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의 뜻 함께 이어 가겠다" 각 종단 애도 메시지
주님 부활 대축일 다음 날인 21일 오전 7시 35분(현지 시각) 제266대 교종 프란치스코가 삶을 마쳤다.
교종의 선종 소식에 전 세계 시민과 한국 각계의 애도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각 종단도 애도 메시지를 전했다.
먼저 천주교 주교회의 의장 이용훈 주교는 2014년 프란치스코 교종 방한 당시, 교종은 특히 한반도와 전 세계의 희망과 평화 지킴이로서 한국 교회의 역할를 강조하고, “가난한 이들을 비롯한 소외된 이들에게 우선적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당부한 것을 기억했다. 또 “우리나라에서 여러 끔찍한 사회적 참사가 발생할 때마다 마음 아파하며, 희생자는 물론 유가족과 더 넓게는 우리나라 국민 모두를 위로했다. 이러한 연대로 예수 그리스도의 희생적 사랑을 구체적으로 보여 주셨다”며 감사 인사를 했다.
이 주교는 “교황은 지상 생활의 마지막 여정을 하느님 섭리에 오롯이 내맡기면서도 끝까지 세상에 관심을 두며 전쟁과 반목이 없는 온전한 평화를 염원했다”며, “한국 천주교회의 모든 구성원은 프란치스코 교황님을 뵐 수 없음을 슬퍼하면서도 주님 품 안에서 편안히 쉬실 교황님을 생각하며 기쁨으로 보내 드린다”고 애도했다.
개신교, 불교, 원불교도 애도문을 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는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을 위한 사랑과 정의의 복음을 삶으로 살아내셨던 교황 프란치스코의 선종 소식을 접하며, 깊은 슬픔과 아쉬움을 금할 수 없다”며, 깊은 상실을 겪고 있을 세계 가톨릭 공동체 모든 이에게 위로를 전한다고 밝혔다.
협의회는 프란치스코 교종이 세계교회협의회(WCC) 신앙과직제위원회와 협력해 가톨릭과 개신교 간 화해와 일치에 깊은 헌신을 보여 준 것은 “전 세계 에큐메니칼(교회 일치) 운동의 귀중한 유산으로 남을 것이며, 다양한 전통의 교회들이 하나의 몸을 이루는 데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2024년 12월, 한국그리스도교신앙과직제협의회와 함께 진행한 '생명과 평화의 길: 한국 그리스도인의 일치 순례' 여정은 잊을 수 없는 은총의 시간으로, “이 순례는 단순한 방문이 아닌, 사랑과 연대, 생명과 평화의 복음이 살아 숨 쉬는 교회 일치의 신학적 순례였으며, 교황님과의 만남은 일치를 향한 그 여정에 깊은 감동과 영적 울림을 더해 주었다”고 말했다.
또 교종을 “이주민과 난민, 가난한 이들과 고통받는 이들의 벗이 되어 주었고, 정의와 자비의 목소리로 사회와 교회를 향해 예언자적 사명을 감당했으며, 신학적 담론에서뿐 아니라, 일상의 언어와 실천을 통해 그리스도의 사랑을 몸소 증거했다”고 기억하고, 교종의 사제적 영성과 목회적 헌신은 모두의 가슴에 깊이 새겨질 것이라고 전했다.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은 “교황께서는 종교의 경계를 넘어, 겸손과 자비로 인류의 고통을 함께 나누신 분이었으며, 높은 자리에서 낮은 이들을 살피시며, 평화와 연대의 가치를 몸소 실천하셨다”며, 선종이라는 비보에 깊은 슬픔에 잠긴다고 애도했다.
진우 스님은 2014년 교종 방한 당시, 평화와 화해를 위한 미사에서 "삶이라는 길을 함께 걷자”며 종교간 화합의 길을 밝혀 주고, 불교와 인연을 맺고 따뜻한 우정을 나눴다"면서, “큰 별이 지고 세상은 다시 어두워졌지만, 교황께서 남기신 사랑과 헌신의 길은 우리 모두의 마음에 남아 있다”고 말했다.
원불교 왕산 성도종 종법사는 “교황은 평생 인류의 평화와 사랑, 자비와 포용을 실천하신 위대한 영적 지도자였으며, 종교 간 경계를 넘어 상호 존중과 대화, 연대의 길을 열어 주었다”면서, “특히 한국을 방문해 한반도 평화와 화해를 기도한 모습, 종교 지도자들에게 평화와 비폭력의 길을 함께 걸어가자 하신 말씀을 오래 기억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프란치스코 교종의 영전에 깊은 경의를 표하며, 슬픔에 잠긴 성직자, 수도자, 평신도에게 진심 어린 위로를 전했다. 종법사는 “인류 공동체의 조화와 상생, 평화 실현을 위해 앞으로도 계속 연대할 것이며, 교황의 숭고한 뜻이 인류 사회와 모든 신앙인의 가슴에 영원히 남아 평화와 화합의 길을 밝히는 등불이 되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1936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이탈리아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난 프란치스코 교종(호르헤 마리오 베르골료)은 22살인 1958년 예수회에 입회하고 1969년 사제품을 받았다.
1992년 주교품을 받고 2001년 추기경에 서임됐으며, 2013년 제266대 교종에 선출돼 ‘프란치스코’라는 이름을 선택했다. 프란치스코 교종은 재위 12년 동안 전 세계 70여 개국을 찾았고, 선출 직후부터 마지막까지 쫓겨나고 소외된 이들, 분쟁에 희생된 이들을 생각하고 평화를 촉구한 연민과 평화, 자비의 교종었다.
선출 전 “자기중심적 교회는 예수 그리스도를 자신 안에 가두고 그분이 밖으로 나가시지 못하게 한다”고 했던 그는 첫 권고 ‘복음의 기쁨’에서 “거리로 나와 다치고 상처받고 더럽혀진 교회”가 될 것을 호소하기도 했다.
평생 교회의 밖에서 교회의 핵심을 살았던 프란치스코 성인처럼, 프란치스코 교종은 난민과 이주민, 노숙인, 성소수자, 재소자, 여성, 갈등과 분쟁 지역의 눈물 흘리는 이들을 항상, 그리고 평생 기억하며 함께했다.
프란치스코 교종은 회칙 4편, 권고 7편을 비롯해 자신이 반포한 공식 문헌들에서 기쁨, 자비, 생태적 회개, 형제애 실천을 강조했다. 특히 생태 회심으로 불리는 ‘찬미받으소서’는 가톨릭을 넘어 전 세계 많은 이의 환호를 받았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 정신을 계승하려는 의지는 ‘시노달리타스’(함께 걷기)-모두가 함께 걷는 여정의 길-를 제시했고, 이는 교종의 유업이 되었다.
하느님 안에서 희망과 평화를 향한 거침없고 확고한 그의 행보는 폐렴 증상을 겪으면서 잠시 멈췄지만, 3월 23일 로마 제멜리 병원에서 퇴원한 뒤, “안정을 취해야 한다”는 의료진들의 요청에도 교종으로서의 자리를 끝까지 지켜 냈다.
교종은 4월 20일 주님 부활 대축일에 마지막 강론과 "평화" 메시지를 전하고, 21일 아침 영원히 우리의 곁을 떠나 하느님의 품에 안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