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명령이 올바른가 보라
[함께걷는예수의길] "예수님께서는 처음으로 갈릴래아 카나에서 표징을 일으키셨다."(요한 2,1-11) 복음 묵상
“무엇이든지 그가 시키는 대로 하여라.”(요한 2,5)
드디어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이 체포, 수감되었습니다. 내란 불면증이라는 신종 질환에 시달리던 사람들이 오랜만에 안도하는 날이었습니다. 그날 밤 편의점 매출이 늘고 주점에 손님이 많아졌다는 말도 들립니다. 사람 마음은 다 같은 모양입니다. 아직 갈 길은 멀고 해결해야 할 일이 많지만 그래도 매듭 하나가 풀어졌다는 생각에 저도 마음이 좀 놓였습니다.
윤석열을 체포한 15일 뒷이야기도 무성합니다. 새벽 한남동 관저 앞으로 향하는 경찰 버스에 환호하는 시민들,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의 궤변, 그 혼란을 뚫고 사다리로 버스 차 벽을 넘어 무리 지어 나가는 형사 기동대들, 범죄자 윤석열 이송을 막겠다고 차가운 도로에 드러눕는 무리 등, 많은 장면이 떠오릅니다. 그 많은 일 중 가장 ‘의미’ 있는 사건은 체포를 저지하라는 부당한 명령에 불복해 대기동에서 나오지 않은 경호관들의 용기일 겁니다. 나중에 밝혀진 이야기지만 관저 입구를 막고 있는 버스도 시동 키가 꽂혀 있어 수월하게 정리할 수 있었고, 심지어 부당한 일을 지시하는 자기 조직의 수장을 체포하라고 요구했다고도 합니다. 상명하복이 근간인 경호처라는 조직에서 상상하기 힘든 일이 벌어진 것입니다. 상급자인 ‘그’가 시킨 일을 그대로 수행하는 것이 일상이었을 경호관들은 명령한 ‘그’가 누구인지, ‘그’가 내린 명령이 올바른 것인지 판단하고 용기를 내 부당한 명령을 거부했습니다. 그 덕에 범죄자 윤석열이 체포됐고 그 과정에서 아무도 다치지 않았습니다. 올바름, 정의가 실현되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성모님은 일꾼들에게 “무엇이든 그가 시키는 대로 하라”고 말씀하십니다. ‘그’가 세상을 구원하러 이 세상에 오신 그리스도 예수님이시고, 그가 시키는 일이 하느님나라를 만드는 일이기에 정당한 요청입니다. 만일 하느님의 이름을 빌려 거짓을 말하는 자가 ‘그’가 되어 하느님나라를 파괴하는 일을 시킨다면, 15일 대통령 관저의 경호관들처럼 용기를 내 단호히 거부해야 합니다. 오늘 복음이 주는 가르침은 우리가 가야 할 길을 제시하는 ‘그’가 누구인지, 그 길이 하느님나라로 가는 길인지 잘 성찰해야 한다는 점일 겁니다. 하느님을 외치며 거짓을 행하는 자들이 많습니다. 그 거짓에 속아 허상을 좇는 이들도 많습니다. 하지만 이들을 비난하기보다 우리 안에서 ‘가난한 이들에게 기쁜 소식’을 선포하는 그리스도 예수를 버리고, 하느님나라가 아니라 하느님을 파는 왕국을 만들려는 ‘그’들이 없는지 돌아보아야 합니다. 그리해야 어둠을 잠재우고 있는 응원봉으로 상징되는 ‘빛의 혁명’에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온전히 참여하고 당당하게 앞장설 수 있을 것입니다.
이은석(베드로)
함께 걷는 예수의 길 운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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