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은 하느님의 것”... 토지 정의로 본 한국 사회 불평등
'가톨릭 에코 포럼'서 부동산 투기 문제 다뤄
한국 사회 불평등의 주범인 부동산 문제, 어떻게 바라보고 풀어야 할까.
24일, 가톨릭 에코 포럼이 '토지 정의'를 주제로 서울 명동 가톨릭회관에서 열렸다.
포럼은 서울대교구 환경사목위원회와 우리농촌살리기운동본부가 함께 마련했으며, 발제는 남기업 토지+자유연구소 소장이 맡았다.
부동산 불로소득과 성경이 말하는 토지 정의
공공재인 토지가 ‘부동산’으로 대체된 사회다. 불평등을 심화하는 주요 요인 가운데 하나인 부동산과 토지 투기로 인한 불로소득은 2021년 약 460조 원으로 최고조에 달했다. 2023년 약 288조 원으로 줄었지만, 불로소득 평균은 지난 17년간 국내총생산(GDP) 대비 16.8퍼센트를 차지하고 있다.
남기업 소장은 “땅값과 집값 폭등은 부동산을 소유하지 못했거나, 적게 소유한 개인과 회사가 노력해서 번 소득이, 부동산을 많이 소유한 개인과 회사에게 이전됐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냉정하게 말해 이 불로소득은 합법적 도둑질”이라고 지적했다.
“땅을 아주 팔지는 못한다. 땅은 나의 것이다”(레위 25,23)라는 성경 말씀은, 인간이 만들지 않은 토지와 자연 자원, 생태 환경은 인류 모두가 공동의 권리를 가지고 있다는 뜻이라는 그는, "토지에 대한 권리 또한 모두가 평등하게 누려야 한다는 것이 성경의 의미며, 토지 정의를 확립할 수 있는 정신"이라고 설명했다.
“너희는 안식년을 일곱 번, 곧 일곱 해를 일곱 번 헤아려라. 그러면 안식년이 일곱 번 지나 마흔아홉 해가 된다. 그 일곱째 달 초열흘날 곧 속죄일에 나팔 소리를 크게 울려라. 너희가 사는 온 땅에 나팔 소리를 울려라. 너희는 이 오십 년째 해를 거룩한 해로 선언하고, 너희 땅에 사는 모든 주민에게 해방을 선포하여라. 이 해는 너희의 희년이다. 너희는 저마다 제 소유지를 되찾고, 저마다 자기 씨족에게 돌아가야 한다.”(레위 25,8-10)
구약의 ‘거룩한 나라’, 신약의 ‘하느님나라’ 개념에서 중요한 것은 '평등'이다. 남 소장은 이를 희년의 정신으로 바라보며, “완전한 자유와 해방을 의미한 희년은 부채, 노예 노동, 토지, 동물과 생태 환경 문제를 모두 다루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토지’”라고 강조했다.
불평등의 뿌리는 지주 문제, '부동산'을 '토지'로
남 소장은 "역사적으로 소작농이 지주에게 정신적, 경제적으로 예속된 이유도 토지가 없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오늘날에 토지의 중요성이 줄어든 것처럼 보이는 이유는 토지가 ‘부동산’이라는 말로 대체됐기 때문”이라며, “부동산을 ‘토지’로 읽으면 건물주의 문제가 ‘지주’의 문제로 드러나고, 주택 문제의 근원과 해결책도 토지에서 찾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거의 대부분의 나라에서 사적 소유의 대상으로 삼는 토지와 자연 자원에서 발생하는 엄청난 불로소득은 ‘사유재산권 보호’라는 미명 아래 개인이 누릴 수 있도록 되어 있어, 상시적인 투기 문제가 생긴다.”
토지의 중요성은 불평등의 주범이 토지라는 사실에서도 확인할 수 있으며, 한국 사회 불평등의 주범 역시 부동산, 즉 토지라고 그는 설명했다. 소득 불평등 수준을 나타내는 지표인 지니 계수는 0에 가까울수록 소득 분배가 균등함을 보여 주는데, 2024년 개인 토지 소유 지니 계수는 금액 기준 약 0.8, 면적 기준 0.9를 넘는다.
토지 과다 소유자들과 토지를 갖지 못한 이들 사이의 빈부 격차가 점점 벌어지는 문제 외에도, 그는 토지 문제로 인한 난개발, 생태계 파괴도 지적했다. "산을 깎아 대지로 만들고, 농지나 녹지를 택지나 공장용지로 전환하려는 욕구가 강한 이유는 '돈이 되기 때문'"이라며, “만약 농지와 녹지의 용도 변경으로 올라간 땅의 가치를 환수하면 개발로 인한 잠식이 크게 줄어들고, 용도 변경을 위한 로비와 부정부패도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부동산 투기 차단과 자연 자원 보호, '토지 배당제'가 해법
남 소장은 현대 사회에서 토지 정의를 실현하는 방법으로 '토지 배당제'를 제안했다. 토지 배당제는 토지를 소유한 사람에게서 타인을 배제한 대가를 사회가 환수, 공유하는 '토지 가치 공유 방식'이다. 이는 개인과 법인의 부동산 소유 형태에 강력한 영향을 미치며, 과다 소유자보다 소유가 없거나 적은 사람에게 혜택이 돌아가도록 설계된다.
그는 "토지 배당제로 농지와 녹지, 임야를 택지나 산업 단지로 전환하는 시도도 현저히 줄일 수 있다"며, "이를 실현하면 부동산 소유 불평등과 소득 불평등이 줄어들고, 부동산 투기를 차단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토지의 일종인 자연 자원에 대해서도, "소유하고 사용하는 이들이 그 가치에 비례한 세금을 부담하고, 고갈 문제 해결을 위한 대체 비용도 부담하게 해야 한다"면서, "고갈 비용을 기금화함으로써 후세대도 이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교회부터 부동산 투기 회개와 희년 실천해야
토지의 사적 소유로 수많은 사람이 고통을 겪고 환경이 파괴되는 상황에서, 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은 무엇을 해야 할까.
남기업 소장은 먼저 “땅과 집으로 이웃을 더 고통에 빠트리는 부동산 투기에 대한 회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교회 공동체 안에서 주거 문제로 힘들어 하는 청년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며, 대사회적으로 부동산 투기를 차단하고 토지에 대한 평등한 권리 회복과 주거권 실현을 위해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고 했다.
이어 “교회가 그렇게 한다고 세상이 바뀌겠느냐”는 반응에 대해, “단순히 성경에 나와 있으니 따라야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믿음은 바라는 것들의 실상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성경은 결코 역사 결정론을 지지하지 않는다. 바벨론으로 끌려간 백성들이 귀환할 수 있었던 것은 그들이 회개하고 희년을 실천했기 때문이다. 한국 사회도 얼마든지 변화될 수 있고, 그것을 믿고 행동하는 것이 성경이 말하는 믿음”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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