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앞에서 도전적 설교한 뒤, 비난과 칭찬에 휩싸인 버드 주교

"우리에게는 자비가 필요합니다" 성소수자, 이민자 옹호해

2025-02-04     예여공

(기사 출처 = <NCR>)

(잭 젱킨스 기자)

대통령 취임식 날 아침, 메리앤 버드 주교(역자 주 : 미국 성공회 워싱턴 교구 첫 여성 주교)는 다음 날 할 설교의 얼개를 거의 완성한 상태였다.

전통적으로 대통령 취임식 행사 마무리로 워싱턴 국립 대성당에서 종교 간 합동 기도회가 열리는데, 성공회 워싱턴교구 버드 주교는 지난 10월 이 기도회의 설교자로 발표된 뒤부터 설교 내용을 깊이 고민했다. 버드 주교는 국가 통합을 위해 모든 인간의 고유한 존엄성 존중, 정직, 그리고 겸손이라는 세 가지 가치에 초점을 맞추기로 했다.

하지만 1월 20일 월요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과 그 직후 서명한 행정 명령을 지켜보면서, 그는 내용을 더해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

“저는 이 나라의 통합을 위해 네 번째로 필요한 것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는 자비가 필요합니다”라고 그는 수요일 <RNS>(역자 주 : Religion News Service – 종교 뉴스 통신사)와 인터뷰에서 밝혔다. "우리에게는 자비가 필요합니다. 연민이 필요합니다. 공감이 필요합니다. 월요일에 대통령 연설을 들은 뒤에 저는 이를 일반적으로 말하진 않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결과 화요일 아침, 트럼프 대통령과 J.D. 밴스 부통령이 조용히 앉아 있는 자리에서 얼마 떨어져 있지 않은 강대상에서 한 설교가 나왔다. 그 설교는 대통령에게 행정부 정책으로 과도한 영향을 받는 사람들, 즉 성소수자들과 이민자 가족들에게 ‘자비’를 베풀어 달라고 간청하는 내용이었다.

버드 주교는 “우리 하느님의 이름으로 지금 두려움에 떨고 있는 우리나라 국민들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시기를 간청합니다”라고 말했다. “민주당, 공화당, 무소속 가정 모두에 게이, 레즈비언, 트랜스젠더 자녀들이 있으며, 목숨을 걱정하고 있습니다.”

그는 또한 이민자와 난민을 위해 호소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1월 27일부터 거의 모든 난민의 입국을 금지하겠다는 행정 명령을 내리고, 대대적 추방 시행을 약속한 걸 언급한 것이다. 버드 주교는 대부분 이민자는 범죄자가 아니라 “세금을 내며, 좋은 이웃인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버드 주교가 오랜 기간 실천한 목회와 사회 참여, 옹호 활동을 지켜본 사람이라면 그다지 놀랍지 않은 메시지였다.

지난 1월 21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식 마무리 행사인 종교 간 합동 기도회에서 성공회 메리앤 버드 주교가 트럼프 앞에서 성소수자와 이민자에 관한 행정 명령에 자비를 베풀어 달라고 설교했다. (사진 출처 = CNN이 유튜브 채널에 올린 쇼츠 동영상 갈무리)

뉴저지에서 태어난 버드 주교는 젊은 시절 복음주의 그리스도교 신자였다. 20대에 성공회 신자가 된 뒤 버지니아 신학교에서 신학 석사와 목회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온화한 성품이며, 화창한 날에는 챙이 넓은 모자를 쓰고 자전거를 즐겨 탄다. 그는 미니애폴리스에서 20년 가까이 사제로 봉사한 뒤 미국 수도로 와서 다른 많은 동료 성공회 주교와 마찬가지로 시위에 참여하고 중요한 문제에 대해 발언해 왔다. 2020년에는 트럼프가 텅 빈 공원을 가로질러 버드 주교의 교구에 있는 성 요한 성당 앞에서 사진 촬영을 하기 직전에 라파예트 광장에서 성공회 사제를 포함한 시위대를 강제 철수시킨 것을 규탄해 화제를 모았다.

화요일에 지팡이를 손에 든 채 대성당의 동굴 같은 복도를 걸어가면서, 버드 주교는 보수주의자들보다 잠재적 진보 성향의 비판자들이 더 걱정된다고 말했다.

“사실 대통령에게 탄원했다는 이유로 많은 비판을 받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라며 다른 진보주의자들은 더 도전적인 설교를 선호했을 거라 예상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저는 그가 여기서 관대할 여지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는 미묘한 변화를 보여 줄 수 있습니다."

대신 정치적, 신학적 우파의 비판이 일어났다. 트럼프의 복음주의 그리스도교 지지자 가운데 일부는 버드 주교를 비난했다. 프랭클린 그레이엄 목사는 팟캐스트에서 대성당이 “동성애 활동가들에게 점령당했다”고 일축하면서, 버드 주교가 비공식적으로 따로 트럼프에게 접근하는 편이 좋았을 것이라고 <RNS>에 말했다.

조지아주 공화당 소속 마이크 콜린스 하원 의원은 미국 시민권자인 버드 주교를 추방해야 한다는 글을 X에 게재했다.

화요일 오후에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식 기도회가 "별로 흥미롭지 않았다"고 기자들에게 말했고, 수요일 이른 아침에 자신의 누리 소통 매체인 트루스 소셜(Truth Social)에 버드 주교에 대한 비난 글을 올렸다.

그는 “화요일 아침 국가 기도회에서 설교한 소위 ‘주교’는 급진 좌파의 강경 트럼프 혐오자”라며 버드 주교와 성당이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버드 주교나 성당 모두 자신의 신앙고백이라고 주장한 데에 대해 사과할 뜻이 없어 보인다. 게다가 다양한 주제에 오랫동안 진보 입장을 취해 온 성공회 대변인은 수요일 <RNS>를 통해 교단은 성공회 워싱턴 주교를 지지한다고 말했다.

대변인은 성명에서 “메리앤 에드거 버드 신부는 2011년 성공회 워싱턴교구의 성직자와 평신도 지도자들에 의해 제 9대 주교로 선출되었습니다”라고 말했다. "그해 11월에 주교품을 받았으며, 그 뒤로 주교로 성실히 봉사해 왔습니다. 그는 교구에서 소중하고 신뢰받는 목회자이자 우리 교회 전체 주교들의 동료입니다. 우리는 버드 주교와, 자비와 연민이라는 그리스도교의 가치에 대한 그의 호소를 지지합니다."

지난 1월 21일 워싱턴 국립 대성당 강대상에 선 매리엔 버드 주교. (사진 출처 = NCR)

<RNS>는 또한 성공회 신자 의원 약 20명에게 연락해 버드 주교의 설교와 반발에 대한 의견을 확인했다. 이에 응답한 공화당 의원들은 대체로 비판적이었다. 텍사스주 베스 밴 듀인 의원은 버드 주교가 “급진적 정치 이데올로기”를 지지한다고 비난했고, 테네시주 스콧 데잘레스 의원은 “정치 운동가”라고 조롱했다.

마찬가지로 앤디 바 하원 의원의 어느 참모는 X에 올린 앤디 바 의원의 성명서를 <RNS>에게 전달하며, 버드 주교의 발언이 성공회 교단의 메시지와 일치하지 않는다고 제기했다.

"버드 주교가 달갑지 않은 위선적인 말을 통해 대통령에게 전달한 유일한 메시지는, ‘모두 환영합니다'라는 성공회의 표어가 도널드 트럼프에게 투표한 대다수 미국인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라고 앤디 바 의원은 성명서에 썼다.

비판이 쏟아졌고 그중에 굉장히 신랄한 비판도 있어, 일부에서는 버드의 안전을 우려하기도 했다. 그러나 대중의 주목을 받는 자리에 있는 버드 주교는 수요일 설교에서 현대 정치 담론의 양극화된 성격을 언급했고 크게 동요하지 않았다.

“저는 현재 우리 사회에 만연한 경멸 문화와 분노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이는 우리가 의견이 다를 때 서로 반응하는 방식일 뿐입니다”라고 버드 주교는 말했다.

그는 친구들이 자신에게 괜찮은지 확인 연락을 해 왔지만, 본인은 설교에서 언급한 사람들, 즉 성소수자와 이민자에 대해 더 걱정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위험에 처한 사람들은 자신의 생명과 생계를 걱정하는 사람들입니다. 바로 여기에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모든 비판에도 버드 주교의 메시지는 더 많은 지지자에게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사실 버드 주교를 비난하는 의원들은 지역 종교 지도자들과 충돌했을 수도 있다. <RNS>가 앤디 바 의원이 살고 있는 켄터키주 렉싱턴교구를 관리하는 마크 반 코에베링 주교에게 연락했을 때, 그는 앤디 바 의원을 “신실한 성공회 신자”로 존중하지만 버드 주교의 설교를 강력히 지지한다고 말했다.

“저는 우리나라가 계속해서 극심한 양극화를 겪고 있는 이 시기에 버드 주교의 통합에 대한 복음 메시지를 지지합니다”라고 그는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나그네와 약자에게 자비를 베풀어 달라고 진심으로 호소하는 것은, 당파 정치가 아니라, 그의, 우리의 사람들, 국민들을 위한 목회자의 진정한 증언입니다."

한편 메릴랜드주의 크리스 밴 홀런 상원 의원 등 민주당 소속 성공회 신자 의원들은 버드 주교와 자비에 관한 메시지를 높이 평가했다.

"대통령에게 직접 호소하여, 다른 많은 종교가 공유하는 보편적인 그리스도교의 원칙, 즉 우리 모두가 하느님의 자녀라는 사실을 인정해 달라고 요청한 버드 주교를 칭찬합니다. 그러나 트럼프는 이를 마음에 새기기는커녕, 값싼 인신공격으로 대응하며 다시 한번 사랑과 자비, 연민의 원칙을 비난했습니다"라고 반 홀런 의원은 성명서에서 밝혔다.

캘리포니아의 줄리아 브라운리 의원도 성명서를 통해 “우리나라에서 가장 존경받는 영적 지도자 중 한 명을 폄하하기보다는 트럼프 대통령이 공감, 이해, 포용이라는 그의 메시지를 되돌아보는 것이 더 적절할 것”이라고 트럼프를 비판했다.

컬럼비아 특별구의 많은 오래된 대학 및 기관과 마찬가지로, 처음에는 의회가 설립했지만 현재는 민간 재단에서 운영하는 국립 대성당의 대변인은 교회 사무실에 주교를 지지하는 메시지가 넘쳐나고 있다고 말했다. 대변인은 버드 주교가 인기 많고, 그 설교로 어떤 이들은 신앙에 다시 불을 붙이고 있다고 했다.

“우리는 '몇 년 전부터 교회에 가지 않았는데, 어제 들은 이야기를 듣고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는 사람들의 말을 들었습니다”라고 대변인은 말했다.

버드 주교를 비판하는 사람들도 그의 설교에서 강조한 더 전반적인 우려에 동의하고 있을 수 있다. 프랭클린 그레이엄 전도사는 버드 주교의 발언에 대한 인터뷰에서 트럼프의 행정 명령이 연방 난민 프로그램을 대부분 동결한 사실을 몰랐다고 말했다. 신앙 기반 난민 정착 단체에 따르면 이 프로그램은 박해받는 그리스도교인들을 받아들이는 프로그램이기도 하다. 성당 관계자가 버드 주교의 설교에서 언급하고 있다고 확인해 준 행정 명령 소식에 그레이엄 전도사는 깜짝 놀랐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 문제를 다루고 있는지는 몰랐지만, 만약 그렇다면 개인적으로 그 문제에 대해 이야기할 것”이라고 그레이엄 전도사는 웃으며 말했다.

버드 주교는 이 모든 일에 크게 개의치 않는 것으로 보인다. 그는 더 시급한 문제에 집중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이번 주 후반에 대성당에서 열리는 인종 정의에 관한 교구 총회를 언급했다.

버드는 “거기에 집중해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그래서 저는 제가 말한 존엄과 겸손, 정직함을 유지하고, 사람들의 반응을 지켜보면서 과하게 대응하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한 번 설교로 끝나는 것이 아닙니다"라고 그는 덧붙였다. "우리는 우리가 믿는 것을 계속 믿고 우리가 지지하는 것을 계속 지지해야 합니다. 그것이 바로 해야 할 일이죠. 그렇지 않겠습니까? "

기사 원문 : https://www.ncronline.org/news/after-eyebrow-raising-sermon-trump-bishop-budde-beset-criticism-and-praise

번역 : 예여공(예수님과 여성을 공부하는 가톨릭 신자들의 모임. 네이버 카페 '예여공'에서 월례 모임 등 정보를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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