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시노드 교회의 가능성

평신도가 운영하는 캐나다 카리타스

2024-11-14     경동현 기자

“주교들이 설립하고 평신도가 운영하는 캐나다 카리타스는 시노드 방식의 운영을 심화하기 위해 ‘시노드 리더십 지침’을 통해 카리타스의 사명에 관여하는 모든 이가 각자 고유의 리더십을 발휘하도록 요청하고 있다.”

7일 우리신학연구소가 '개발과 평화 캐나다 카리타스'(Development Peace Caritas Canada, 이하 ‘DPCC’)라고 불리는 캐나다 카리타스 운영 사례를 주제로 줌 세미나를 열었다. 

이날 세미나는 평신도 대표와 평신도 중심으로 운영하는 캐나다 카리타스에서 활동하는 딘 디틀로프(Dean Dettloff) 박사를 초대해 이야기를 들었다. 참가자 40여 명 가운데 아시아 각국의 청년 활동가 20여 명도 함께했다.

7일 우리신학연구소가 연 줌 세미나에서 딘 디틀로프 박사가 '개발과 평화 캐나다 카리타스'라고 불리는 캐나다 카리타스 운영 사례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 출처 = 우리신학연구소 줌 세미나 화면 갈무리)

딘 박사에 따르면, 여러 나라 카리타스가 그렇듯이 DPCC는 교회의 사회적 가르침에서 영감을 받아 ‘개발’과 ‘평화’ 쟁점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다. 크게 두 가지 활동으로, 지구촌 남반부인 아프리카와 남미, 중동 지역에 대한 인도주의적 원조와 장기 동반관계 형성을 위해 일하는 것과 캐나다 현지에서 원조와 동반관계가 형성된 지역에서 고통 겪는 불의의 근본 원인에 대해 교육하는 일이다.

그는 장기 동반관계를 형성한 한 예로, 얼마 전 세상을 떠난 해방신학자 구티에레스 신부가 페루에서 학교를 세우거나, 지도력 개발을 위한 프로그램을 할 때 지원한 일을 들었다. DPCC는 이런 방식으로 현재 34개국 78개 현지 동반자 네트워크를 통해 원조와 장기 동반관계를 만들어 가고 있다.

DPCC 해외 동반자 현황. (자료 출처 = 우리신학연구소 발표 자료 갈무리)

캐나다 국내 활동은 ‘민주주의와 시민 참여’, ‘생태 정의’, ‘여성을 위한 정의’, ‘평화와 화해’ 주제와 60여 교구 1만 2744명 회원 중심으로 DPCC 학교와 ‘싱크패스트’(THINKfast)라는 청소년 대상 사회 정의를 위한 단식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 외에도 다양한 지역 행사와 운동을 펼치고 있다.

딘 박사는 DPCC가 ‘개발’과 ‘평화’를 중심 주제로 정한 이유를 캐나다 주교들이 제2차 바티칸공의회의 경험에서 출발해, 교회 헌장에서 평신도의 중요성을 재발견한 데에서 찾았다. 그는 결정적으로는 1967년 바오로 6세 교종의 사회 회칙 '민족들의 발전'이 큰 영향을 주었고, 특별히 어떻게 평신도 지도력을 권장하고, 힘을 줄 것인가에 대한 내용이 포함된 문헌이라고 강조했다.

DPCC의 2022-23 캐나다 국내 활동 현황. (자료 출처 = 우리신학연구소 발표 자료 갈무리)

DPCC 초대 상임이사는 평신도로 국제가톨릭노동청년회의 전 회장이던 로미오 마이오네(Romeo Maione)다. 주교들이 설립했지만, 주교가 실질적 대표 역할을 맡지 않았다. 두 주교가 이사회에 참여했지만, 그 역시 지도나 책임자 역할로 참여한 것은 아니었다. 딘 박사는 이는 이런 방식의 민주적 구조로 교회가 어떻게 일하고, 변해 가야 하는지를 반영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DPCC 초기에 형성한 평신도 지도력은 여전히 유지되고 있고, 교회 연대 운동으로서 민주적으로 조직돼 있다고 말했다.

사순 시기 주교들은 교구별로 기금 모금을 돕고, 가을에는 본당(성당)과 공동체를 결집해 지구촌 남반부의 동반자들과 행동에 나선다. 또한 노동자에게 노동조합을 결성할 권리가 있다고 강조하는 사회교리 가르침을 따라 직원들도 노동조합에 소속되어 있다. 딘 박사는 이들이 정당하게 대우받아야 한다는 점이 자연스럽게 인정되고 있다고 전했다.

DPCC의 2024년 캠페인 포스터 웹자보. (자료 출처 = 우리신학연구소 발표 자료 갈무리)

딘 박사는 프란치스코 교종이 강조하는 “시노달리타스”는 함께 걷는 것을 의미하며, 지난 2021년 DPCC 운동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함께 일하는 방식을 심화할 수 있도록 ‘시노드 리더십 지침’을 개발했다고 말했다.

이 지침서는 DPCC의 사명에 관여하는 모든 사람을 대상으로 DPCC에서 고유한 역할로 리더십을 발휘하도록 7개 자질을 요청하고 있다. ① DPCC의 사명에 대한 이해와 헌신, ② 기도와 경청을 통해 성령에게 자리 내어 주기, ③ 교회를 건설하는 데 있어 각자의 카리스마를 인정하고 모두의 공동책임 증진하기, ④ 상호 식별에 대한 헌신, ⑤ 상호 의사 결정에 대한 헌신, ⑥ 의사 결정의 투명성과 유효성, ⑦ 조직 안팍의 투명한 의사소통 보장이다.

DPCC 전국평의회 모습. (자료 출처 = 우리신학연구소 발표 자료 갈무리)

발제 뒤에는 다양한 질의와 나눔이 이어졌다.

DPCC의 노조 형태에 대한 질문에, 딘 박사는 민주노총과 같은 전국 노동조합 조직에 속해 있으면서 노동자의 권리를 옹호하기 위한 한 축이 있고, 다른 한편 DPCC의 독특한 비전을 실현하기 위한 고민을 노조에서도 함께하는 점이 독특한 점이라고 말했다.

한 참가자는 교회 조직 운영, 행정 구조를 어떻게 시노드적으로 바꿔 갈 것인지, DPCC가 회원을 비롯해 캐나다 본당, 교회기관들과 목소리를 내기 위한 교육과 양성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시노드 리더십 지침서를 마련한 활동을 가능하게 한 원동력이 어디에서 비롯하는지를 물었다.

딘 박사는 DPCC가 물적, 인적 자원이 중요한 바탕이 되고 있지만 부유하진 않고, 그 점이 결정적인 것은 아니라고 하면서 캐나다의 독특한 상황에 대해 말했다. 캐나다는 유럽 식민 국가들이 정착하면서 발전한 교회 역사가 있다. 지금은 유럽 정착민보다 이민자 비중이 늘고 있고, 이러한 변화에 같이 가기 위해서는 다양한 이들의 목소리를 담는 문화가 매우 중요해진다. 이것이 DPCC에 일종의 원칙으로 자리 잡게 되면서 일종의 원동력이 된 것이 아닌가라고 말했다.

DPCC의 역사를 요약한 이미지, (이미지 출처 = DPCC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다른 참가자는 DPCC의 가장 인상적인 점은 주교들이 권한을 내려놓고, 평신도가 상임이사를 맡게끔 처음부터 운영한 것인데, 우리나라는 카리타스처럼 많은 돈이 오가는 조직의 대표는 성직자가 맡아야 안정적으로 운영된다는 인식 탓에 평신도가 리더가 되기는 어려운 구조라고 말했다. 이러한 인식을 바꾸기 위해 만든 ‘시노드 리더십 지침’이 한국 교회에도 소개되면 좋겠다고 생각을 전했다.

마지막으로 한 참가자는 한국 관점에서 보면 DPCC의 해외 원조와 동반관계 형성을 위한 활동이 선교는 아니라고 판단할 수도 있겠다고 말했다. DPCC가 해외 현장에 나가 현지의 삶에 녹아들어 총체적 인간 발전과 평화를 추구하는 방식은 가시적인 교회 제도의 자선 활동 중심의 관점에서 볼 때 그렇다는 것이다. 이는 여전히 성과 속을 가르는 이원론적 신학이 의식 안에 있기 때문이고, 시노달리타스에 대해 말할 때 교회는 민주주의가 아니라고 말하는 내용에도 포함되는 문제다. 이런 이유로 이러한 인식을 어떻게 극복해 갈 수 있을지 물었다.

딘 박사는 과거 캐나다 교회도 이분법적 인식이 많았지만 제2차 바티칸공의회를 지나면서 자선 활동 중심에서 머물던 선교에서, 사회 정의 문제의 중요성을 깨닫고 다시 돌아와 개발과 평화 문제를 함께 다루어, 다양성을 받아들이는 시노드적 교회 구조로 바뀌어 갔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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