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들, "갈등 제대로 마주해야 평화로 간다"
서울대교구 민화위 한반도평화나눔포럼 2
14일 서울대교구 민족화해위원회와 평화나눔연구소가 '평화의 장인과 가톨릭 공동체'를 주제로 2025 한반도평화나눔포럼을 열었다.
이날 두 번째 순서는 '청년 평화 포럼'으로, ‘한반도 평화와 화해를 위한 청년들의 역할과 과제’를 다룬 청년 연구자들의 공동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첫 번째 주제는 ‘세계 청년 평화운동 역사와 사례 연구’로, 이보나 씨(강원대 평화학과 박사과정), 이시권 씨(한양대 정치외교학과 박사 수료), 정태선 씨(미국 예일대 건축학 석사)가 참여했다.
두 번째 주제는 ‘한국 가톨릭 청년이 이해하는 평화’로, 김빛나 씨(서울대 정치외교학과 석사 수료), 이시권 씨(한양대 정치외교학과 박사 수료), 김희영 씨(북한대학교대학원 석사과정), 황진서 씨(건국대 행정학 학사)가 함께 연구했다.
청년, 변화의 동력이자 주체
그러나 교회는 “청년이 말할 수 있는 공간인가?”
평화, 갈등 회피가 아니라 건강하게 드러내는 과정 필수
첫 번째 주제 연구자들은 “2027 세계청년대회 준비 과정에서 청년들이 평화를 어떻게 이해하고, 역사 속에서 어떤 역할을 수행했는지 살펴보기 위해 연구를 시작했다"고 전했다. 특히 가톨릭교회가 청년을 어떻게 인식하는지, 청년들의 잠재력과 주체성을 충분히 존중하고 있는지에 의문을 갖고 연구를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연구자들은 그리스도교 전통에서의 평화 개념과 근현대 사회에서의 평화 해석, 평화운동의 흐름을 살피며, 청년들이 이러한 운동 속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분석했다.
두 차례의 세계대전과 핵 개발 등 역사적 사건을 계기로 평화의 개념과 평화학의 흐름이 바뀌었듯, 평화운동도 반전, 반핵에서 출발해 구조적 불평등과 생태 문제로까지 확장되기 시작했다. 현대에 이르러서는 여성, 젠더, 기후 위기, 난민, 노동 등 다양한 주제를 아우르는 교차적 양상을 띤다.
이 과정에서 종교 개혁과 식민지 독립운동에서 뚜렷한 주체였던 청년들은, 현대에는 다양한 분야 속에서 수평적 연대를 통해 체제의 불합리한 구조를 극복하고 전환하려는 움직임을 보여 주고 있다.
발표를 맡은 이보나 씨는 “정치권은 평화를 위한 문제 해결이나 체제 전환에 대한 대안을 다루지 않고, 다양한 가능성과 상상이 필요한 지금, 청년은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동력이자 가장 중요한 주체”라고 말했다. 이어 “기후, 사회 불평등, 노동 시장 변화 등 사회 안에서 평화롭지 못한 모습들은 청년이 직접 겪는 문제이기 때문에, 그 목소리는 강력하며 정당성을 갖는다. ‘나’의 문제로 인식되기에 더 큰 운동성을 가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교회는 이러한 청년들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연구자들은 “한국 가톨릭교회는 청년 세대의 잠재력과 주체성을 충분히 인식하지 못하고 있으며, 청년들의 목소리와 문제 제기를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또한 의사 결정 과정에서 청년을 배제함으로써 성장의 동력을 잃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들은 “교회는 청년을 미성숙하고 수동적인 존재로 바라보며, 교회의 미래라고 하면서도 현재의 주체로는 인정하지 않는다. 청년들의 열정을 ‘봉사’로만 보며, 교회를 떠나는 청년에게는 ‘영성이 없다’는 평가를 하기도 한다”면서, “청년들은 이러한 교회를 ‘현실 문제를 말하지 않는 곳’으로 느끼며 이탈하게 된다”고 말했다.
연구자들은 교회와 청년이 멀어지는 이유로, 청년들의 현실에 대한 감각이 부족하고, 갈등을 회피하며 구조적 변화를 다루지 않는 태도, 평화를 추상적이고 관념적으로만 이해하는 점을 꼽았다. 이어 “평화를 유지하려면 갈등을 피하는 것이 아니라 건강하게 드러내고 해결하는 과정이 필수적이며, 교회 안에서도 이러한 소통과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발표를 맡은 이보나 씨는 평화와 평화운동의 주체로서 청년들과 함께하기 위해, 교회도 평화에 대한 인식을 성찰하고 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교회는 평화를 단순한 갈등 부재가 아니라 정의, 구조적 변화, 연대, 갈등 해결 과정을 포함한 적극적 평화 개념으로 확장해야 하며, 평화와 평화운동의 주체로서 청년을 충분히 인정해야 한다. 특히 세계청년대회에서 현실적이고 구체적 평화를 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교회의 추상적 평화, 청년의 현실과 거리 있어
청년들의 비판은 교회의 침묵에 대한 안타까움
이어진 발표는 ‘한국 가톨릭 청년이 이해하는 평화’를 주제로 김빛나 씨(서울대 정치외교학과 석사 수료)가 맡았다.
연구자들은 “한국 가톨릭교회는 청년들에게 ‘평화’를 이야기할 준비가 되고 있는가”라는 문제의식에서 연구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어 “한국 가톨릭 청년들이 ‘평화’를 어떻게 이해하며, 교회의 가르침이 이들의 평화 인식과 실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보고자 했다”며, 이를 위해 청년 13명과 개별 심층 면담을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13명을 대상으로 개인, 사회, 한반도 차원의 ‘평화’가 무엇인지 물은 결과, 이들은 개인의 평화를 “불안하지 않은 일상”, “갈등 없는 관계”로 이해하고 있었다. 한국 사회의 평화 수준에 대해서는 “극단과 갈등이 심화되고 있으며, 소통과 화합이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또한 “한국 사회의 평화를 위해 교회의 역할과 신앙의 가르침은 긍정적으로 보지만, 과연 교회가 평화의 담지자로 활동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렸다"고 전했다.
연구자들은 ”교회 공동체가 보여 주는 안정 지향성, 일부 사회 문제에 대한 침묵, 구성원 간 소통 없는 환경은 교회가 내부에서조차 평화를 만들어 가고 있지 않는 것으로 본다“면서, ”그러나 청년들이 교회의 한계를 말하는 것은 교회 공동체가 갖는 가능성과 자원, 활동이 사회 평화에 건설적 역할을 할 수 있기를 바라는 기대에 더 가깝다“고 분석했다.
이들은 ”소통과 화합“을 요청한 참여자들의 말을 전하며, ”문제 해결은 교회가 고통받는 이들의 구체적인 얼굴과 상황을 직접 마주하고 소통할 때 가능하다. 추상적 평화 구호를 외치는 것이 아니라, 직접 소통하고 경청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러한 대화는 교회가 말하는 공동체와 사회 평화의 내용, 그것을 이루는 방법이 구체적으로 나눠지는 자리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반도의 평화에 대해 참여자들은 ”전쟁이 없는 상황, 사람 대 사람의 교류와 대화"를 평화로 꼽는 동시에, "한반도 평화는 무책임한 이상"이라고 답하기도 했다. 청년들은 분단과 갈등이 엄연히 존재하고 오랜 시간 이어져 온 현실에서 “80년 이상의 분단에 따른 사회, 체제, 문화적 차이와 경제적 격차를 해결하는 것은 큰 난관이며, 그 과정을 혼란으로 여기고, 통일을 지지한다는 것이 무책임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연구자들은 한반도 평화를 이야기할 때 청년들 역시 국가, 정치, 군사 중심의 담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인식은 가톨릭교회가 사랑과 용서, 화해, 신뢰를 중심으로 형제애를 외친다고 해서 쉽게 바뀌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 준다고 진단했다.
끝으로 연구자들은 “청년들은 다원화되고 정교 분리된 한국 사회에서 가톨릭교회의 사회적 영향력이 제한적이라고 보면서도, 신앙과 성사, 기도가 평화로 나아가는 지침이 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교회공동체가 평화를 실천하는 주체가 될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부정적"이라는 점도 지적했다. 그 이유로 "공동체에서 문제가 불거졌을 때, 교회가 소통 없이 해결했던 경험, 논란의 여지가 있다고 보는 사안들에 침묵했던 경험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청년들이 교회를 비판적으로 보는 이유는, 교회가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는 현실을 안타깝게 여기기 때문이라고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말했다. 이어 “청년들은 교회가 사회와 한반도 문제에서 평화를 실천할 능력이 있음에도, 현실적 제약으로 그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고 여긴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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