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혼자가 아니었다"... 성령 안에서 대화, 함께 걷는 기쁨
주교회의 교구 시노드 팀 연수 '선물들의 교환' 열려 '최종 문서'와 교회 과제 조명, 시노드 이행 단계 실천 나서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 총회 이후 ‘이행 단계’를 본격 시작한 가운데, 한국 천주교회가 시노드 정신을 구체적 삶과 제도로 정착시키기 위한 자리를 마련했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는 16일 서울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에서 ‘시노드 교회를 위한 교구 시노드 팀 연수’를 열었다. ‘선물들의 교환’을 주제로 열린 이번 연수에는 시노드 팀 대표 정순택 대주교를 비롯해 장신호 주교, 문창우 주교와 각 교구 시노드 담당 사제, 수도자, 평신도 대표 등 70여 명이 참석했다.
연수는 지난 10월 승인된 시노드 '최종 문서'의 내용을 깊이 이해하고, 2028년까지 이어질 이행 과정에서 한국 교회가 나아가야 할 쇄신의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기획됐다. 발제와 조별 나눔에서 성직주의 극복, 참여 기구 실질화, 경청과 식별 훈련을 중심으로 한국 교회가 풀어야 할 과제들을 함께 다뤘다.
“시노드, 끝난 것 아냐... 투명성·책임성·평가 문화 정착해야”
춘천교구 김도형 신부가 첫 번째 주제 ‘「최종 문서」를 바탕으로 한 시노달리타스에 대한 이해’를 발표하며, 시노드 결과물의 신학적·사목적 함의를 설명했다. 그는 프란치스코 교종이 '최종 문서'를 별도의 권고 없이 바로 승인한 사실을 언급하며, “이는 문서 자체가 교도권의 권위를 지닌다는 뜻이며, 이제 중요한 것은 ‘어떻게 이행할 것인가’를 분별하고 실천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김 신부는 '최종 문서'의 핵심을 ▲관계의 전환(배 위에서 함께) ▲과정의 전환(그물을 던져라) ▲유대의 전환(풍성한 고기잡이)으로 설명했다. 특히 ‘관계의 전환’과 관련해 성직주의의 병폐를 짚으며, “성직주의는 소명을 특권과 지위로 착각하는 데서 비롯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깊은 영적 쇄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과정의 전환’에 대해서는 의사 결정 과정에서의 투명성과 책임, 그리고 ‘평가’의 중요성을 짚었다. 그는 “평가는 누군가를 심판하는 것이 아니라, 공동체가 성령의 목소리에 주의를 기울이도록 돕는 영적 식별의 과정”이라며, 한국 교회가 투명한 보고와 정당한 평가 문화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디지털 시대와 인구 이동 속에서 지역 교회가 고립되지 않고, 서로의 은사를 나누는 ‘선물들의 교환’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참여 기구 의무화하고, 2027 세계청년대회를 시노드적으로 준비해야”
한국가톨릭사목연구소 엄재중 연구원은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 총회 이행 단계를 어떻게 보낼 것인가?’를 주제로 발표하며, 한국 교회가 실천해야 할 구체적 과제들을 제시했다. 그는 “이행 단계(2025-28년)의 목표는 논의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눈에 보이는 회심과 구조적 변화를 이끌어 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엄 연구원은 한국 교회의 쇄신 방향으로 ▲시노달리타스 영성의 증진과 회심(성직주의에서 회심, ‘성령 안에서 대화’의 일상화) ▲교회 구조와 절차의 시노드적 쇄신 ▲공동 사명 수행을 위한 양성을 꼽았다. 특히 구조적 쇄신과 관련해 “사목평의회와 재무평의회 등 교회법에 따른 참여 기구를 의무적으로 설치하고, 형식에 그치지 않고 실제로 식별 기능을 하도록 운영을 쇄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그는 2027년 서울 세계청년대회(WYD)가 시노드 정신을 실현할 결정적 기회라고 강조했다. 그는 “WYD 준비 과정에서 젊은이들에게 리더십을 부여하고, 소외된 이들의 목소리를 경청하며, 투명한 의사 결정 구조를 세움으로써 WYD를 한국 교회의 시노드적 전환점으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조별 나눔, “위기에 놓인 한국 교회, 경청과 식별 훈련 시급” 한목소리
7개 조로 진행된 나눔에서 참가자들은 ▲시노드 과정에서의 경험(기쁨과 어려움) ▲공동체가 가장 시급하게 바꿔야 할 점 ▲이행 단계를 위한 구체적 실천 계획 등 세 가지 질문을 두고 솔직한 대화를 나눴다. 각 조가 나눈 내용은 파견 미사에서 공유됐다.
첫 번째 질문인 ‘지금까지 시노드 경험에서 느낀 기쁨과 어려움’에 대해, 많은 참가자는 초기의 막막함이 희망으로 바뀌었다고 고백했다.
1조는 “처음엔 시노드가 뭔가 해내야 하는 ‘숙제’나 ‘과제’처럼 느껴져 부담스러웠지만, 오늘 연수에서 나 혼자가 아니라 같은 지향을 가진 이들이 많다는 사실에서 ‘희망의 씨앗’을 보았다”고 밝혔다. 3조는 “시노드를 머리로만 이해하려다 보니 짐을 지고 가는 것처럼 힘들었고, 마치 ‘짝사랑’을 하는 기분이었다”며, “하지만 경청과 대화로 시노드는 짐이 아니라 ‘손을 잡고 함께 걸어가는 것’임을 깨닫게 됐다”고 나눠 큰 공감을 얻었다.
두 번째 질문인 ‘시노드 교회를 위한 공동체(본당, 교구)의 변화’에 대해서는 한국 교회가 처한 위기와 성직주의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4조는 “한국 교회가 빠르게 위축되는 모습을 보며 모두가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다”면서, “사제가 ‘왕 대우’를 받는 문화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옛날 방식의 가두 선교보다 기존 신자들과 쉬는 교우들을 따뜻하게 챙기는 ‘환대’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식별과 경청을 위한 ‘교육(양성)’의 중요성도 제기됐다.
2조와 6조는 “식별에는 훈련이 필요하며, 주교, 사제, 수도자, 평신도 모두에게 영성 지도를 포함한 지속적인 양성이 제공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5조는 “성공 사례뿐만 아니라 실패에 대한 나눔도 필요하며, 시노달리타스가 교회의 ‘문화’로 정착돼야 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참가자들은 2028년까지 이어지는 시노드 이행 단계에서 구체적 실천 계획을 나누며, 각자의 자리에서 ‘시노드 전도사’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2조는 “맛있는 식당을 입소문 내는 것처럼, 우리가 체험한 이 기쁨을 주변에 알려 좋은 열매를 맺게 하겠다”고 전했다. 6조는 “더 많은 신자가 이 기쁨을 맛볼 수 있도록 ‘전문 진행자(촉진자)’를 양성하고, 성령 안에서의 대화가 여러 모임에 도입되도록 힘쓰겠다”고 했다. 5조는 “이행 단계가 구체적인 지침으로 만들어져 배포되길 바란다”며, “교회 안을 넘어 교회 밖의 이웃까지 하느님 백성으로 바라보며 삶을 ‘시노달리타스(함께 걷기)화’ 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파견 미사를 주례한 정순택 대주교는 지난 6월 열린 ‘본당 사제 모임’을 언급하며, “사제들이 먼저 모여 성령 안에서 대화를 나누고 시노드의 기쁨을 체험한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시작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체험이 사제단에 머물지 않고 교회 전체로 퍼지기 위해서는 “사제와 수도자, 평신도가 한자리에 모여 머리를 맞대고 식별하는 ‘성령 안에서의 대화’ 모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머리로만 시노드를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모여 대화하고 경청하는 ‘훈련’으로 시노드적인 교회로 거듭나야 한다”며, 이날 모인 교구 대표들이 변화의 마중물이 되어 달라고 당부했다.
파견 미사에서 주교회의가 발간한 "시노드 교회를 위한 성령 안에서 대화" 자료집이 참석자 전원에게 배포됐다. 자료집은 시노드 정신을 구현하는 가장 구체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방법으로 꼽히는 ‘성령 안에서 대화’를 본당과 단체에서 나누기 적합한 12가지 주제를 담았으며, 누구나 쉽게 적용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제작됐다. 또한 회의를 이끄는 ‘진행자’가 지시자가 아니라 “참가자들이 안전하고 자유롭게 말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봉사자”임을 강조하며, 주제별 성찰문과 성찰 질문을 실어 본당 사목평의회나 소공동체 모임에서의 활용도를 높였다.
주교회의 시노드 팀은 “이 자료집이 시노드 ‘이행 단계’에서 한국 교회의 의사 결정 문화를 성숙시키는 마중물이 되기를 기대한다”며, 각 교구와 본당에서 적극 활용되길 바랐다. 자료집은 한국가톨릭사목연구소 누리집에서 내려받을 수 있다.
교황청 시노드 사무총장인 마리오 그레크 추기경의 영상 메시지. (출처 =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유튜브 채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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