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책] "비아토르","성모님께 바치는 찬가들","세속,민주주의,성스러움","영적 식별","한동일의 라틴어 필사 노트"

2025-04-21     김지환 기자
“비아토르”, 김용해, 생활성서사, 2025. (표지 제공 = 생활성서사)

길 위의 인간, 철학자 사제의 산티아고 순례기 “비아토르”, 김용해, 생활성서사

‘비아토르’는 ‘길 위의 인간’을 뜻하며, 참자신이 되기 위해 길을 걷는 인간의 자각을 드러낸다. 저자 김용해 신부는 생장 피에 드 포르에서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까지 ‘프랑스 길’이라 불리는 산티아고 순례길과 묵시아까지 29일간 800여 킬로미터를 걸으며 길 위에서 자신과 대면한다. 길에서 만난 자연과 사람들 그리고 자신의 감정을 통해 스스로를 돌아보고, 참자아를 찾기 위한 과정이 일생의 순례임을 깨닫는다. 이 책은 그 기록의 산물이며, 길 위의 고통과 슬픔으로 정화된 영혼의 기록이다.

걸으며 많은 사람을 만나고, 그들에게 감동과 위안을 얻기도 하지만, 때로는 그들로 인해 부정적 감정에 빠지기도 한다. 목적지에 이른 뒤에도 인생 여정을 이어 가기 위해 일상으로 돌아가는 준비가 필요하다는 것을 저자는 몸소 체험한다. ‘순례길은 인생의 축소판’으로, 순례길은 같은 길을 걷더라도 그 길을 걷는 각자에게 유일한 체험이 되고, 동시에 그 걸음은 다른 이와 상호 작용함으로써 변하여 자신의 삶이 '되어 가는' 과정이 된다.

“오늘 마드리드에 도착할 때까지는 모든 것이 순조로운 듯 보였다. 어제의 갑작스런 지연 사건으로 연결 항공편을 놓쳐 모스크바에서 하룻밤을 자고, 언어 소통이 어려운 가운데 한국인 그룹을 이끌고 무사히 이튿날 탑승함으로 해서 액땜을 했거니 생각했다. 그러나 우연한 상황은 계속될 것이며, 모든 것을 그분께 맡기고 여행을 하는 것이 순례의 의미가 더 클 것이라 생각했다.”(25쪽)

“성모님께 바치는 찬가들”, 코스탄테 베르셀리, 제오르제스 가리브 엮음, 이인섭 옮김, 가톨릭출판사, 2025. (표지 제공 = 가톨릭출판사)

“성모님께 바치는 찬가들”, 코스탄테 베르셀리, 제오르제스 가리브 엮음, 가톨릭출판사

이 책은 동방 교회와 서방 교회의 찬가 97편과 그에 관한 설명을 함께 실었다. 성모 찬가가 교회 전례에서 어떤 역할을 해 왔는지, 각 시대의 역사, 문화 배경 속에서 성모님을 어떻게 찬미해 왔는지 살펴본다.

431년 에페소 공의회를 기점으로 성모의 생애를 기념하는 축일이 제정되면서 성모 신심이 전례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되고, 성모를 찬미하는 다양한 찬가가 생겨났다. 이 책에는 마니피캇, 비잔틴 전례에서 전해 내려오는 성모 찬송, 라틴 교회의 성모 찬미가, 중세 수도원의 기도문, 성모 승천 대축일 찬가, 그리스 및 콥트 전례의 성모 성월 찬가 등, 다양한 시대와 문화에서 불린 노래와 기도들을 담았다. 성모 신심이 시대와 지역을 초월해 교회의 공통된 신앙 요소였다는 것을 알 수 있고, 교회 전례와 신학 안에서 어떻게 발전해 왔는지도 확인할 수 있다.

가톨릭교회에서는 성모를 하느님의 뜻에 온전히 순종한 믿음의 모범이자, 인류 구원을 위해 자신을 내어 맡긴 첫 번째 신앙인으로 공경한다. 단순한 존경심이 아니라 신앙의 길 안내자로서, 신앙 여정에서 본받아야 할 이로 바라본다. 성모 성월을 지내고, 묵주 기도와 찬미가를 바치며 전구를 청한다. 그러한 성모 신심은 음악이나 시, 그림 등 예술 표현을 통해 더욱 깊이 자리 잡아 왔다.

“세속, 민주주의, 성스러움”, 조정수, 소명출판, 2025. (표지 제공 = 한티재)

“세속, 민주주의, 성스러움 - 현대 한국 정치와 가톨릭교회”, 조정수, 소명출판

1945년 해방 이후 초대 대한민국 정부 수립부터 최근 코로나19 사태에 이르기까지, (넓은 의미에서) 종교 요인은 현대 한국의 정치, 사회 및 문화 변동의 주요한 기제와 변수로 작동했다. 현대 한국 사회의 심층을 이해하려면 종교사회학적 논의를 해야 한다. 이러한 문제의식 아래 저자는 조정수 씨는 사회 운동과 민주화라는 주제에서, 현대 사회 이해의 인식적, 분석적 지평을 종교사회학적으로 넓히고 있다.

특히 종교 연구에 있어 종교와 사회 연구 방법론을 공간적 접근으로 전환하고, 종교 공간에 대한 분석틀을 한국의 역사 사회적 맥락에 대입해 활용했다. 종교적 공간은 인간의 역사적이고 사회적 산물로서 지점과 건물은 인간의 노력 없이 성스러운 종교 공간으로 홀로 설 수 없다. 어떤 장소는 역사적, 사회적 맥락 속에서 성스러운 의미를 부여할 때 종교적 공간이 된다.

저자가 채택한 종교 공간이라는 분석틀은 한국 민주화 운동에서 가톨릭의 저항이 활기를 띠고, 상대적으로 주목받게 된 요인을 설명할 수 있다. 명동 성당을 1970년대와 1980년대 한국 사회운동에서 천주교의 역할을 탐구하는 렌즈로 삼아, 사회 운동의 다양한 국면에서 명동 성당의 종교공간성과 상호 작용한 행위자, 조건, 요소들을 살펴보고 있다.

“영적 식별 - 신학, 역사, 실천”, 마누엘 루이스 후라도, 박일 옮김, 가톨릭대학교출판부, 2025. (표지 제공 = 가톨릭대학교출판부)

“영적 식별 - 신학, 역사, 실천”, 마누엘 루이스 후라도, 가톨릭대학교출판부

이 책은 2010년 출간한 초판의 개정판이다. 독자가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희랍어 단어나 문자의 기본 뜻을 넣었고, 라틴어 인용 구절은 번역을 실었다.

저자 마누엘 루이스 후라도 씨는 예수회원과 사제의 양성자 및 교사로서 로마 예수회 역사 연구소에서 연구 생활을 했다. 로마 그레고리오대학교 영성대학원 영성사 및 영성 신학 교수로 일했고, 영성대학원장을 역임했으며, 은퇴 뒤에도 시성부 자문 위원으로 활동했다.

이 책에서 오늘날 그리스도교 생활, 영성 생활, 사도직과 교회에서 부각시켜야 할 ‘식별’을 소개하고 있다. 성경 본문에 바탕을 둔 탄탄한 신학적 성찰을 제공하면서, 가톨릭 영성에 기여한 교의를 높이 평가하고, 이를 철학과 심리학의 최신 연구로 조명했다. 저자의 관심은 ‘영들의 식별’에만 머물지 않는다. 오히려 시대 징표, 교회 생활 속에서 카리스마, 교리, 예언 등 성경에서 암시하는 식별 분야로 향한다. 영적 식별의 역사와 신학을 전개할 뿐 아니라 그리스도교 생활을 다양한 분야에 적용하는 데 필요한 기준을 제시한다. 따라서 이 책은 영성사 연구자와 신학자들, 영적 지도나 영신 수련 지도자들에게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한동일의 라틴어 필사 노트”, 한동일, 이야기장수, 2025. (표지 제공 = 한티재)

“한동일의 라틴어 필사 노트”, 한동일, 이야기장수

바티칸 교황청 대법원 ‘로타 로마나’ 700년 역사상 한국 및 동아시아 최초 변호사이자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라틴어 전문가인 한동일 씨가 라틴어 필사 노트를 펴냈다. 그가 평생을 거듭해 온 ‘라틴어 필사’는 가장 적극적이고도 필사(必死)적 공부와 수행, 그리고 간절한 기도였다.

성 아우구스티누스, 오비디우스, 세네카 등 희대의 라틴어 명문장가이자 철학자들의 잊을 수 없는 라틴어 문장은 물론, 평생 노예 신분으로 살다가 극적으로 로마의 시인 및 철학자로 거듭난 뒤, 촌철살인으로 당대 로마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푸빌리우스 시루스의 격언들, 그리고 김대건 신부와 함께 조선의 두 번째 신부로서 유학했으나 조선으로 돌아와 숱한 핍박과 고뇌와 과로 속에 숨을 거둔 최양업 신부가 바다 너머의 사제들에게 띄워 보낸 절절한 라틴어 서한 속 문장들이 저자의 오래된 노트 위에 펼쳐진다.

고대 로마인들의 지혜에서 고립된 수도자가 세상의 경계와 압력을 깨뜨린 외침, 거대한 인생의 시름과 고통을 가볍게 비틀어 웃음으로 치환하는 문장에 이르기까지, 이 책에는 지난한 삶을 단단히 버티게 해 주는 철학과 명문장이 그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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