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시노드 교회를 이루어 갈 것인가'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 총회 이행 위한 연구 세미나 열려

2025-04-03     경동현 기자

지난 3월 28일 '어떻게 시노드 교회를 이루어 갈 것인가' 세미나가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대강당에서 열렸다.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 총회 3년 여정을 돌아보고, 구체적 실천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연구 세미나다.

세미나에 앞서 열린 주교회의 춘계 정기 총회에서는 프란치스코 교종이 3월 11일 승인한 시노드 이행 단계 동반과 2025-28년의 평가 과정을 논의하고, 주교회의 시노드 팀과 교구별 시노드 팀을 구성하기로 했다. 주교회의 대표 주교는 정순택 대주교로 확정했다.

바티칸 시노드 사무처는 3월 15일 각국 주교회의에 보낸 공문에서 시노드 이행에 지역 교회의 역할을 특별히 강조했다. 지역 교회는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 총회 '최종 문서'에 표현된 방향성을 지역 문화와 공동체의 필요에 맞게 적절히 조정하여 ‘수용’하고, 이를 다양한 교회적 맥락에서 조화"시켜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3년 과정은 올해 6월부터 2026년 12월까지 지역 교회들의 시노드 이행 단계를 거치고, 2027년 전반기에 교구 내 평가 회의, 후반기에는 주교회의 내 평가 회의를 가진 다음, 2028년 전반기에 대륙별 평가 회의 뒤에 10월 바티칸에서 열릴 교회 회의로 정점을 찍는다.

첫 발제에서 최현순 교수(가운데). 논평 정희완 신부(왼쪽), 박상훈 신부(오른쪽). ©경동현 기자

세미나는 2개의 발제와 각각 논평 2명으로 진행됐고, 약 70명이 참석했다.

첫 번째 발제는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 총회 <최종 문서>에 대한 신학적 이해'에 대해 최현순 교수(서강대)가 맡았고, 정희완 신부(안동교구)와 박상훈 신부(예수회)가 논평했다.

최 교수는 '최종 문서'의 신학적 기초를 교회론, 성사론, 상호의존적 관계성이라는 관점에서 분석하며, 이러한 통찰들이 현실 교회에 어떻게 작동되고 적용될 수 있는지 모색했다. 또 '최종 문서'의 영감과 통찰들이 갖는 예언적 힘을 실현하는 방법으로 문서 3부에서 다루고 있는, 교회의 모든 과정과 절차가 경청과 식별, 자문과 의결, 투명성에 기반한 책임 있는 설명과 평가의 단계를 통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을 강조했다.

그는 경청과 식별의 신학적 방식, 자문과 의결 사이의 미묘한 긴장, 평가 주체와 대상과 방식에 관한 정밀한 논의의 필요에 대한 신학적 설명에 집중했다. 또한 평신도 신학자로서 교회 안의 평신도 직무에 대한 새로운 상상과 제도적 제정도 제안했다.

논평을 한 정희완 신부는 '최종 문서'의 “신학적 성찰과 영감, 실천적 함의에 대한 다양한 각도와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시노달리타스(함께 걷기)의 구체적 실현과 관련해서 '최종 문서'가 제안하는 방법은 회심과 양성인데, 양성의 경우 그 방식과 방향에 관한 신학적 진술은 필요하지만, 그에 비해 현실과 실재에 대한 분석과 성찰은 없는 것은 아닌지 물었다. 가령 “세상의 모든 교회가 매일 성체성사를 거룩하게 거행하는데, 왜 교회와 신앙인들은 시노드적으로 쉽게 전환되지 않는지, 본당(성당)의 교리교육이 사람들을 시노드적 신앙의 삶으로 이끌고 있는지, 신학교 교육은 시노드적 태도가 몸에 밴 성직자를 양성하고 있는지, 오늘의 가톨릭 대학들은 정말 가톨릭적 가치와 신념의 확산에 깊은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정직하게 묻고, 구체적 답을 찾고 노력하지 않으면, 신학적 당위의 진술들은 공허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날 대부분 본당은 “성사 전례와 행사 중심으로만 움직이고 있기에 성직자들은 성사의 주례와 행사 주관자로만 살 위험”이 있고, 신앙 교육자(양성자)로 살기 어려운 본당의 현실을 지적하면서, 이러한 현실에 대해 정직하게 고민하고 새로운 양성 방식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나아가 교회 공동체의 변화와 쇄신을 위해서는 공적 담론 형성이 중요하다며, 이를 위한 교회 언론과 신학자들의 분발을 촉구했다. 거창한 공적 담론을 만들지는 못할지라도 개별 본당이나 본당의 경계를 넘어 신자들 간의 소규모 인문적 신앙 공부 모임이 많아지기를 희망했다.

박상훈 신부는 “시노달리타스가 교회의 본질을 새롭게 형성하는 과정이라면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하느님의 백성을 ‘위계 속으로 통합’하는 것이 아니라, 교계 구조가 ‘하느님의 백성 안에서 자신의 위치를 찾아야 한다’는 점”이라며, “평신도의 정체성과 사명을 교회의 ‘진정한 주체’로서 완전히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평신도는 세례의 본질적 성격에 따라 ‘진정한 주체’가 되고, 세례성사는 교회에서 단순히 의무만이 아니라 권리를 부여한다”며, “교회가 이를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평신도와 서품 성직자 사이의 관계는 여전히 불평등한 사회 모델을 반영하는 제도적 교회 모델에 머물게 되고 ‘참여와 공동 책임’의 교회는 사라진다”고 지적했다.

두 번째 발제에서 노우재 신부(가운데), 논평 김정용 신부(왼쪽), 이미영 연구원(오른쪽). ©경동현 기자

두 번째 발제는 '시노달리타스 실현의 장으로서 한국 교회'를 주제로 노우재 신부(부산교구)가 맡았고, 김정용 신부(광주대교구)와 이미영 선임연구원(우리신학연구소)이 논평했다.

노 신부는 2022년 상반기 세계주교시노드 경청 단계의 교구 담당자와 ‘세계주교시노드를 위한 본당 사제 국제 모임(2024.4.28.-5.2)’ 참가자, ‘시노드를 위한 한국 교회 본당 사제 모임(2024.9.2.-4)’ 봉사자로 활동한 경험을 나누었다.

그는 시간이 지날수록 ‘성령 안에서 대화’가 시노드 모임을 위한 강력한 도구라는 사실을 깨닫는 시간이었다고 고백했다. 시노달리타스의 일상적 이행을 하려면 ‘시노드 영성’과 ‘시노드 스타일’이 필요한데, “자신의 힘과 능력이 아니라 은총에 의지하는 이가 시노드 영성을 살아갈 수 있다”는 사실을 강조하면서, 시노드 영성을 막아서는 고질병으로 한국 교회 안에 만연한 물질주의와 기복 신앙을 지적했다. ‘시노드 스타일’을 익히기 위해서는 신학교의 기초 양성, 그중에서도 인간 양성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교수 신부와 신학생의 관계는 성직자, 교수, 연장자라는 3중 권력 관계가 작용해, 인격적 관계 형성보다 감시와 통제, 세력 다툼이 일상화된다면, 신학교는 성직주의를 양성하는 자리로 변질’될 것을 우려했다.

또 시노달리타스 실현에서 가장 민감한 부분인 의사결정 과정의 전환과 관련해서 '최종 문서'가 ‘투명성, 책임감 있는 설명과 평가’를 언급한 내용에도 주목했다.

김정용 신부는 논평에서 ‘성령 안에서 대화’가 “자유롭고 비판적인 의견이 배제되는 장소가 아니라, 비록 성토 대회와 같이 불편하고 부담스럽더라도 기다려 줘야지 이를 불편하게 생각하고 장애로 여길 필요는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한 의사결정 과정과 관련해 '최종 문서'의 언급처럼 ‘결정에 도달하는 과정’과 ‘결정을 내리는 것’, 이 “두 단계 사이의 경쟁이나 갈등은 없다”는 것을 상호 신뢰 속에서 투명하게 증명하는 것은 시노달리타스 정신과 의미 체험에 결정적이라며, 광주대교구의 ‘하느님 백성의 대화’ 사례를 소개했다.

이미영 선임연구원(우리신학연구소)은 “‘시노달리타스 선교사’로 임명된 이들을 비롯해 현재 교회가 ‘성령 안에서 대화’ 모임을 경험하도록 추진하는 우선 대상은 주로 사제”라며 “시노드 정신이 하느님 백성의 친교를 강조하고, 성령 안에서 대화 역시 다양한 구성원이 함께 나누는 대화인데도 한국 교회는 여전히 사제 중심, 사제 우선으로 소개하고 확산하려 한다”고 말했다.

그는 “사제들이 먼저 경험하고 그 사제들을 통해 다른 구성원에게 확산하는 방식은 여전히 ‘가르치는 교회’와 ‘배우는 교회’의 구분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아닌가 생각된다”면서, “수도자와 평신도가 단순히 시노드 여정에 초대된 손님이 아니라 그 직무를 책임지고 전문성을 높여 갈 일꾼으로 함께 양성되길" 기대했다.

3월 28일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대강당에서 '어떻게 시노 교회를 이루어 갈 것인가' 세미나가 열렸고, 약 70명이 자리를 채웠다. ©경동현 기자

종합 토론 시간에는 시노드 교회로 가는 가장 큰 걸림돌로 지적된 성직주의 극복 방안을 발제자들에게 물었다.

최현순 교수는 “성직주의를 너무 몰아붙이게 되면 염려하는 것 중 하나가 사제들을 한 범주에 묶어 버린다는 점”이라면서 “시노달리타스는 어떻게든 함께 가려는 것인데 ‘너(사제) 때문에 안 돼’라는 태도는 시노달리타스와 정반대의 흐름”이라고 답했다. 그는 “하느님 백성 전체가 제2차 바티칸공의회의가 제안한 교회에 대한 전망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 참가자는 “청년들의 목소리가 교회에 전달될 수 없는데, 온라인과 같은 새로운 방식 시도를 통해 청년들과의 시노달리타스 실현 방안을 모색하는 것”에 대해 질문했다. 이미영 연구원은 신학에 관심 있는 청년들과 지난해부터 매달 온라인 모임하는 사례를 소개했다.

그는 “20명 가까이 온라인에서 모이는 청년들 이야기를 들어 보니 세속화된 사회라고 하지만, 신앙에 대한 고민들이 다들 있는데, 평소에 그 고민을 나눌 수 있는 자리와 상대가 없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본당에도 청년들이 없기 때문에 의사 결정을 위해 청년의 목소리를 반영하는 것도 좋지만, 본당의 경계를 넘어 청년들과 신앙을 나눌 수 있는 소모임이 많아지는 것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다른 참가자는 ‘하느님 백성’이라는 표현이 제도가 아니라 그리스도를 따르는 이들이 바로 교회라는 신학적 개념으로 사용되지만, 실제 세미나 자리에서는 위계가 엄격한 왕조 사회에서 사용하던 ‘백성’의 의미로, 성직자나 교도권과 구분짓는 개념으로 사용되고 있다면서, 이는 시노드 교회의 흐름과 부합하지 않으니, 새로운 용어 사용이 필요한 것이 아닌가를 물었다.

김정용 신부는 "중요한 문제의식이라면서 우리가 사용하는 교회와 신학 용어들이 어떻게 세상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며, "한국 교회와 신학자들이 좀 더 고민하고 노력해야 할 부분"이라고 동감했다.

이날 세미나 주최에 함께한 이들이 환하게 웃으며 손을 흔들고 있다. '함께 걷는' 교회를 기대하며. ©경동현 기자 

한편 주교회의는 '시노드 교회를 위한 본당 사제 모임'을 주최해 지속적으로 사제들을 양성하고, 교구 차원에서 평신도, 수도자, 성직자가 함께 참여하는 시노드 모임을 진행하며, 활성화 되면 전국 단위로 모임을 추진하기로 춘계 정기 총회에서 결정했다.  

2025년 ‘시노드 교회를 위한 본당 사제 모임’은 ‘관계와 소통(교회 구성원의 소통 증진 방안 모색)’을 주제로 6월 17일(화)-19일(목) 왜관 성 베네딕도 문화영성센터에서 열릴 예정이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s://www.catholic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