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인들, SPC 산재 사망 노동자 추모와 책임자 규탄
- 2022년 10월 10월 평택 SPL 제빵공장 20대 노동자, 소스 교반기 점검 중 기계에 끼어 사망. 같은 달, 성남 샤니 제빵공장 40대 노동자, 손가락 절단.
- 2023년 7월 삼립 샤니 제빵공장 50대 노동자, 기계 오작동으로 손가락 골절. 8월, 50대 노동자, 반죽기계에 끼인 뒤,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이송, 치료 중 사망.
- 2025년 1월 평택 SPL 제빵공장 50대 노동자, 기계 청소 중 오른손 세 손가락 절단.
SPC 계열사, 삼립과 샤니 제빵공장에서 지난 4년간 일어난 노동자 사상 사고 일부다. 그리고 지난 5월 19일 새벽 3시경, SPC 시흥 삼립 공장에서 50대 여성 노동자가 컨베이어 벨트 윤활유 작업 중 손이 걸려 들어가면서 상체가 기계에 끼어 사망하는 사고가 다시 발생했다.
시민들의 SPC 계열 식품 브랜드 불매 운동, 시민 단체의 허영인 회장 고발, 정치권의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에 대한 목소리가 이어지는 가운데, 27일 종교계가 'SPC 산재사망 노동자 추모와 살인기업 SPC 규탄' 기자 회견을 열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 대한불교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교회와사회위원회 등 3개 종단 단체는 서울 서초구 양재동 SPC 그룹 본사 앞에서 “끊임없이 이어지는 산재 사건은 단순 산업 재해가 아닌 사회적 타살임을 고발하며, 기업의 책임 있는 조치와 정부의 엄정한 대응”을 촉구했다.
벌써 세 차례의 산재 사망 사고가 일어났지만 처벌과 제대로 된 수사, 사측의 책임, 재발 방지 대책 그 어느 것도 이뤄진 것이 없다. 2022년 평택 SPL 공장 사망 사고 당시, SPL 강동석 대표는 1심에서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았다. 2023년 성남 샤니 공장 사망 사고는 2년째 검찰 송치도 이뤄지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또다시 산재 사망 사고가 일어난 데에 종교 단체는 “같은 비극이 되풀이되고 있는 현실은 기업의 무책임과 생명 경시 문화를 여실히 드러낸다”면서, 실질적 책임자인 허영인 회장이 계열사 대표 뒤에 숨어 법적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공동 입장문에서 “반복적 노동자 사망 사고에 대한 책임이 있는 허영인 회장의 사퇴, 허영인 회장을 비롯한 경영진에 대한 정부의 중대재해처벌법 엄중 적용, 그룹 차원의 실효성 있는 근본 대책 수립과 공개, 중대 재해에 대한 고용노동부의 수사 진행, 송치 관련 상황 공개와 최고 책임자 수사 및 처벌”을 요구했다.
이들은 “이 죽음은 기업의 탐욕, 정부의 무관심, 우리 사회 전체의 침묵으로 가능한 것이며, 그래서 SPC를 살인 기업이라고 불러도 전혀 무관하지 않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종교의 가르침과 도리를 따라, 고통받고 살해당하는 노동자 편에서 책임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기자 회견에서 김시몬 신부(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장)는 “사람이 살기 위해서 먹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우리가 얻은 것을 통해 세상을 더 아름답게 바꿔야 한다. 특히 살려고 일하는데 일하다가 죽는다는 것은 결코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연재해나 질병, 기근으로 많은 사람이 죽은 과거와 달리, 대량 생산으로 먹을 것이 넘쳐나는 이 세상이 누군가의 희생으로 돌아간다는 것은 분명히 잘못된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3년 전 SPC 대표는 재발 방지를 약속했지만 똑같은 사고가 반복된다는 것은 잘못된 판단과 방법으로 대처했거나 시늉만 한 것에 불과할 것이라며, “(사측은)더 이상 사람들을 속이지 말라. 하느님이 바라는 것은 힘을 가진 특정 몇 사람만의 행복이 아니다. 밤새도록 쉬지 않고 만든 빵은 누구를 위한 빵인가”라고 물었다.
“이번에 운 좋게 내가 아니었던 것이다. 그다음은 내가 될 까봐 너무 불안하다”
임종인 지회장(민주노총 파리바케트지회)은 SPC의 노무 관리와 노동조합 상황을 밝히고, “지난 허영인 회장의 구속은 중대재해처벌법이 아니라 노조파괴 혐의 때문이었으며, 따라서 중대재해처벌이 실효성이 없다는 주장은 SPC에 해당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SPC에는 “클린 작업장, 청정 구역”이라는 말이 있고, 이는 안전이나 위생에 관련된 것이 아닌, “민주노총 조합원이 없는 사업장, 노조원을 탈퇴시킨 지역”이다. 사측의 “클린 작업장”이라는 목표는 평택, 시흥, 안양의 제빵 및 관련 공장은 물론 배송 회사까지 적용된다.
그는 “노동 환경을 바꾸기 위해 목소리를 내는 노조를 문제 인원으로 찍어 버리는 상황에서 힘들거나 위험해도 말 한마디 못하고 일해야 하는 노동 현장의 위험성은 당연하다”면서, “회사에 이용되는 노조가 제대로 역할을 하지 않고, 오히려 산재 사실을 덮고 노동자의 목소리를 누르는 것에 앞장서고 있는 현실에서 사고는 언젠가 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임 지회장은 언젠가 자신도 산재 사고를 당할까 봐 불안하다는 노동자의 말은 현실이 되어 가고 있다면서, 허영인 회장에게 “반복된 사고가 SPC 모든 노동자의 트라우마(사고 후유 장애)가 되고 있다. 조합원 없는 청정 지역이 아니라 사고 없는 청정 지역, 건강한 노사 관계를 책임지고 만들라”고 촉구했다.
“죽음을 봤지만 못 본 척하며 만든 빵으로, 회사는 더욱 성장했다”
김민정 운영위원장(김용균재단)은 지난 노동자들의 죽음 앞에서 사측은 안전 비용을 약속했고, 시민 사회는 그 돈이 얼마인가가 아니라 어디에 어떻게 쓰일 것인지를 물었다고 말했다. 그는 “기업의 안전 비용이라는 것이 정말로 위험을 예방하는 데에 쓰이는지 관리하고 감독할 사회적 기구가 필요하다고 요청했지만, 오늘까지 우리는 그 돈이 어떻게 쓰였는지 모르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4년간 SPC에서는 산재 사고 570여 건이 있었고, 세 명이 목숨을 잃었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그동안 어떠한 조치도 하지 않았다는 것이라며, “사업상 필요할 때만 경영 책임자인 이들은 이제 그 허울을 벗어야 할 때가 왔다. 그러나 중대재해처벌법이 제대로 적용되지 않는데도 그 효과가 없다거나 없애야 한다는 이상한 주장들만 나오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노동자들의 안전은 줄여도 되는 지출 비용이 아니며, 노동자들의 목숨은 그 수많은 비용을 다 준다고 해도 살 수가 없다는 것을, 의무와 책임을 다하지 못하면 그 자리에서 내려와야 한다는 것을 중대재해처벌법 강화를 통해 이야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자 회견을 마치고 종교 단체 대표자들은 SPC 허영인 회장에 사과와 법적 책임을 촉구하는 입장문을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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