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너머,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하는가
의정부교구 정의평화위원회 감사 미사, "분열 넘어 희망으로"
의정부교구 정의평화위원회는 ‘탄핵’을 하나의 끝이 아닌 성찰의 출발점으로 삼자며, 7일 저녁 ‘탄핵 너머 성찰, 청원 그리고 감사’를 주제로 주교좌 의정부 성당에서 미사를 봉헌했다.
지난 4일 11시 22분, 헌법재판소는 윤석열 대통령 파면을 선고했다. 이 결정은 지난해 12.3 비상계엄으로 촉발된 정치 갈등의 정점에서, 민주주의의 마지막 안전 장치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 주었다.
이날 미사는 4개월여 동안 혼란했던 탄핵 정국을 돌아보며, 그 너머의 깊은 상처와 과제를 신앙으로 품고 응답하려는 공동체의 기도였다. 교구 사제 15명을 비롯해 평신도와 수도자 약 150여 명이 참여했다. 이석재 신부(주교좌 의정부 성당 주임사제)가 주례하고, 최재영 신부(의정부교구 정의평화위원장)가 강론했다.
최재영 신부는 강론에서 특유의 상징으로 탄핵 이후, 신앙인들이 걸어가야 할 길을 연결해 냈다. 그는 광장에서 촛불을 들고 함께 울고 노래했던 이들을 “패배감과 체념의 들것을 들고 일어난 이들”로 묘사하고, 요한 복음 5장에서 38년 된 병자에게 예수님이 던진 질문을 오늘의 우리에게도 그대로 전했다. “낫기를 원하느냐?” 이 물음은 단지 병든 자에게가 아니라, 민주주의의 절망과 냉소에 젖은 사회 전체를 향한 것이면서, 새로운 민주주의의 길을 향해 걸어가야 한다는 주문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탄핵이라는 ‘봉우리’에 올라섰지만, 김민기 선생의 노래 ‘봉우리’처럼, 그저 야트막한 고갯마루였을 뿐입니다. 저 너머에는 또 다른, 더 높은 봉우리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고, 우리는 묻게 됩니다. ‘우리는 무엇을 보러 이곳에 올라왔는가? 그 너머엔 무엇이 있을 것이라 기대했는가?’”
이날 미사에서 신자들에게 선물로 나누어 준 ‘응원봉’에 적힌 문구들, “탄핵 너머, 하느님나라”, “탄핵 너머, 평화”, “탄핵 너머, 탈핵”이 신앙 고백이 되었다. 이 말들은 교회가 지금 이 시대에 해야 할 선택을 상징했다.
최 신부는 “우리 모두는 광합성을 하는 그리스도의 잎사귀들”이라며, “빛을 받아 정의, 평화, 사랑이라는 열매를 맺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신자들에게 “당신이 모든 권한을 가진다면 무엇을 하겠는가?”라고 물으며, “이제는 검찰 개혁, 사법 정의, 언론의 책임,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비롯해 우리 사회의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 소수자들과 함께 사회 전반의 회복이라는 시대적 과제를 신앙으로 끌어안아야 할 때”라고 호소했다.
이날 기도에서도 깊은 사회적 성찰을 담았다. 신자들은 한목소리로 "민주주의 회복과 새로운 대한민국의 희망", "전쟁과 폭력으로 고통받는 세계의 평화", "세월호·이태원·제주항공 참사 등 재난과 참사로 상처받은 이들"과 "이주민·난민·성소수자·비정규직 노동자 등 사회적 약자들의 존엄", "고통받는 지구 생계"를 위해, 그리고 "교회 공동체가 세상의 고통 속에서 하느님나라를 살아가도록" 은총을 청했다.
이번 시국 미사는, 모두 하나되어 파편화된 현실 속에서 교회가 사회적 징표로서의 사명을 되새기는 자리였다. 고통받는 이들과 함께 기도하고, 그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복음의 빛을 세상 속에 구체적으로 살아내려는 작은 실천을 함께 새롭게 다짐했다.
한편, 서울대교구 정순택 대주교는 7일 ‘분열의 시대에 필요한 것은 사랑’이라는 국민 통합 메시지를 발표했다. 그는 “탄핵 심판 결과에 실망하거나 분노하는 이웃들의 마음을 헤아리고 그들의 상처를 보듬어 주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성숙한 시민의 모습”이라며, “우리가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서로에 대한 적대감과 증오가 확산하는 것”, “승자와 패자를 나누고 상대방을 비난하거나 조롱하는 행동은 우리 사회의 화합을 더욱 어렵게 만들 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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