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덕도는 생명", 신공항 백지화 촉구 미사

2025-08-12     정현진 기자

1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가덕도 신공항 백지화를 위한 미사’가 봉헌됐다.

이날 미사는 한국 천주교 여자 수도회 장상연합회 JPIC분과위원회, 한국 남자수도회 사도생활단 장상협의회 정의평화환경보전위원회가 공동으로 마련했다. 사제, 수도자, 신자와 시민 등 50여 명이 참여했다.

6월 26일부터 47일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가덕도 신공항 건설사업 중단을 촉구하는 시위를 이어 가고 있는 김현욱 씨는 미사 중 발언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취임사인 “국가가 존재하는 이유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일”을 언급했다. 그는 “가덕도 신공항 건설 사업은 엄청난 환경 파괴뿐 아니라, 심각한 위험성을 안고 있어 국민과 생명의 안전을 포기한 사업이다. 가덕도 신공항 추진은 국가의 존재 이유를 배반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부산 시민인 그는 가덕도에서 목격한 절경과 평화로움이 잊혀지지 않는다면서, “가덕도 신공항이 건설되면 천연기념물과 멸종위기종, 철새 등의 생태계와 100년 이상 보존된 숲이 파괴되고, 바다는 매립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환경 파괴와 이어지는 기후 위기 영향을 넘어서더라도, 안전이 가장 중요한 공항에서 안전을 무시하는 이 사업을 반드시 막아야 한다는 생각에 서울로 올라오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그러나 이재명 정부는 얼마 전 가덕도 신공항 건설 추진 계획을 발표했다. 가덕도 신공항은 대통령이 산재 사고에 대해 ‘미필적 고의’라고 지적한 것과 마찬가지로, 예상할 수 있는 살인 행위이며 혈세낭비, 환경 파괴이기 때문에 반드시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11일 오후 5시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가덕도 신공항 백지화를 촉구하는 미사가 봉헌됐다. ⓒ정현진 기자 

현재 국내에는 운영 중인 공항이 15개다. 이 가운데 11개 공항은 수요 부족으로 만성 적자를 겪고 있으며, 10개 공항은 건설 추진 또는 검토 중이다.

경기국제공항, 대구경북통합신공항, 백령공항, 새만금신공항, 서산공항, 울릉공항, 제주제2공항, 흑산공항, 포천공항과 함께 추진되고 있는 가덕도 신공항은 2016년 즈음 김해신공항 건설 선언과 당시 정치 상황, 선거 등이 맞물리면서 공항 부지로 결정됐다.

2021년 2월 25일 '가덕도신공항 건설을 위한 특별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하자, 문재인 대통령이 가덕도를 방문해 신공항 건설을 공식 선언했다. 이튿날인 26일에는 국회 본회의에서 ‘가덕도신공항 건설을 위한 특별법’이 가결됐다. 이어 3월 9일 국무회의에서 ‘가덕도신공항 건설을 위한 특별법 제정안' 공포안이 의결되면서 가덕도 신공항 건설 사업은 국책 사업으로 확정됐다.

그러나 전략환경영향평가 결과, 동식물의 자연 서식지 파괴와 함께 삼림과 해안 절벽을 서식지로 이용하는 조류의 서식 공간 파괴가 불가피할 것으로 드러났다. 가덕도는 천연기념물인 수달, 원앙, 황조롱이, 흰꼬리수리, 참수리, 저어새, 바다쇠오리, 큰고니 등 25종 조류의 서식지며, 팔색조, 소쩍새 등 멸종위기종, 국가보호종인 해송과 게바다말, 긴가지해송도 발견됐다. 또한 100년 이상된 자연림의 자생지로 매립지 인근에서는 상괭이도 발견돼, 심각한 환경 파괴가 우려되고 있다.

부산 지역 85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가덕도신공항반대 시민행동'은 이러한 상황을 근거로 신공항 건설 중단을 촉구해 왔다. 이들은 지난해 국토교통부를 상대로 건설사업 기본 계획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올해 6월 5일 환경의 날에는 가덕도 신공항 백지화와 특별법 폐기를 요구했다.

'시민행동'은 가덕도 신공항 건설 사업이 그 자체로 문제를 지닌데다, 더불어민주당이 내세우는 환경 공약과도 모순된다면서, 백지화를 강력히 촉구했다.

이들은 “가덕도신공항특별법은 '국토 균형 발전'이라는 명목 아래, 경제성, 환경성, 안전성 등 사업의 기본적인 타당성 검토를 면제하거나 간소화하며, 졸속으로 통과된 비민주적 절차의 산물”이라고 비판했다. 이는 당시 이재명 대통령 당선인과 더불어민주당이 강조한 환경 공약인 “탄소중립 사회로의 전환 가속화, 생물 다양성 복원, 국제적 수준의 생태계 생물 다양성 복원, 하구, 연안, 해양 자연성 회복, 해양보호구역 확대" 등과 정면 배치된다고 지적했다.

또 특히 가덕도 신공항 건설을 위한 대규모 바다 매립은 "해양 생태계를 파괴하고 막대한 탄소 배출을 유발하며, 가덕도 주민들의 삶의 터전과 환경권을 침해한다“면서, ”국민들과 지역 주민의 의견 수렴조차 제대로 하지 않은 비민주적 가덕도신공항특별법을 즉각 폐기하라"고 촉구했다.

"가덕도는 생명입니다." ⓒ정현진 기자

이날 미사를 주례하고 강론한 양두승 신부(작은형제회)는 “가덕도 신공항 건설 백지화 촉구의 핵심 이유는 ‘가덕도는 생명’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공항 건설로 인해 가덕도를 포함해 금강에서 낙동강으로 이어지는 생태계에 많은 악영향이 미칠 것이며, 기후 위기를 더 심각하게 가속화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공항 하나를 만들기 위해 전국 8만여 개의 건설사 토목 사업이 집중되고, 15조 원이라는 천문학적 비용이 투입되는 것은 물론, 결국 자연 파괴와 지역 경제 왜곡을 초래할 것이라고 양 신부는 지적했다.

그는 “내란을 종식하고 새롭게 출범한 국민 주권 정부인 이재명 정부가 기후 위기 대응을 공약으로 내걸었지만, 이러한 사업을 다시 벌인다는 것 자체가 스스로 정체성을 무너뜨리는 일이 될 것이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일을 소홀히 하지 않겠다고 한 이 정부에서 가덕도 신공항 사업을 처음부터 재검토하고, 그에 따라서 올바른 판단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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