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교구 유경촌 주교 선종

2025-08-15     정현진 기자

서울대교구 유경촌 주교(티모테오)가 15일 오전 0시 28분 선종했다.

유경촌 주교는 2024년 초 담도암 수술을 받았지만, 십이지장과 췌장 등으로 전이돼 항암 치료를 이어 왔다. 오랜 투병 생활에 지친 듯 했으나, 최근 “저는 이제 기적을 믿습니다. 기도해 주세요”라며 회복 의지를 다졌다. 위독한 상태가 교구를 통해 알려진 뒤 잠시 고비를 넘기는 듯 했지만, 끝내 하느님 품에 안겼다.

고 유경촌 주교(티모테오)가 8월 15일 오전 0시 즈음 선종했다. (사진 제공 = 서울대교구)

1962년 서울에서 태어난 유경촌 주교는 1992년 사제품을 받았다. 1998년 독일 프랑크푸르트 상트케오르겐대학에서 윤리신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뒤, 서울 목5동 성당에서 잠시 보좌신부로 섬겼다. 1999년부터 2008년까지 가톨릭대에서 후배들을 가르쳤고, 서울대교구 통합사목연구소장을 지냈다. 명일동 성당 주임 신부로 사목하던 중 4개월 만인 2013년 12월 보좌 주교로 임명됐다. 사목 표어는 “서로 발을 씻어 주어라”(요한 13,14)였다. 

주교품을 받기 직전인 2013년 5월 한 학술 토론회에서 “사회복음화를 위해서는 먼저 교회 스스로의 변화와 자기 쇄신의 길을 가지 않으면 안 되며, 교회의 ‘자기 복음화’가 필요하다”역설했다. 특히 노동, 민족 화해, 사회 정의의 사목 필요성에 주목했고, 직접 앞장서 실천에 나섰다.

2014년 2월 5일 주교품을 받은 뒤에는 서울대교구 동서울 지역 교구장 대리와 함께 사회사목을 담당했다. 그는 10여 년간 거리의 노숙인, 쫓겨난 노동자, 농민, 장애인, 아픈 이들, 세월호 참사를 비롯한 사회적 참사 희생자와 가족 등, 아프고 고통받는 이들의 곁에서 묵묵히 걸어왔다. 박사 논문 주제를 ‘창조질서 보전’으로 선택했던 만큼 생태환경 사목 현장에도 함께했다.

유경촌 주교의 빈소는 서울대교구 주교좌 명동대성당에 마련될 예정이며, 장례 일정은 추후 공지된다.

2023년 11월, 서울대교구 명동대성당에서 열린 가을걷이 감사 미사와 도농한마당에서 유경촌 주교가 가톨릭농민회 회원들을 만나고 있다. (지금여기 자료 사진)
2023년 5월 (검은 모자에 사제복 입은) 유경촌 주교가 주교 현장 체험에 참여해, 삼척 석탄화력발전소 건설 현장을 찾았다. ⓒ정현진 기자 
2014년 12월, 유경촌 주교가 당시 서울 신문로 30미터 높이 광고판에서 30일째 고공 농성을 한 케이블방송 해고 노동자를 찾았다. 나중에 알려진 바로 유 주교는 높은 곳에 올라가는 것을 어려워했지만, 두려움을 감수하고 기중기를 타고 올라가 이들을 격려하고 강복했다. (지금여기 자료 사진)
2016년 10월 백남기 농민의 빈소에서 봉헌된 미사에 유경촌 주교가 함께했다. (지금여기 자료 사진)
노동자들을 위한 '전태일 병원' 건립위원회 추진 위원으로 참여한 유경촌 주교.(오른쪽에서 두 번째) (사진 제공 = 전태일의료센터 건립위원회)

<유경촌 티모테오 주교 약력>

1962. 9. 4. 서울 출생
1992. 1. 30. 사제 수품
1992-98. 독일 프랑크푸르트 상트게오르겐 대학교 박사(신학)
1999. 3. 목5동 성당 보좌
1999. 10. 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교수
2008. 2. 교구 통합사목연구소 소장
2013. 8. 명일동 성당 주임
2014. 2. 5. 주교 수품
2014. 2. 동서울 지역 및 사회사목 담당 교구장대리
2022. 1.-2024. 3. 청소년담당 교구장 대리
2022. 1.-2024. 10. ACN 한국지부 이사장
2025. 8. 15. 선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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