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화과나무 아래서
부산의 행복한공부방지역아동센터 마당에는 무화과나무 한 그루가 있습니다. 예수님은 때가 차지 않아서 무화과나무의 열매를 먹지 못해 실망하셨지만, 행복한공부방지역아동센터의 무화과나무에는 주먹 만한 무화과 열매가 주렁주렁 달려 있습니다.
제주에서 온 무화과나무는 매년 6-7월경에 열매를 맺습니다. 그 크기가 유달리 크고 당도가 높아서 아이들에게 큰 인기입니다. 아이들은 처음에는 나무에서 딴 열매를 직접 먹는 것이 낯선 일이어서 망설이곤 하였습니다. 도심에서 자란 아이들이 자연 생태계와 함께하는 경험이 많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제는 무화과나무를 바라보며 열매가 익어 가는 것을 바라보기도 하고, 열매를 따는 경쟁을 하기도 합니다. 어쩌다가 채 익지 않은 열매를 따서 낭패를 보기도 하지만, 자연 생태계가 주는 고마움을 경험하게 됩니다. 열매를 따서 친구들과 나눠 먹는 정겨움도 경험하게 됩니다. 높이 달린 열매는 새의 먹이로 남겨 놓기도 합니다. 사랑은 나눔이란 것을 배우게 됩니다.
아이들은 삶이란 생각처럼 그렇게 쉬운 것은 아니지만, 자연을 통해 열매를 맺는 삶을 배우게 됩니다. 아낌없이 자신을 내어 주는 무화과나무를 통해 사랑과 나눔의 아름다움을 배우게 됩니다. 기후 불평등으로 혹독한 무더위가 계속되는 나날이지만, 무화과나무는 열매뿐만 아니라 시원한 그늘까지 주고 있습니다. 자연이 주는 모든 것은 사랑이며, 사랑 아닌 것이 없습니다. 산과 바람과 구름으로 대변되는 자연은 우리들의 소중한 벗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장영식(라파엘로)
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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