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티칸 첫 여성 장관 임명과 교회법적 혼란
지난 1월 6일, 시모나 브람빌라 수녀가 교황청 축성생활회와 사도생활단부(수도회부) 장관으로 임명되자 교회 안팎에 여러 반응이 일어났다. 교종의 이러한 결정은 많은 이에게 놀라움을 주었고, 현재의 교회법 체계에도 질문 거리를 던졌다.
프랑스 종교인 연합회 회장인 베로니크 마그롱 수녀는 이번 임명에 대해 “훌륭한 신호”라고 말했다. 이는 다스리는 권한과 성직이 자동 연결되던 것에서 벗어나, 성직자와 제도의 관계와 역할에 새로운 이해를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그동안 이 정도 책임을 가진 여성이 바티칸에 없던 것이 오히려 비정상이었다고 지적했다.
전통주의적 입장에서는 비판들이 나왔다. 교회 언론 가운데 하나인 <라 부솔라 쿼티디아나>는 이를 “개혁주의자들을 달래기 위한 장식적 임명”이라고 평했다.
결정 배경
교종이 이러한 결정을 할 수 있던 배경에는 2022년 3월 발표된 교황령 '복음을 선포하여라'가 있다. 이를 통해 교황청 구조가 재편되면서 9개 성과 12개 교황청 평의회가 16개 부서로 재편됐다. 구조 개혁 면에서 교황청 부서의 첫 번째 위치에 신앙교리성이 아닌 복음화성이 올라갔다. 전통적으로 교종이 신앙교리성을 직접 감독하던 체계에서 복음화성 장관으로 활동하며 두 차관의 도움을 받는 체계로 바뀐 것이다.
또한 교황령 2장 '교황청 봉사를 위한 원칙과 기준' 10항에서는 협력자를 선발하는 일에 교회의 보편성이 반영되어야 하며, “주교들과 장상들은 다양한 문화 출신의 자격을 갖춘 협력자들을 교황청이 활용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이러한 교황령의 결정에 교회법적 근거를 제공했던 잔프랑코 기를란다 추기경은 교황령이 발표된 뒤, <바티칸뉴스>에 “이미 교회법에는 평신도가 교회법정에서 판사가 되거나 사법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인정하고 있고, 서품 받지 않는 평신도가 직권 혹은 위임으로 맡을 수 있는 직분들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다시 말하자면, 교황청 관리직은 교계적 위계에 달려 있지도, 서품 여부에 달려 있지도 않고 교종의 위임으로 부여된다는 것이다.
법적 모순과 앞으로의 과제
교회법 제129조는 “통치권의 자격자들은 법 규정에 따라 성품에 오른 이들”이고, 평신도들은 이 권력을 행사하는 데 법 규범을 따라 협력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바로 이 점 때문에 신학자 안드레아 그릴로는 이번 브람빌라 수녀 임명이 여러 가지 모순을 드러낸다고 주장한다.
이번 임명이 앞서 말한 법적 해석을 기반에 두고 여러 교회법 학자가 이를 지지하고 있으나, 규범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교회법 제129조는 여전히 평신도를 통치자가 아닌 협력자로 인정하고 있기 때문에, 비성직자를 장관으로 임명하는 문제는 법적 확실성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또 이번 임명이 교종이 바티칸의 권력을 탈중심화하려는 시도로 평가받고 있지만, 이는 교종의 위임을 통해 비성직자에게도 권한이 주어지는 걸 확인하는 동시에 이러한 변화가 교종의 권위에 전적으로 의존해야 가능하다는 모순을 보여 준다고 지적했다.
그릴로는 “교회 개혁은 기존 규범을 초월하거나 위반하는 방식이 아니라, 규범을 바꿈으로써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하며, 이번 임명 같은 용감한 결정이 규범적 개혁으로 이어지지 않으면 여성의 권위에 대한 인정은 제대로 자리 잡을 수 없을 것이라 밝혔다.
참고: https://www.settimananews.it/chiesa/un-prefetto-donna-il-coraggio-e-le-domande/
https://www.settimananews.it/chiesa/una-donna-prefetto-al-prezzo-di-una-confusione-normativa/
https://www.vaticannews.va/it/vaticano/news/2022-06/ghirlanda-preaedicate-evangelium-carrierismo-riforma-curia.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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