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는 상호 신뢰와 대화에서 시작된다”
레오 14세 교종 세계 평화의 날 담화 토론회 열려 인공지능·군비 경쟁·신제국주의 시대 극복 촉구
지난 10일, 레오 14세 교종의 '세계 평화의 날 담화 - 무기를 내려놓으며 무기를 내려놓게 하는 평화'를 주제로 세미나가 열렸다.
이번 세미나는 서울 명동 가톨릭회관에서 서울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 민족화해위원회·평화나눔연구소, 의정부교구 가톨릭동북아평화연구소, 팍스크리스티 코리아가 공동 주최했으며, 발표자 6명과 약 40명이 참석했다.
박문수 교육연구 이사(팍스 크리스티 코리아)는 인사말에서 “엄혹한 국제 정세 속에서 교황 담화가 던지는 의미를 함께 성찰하고, 여러 평화 단체가 연대해 현실을 바꿀 구체적 실천을 모색하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세미나의 취지를 밝혔다.
발표 요약
백장현 위원장(가톨릭동북아평화연구소)은 강대국 중심의 세력권 정치가 부활하고 전후 국제 질서가 흔들리는 가운데, ‘9·19 남북군사합의’ 복원 등 한반도의 군비 경쟁을 멈출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하성용 신부(서울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는 남북 간 적대적 긴장이 지속되는 현실을 지적하며, 마음과 언어를 내려놓는 회심을 통해 신뢰 회복을 위한 대화 창구를 복구해야 한다고 전했다.
손서정 연구위원(삶을 살리는 평화 교육 연구소·평화나눔연구소)은 인공지능과 기술 발전이 촉발하는 새로운 산업 혁명과 세계 곳곳에서 이어지는 분쟁 속에서, 레오 14세 교종의 선언 “평화가 여러분 모두와 함께”가 오늘날 시대의 요구에 응답하는 메시지라고 설명했다.
김창수 대표(코리아연구원 K-컬처평화포럼)는 기술 발전이 무력 분쟁을 악화시키는 현실을 우려하며, 평화는 무기 축적이 아니라 상호 신뢰와 대화에서 시작되고, 교종의 초대에 우리가 응답할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이영아 팀장(코리아평화행동 KPA·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은 세계 군비 지출이 역대 최대를 기록하고 한국의 국방 인공지능 도입이 가속화되는 흐름을 짚으며, 군사적 위협을 중단하고 평화협정 체결을 위한 구체적 시민 연대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성훈 상임대표(팍스 크리스티 코리아)는 강대국 간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신제국주의 시대’로 진단하며, 한반도가 대리전의 화약고가 되지 않도록 국제 사회와 연대해 평화 질서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흔들리는 국제 질서와 화약고가 된 한반도, ‘9·19 군사합의’ 복원 시급해
백장현 운영연구위원장(가톨릭동북아평화연구소)은 레오 14세 교종의 담화가 평화의 개념과 위기의 원인, 그에 대한 대응 방향을 포괄적으로 담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지금은 2차 세계대전 전후 국제 질서가 흔들리며 국제법이 무력해진 상황”이라며, 강대국 중심의 세력권 정치와 군비 경쟁이 다시 강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그는 “교종의 ‘무기를 내려놓으며 무기를 내려놓게 하라’는 메시지가 새해부터 이어지는 충격적인 사건들 속에서 얼마나 설득력을 가질 수 있는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한반도는 군비 경쟁 정도가 더 심하다며, “북한의 핵·미사일 전력 고도화와 함께 한국의 국방비가 빠르게 증가하면서, 남북 간 군비 경쟁이 한반도를 화약고로 만들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전쟁의 원인을 “사람들이 끊임없는 공포에 사로잡혀 살고 있기 때문”(성 요한 23세 교종의 말 인용)이라고 말하며, 전쟁을 막을 최소한의 장치로 ‘9·19 남북군사합의’의 복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평화는 회심에서 시작된다, 무기보다 ‘상호 신뢰’
하성용 신부(서울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는 교종 담화가 군비 경쟁과 폭력의 악순환 속에서 인류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평화가 단순히 무기가 없는 상태가 아니라 인간의 내면에서 시작되는 변화임을 강조하며, 평화는 “적대감과 지배욕, 폭력적 언어와 생각을 먼저 내려놓는 ‘마음의 회심’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이어 평화를 폭력의 논리를 내부에서부터 무너뜨리는 강력한 ‘부드러운 힘’으로 설명하며, 이번 담화가 종교를 넘어 전 인류가 폭력의 고리를 끊고 공존의 길로 나서야 한다고 호소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가난한 이들과 고통받는 이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국가 간 불평등을 해소하는 것이 진정한 평화의 토대”라고 강조했다. 특히 동북아시아를 세계에서 가장 치열한 군비 증강 지역 중 하나로 짚으며, ‘안보’라는 이름 아래 투입되는 막대한 국방비가 인류 공동선을 위해 정당한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졌다.
그는 무기 보유가 아니라 ‘상호 신뢰’만이 진정한 안전을 가져온다며, “마음과 언어의 무장 해제로 남북 간 비난과 적대적 표현을 멈추고, 대화 창구 복구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폭력 용인하는 정의가 위태로운 세상 만들어
'마음의 무장 해제'엔 품는 태도 필요
손서정 연구위원(삶을 살리는 평화 교육 연구소·평화나눔연구소)은 올해 담화가 요한 23세 교종의 ‘완전한 무장해제’ 정신을 계승해, 오늘날의 위기 속에서 더 구체적이고 단계적인 평화의 여정을 제시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레오 14세 교종이 즉위 직후 전한 “평화가 여러분 모두와 함께!”라는 선언이 인공지능 시대의 산업 변화와 확산되는 세계 전쟁의 위기에 응답하는 메시지라고 설명했다.
이어 트럼프 행정부의 베네수엘라 군사 행동과 이를 “용기 있는 리더십”으로 평가한 노벨평화상 수상자의 발언을 언급하며, “더 큰 정의를 위해 폭력을 용인하는 방식이 지금의 위태로운 세상을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또한 미·중 대결 속에서 인권 침해에 침묵하는 동아시아 국가들의 이중적 태도가 미래 세대에게 왜곡된 평화 인식을 남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한반도 핵잠수함 건조가 공공연히 논의되는 상황에 대해, “상대의 죄를 무기 삼아 재무장하고 공격 태세를 갖추는 한 불안과 두려움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손 위원은 담화가 강조하는 ‘마음의 무장 해제’를 “내가 먼저 무기를 내려놓음으로써 상대 역시 무기를 내려놓게 만드는 평화”로 설명하며, 상대를 몰아내는 ‘서치라이트’가 아니라 잃어버린 이들을 품는 ‘부드러운 빛’의 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그는 이념과 정치적 편향, 이해관계를 넘어 온전한 가치를 말할 수 있는 공간으로서, 다리를 놓고 대화하는 교회와 시민사회의 역할을 상기시켰다.
인공지능·드론 기술 발전, 전쟁 비극 키워
2027 세계청년대회는 평화에 응답하는 자리
김창수 대표(코리아연구원 K-컬처평화포럼)는 평화를 “국가와 국가, 국가와 개인, 인간과 생태계의 어울림”으로 정의하며, 이번 담화가 2차 세계대전 이후 지속돼 온 군비 경쟁과 ‘힘에 의한 평화’ 논리를 다시 묻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2차 대전 이후 세계는 ‘공포의 균형’이라는 이름으로 군비 경쟁을 이어 왔지만, 이제 그 한계에 다다랐다”고 진단하며, 교종 담화 발표 직후 벌어진 미국의 베네수엘라 마두로 대통령 체포 작전을 그 단적인 사례로 들었다.
김 대표는 이 작전을 “인공지능 모의실험과 자율 살상 드론, 드론 군집을 동원한 전쟁”으로 규정하며, 교종이 경고한 “기술 발전이 무력 분쟁의 비극을 악화시킨다”는 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러한 흐름이 한반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베네수엘라 사태를 지켜본 북한은 대화보다 핵 능력 고도화에 더 집착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미·중 경쟁 속에서 군비 증강 논의가 일상화되는 상황에서, 그는 “상대가 강해지니 나도 더 강해져야 한다는 논리는 모두를 더 위험하게 만들 뿐”이라며, 담화가 제시하는 방향은 “무기 축적이 아니라 상호 신뢰와 대화”라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교종이 청년들에게 "두려움과 폭력의 문화에 물들지 말고 빛의 파수꾼이 되라"고 한 요청을 전하며, “2027년 한국 세계청년대회가 21세기 평화의 초대에 대한 응답을 묻는 자리가 될 것이며, 그 책임은 이제 우리에게 있다”고 말했다.
군사비 지출 세계 11위, 군비 증강이 ‘안보 딜레마’ 낳아
윤리 기준 없는 ‘방산 AI’ 육성 비판
이영아 팀장(코리아평화행동 KPA,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은 레오 14세 교종의 담화를 “전 세계가 군비 경쟁으로 치닫는 현실에서 가장 절실한 메시지”라고 평가했다.
그는 “2024년 한 해에만 23만 명이 무력 분쟁으로 사망했고, 전 세계 강제 이주민 수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며, “안보를 이유로 한 군비 증강이 오히려 전례 없는 무력 충돌과 불안을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에 따르면, 2024년 전 세계 군비 지출은 전년 대비 9.4퍼센트 늘어난 3910조 원으로 역대 최대치에 달했다. 이 팀장은 이 같은 흐름이 한반도에서도 반복되고 있다며, “한국은 이미 군사비 지출 세계 11위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방비 비중이 동아시아 최고 수준”이라고 전했다.
이어 그는 남북 관계 복원을 내세운 현 정부가 한미 핵 확장 억제를 강화하고 군비 증강 기조를 유지하는 모순적 정책을 펴고 있으며, 이것이 북한의 비대칭 전력 개발을 자극해 끝없는 '안보 딜레마'를 만들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정부의 '방산 AI 육성'과 'K-팔란티어' 전략을 거론하며, 팔란티어를 가자 지구 집단 학살과 선제 공격에 활용된 기술을 판매한 기업으로 규정하고, 윤리적 기준 없이 국방 인공지능 정책이 추진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팀장은 “군사적 위협을 멈추고 대화를 시작해 상호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며, 한반도평화행동은 올해와 한국전쟁 종식과 평화협정 체결을 목표로 평화 걷기와 서명 운동, 서울 도심 평화대회, 국제 연대 활동과 함께 국회 결의안 추진과 정책 보고서 발간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신제국주의 시대 진입 경고... “어떤 평화를 선택할 것인가”
이성훈 상임대표(팍스크리스티 코리아)는 이번 담화는 무기를 내려놓는 소극적 평화와 무기를 내려놓게 하는 적극적 평화를 함께 제시함으로써, 평화를 가로막는 구조적 폭력을 드러냈다고 평가했다.
그는 오늘날의 국제 질서를 탈냉전이나 신냉전으로는 설명하기 어렵다며, 강대국의 힘의 논리가 다시 작동하는 ‘신제국주의 시대’로의 전환을 진단했다. 최근 베네수엘라 사태가 이를 단적으로 보여 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특히 한반도가 우크라이나와 중동에 이어 강대국의 대리전이 벌어질 수 있는 ‘제4의 화약고’가 될 수 있다고 경고하며, 이번 담화가 “어느 편에 설 것인가가 아니라 어떤 평화 질서를 선택하고 구축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고 강조했다.
또 담화 발표 전날 교종이 외교단 연설에서 동아시아의 긴장 고조와 갈등 원인에 대한 대화적 접근을 바란 점을 상기시켰다. 그는 이를 한반도 맥락에서 해석하고 실천하는 일은 우리의 몫이라고 말했다.
끝으로 그는 군사적 차원을 넘어 생태·화해·정의를 잇는 가톨릭 평화 담론의 재구성을 언급했다. 유학생을 대상으로 평화 교육과 매달 ‘평화의 날’ 공동 행동, 한·미·일 주교단의 히로시마 '핵무기 없는 세상을 위한 공동성명' 이행, 아시아 가톨릭교회와의 평화 연대 강화 계획을 밝혔다.
참석자들, “무기 내려놓는 평화... 지역 교회는 실천 고민해야”
발표 뒤 참석자들은 각자 소감을 나눴다.
고명자 수녀(마리아의 전교자 프란치스코회·여자수도회장상연합회 민족화해분과)는 “무기를 내려놓고 또 내려놓게 하는 평화가 가톨릭 안에서 시작돼 널리 퍼진다면, 위기를 극복하는 힘이 될 것”이라며, “오늘 제안된 여러 방법을 함께 논의하고 찾아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신강협 소장(제주평화인권연구소 왓)는 교종 담화에서 강조한 자기 인식과 책임 있는 연대, 비폭력 참여가 회복적 정의로 나아가는 길과 맞닿아 있다고 말했다. 그는 “평화를 실현하려면 지금까지의 교육과 운동을 넘어, 사람들이 구체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정수용 신부(서울대교구 민족화해위원회)는 “이번 담화를 통해 우리가 평화를 얼마나 추상적으로만 생각했는지 돌아보게 됐다”며, “교회가 평화를 사랑한다고 말하지만 무기를 통한 평화를 옹호하는 분위기도 있는 가운데, ‘무기를 내려놓는 평화’가 우리의 방향이자 정의로 삼아 각 지역 교회가 이를 어떻게 실천할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레오 14세 교종 평화의 날 담화문 보기 https://www.cbck.or.kr/Notice/20250606?gb=K1200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s://www.catholic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