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환경부 장관, 아마존 보호 두고 복음주의 동료들과 대립
(기사 출처 = <NCR> 2025년 7월 18일)
(엘렌 테이셰이라)
미국과 마찬가지로 브라질의 공공 생활도 정치적, 종교적 갈등으로 극심하게 양극화됐다. 많은 복음주의 그리스도인들은 소수자 권리, 사회 복지 제공에 대한 국가의 역할, 그리고 전 대통령 자이르 보우소나루가 아마존 개발을 추진한 뒤로 환경 보호와 같은 진보적 정책에 반대하는 보수 진영과 연합하고 있다.
브라질 복음주의 정치인들 가운데 마리나 시우바는 눈에 띄게 예외적 인물이다. 그는 깊은 오순절파 신앙을 지닌 대표적 환경운동가며, 좌파 성향의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대통령 행정부에서 환경기후변화부 장관을 맡고 있다. 그는 기존의 틀을 깬 대가로 동료 그리스도인 정치인들에게서 가혹한 대우를 받아야 했다.
지난 5월, 브라질 상원이 아마존을 비롯한 여러 생태계 규제를 대폭 완화하는 법안(비평가들은 이를 "황폐화 법안"이라고 불렀다)을 통과시킨 지 일주일 뒤, 시우바 장관은 상원 청문회 출석 요구를 받았다. 공식 의제는 아마존 강 하구의 석유 탐사 문제였지만, 회의는 곧 다른 방향으로 흘렀다. 복음주의 의회전선 소속 오순절파 신자 마르쿠스 호제리우 의원과 가톨릭 신자 플리니우 발레리우 의원이 주도한 이 청문회는 사실상 정치적 기습으로 변질되었고, 법안 지지자들은 시우바 장관에게 “자신의 위치를 알아야 한다”고 비난했다.
그가 품위를 지킬 것을 요구하자, 한 상원 의원은 “장관은 존중받을 자격이 없다”고 답했다.
시우바는 결국 자리를 박차고 청문회를 떠났다. 이후 인권 단체들은 상원 의원들의 공격이 인종차별적이고 여성협오적이라고 규탄했다. 하지만 이런 비판은 결과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했다. ‘황폐화 법안’ 조정안이 7월 17일 최종 투표를 통과했다. 이 법안에 반대하는 일부 의원들은 법안의 일부 조항이 위헌이라며, 대법원에 회부되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법안을 승인한 의회는 시우바의 반대와 관련하여 룰라 대통령을 압박하고 있다.
시우바 장관이 복음주의 정치계에서 예외적인 것은 신앙만이 아니다. 브라질 북부 아마존 지역 출신 정치인들이 대부분 지역 엘리트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반면, 올해 67살인 시우바 장관은 브라질 아크레주 출신의 흑인 여성으로, 사회 최하위층에 있는 고무수액 채취 노동자 공동체 세링게이라스 출신이다. 그는 16살에 비로소 수녀원에서 처음 글을 배웠으며, 그 전까지는 할머니에게서 그림으로 가톨릭 교리를 배웠다.
가톨릭교회는 그에게 해방신학을 소개했다. 한때 수녀가 되려 했으나 노동 운동과 정치에 헌신하기 위해 수녀원을 떠났다. 40살에 오순절파 신앙으로 개종한 이후 ‘하느님의 성회’(Assemblies of God) 교회의 일원으로 살아가고 있다.
그의 정치 행보는 환경 운동뿐만 아니라 강력한 윤리 신념으로도 잘 알려져 있으며, 국제 사회의 주목을 받으면서 2010년 대선에 처음 출마했다.
일부 복음주의자들도 그를 지지했지만, 진보 단체 ‘새로운 복음주의 서사’(New Evangelical Narratives)의 루시아나 페테르센 대표에 따르면, 이들의 지지는 환경보다는 복음주의 의제를 권력 안에서 실현하려는 기대 때문이었다. 페테르센은 “마리나를 복음주의 의제를 실현하고 그리스도교 정부를 세울 인물로 본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시우바는 자신의 신앙을 정치 수단으로 삼기를 거부했고, 종교와 제도 정치의 분리를 일관되게 주장해 왔다. 그는 2022년 인터뷰에서 “정치가 신앙을 도구화하면, 결국 종교 문제가 정치 논쟁에 개입하면서 일련의 변칙이 생겨납니다. 정치 논쟁은 공공의 이익에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라고 밝혔다.
그의 입장은 자신들의 도덕적, 문화적 가치를 대변해 줄 지도자를 찾고 있던 보수 복음주의 지도자들을 실망시켰다. 페테르센은 “그가 보수적 의제를 받아들이지 않았기 때문에 복음주의 진영 일부에서 실망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시우바는 2014년과 2018년에도 대선에 출마했지만 모두 낙선했다. 이후 복음주의 유권자들의 지지는 보우소나루에게 옮겨 갔다. 그는 가톨릭 신자이자 전직 군인으로서 우파 그리스도교 가치의 대변인으로 부상했다. 보우소나루와 그의 지지자들은 룰라를 지지한 복음주의자들의 신앙을 의심했고, 시우바는 이러한 보우소나루에 맞서 좌파 성향의 룰라 대통령을 지지했다. 보우소나루는 환경 문제를 무시했는데, 이로 인해 복음주의자들은 환경 문제에 대해 더욱 우경화되었다.
비록 룰라가 2022년 대통령직에 복귀했지만, ‘황폐화 법안’은 이미 보우소나루 정권 당시 하원을 통과했고, 현재까지도 건설 인허가 절차 간소화를 명분으로 추진되고 있다. 그러나 환경 정책 전문가 펠리피 스토르시는 이 법안의 실질적 효과는 “법을 느슨하게 하여 권력이 없는 지역 주민들에게 위험을 떠넘기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스토르시는 브라질이 올해 아마존의 중심 도시 벨렝에서 제30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30)를 여는 해에 환경 관련 법률을 폐지하는 것이 역설적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총회는 단순한 외교 행사를 넘어, 지역의 지속 가능한 대안 경제를 위한 민간 및 자선 투자 유치를 위한 전략적 기회로 여겨지고 있다.
브라질 좌파 정부가 복귀했는데도, 현재 의회는 민주화 이후 가장 보수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는 보우소나루 정치 운동의 유산이며, 복음주의자들의 강력한 지지로부터 비롯된 결과다. 그에 따라 시우바 장관의 정치적 영향력은 점점 제한되고 있다.
브라질 종교연구소(ISER)의 연구에 따르면, 복음주의자 다수가 환경 파괴에 대한 우려를 표하고 있으며, 이를 일종의 죄악으로 인식하기도 한다. 그러나 유엔의 ‘종교 간 열대 우림 구상’(Interfaith Rainforest Initiative)의 카를루스 실베이라에 따르면, 이러한 인식은 브라질 국민 전체 평균과 큰 차이가 없다.
2024년 클리마인푸(ClimaInfo, 브라질 기후변화연구소)의 연구에 따르면, 브라질인의 97퍼센트는 일상생활 속에서 기후 위기의 영향을 느끼고 있다고 응답했다. 시우베이라는 이러한 환경 인식이 신앙 때문이 아니라, 더 넓은 문화적 상식에서 기인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러한 인식은 여전히 구조적인 환경 문제에 대규모 행동으로 이어질 만큼 강력하지는 않다.
브라질종교연구소의 ‘기후 속 신앙’(Fé no Clima) 프로그램 관리자 이자베우 페레이라는 이에 동의했다
"브라질은 극심한 기후 변화를 겪고 있습니다. 복음주의 신자들도 다른 국민들과 마찬가지로 홍수, 가뭄, 산사태, 극심한 기온 등의 피해를 입었습니다."라고 그는 <RNS>(종교 뉴스 서비스)에 말했다. "이는 복음주의 교인들을 대상으로 한 저희 조사 결과와도 일맥상통합니다. 인터뷰에 응한 사람들 중 70퍼센트가 세계적인 기후 위기 상황에 처해 있다는 데 동의했습니다."
브라질의 많은 복음주의자는 기후 변화를 인간의 행동에서 비롯된 인류의 죄악으로 본다. 일부는 이를 종말과 예수의 재림 징조로 해석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신학적 해석이 반드시 정치 참여나 집단 행동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브라질종교연구소의 연구에 따르면, 일부 복음주의자들은 정부가 환경 문제 해결에 일차적 책임을 져야 하며, 교회가 더욱 적극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환경 문제는 이들의 투표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는 드물다.
‘우리 세상을 새롭게 하라'(Renew Our World)와 '창조 안에 있는 우리'(Nós na Criação')와 같은 브라질 비영리 단체들은 환경 문제를 중심으로 복음주의자들을 조직하고 있다. '새로운 복음주의 이야기'(Novas Narrativas Evangélicas)와 같은 단체들은 환경에 대한 관심을 더 넓은 사회 정의 의제에 통합하고 있다. '우리 세상을 새롭게 하라 브라질'의 지도자 중 한 명인 펠리피 마르케스는 복음주의자들이 가정 쓰레기 관리와 같은 개인의 환경 책임에 초점을 맞추는 경향이 있지만, 변화를 추진하는 데 정치 참여가 중요하다는 인식은 아직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마르케스는 대부분 교회가 기후 문제를 다루지 않으며, 교회 지도자들도 이 의제를 꺼리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활동가 관계망 '노사스'(NOSSAS)의 매니저 루카스 로바크는 <RNS>에 “복음주의 공동체의 많은 부분이 창조나 환경 돌봄의 신학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대신, 그는 “많은 이가 세상의 끝이 가까워졌다는 종말론적 관점을 지니고 있어, 하늘과 땅, 숲과 강, 바다 등 환경을 돌볼 필요가 없다고 본다”라고 덧붙였다.
로바크에 따르면, 보우소나루 정치 운동은 이러한 종교적 세계관을 이용하고 있다. “이것은 성경과 복음주의 신앙을 권력의 도구로 삼으려는 기획”이라고 그는 말했다.
그리스도교 신앙이 환경 보호에 무관심한 태도를 보이는 것과는 달리, 시우바 장관은 자신의 신앙을 정치를 단호하게 분리한다. 7월 초 또 한 번 열린 국회 청문회에서도 그는 환경 보호에 대한 강경한 입장 때문에 비판을 받았지만, 다음과 같이 말했다. “오늘 아침, 긴 기도를 올리며, 하느님께 평정과 고요를 청했습니다. 저는 평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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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 예여공(예수님과 여성을 공부하는 가톨릭 신자들의 모임. 네이버 카페 '예여공'에서 월례 모임 등 정보를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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