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수 유통만이 새만금 살리는 길

주교회의 생태환경위원회 정기 심포지엄

2025-06-09     정현진 기자

5월 30일 주교회의 생태환경위원회가 '기후위기 시대, 새만금의 지속 가능한 미래를 묻다'를 주제로 정기 심포지엄을 열었다.

전주교구 치명자산 성지 평화의 전당에서 진행된 심포지엄(학술 토론회)은 새만금 해수 유통 문제와 새만금 갯벌의 생태적 가치, ‘찬미받으소서’를 통해 본 새만금의 지속 가능한 미래에 대한 발표와 토론이 이어졌다.

1991년 새만금 방조제 착공 뒤, 30여 년간 수많은 찬반 논쟁이 끊이지 않고 있고는 '새만금 사업'은 수질 오염과 생태계 파괴, 지역 소멸이라는 결과를 불러왔다. 약 15조 예산을 투입했지만 수산업에서만 18조의 피해를 가져오고 있어 여전히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

2020년 5.6급수로 나빠진 새만금 수질 개선을 위해 일시적 해수 유통이 결정된 뒤, 일정 정도 수질 개선이 되면서, 죽어 가는 새만금 생태계를 회복하는 길은 막혀 있던 물길을 여는 것임을 확인하고 있다.

권봉오 교수는 갯벌 1세제곱미터 속에는 약 200개 개체가 살고 있고, 이는 상당히 높은 서식 밀도라며, 사업 이후 새만금에서는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생명이 죽어 갔다고 말했다. ⓒ정현진 기자

전북민 해수 유통 찬성 70퍼센트 이상
민심 변화에 따른 행정적 변화는 왜 없나

“새만금 해수 유통 확대” 필요를 역설한 오창환 교수(전북대학교 명예교수)는 “현재 수질 측정 대상은 상부층이며, 상부와 하부층이 순환되지 않아 하부층 오염이 훨씬 심각한 상태”라고 설명하고, “새만금호 내 하부에 무산소층이 형성되면 심각한 오염이 일어나며, 이 경우 수질 개선 대책은 해수 유통뿐”이라고 말했다.

“전북도민의 삶에 엄청난 선물”이었던 새만금 지역이 망가지면서 생태계 파괴, 환경 오염뿐 아니라 경제적 피해 또한 컸다. 방조제 완성 전 전북의 1차 수산업 연생산량은 전남의 3분의 1, 충남의 1.5배였다. 그러나 방조제 완성 뒤, 생산량은 전남의 10분의 1, 충남의 3분의 2가 됐다. 오 교수는 이전의 생산 비율 유지를 가정하면, 전북은 지난 30년간 약 10조 원 피해를 봤고, 그 피해량은 점점 늘어나고 있다고 지적하고, 이를 “2, 3차 산업 피해와 관광객 이탈, 즉 지역 주민들의 삶을 심각하게 침해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해수 유통에 대한 지역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해수 유통을 찬성하는 비율은 70-80퍼센트다. 그러나 이러한 민심 변화에 따른 행정적 변화가 없고, 사업 결과에 대해 누구도 책임지지 않고 있다.

오 교수는 “해수 유통 확대를 통한 자연과 인간의 조화로움 속에 새만금 이익 최대화를 통한 생태적 회개가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해수 유통은 새만금호 상층과 하층 모두의 수질 개선, 생태계와 수산업 복원, 관광 활성화, 조력 발전에 따른 재생에너지 확보, 기후 변화 대응”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말했다.

새만금, 세계 하나뿐인 가치 지닌 갯벌

'새만금 갯벌의 생태적 가치와 기후위기 해법'을 말한 권봉오 교수(국립군산대학교 새만금환경연구센터장)는 “전 세계 5대 갯벌 중 하나인 한국의 서해, 남해 갯벌은 세계 2대 갯벌, 나아가 전 세계 유일의 갯벌이라고 할 만큼, 해양 환경 및 해양생물 다양성과 그 기능 측면에서 최고이며, 일차 생산력 역시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말했다.

해양과학자 연구 성과 국제 인증에 따르면, 한국의 갯벌의 생태계 서비스 가치는 연간 18조 원에 달한다. 서남해안 갯벌 5곳은 해양생물 다양성, 지질학적 특이성, 철새 기착지로서의 가치도 가지고 있다. 권 교수는 “그런 갯벌이 사라지고 있고, 지난 40년간 대략 절반의 갯벌이 소실됐다. 가장 넓은 단일 갯벌인 새만금 역시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기후 위기 시대, 해양 환경의 중요성 가운데 하나는 지구상에서 배출되는 탄소 총 399억 톤을 해양에서 92억 톤 흡수한다는 것이다. 육상 산림이 흡수하는(그린 카본) 탄소량은 125억 톤으로 더 많지만, 해양에서 흡수하는(블루 카본) 양이 비슷한데도 중요한 까닭은 삼림보다 면적이 좁아도 탄소 저장 총량은 비슷하며, 침적 속도는 최대 50배 빠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의 갯벌(약 2500 제곱킬로미터) 탄소 저장량은 1300만 톤, 탄소 저장율은 연간 26만 톤이 된다.

권 교수는 “갯벌은 기후위기 시대, 탄소 흡수를 위해서라도 보호해야 하고, 결국 우리의 희망은 바다뿐이다. 대안은 개발의 시대에서 보존과 복원으로 가는 것이다. 그래야만 우리가 살 수 있는 길이 있다”라고 마무리했다.

5월 30일 전주 치명자산 성지 평화의 전당에서 주교회의 생태환경위원회가 정기 심포지엄을 열었다. ⓒ정현진 기자

갯벌은, 어느 개인이 소유할 수 없는 공동의 것

2003년부터 삼보일배를 하며, 새만금 살리기 운동에 투신해 온 문규현 신부는 ‘찬미받으소서’의 통합생태론을 통해 새만금의 지속 가능한 미래를 묻고, 삶과 생명, 미래의 길을 호소했다.

“우리 모두는 새만금 갯벌이라는 생명 공동체의 덕에 힘입어 살아왔습니다. 우리에게 매일의 생명이 되어 주는 존재들과 이를 전해 주는 어민들 덕분에 우리가 살아온 것입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모두 새만금 생명 공동체의 일원입니다.”

“새만금 사업의 여러 문제를 통합적으로 성찰해 보는 것만으로도 이미 이 사업의 전면적 재검토와 방향 전환의 필요성이 분명하게 드러난다”는 문 신부는 “그러나 우리가 나아갈 방향을 재정립하기 전에 우리 자신의 변화가 먼저 일어나야 한다”며, “우리가 하나의 생명 공동체를 이루고 있고, 서로에게 의존하면서 미래를 함께한다는 인식이 있어야 미래를 향해 나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통합생태론의 깊은 내적 회개를 강조한 그는 2003년 ‘삼보일배’의 기억을 떠올리며, “삼보일배 수행은 새만금 갯벌에 대한 시민들의 생각을 바꾸는 데 일조했지만 환경 운동의 방향에도 영향을 주었다. 기술관료적 패러다임(체계)의 공세에 대항하는 다른 시각, 사고방식, 정책, 교육 계획, 생활 양식, 영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갯벌은 어느 개인이 소유할 수 없는 공동의 공간입니다. 그래서 지역 주민들이 함께 일하고, 돌보고 갯벌의 생태계와 갯벌을 토대로 하는 독특한 공동체 문화와 역사를 보존할 수 있었던 겁니다. 갯벌에서 조개를 캐는 갯벌 어부와 관련된 생산, 노래와 신앙 또는 놀이 등 우리나라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공동체 문화, 바로 이런 것들입니다.”

문규현 신부는 새만금을 살리는 첫걸음 ‘상시 해수 유통’은 공동선의 원리에 부합하는 일이며, ‘수라갯벌’ 보전은 세대 간 정의의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생태계에 관심을 기울이는 이유는 그 합리적 활용 방법을 찾기 위해서만이 아니다. 그 효용과는 별도로 생태계가 이미 고유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고 강조하고, “그러므로 지속 가능한 이용을 언급할 때에는 개별 생태계의 재생력을 그 다양한 영역과 측면에서 논의하는 것도 포함시켜야 한다”고 제안했다.

문 신부는 “다음 세대를 생각할 때, 우리가 물려주고 싶은 세상에 대해 스스로 질문해 봐야 한다”면서, “우리는 어떤 목적으로 사는가, 우리가 세상에 온 목적은 무엇인가, 우리는 무엇을 위하여 노력하는가, 지구는 왜 우리를 필요로 하는가라는 근본적 질문을 치열하게 다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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