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노드 이행과 청년 고립... 해법은 '경청, 동반, 연속성'

복음선교위원회 토론회, 21세기 교회 과제와 전망 모색

2025-11-18     경동현 기자

한국천주교주교회의 복음선교위원회가 14일 서울 중곡동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에서 '21세기 한국 가톨릭교회의 복음선교 과제와 전망'을 주제로 세미나를 열었다.

이번 세미나는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 총회 이후 시작된 ‘시노드 이행 단계’를 한국 교회 현실에 비추어 돌아보고, 2027년 서울 세계청년대회(WYD)를 앞두고 청년 사목의 방향을 모색하는 자리였다. 발표는 두 개의 발제와 논평, 질의응답 순으로 진행됐다.

1발제 : 시노드 실천 위한 영적 새로움과 구조 변화 제안

첫 번째 발제 '시노달리타스와 한국 교회 성찰-시노드 이행 단계에 대한 실천적 제안'를 맡은 경동현 연구실장과 토론자 이세라 연구원. (사진 제공 = 주교회의 복음선교위원회)

첫 번째 발제에서 경동현 실장(우리신학연구소 연구실장)은 '시노달리타스와 한국 교회 성찰: 시노드 이행 단계에 대한 실천적 제안'을 주제로 한국 교회의 현재 모습을 짚고, 영적 쇄신과 구조 개혁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 교회를 '시노드 이행 단계를 위한 길잡이'에서 말하는 "이제 막 걸음을 뗀 교회"에 해당한다고 평가했다. 이는 시노달리타스(함께 걷기) 정신에 대한 이해는 있지만, 구조적 지체와 성직주의적 문화 때문에 평신도의 참여와 공동 책임이 실현되지 못하는 큰 간극이 존재한다는 뜻이다.

이 차이를 좁히기 위한 첫 번째 실천 방안으로 그는 ‘성령 안에서의 대화’를 일상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시노달리타스를 단순한 조직 문화가 아니라 영적 쇄신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시노드 과정의 핵심 방식이었던 ‘성령 안에서의 대화’를 교구와 본당(성당)의 모임 전반에 도입해, 경청과 공동 식별의 문화를 뿌리내리게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러한 실천의 예로 광주대교구 노대동 성당의 ‘전 신자 참여, 본당 시노드’와 서울대교구 사제 500여 명이 ‘사제단 만남의 날’에 ‘성령 안에서의 대화 모임’을 진행한 뒤 이를 지속하기로 한 사례를 들었다. 또 한국 평신도사도직단체협의회와 서울대교구 우리농 공동체 본당에서 이어지고 있는 ‘성령 안에서의 대화’ 모임도 시노달리타스 영성을 키우는 사례로 제시했다.

두 번째 실천 방안으로 경 실장은 “성품성사가 필요하지 않는 교회 내 책임자 자리와 리더십 역할을 평신도 남녀, 수도자, 비수품자에게 실제로 맡기도록 해야 한다”는 제16차 세계주교시노드 최종 문헌 60항 내용을 구체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사제가 성사 집전에 전념하고, 전문성을 갖춘 평신도가 행정과 사목 운영의 책임을 맡는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 실장은 이미 여러 나라와 국내 일부 교구에서 평신도를 교구 사무처장이나 관리국장으로 임명하거나, 본당의 사목 업무를 조율하는 '사목 코디네이터'를 두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며, 이러한 흐름이 공동 책임과 전문성을 제도 안에서 자리 잡게 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세 번째로 그는 시노드 교회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운영 전반에서 투명성, 책임성, 평가를 제도화하는 구조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를 설명하며 의정부교구의 사목 지표와 본당 사목 계획 수립 연수를 사례로 들었다.

의정부교구의 사목 지표는 본당과 교구 행정 전반에 투명성, 책임성, 평가 체계를 도입하고, 지표를 만드는 과정부터 시노드적 가치를 따라 공동 식별의 절차로 구성했다. 또한 의정부 평신도협의회와 선교사목국이 함께 추진해 온 본당 사목 계획 수립 연수는 평신도들이 계획 단계부터 주체적으로 참여해 공동 책임을 나누도록 교육하고 권한을 부여하는 과정으로, 두 사례는 시노달리타스 이행 단계를 보여 주는 중요한 참고 예시라고 평가했다.

1논평 : 신자 의식 변화와 평신도 지도자 양성이 관건

이세라 연구원(햇살사목센터)은 논평에서, 한국 교회가 시노달리타스를 영적 쇄신과 구조 개혁의 긴급한 근거로 삼아야 한다는 평가에 공감한다고 밝혔다. 다만 한국 교회가 현실과 이상 사이에 겪는 차이는 구조적 지체뿐 아니라, 사회 문화 변화 속에서 달라진 신자들의 의식과 태도도 함께 살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시노달리타스 영성을 키우기 위해 '성령 안에서의 대화' 훈련이 일상화돼야 한다고 말하면서도, 그 원천적 힘은 "예수 그리스도와의 인격적 만남"을 체험하는 데서 나온다고 강조했다. 특히 청년과 부모가 이러한 만남을 통해 복음화 사명에 주체적으로 참여하도록 돕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또한 평신도에게 동반자적 지도 역할을 맡기는 것은 시노드 이행의 핵심이지만, 미국 교회의 사례에서 보듯 전문성을 갖춘 평신도 지도자를 양성하고, 고용 체계를 마련하는 단계적 접근이 한국 교회에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2발제 : 청년 세대의 '사회적 고립', WYD가 여는 경청과 동반의 길

두 번째 발제 '한국 교회 청년 문제와 WYD의 복음선교적 의미'를 맡은 이전수 씨와 토론자 최요안 신부. (사진 제공 = 주교회의 복음선교위원회)

두 번째 발제에서 이전수 씨(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 조직위원회 전략팀 대표 봉사자)는 '한국 교회 청년 문제와 WYD 복음선교적 의미'에서 세계청년대회(WYD)가 청년 세대의 위기를 해결할 복음선교적 기회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청년 세대의 문제를 "사회적 고립"이라는 핵심어로 압축하며, 이를 해결하는 길로 시노달리타스적 대화를 제시했다.

이전수 씨는 한국 청년 세대가 높은 자살률, 불안정한 노동 시장, 정치적 양극화 등 심각한 사회 문제에 직면해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청년층의 주요 사망 원인이 암 등 질병에서 자살로 바뀐 사실은 그 위기가 심각하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 준다고 말했다. 이러한 위기의 근본 원인이 '초연결 사회' 속에서 오히려 더 심화된 사회적 고립에 있다고 분석했다. 청년들은 고립된 상황에서 비판과 혐오가 난무하는 디지털 문화에 노출돼 있으며, 교회가 이들에게 '비빌 언덕'이 되어 주는 일이 시급하다고 역설했다.

이어 그는 WYD 봉사자 양성 과정에서 시도된 '경청 방식의 시노달리타스적 대화'가 청년 문제 해결의 구체적 가능성을 보여 주었다고 설명했다. 청년들은 이 대화 모임에서 애쓰거나 자신을 포장하지 않아도 누군가 자신의 이야기를 조건 없이 들어 주는 경험을 했으며, 이를 통해 교회가 자신을 받아 준다는 감각을 얻었다. 이러한 경험은 사회적 고립에서 벗어나 신앙적 성숙과 헌신을 다짐하는 계기로 이어졌다고 그는 전했다. 이전수 씨는 WYD가 이러한 '경청의 장'을 제공함으로써 청년들의 고립을 치유하고, 그들이 복음화의 주체로 거듭나게 하는 '동반의 장'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2논평 : 영적 단절 회복, 평신도 리더십으로 이어져야 

논평을 맡은 최요안 신부(서울대교구 사제, WYD 전략팀 동반 사제)는 발제 내용에 공감하며, 시노달리타스적 대화를 '사회적 고립'이 지닌 신학적 의미와 연결해 더 깊이 해석했다.

그는 인간이 삼위일체적 친교에 참여하도록 창조된 관계적 존재라는 점을 강조하며, 청년들의 사회적 고립은 단순한 사회 현상을 넘어 친교의 단절이라는 영적 문제로도 이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시노드적 대화는 이 영적 단절을 치유하는 힘을 갖는다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WYD 이후에도 경청과 동반의 문화가 일시적 체험에 그치지 않고, 교회의 구조와 문화 속에 지속적으로 뿌리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WYD를 통해 헌신을 결심한 젊은이들이 교회의 삶과 사명에 주체적으로 참여하고 실제로 일할 수 있도록 고용 체계를 마련해, 평신도 리더십을 제도화하는 일이 후속 과제가 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질의 응답에 답변하고 있는 발제자와 논평자. (왼쪽부터) 경동현 연구실장, 이세라 연구원, 이전수 씨, 최요안 신부. (사진 제공 = 주교회의 복음선교위원회)

시노드적 대화 현장의 어려움 푸는 방법
연결이 끊기면 자라지 못해... 기록과 인수인계 체계 필요

이어진 질의응답에서는 사목 현장에서의 실제 고민과 연결된 질문이 주를 이뤘다.

대구대교구에서 세계청년대회를 준비하는 한 사제는 시노드적 대화의 실무에서 적용하는 데 따른 어려움을 토로했다. 사목 책임자로서 분명한 방향을 갖고 개방적인 논의를 시작하더라도, 논의가 예상과 다르게 흘러갈 경우 '답정너'(답은 정해져 있으니 너는 대답만 해)라는 비판을 받거나, 회의의 효율이 떨어지는 난처한 상황에 놓인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이전수 씨는 의사소통 과정의 설계를 통해 해결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즉, 공동체의 방향을 설정하고 이를 공유하는 단계와, 그 방향을 실행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하는 단계를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는 것이다. 책임자가 먼저 공동체의 방향을 제시하고, 논의 시간에는 '이 방향을 달성하기 위한 구체적 방법'에만 집중하도록 구성하면 회의의 실효성을 높이고 참여자들의 불만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 참석자는 한국 교회가 여성과 청년의 참여, 책임을 확대하는 등 시노달리타스를 실현하기 위해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과제가 무엇인지 물었다. 이에 대해 경동현 실장은 리더십이 교체될 때마다 이전의 시노드적 노력과 경험이 사라지는 '경험의 연속성 단절'을 가장 시급한 장애물로 꼽았다. 교구장과 국장, 본당 사제 등이 바뀌면 시노드 과정에서 쌓인 경험이 유지되지 못하고, 교구별 시노드팀도 과거 시노드팀과의 연결이 약해지는 점이 특히 문제라고 설명했다.

그는 시노드적 삶이 일회성 과제가 아니라 지속되어야 함에도, 인수인계의 미흡과 기록 부재로 인해 교회가 매번 노력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구조적 단절'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시노드 교회로 자라나려면 경험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는 지식이 필요하기 때문에, 시노드 이행 단계의 성공을 위해서는 이러한 단절을 막을 투명하고 제도적인 기록 및 인수인계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미나 마무리 발언을 하는 주교회의 복음선교위원회 위원장 장신호 주교. (사진 제공 = 주교회의 복음선교위원회)

일생을 관통하는 말씀, 세계청년대회로 이어지길

세미나를 마무리하며 장신호 주교(주교회의 복음선교위원회 위원장)는 '성령 안에서의 대화'를 개인이 체험한 말씀을 이웃과 나누는 순환 과정으로 해석했다. 그는 이 대화 방식을 통해 모든 신자가 자신만의 '일생을 관통하는 말씀'을 하나씩 갖게 되길 바라며, 이를 바탕으로 2027년 서울 세계청년대회에 올 외국 손님들과 복음을 나눌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세미나에서 드러난 시노달리타스에 대한 열망과 실천적 논의는 앞으로도 이어질 전망이다. 주교회의는 지난 추계 정기 총회의 결정에 따라 시노드 이행 단계에 대한 논의를 심화하고 각 교구의 실무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오는 12월 16일에 교구 시노드팀 연수를 열 예정이다. 이는 '최종 문헌'의 가르침에 따라 2028년 교회 총회까지 이어지는 '시노드 이행 경로'에 한국 교회가 꾸준히 응답하는 과정이 될 것으로 보인다.

14일 열린 주교회의 복음선교위원회 세미나에 발표자와 토론자, 위원회 위원들과 함께. (사진 제공 = 주교회의 복음선교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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