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오 14세가 레오 13세 교황으로부터 얻은 교훈

2025-06-16     박문수

박문수 씨가 <NCR>에서 선별해 번역한 레오 14세 교종에 관한 7개 글 가운데 3번째 글을 싣습니다. 이번 글에서 교종의 신학적 배경을 가늠할 수 있습니다. - 편집자

(기사 출처 = <NCR>, 2025년 5월 12일)

(마이클 숀 윈터스 기자)

교황 레오 14세는 선출 이틀 후 추기경들과의 만남에서, 우리 시대가 교황 레오 13세 시대와 유사하다는 점을 인식하여 레오 14세라는 교황명을 택했다고 했습니다. 그는 특히  산업 사회가 제기하는 문제들을 다룬 최초의 ‘사회 회칙’ 인 '새로운 사태'를 언급했습니다.

새 교황은 “오늘날 교회는 산업 혁명과 인간 존엄성, 정의, 노동의 수호에 새로운 과제를 제기하는 인공지능 분야의 발전에 대응하여 사회 교리의 보물을 모든 사람에게 제공한다”고 말했습니다.

1878년 2월, 교황 비오 9세의 후임자를 선출하기 위해 시스티나 성당에 모인 추기경 61명은 조아키노 페치 추기경을 선출했습니다. 이유 중 하나는 그가 당시 68세였기 때문입니다. 19세기에 68세는 꽤 고령이었고, 추기경 그 누구도 그가 역사상 가장 긴 32년이나 교황직에 있을 것이라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레오 13세라는 교황명을 선택한 페치는 93세까지 살다 1903년에 선종했습니다. 요한 바오로 2세가 그보다 더 오래 교황직에 머물기 전까지 그의 재위 기간은 역대 교황 중 두 번째로 길었습니다.

교황 비오 9세는 1846년 개혁가로 선출되었습니다. 그러나 혁명으로 로마를 ​​떠나야 했던 그는 프랑스군의 도움을 받아 다시 권력을 잡았고 이내 반동주의자가 되었습니다. 그는 혁명가들에게 영감을 주었던 근대 사상을 혐오했습니다. 모든 형태의 자유주의를 파문했고, '오류 요목'(Syllabus of Errors)은 종교 자유처럼 우리가 지금은 당연하게 여기는 많은 명제를 단죄했습니다.

그러나 레오 13세는 비오 9세와 다른 길을 택했습니다. 그는 세상을 거부하는 대신 세상에 참여하기로 결심했습니다. '새로운 사태' 외에도 그의 회칙과 사도적 권고 세 가지가 특히 중요합니다. 그는 교회가 각기 다른 방식으로 현대성에 무비판적으로 참여하지 않아야 하지만, 참여는 어떤 형태로든 필요하다는 바람을 이 글들에 반영했습니다.

'새로운 사태'는 최초의 사회 회칙으로 여겨지지만, 레오 13세가 제시한 사상은 새로운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의 사상들은 성경과 교리에 확고한 토대를 두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현대 사회에 적용한 점은 새로운 것이었고, 이 적용은 선구적이라 불릴 만합니다. 레오 13세 이후 거의 모든 교황이 사회 회칙을 발표했습니다. 교황 비오 11세의 '40주년'에서부터 프란치스코 교황의 '모든 형제들'까지 그러했습니다.

사회적 동학에 대한 유물론적이고 결정론적 가정으로 분석을 시작한 마르크스주의와 달리, 레오 13세는 하느님의 모상과 본성으로 창조된 인간에서부터 시작했습니다. 특히 그는 산업 자본주의 전성기 노동자들의 곤경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그는 노동자들이 존엄하게 살 수 있도록 보장하는 최저 임금을 받을 권리를 주장했습니다. 또한 노동조합을 결성하여 자신의 권리를 수호하고 이익을 옹호할 권리도 주장했습니다. 레오는 모든 사회 관계는 공동선에 종속되어 있으며, 이 목표는 마르크스주의적 계급 투쟁이나 자본주의적 경쟁이 아니라 사회적 연대라고 주장했습니다. 마르크스주의와 자본주의에 대한 그의 비판은 가톨릭 사회 교리의 중요한 특징이 되었습니다.

사우스다코타주 미첼에 있는 성가정 성당 창문에 있는 레오 13세 교종. 그의 1891년 노동에 관한 회칙 '새로운 사태'는 가톨릭 사회 교리의 시작을 알렸다. (사진 출처 = CNS/Crosiers)

지난주, 교황 레오 14세가 선출되기 전, 아우구스티노회 중서부 관구장인 안토니 피초 신부와 통화했습니다. 그는 새 교황을 1974년 빌라노바 대학교에 재학할 때부터 알고 지냈습니다. 그는 당시 로버트 프레보스트 추기경(레오 14세 교황)에 대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교황님은 요구가 많지는 않지만, 무엇을 해야 하는지는 잘 알고 계십니다. 교리를 철저히 따르고, 가톨릭 사회 교리가 우리가 하는 모든 일에 반영되도록 노력하실 것입니다. 그분은 이를 복음 메시지로 여기십니다. 교황님은 진정한 교회의 사람입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이념적 목적으로 자주 남용되는 가톨릭 사회 교리가 새 교황의 중심 주제가 될 것이며, 이 분야에서 그의 가르침은 그가 현재 물려받은 교황의 가르침 전통에 뿌리를 둘 것이라는 결론을 내리는 것이 안전하겠습니다.

미국인들이 특히 관심을 가진 두 번째 문서는 교황 레오 13세의 사도적 권고인 '우리의 자비로운 사랑이여'(Testem Benevolentiae Nostrae)였습니다. 이 서한은 ‘미국주의’를 단죄하는 내용이었습니다. 저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이민자 탄압 정책이 제기하는 문제에 대해 미국 주교들에게 짧은 서한을 보낸 2월에 이 유명한 문서에 대해 간략한 평을 썼습니다.

"'우리의 자비로운 사랑이여'의 세부 내용 때문에 망설일 필요는 없지만, 그 문서에서 얻은 한 가지 교훈은 새 교황의 특정 문제에 대한 접근 방식에서 특히 중요할 수 있습니다. 자유주의, 교회와 국가, 그리고 수도 생활에 고유한 미덕에 대한 논의에서 충분히 유연했기에 대부분의 미국인은 ‘글쎄요, 우리는 구체적으로 비난받는 입장을 취한 적이 없습니다.’라 말할 수 있었습니다. 간단히 말해, 이 서한은 극단적 주장을 배제하는 것은 좋았는데, 미국 교회 수장이었던 제임스 기본스 추기경과 같은 성직자들의 선의의 노력까지 배제했습니다. 기본스 추기경은 명목상은 아니지만 실질적인 미국 교회 수장으로서 가톨릭을 미국적 삶의 방식에 토착화하려는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이 서한은 가드레일을 설치해 다양성을 허용했습니다."

레오 13세의 세 번째 회칙도 '영원한 아버지'(Aeterni Patris)도 주목할 만합니다. 이 회칙은 가톨릭 신학자들에게 성 토마스 아퀴나스의 원전으로 돌아가 확실한 지침으로 삼도록 촉구하였습니다. 이는 교회의 지적 사도직이 진부한 신스콜라주의에서 벗어나는 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또한, 이 회칙은 ‘환원(ressourcement) 신학적 접근’, 즉 원전으로 돌아가 그 풍부한 내용을 발견하고 당대 상황에 적용하는 것의 시발점이 되었습니다. 곧 이러한 발견은 성경과 교부들의 원전으로 확장되었고, 제2차 바티칸공의회의 신학적 토대가 되었습니다.

저는 지난주(5월 6일) 칼럼에서 이러한 역학 관계를 다루며 정치적 범주가 교회에 적용될 때 왜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지 설명했습니다. 전통주의를 표방하는 사람들은 우리의 전통이 끊임없는 개혁 전통이라는 사실을 잊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것을 성장이라 부르지요. 오직 죽은 것만 성장하지 않을 뿐입니다. 일부 개혁가들은 개혁되는 것이 ‘실리 퍼티’(점성이 있고 변형이 가능한 고무 공 장난감)가 아니라 전통이라는 사실을 잊습니다. 전통은 어떤 면에서는 확장되지만 다른 면에서는 그렇지 않습니다. 전통이 진부해지고 무반응이 되면, 우리 가톨릭 신자들은 원하는 것을 만들어 내지 못하게 됩니다. 우리는 우물로 뛰어들어 앞으로 나아갈 길을 식별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레오 13세의 회칙 '고독한 환경'(Au Milieu Des Sollicitudes)이 있는데, 이는 프랑스 교회가 공화정으로 결집하도록 독려하는 내용입니다. 프랑스 교회는 공화정 체제와 타협하는 어떠한 시도에도 크게 반대하며, 오직 왕좌와 제대(祭臺)의 결합만이 올바른 사회 질서 형태라 주장했습니다.

레오 13세는 다르게 생각했고, ‘새로운 사태’에서 그랬듯이 고대 사상을 당면 문제에 적용했습니다. 새 교황님이 이러한 경험을 통해 어떤 교황의 계획은 효과가 없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닫길 바랍니다. 프랑스 교회는 레오 13세의 초대를 거부했고, 교황의 결정뿐 아니라 제3공화정의 존재 자체도 완강히 거부했습니다. 이러한 어려움 속에서 프랑스 정부는 점점 더 반성직주의적이 되어 결국 수도회를 탄압하고 가톨릭 신자에게 다른 부담을 지우기 시작했습니다. 새 교황님께서는 행동할 책임은 있지만, 자신의 결정이 성공할 것이라 기대할 권리는 없다는 점을 기억하시길 바랍니다. 성공은 복음적 범주가 아닙니다.

레오 14세는 앞으로 자신의 교황명 선택에 대해 더 자세히 이야기할 것입니다. 하지만 앞으로 교회를 이끌어 갈 방향을 모색하면서, 그는 같은 이름을 가진 전임 교황에게서 세상을 피하지 않고 세상과 소통하며, 우리 전통의 정수를 우리 시대의 문제와 희망에 적용하려는 성향을 엿볼 수 있습니다. 레오 13세는 모든 교황에게, 특히 세계 교회의 무게가 그의 어깨에 얹혀지는 지금, 같은 이름을 가진 교황에게 훌륭한 지침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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