봉헌

“모든 피조물은 저마다 의미가 있다" 80여 일 거리 투쟁... 미사 중 들려온 노조 승소

2026-01-26     경동현 기자

동물권행동 카라(KARA)의 내부 갈등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가톨릭 신자와 ‘멸종반란 가톨릭’ 활동가가 거리로 나서 단체 정상화를 위해 두 손을 모았다.

멸종반란 가톨릭은 23일 오후, '동물권행동 카라의 민주성 회복과 사람과 동물의 평화로운 공존을 위한 미사'를 ‘더불어숨센터’(서울 망원동) 앞에서 봉헌했다.

이번 미사는 최근 카라 안에서 불거진 전진경 대표의 단체 사유화 논란과 노동조합 탄압 의혹으로 상처 입은 활동가들을 위로하고, ‘카라’의 어원인 기쁨과 평화를 되찾자는 바람을 담아 마련됐다.

카라 더불어숨센터 앞에서 열린 '카라의 민주성 회복과 사람과 동물의 평화로운 공존을 위한 미사'. ⓒ경동현 기자

“원래 하느님의 창조 계획에는 인간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강아지가 하느님께 떼를 썼다고 합니다. ‘당신이 떠나면 저는 누구와 사나요? 나는 당신 옆에 항상 있고 싶은데, 당신과 닮은 존재를 하나 만들어 주고 가세요.’ 그렇게 인간은 동물의 사랑과 간절함 덕분에 탄생했습니다.”

이날 미사를 주례한 원동일 신부(의정부교구)가 전한 창조 이야기의 새로운 해석이다. 인간이 동물을 지배하는 존재가 아니라, 동물의 사랑에 빚진 존재라는 이 메시지는 카라 사태로 상처 입은 활동가들과 신자들의 마음에 깊은 울림을 남겼다.

‘기쁨’ 잃어버린 카라, 욕심이 부른 사유화 논란

원 신부는 강론에서 카라 사태를 단순한 노사 갈등이 아니라 ‘창조 질서와 공동선’이라는 관점에서 짚었다. 그는 “그리스어 카라(Chara)는 ‘기쁨’이라는 뜻으로, 은총을 뜻하는 카리스(Charis)과 어근을 같이한다”며, “카라는 하느님의 은총을 대하는 피조물의 기쁨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프란치스코 교종의 회칙 '찬미받으소서'를 인용하며, 가톨릭교회의 변화된 생태 감수성을 설명했다. 그는 “인간중심주의에서 벗어나 통합생태론으로 나아가야 한다”며 “동물은 인간의 이익을 위한 수단이 아니라, 모든 생물은 하느님 안에서 저마다의 의미와 내재적 가치를 지닌다”고 말했다.

강론하고 있는 원동일 신부(의정부교구). ⓒ경동현 기자

현재 카라 내부의 갈등 상황을 두고 날카로운 지적도 이어졌다. 원 신부는 “하느님께서 인간에게 주신 ‘자유 의지’는 동물을 구조하고 돌보는 소명에 쓰여야 한다”면서, “이 과정에서 공동선이 아닌 자신의 욕심과 아집을 택한다면, 그것은 하느님의 자리를 침범하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는 최근 카라 노동조합 쪽에서 제기한 후원금 사용 의혹(골드바 구매 등)과 비민주적 운영 문제를 꼬집은 발언으로 풀이된다.

한편, 미사 중에 바친 ‘신자들의 기도’에서는, 구조되었지만 관리 부실로 세상을 떠났거나 잊힌 동물들의 이름(코지와 코난, 팥동이와 수리, 리치와 123번)이 하나하나 불렸다.

‘동료 잃을 수 없다’는 절박함에서 시작된 투쟁

동물권행동 카라 사태의 시작은 지난 2023년 6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활동가들은 잦은 퇴사와 불안정한 조직 문화 속에서 “열심히 일하는 동료를 계속 잃을 수 없다”는 위기감을 느끼고 노동조합을 결성했다. 이는 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데 그치지 않고, 동물 복지 개선과 건강한 일터를 만들기 위한 자발적 움직임이었다.

그러나 노사 간 갈등은 사 측의 소통 부재로 격화됐다. 노조 쪽 자료에 따르면, 전진경 대표는 2024년 2월 정기 총회를 거치지 않은 채 이사회 의결만으로 임기를 연장해 ‘비민주적 운영’이라는 비판을 불러왔다.

2025년 들어 사 측이 ‘재정 위기’를 이유로 마포 센터 매각과 희망퇴직을 추진하면서 갈등은 파국으로 접어들었다. 건물 매각에 반대하는 뜻을 담은 메모지를 붙였다는 이유로 활동가들에게 감봉 등 중징계를 내렸고, 결국 직장 폐쇄까지 이어지면서 활동가들은 80일 넘게 거리에서 천막 농성을 이어 가고 있다.

미사 중 날아든 ‘법원 판결’, “사 측의 부당 노동 행위 맞다”

이어진 연대 발언에서는 뜻밖의 소식이 전해졌다. 카라 지회 최민경 활동가는 떨리는 목소리로 “방금 전 법원의 최종 판결 소식을 받았다”며 말을 이었다.

그는 “지난해 노동위원회에서 사 측의 부당 노동 행위를 인정하고 시정 명령을 내렸지만, 사 측은 이에 불복해 행정 소송을 제기하며 1년 넘게 시간을 끌어왔다”며, “그러나 오늘 법원이 사 측의 청구를 기각하고 노동조합의 손을 들어줬다”고 밝혔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미사에 함께한 멸종반란 가톨릭 회원들과 시민들은 박수와 환호를 보냈다. 그간 이어진 농성과 투쟁이 헛되지 않았음을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최 활동가는 “추운 날 마음 모아 기도해 주신 덕분에 기쁜 결과가 나왔다”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영성체 후 연대 발언에 카라 지회 최민경 활동가가 카라 사측의 부당 노동 행위에 대한 시정 명령 행정소송 승소 판결 소식을 전하고 있다. ⓒ경동현 기자

“쫓겨난 존재들 곁이 교회의 자리”

한국천주교여자수도회장상연합회 정의평화창조보전(JPIC) 활동을 하는 최글라렛 수녀(성가소비녀회)는 발언에서 동물권행동 카라의 내부 갈등 소식을 예전부터 관심 있게 지켜봐 왔다고 밝혔다. 그는 미사 소식을 듣고, 이러한 활동도 "정의와 평화를 위한 우리 모두의 연결된 일에는 생각에 연대의 마음으로 참여했다"며 기도와 응원을 보냈다.

이날 미사에 참석한 박잔다르크 씨는 “처음엔 야외 미사라 추위가 걱정됐지만, 고통받는 동물과 활동가들을 위한 기도 소리에 추위가 녹는 듯했다”고 소감을 전했다.

그는 “강론 중 ‘인간은 개가 하느님께 청해 만들어진 존재’라는 이야기에 인간의 오만함을 반성하게 됐다”며, “미사 중 승소 소식처럼, 카라가 다시 민주성을 회복하고 모든 생명이 평화롭게 공존하는 기쁨의 공동체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미사 후 신자들과 멸종반란 가톨릭 회원들, 카라 지회 활동가들과 함께. ⓒ경동현 기자

멸종반란 가톨릭은 기후 위기 시대에 동물권과 노동권은 서로 맞닿아 있음을 확인하며, 카라가 정상화될 때까지 기도와 행동을 멈추지 않겠다고 계획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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