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쿠데타가 발호한 극우파 준동

2025-01-17     정형준

12.3 친위 쿠데타 직후 전 국민이 불안과 공포를 겪고, 군사 독재로 회귀하려는 시도에 강력하게 반대했다. 하지만, 한 달 반 정도가 지나 쿠데타 세력은 지지율을 회복하고 있고, 우파들은 결집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여당인 국민의힘 지지율은 각종 정례 여론조사에서 이미 쿠데타 전 상황으로 돌아왔다. 여기다 여권의 대통령 후보 지지율을 보면 극우파로 부를 수 있는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이 1등이다. 이 또한 쿠데타 이전이나 한 달 전까지는 예상조차 할 수 없던 일이다. 이런 일이 어떻게 가능하게 되었을까?

수많은 요인의 결합이 있었으나, 핵심은 보수 결집, 그것도 이를 극우파가 주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차로 윤석열이 이를 부추기고 선동했다. 과거 태극기 부대로 불린 극우파는 지난달부터 거리에서 탄핵 반대 집회를 대대적으로 시작하면서 친위 쿠데타를 옹호하는 것은 물론, 부정 선거, 중국 공산당 개입 같은 음모론을 전파하고 그 세력을 점차 넓혔다. 과거 극우파의 주장과 행동은 비상식적이고 몰지각한 일부의 병적 행동으로 치부되었으나, 이번에는 혐오와 차별을 대놓고 주장하면서 기존 보수파 정치 자체를 바꾸려고 한다. 이런 경향은 미국에서 트럼프가 극우파와 함께 연합해 권력을 재탈환하고, 특히 작년 미국 대선에서는 더 강력한 지지를 받은 점에서도 영향을 받았다. 지금 태극기 부대는 트럼프와의 친밀성을 강조하고, 트럼프 선거에 쓰던 구호도 이용한다.

그래서 극우파도 이제는 과거 반공주의에 기반한 적대 세력인 북한보다는 미국의 세계 질서에 조응해 중국(공산당)을 더 큰 적대 세력으로 상정한다. 그리고 부정 선거 주장도 2020년 바이든이 당선된 대선에서 트럼프가 주장한 내용을 복사해 제시하고 있다. 그 결과 2021년 1월 트럼프가 선동한 미국의사당 점거에서 보듯이 의회 민주주의 자체를 폭력적으로 부정하고, 기존 법체계를 무시하는 전략을 국민의힘에까지 요구하고 있다. 여기다 유럽과 일본에서도 극우파가 탈진실, 음모론, 이슬람 혐오로 세를 불리는 상황 속에서 한국 극우파도 자신감을 얻고 있다. 결정적으로 윤석열의 쿠데타 시도는 극우파를 헛소리하는 소수의 목소리가 아니라 주류 정치를 좌지우지하는 세력으로 확장시키는 촉매제가 되었다. 이런 점에서 쿠데타 일당을 빠른 속도로 발본색원하지 못한다면 극우파의 자신감은 더 오르고, 한국도 극우 정치가 주류에서 영향을 행사할 수 있게 될 우려가 있다. 한데 극우파 준동은 단순히 윤석열 일당을 소탕하는 것만으로 해결되지는 않는다.

절망을 먹고사는 극우 정치

일론 머스크 같은 억만장자가 트럼프를 지지한 이유는 각종 규제 완화와 세제 혜택으로 트럼프가 막대한 경제적 이익을 줄 것이기 때문이다. 부자들과 정치인들이 극우파를 동원하고 지지하는 이유는 모종의 경제, 정치적 이익과 관련이 있다. 하지만 대중이 극우파가 되고 극우 정치를 지지하게 되는 과정은 자신의 이익 때문이 아니다. 거꾸로 현실의 깊은 절망이 대중을 극우 정치로 인도한다. 나치는 1차 세계대전 이후 패전한 독일의 참담한 현실에서 자라났다. 나치는 독일 전후 배상금과 폐허 책임을 유대인과 노동 조합에 돌리고, 절망 속에서 재무장과 기존 질서를 폭력적으로 파괴해야 한다고 선동하면서 그 세를 넓혔다. 결정적으로는 독일이 1929년 세계 경제 대공황으로 인한 또 한 차례의 경제 파국을 맞자 결국 다수파가 되는 데 성공했다.

미국의 트럼프 지지 극우파도 상당수는 실업 상태 혹은 실업 위기에 몰린 남성 백인 노동자다. 이들에게 트럼프는 이주 노동자가 일자리를 뺏는 원인이라고 선동한다. 부자 감세와 신자유주의가 아니라 여성 우대 정책과 다양성 문화가 노동자들의 기회를 박탈했다고 주장한다. 그 결과 절망 속에 있는 상당수는 사회적 해결책으로 이미 민주주의는 실패했다고 생각하고, 혐오와 차별을 하자는 극우파를 지지하게 된다.

이런 과정은 한국에서도 다르지 않다. 전광훈 목사의 선동으로 극우파가 확산되는 것이 아니고, 전광훈 목사의 주장을 받아들일 수 있는 대중이 양산된 것이 근본 문제다. 그리고 이들은 대체로 실업자, 빈곤 노인과 도시 빈민, 취업 불안에 시달리는 청년들이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트럼프 당선과 극우파의 약진은 모조리 사회 양극화와 빈부격차 확대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 뒤로 윤석열 탄핵 찬성과 반대 집회가 계속 열리고 있다. 12월 28일 극우가 반대 집회에서 야당 이재명을 구속하라고 시위하고 있다. (사진 출처 = KBS News가 유튜브 채널에 올린 동영상 갈무리)

열악한 사회 복지와 극우파의 악순환

최근 이런 양극화와 빈부격차 확대는 복지 긴축으로 가속화되고 있다. 물가 상승에 공적 서비스가 축소되면서 실질 임금은 줄어들고 있다. 윤석열 정부 들어 부정 수급자에 대한 언급을 키워 왔는데, 부정 수급자 문제는 침소봉대한다는 측면 외에도 복지 제도 자체에 대한 대중 불신을 부추긴다. 그 결과 복지는 포퓰리즘이고 현금 지원은 낭비며 국민연금이나 건강보험보다는 민간 연금이나 민간 의료보험이 효율적이라는 이데올로기가 확산될 토대가 마련된다. 주요 언론은 국민연금의 재정 고갈 시기를 다루며 공포를 조장하지만, 막상 국민연금의 근본 기능인 노후소득 보장이 가능할지 안 할지에는 큰 관심이 없다. 국민건강보험 재정 적자나 낭비는 걱정하면서도 국민건강보험의 임무인 의료비 절감 효과에 대해서는 논외로 한다. 그 결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계 지출에서 직접 의료비가 차지하는 비율이 최고 수준(평균의 2배)인데 말이다.

다시 말하면 복지 제도에 대한 불신과 재정 건전성을 중심으로 하는 이데올로기 지형이 사회복지 전반을 열악하게 만들고 있다. 이는 OECD 최고 수준의 노인 빈곤율과 긴 노동 시간으로 드러난다. 저복지 체계가 만든 시장자본주의 체제는 절망을 만들고 그 속에서 극우 정치를 양산하며, 극우정치는 복지 수급자를 공격하고 혐오하면서 악순환과 상호 강화를 하게 되는 셈이다.

아직도 ‘윤석열 없는 윤석열 정부’는 이런 점에서 극우파를 길러 내는 긴축 정책을 강행하고 있다. 최근 최상목 대행은 고교 무상교육 예산 지원법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재정 건전화가 명분인데 이는 지방교육청의 공교육 예산을 삭감하는 효과를 낳는다. 결국 사교육 시장 활성화와 가계 교육비는 오르고 서민의 삶은 더 팍팍해진다. 건강보험 재정에 대한 국고 지원도 계속 일부 누락한 예산안을 편성한 반면, 최근 비급여 정책을 발표하면서 민간 의료보험사의 손해율을 개선하고, 민영 의료보험이 건강보험 영역까지 침범할 수 있도록 하려 하고 있다. 즉, 여전히 남아 있는 윤석열 정부의 관료들이 일관되게 지속하는 사회 정책이 극우파 부흥의 토대가 되고 있다.

따라서 우리는 쿠데타 세력이 가진 탈법성, 폭력성, 비민주성뿐 아니라 이들이 시민 다수를 절망으로 몰아넣는 기존 사회 정책도 거부하고 철회시켜야 한다. 윤석열 정부의 의료 개혁은 의료 민영화였고, 연금 개혁은 소득 감소책이었으며, 교육 개혁은 사교육 활성화였다. 윤석열이 구속되도 이 정책이 지속된다면 제2, 제3의 윤석열이 나올 것이다.

쿠데타 시도가 실패한 뒤 김용현 국방부장관, 이상민 행안부장관은 뻔뻔스럽게도 곧장 퇴직급여를 신청했다고 한다. 이 자들은 자신의 복지는 끝까지 챙기면서도 다수 국민의 삶과 복지는 위협하는 모순에 찬 자들이다. 극우 정치를 부추기는 여당 국회의원이나 억만장자, 전문직 종사자도 비슷하다. 공교육 강화, 공공 의료 확대, 국민연금의 소득 대체율 상향 등 사회 복지 전반을 강화해야 이런 자신의 이익만 극대화 하는 자들을 몰아낼 수 있다. 극우파의 토대를 제거하는 일은 사회복지를 확대하고 불평등을 완화해야 가능하다.

정형준

재활의학과 전문의,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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