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세계청년대회, 생태와 평화 위한 모든 청년의 장이길
[인터뷰] 베르타 삼포누 국제가톨릭대학생연합회 아시아 사무국장
지난 10월 국제가톨릭대학생연합회(IMCS 팍스 로마나) 아시아 사무국장 베르타 삼포누(인도네시아) 씨가 한국을 방문했다.
이번 방한이 처음인 베르타 삼포누 사무국장은 대학 시절 가톨릭 대학생 운동에 적극 참여했고, 졸업 뒤에는 2022년부터 필리핀 마닐라에 있는 국제가톨릭대학생운동 아시아 사무국에서 일하고 있다.
그는 12일 수원교구 동아시아연구원 심포지엄에 참석해 '시노드와 청년'을 주제로 발표한 뒤, 서울대교구 가톨릭대학생연합회(SFCS)와 세계청년대회 조직위원회를 방문했다. 이번 만남과 논의의 성과와 바람, 국제가톨릭대학생연합회 활동에 대해 묻고 들었다.
다음은 베르타 삼포누 사무국장과 나눈 지면 인터뷰 내용이다.
<지금여기> : 지난 8월 프란치스코 교종이 인도네시아를 처음으로 방문했다. 당시 인도네시아 분위기는 어떠했으며, 청년들의 상황은 어떠한가?
베르타 삼포누 : 프란치스코 교종 방문 기간 동안 인도네시아 분위기는 설렘과 기대감으로 가득했다. 인도네시아는 이슬람 신자가 90퍼센트로 절대다수이고 가톨릭 신자는 3퍼센트에 불과하지만, 전체 인구가 2억 8000여 명으로 가톨릭 신자수는 한국보다 많은 약 800만 명이다. 특히 젊은이들은 교종을 통해 큰 영적 에너지를 받고 연대감과 일치를 느낀 것 같다. 프란치스코 교종은 이슬람 지도자와 만나 평화와 화해를 호소하고 소외된 이들을 만나 위로했고, 이러한 모습과 메시지는 국민들에게 깊은 울림을 주었다. 인도네시아 교회가 어떻게 하면 이러한 가치를 사회 안에서 키워 나갈 수 있을지 생각할 수 있는 기회였다.
인도네시아는 젊고, 활기차고 문화 다양성을 갖춘 나라다. 그러나 심각한 도전에 직면해 있기도 하다. 사회 불평등, 실업, 환경 문제가 있고, 특히 청년들은 안정적인 일자리를 찾고 빠른 기술 변화에 대처하는 데에 불안감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어려움에도 젊은이들은 회복력이 강하고 창의적이며 사회 문제에 깊이 관여하고 있다. 많은 이가 긍정적 변화를 추구하면서 자신의 문화적 정체성과 현대성 사이의 균형을 맞출 방법을 찾고 있다.
가톨릭 청년, 청소년들은 학교와 본당(성당)에서 전례 활동, 성서 공부, 다양한 사회 봉사와 실천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이들은 교회에서 공동체와 소속감을 원하고, 정신 건강, 직업 안정, 환경 문제 등 급변하는 세상 속에서 일상에서 직면하는 문제들을 교회가 해결해 주기를 기대한다. 이들은 자신의 어려움에 귀 기울이고, 세상에서 신앙을 실천하는 방법에 대한 실질적 지침을 교회가 제공하기를 바라고, 특히 청년들과 함께 걷고 듣는 시노달리타스 정신을 실천하는 교회를 기대한다.
<지금여기> : 한국 가톨릭 청년들도 만났는데, 어떤 느낌을 받았고, 또 어떤 논의를 했는지 궁금하다.
베르타 삼포누 : 짧은 시간이었지만,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누며 쉽게 친근해졌다. 한국 청년들은 매우 생기 있고, 신앙생활을 열심히 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러나 코로나19 팬데믹 시절, 학생회가 어려움을 겪었고, 과거에 비해 대학생 활동이 축소되고 있으며, 교회의 지원도 줄어들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런 모습은 한국뿐 아니라 아시아 다른 나라에도 일반으로 나타나는 현상이기도 하다. 아시아의 좀 더 많은 가톨릭 학생과 교류하고 연대하는 계기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여기> : 세계청년대회 조직위원회도 방문했는데, 어떤 논의를 위한 만남이었나?
베르타 삼포누 : 조직위 사무총장 양주열 신부님이 대회 준비 전반에 대한 설명을 했고, 팍스 로마나 세계 본부 파시카 사무총장이 조직위에 보낸 공문 내용에 대해 주로 논의했다. 구체적으로는 내년 봄 2027 세계청년대회 의제에 대한 국제청년단체 포럼 개최, 2025년 희년 기간 중 팍스 로마나가 열 준비하고 있는 청년 가톨릭 평화 포럼에 한국 청년들의 참여와 협력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또 가톨릭뿐 아니라 타 종교와 일반 청년 참여, 유엔을 통한 참여 활성화 그리고 한반도와 세계 평화에 기여하는 방안도 논의했다.
팍스 로마나에서는 관심 있는 단체와 함께 2025년 희년부터 2027년 세계청년대회까지 100만 서명 운동을 펼쳐 프란치스코 교종과 유엔 사무총장에게 전달하는 팍스 쥬빌리(희년) 캠페인을 기획하고 있다. 이 서명에는 외채 탕감, 기후위기 긴급 대응, 기아 근절, 군비 축소, 핵무기 폐지, 한반도 평화에 대한 내용이 담길 예정이다.
<지금여기> : 국제가톨릭대학생운동, 팍스 로마나의 최근 활동이 궁금하다. 어떠한 일들을 진행하고 있고, 함께하는 각 나라 상황은 어떠한가.
베르타 삼포누 : 먼저 팍스 로마나는 9월 19일 로마에서 가톨릭 평화 포럼을 열고, 프란치스코 교종을 특별 알현했다. 지난 2021년은 창립 100주년이었는데, 코로나19로 올해에서야 학생, 졸업생 대표단 100여 명이 참여하는 교종 특별 알현을 할 수 있었다.
프란치스코 교종은 환영 인사말에서 지난 100년간 팍스 로마나 회원들의 노력과 기여를 높이 평가하고, ‘세계 시민’, ‘사회 변화의 주체’이자, 자선과 봉사의 혁명 주인공으로서 역할을 계속해 달라고 요청했다.
현재 팍스 로마나는 가톨릭 신자로서 학교와 본당, 사회에서 가톨릭 사회교리에 따라 정의와 평화, 그리고 창조 돌봄의 역할을 할 수 있는 리더 양성에 집중하고 있다. 이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타이 치앙마이에 국제청년훈련센터를 운영하고, 프랑스에 팍스 로마나 100주년센터를 세웠다. 교종청의 평신도와 온전한인간발전촉진부, 아시아주교회의연합회와 협력을 강화하려고 한다. 2027년 서울 세계청년대회를 계기로 삼아 이러한 활동을 확대, 체계화할 것이다.
그동안 팍스 로마나는 세계청년대회에 꾸준히 참여해 왔지만, 지난 10년은 자체 행사를 열지 못했다. 그러나 2027년 서울 대회에서는 가톨릭 사회교리, 특히 ‘찬미받으소서’와 ‘모든 형제들’, ‘그리스도는 살아 계십니다’(2018 세계주교시노드 교종 권고)를 중심으로 정의 평화와 창조 돌봄을 위한 참여를 활성화하는 프로그램을 대회 기간에 운영하고, 팍스크리스티 등 가톨릭 평화 단체, 청년 단체와 협력하는 데 활용할 예정이다.
<지금여기> : 지금까지 이야기한 맥락에서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에 기대하는 것은 무엇이며, 한국 교회에 요청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
베르타 삼포누 : 2027년 서울 세계청년대회는 특히 아시아태평양 지역 청년들에게 깊은 신앙 성찰과 쇄신 기회가 되리라 생각한다.
이번 대회는 1995년 필리핀 마닐라 세계청년대회 이후 약 30년 만에 아시아에서 두 번째로 열리는 대회다. 가톨릭 인구가 다수가 아닌 국가에서 열리는 첫 대회이기도 하기 때문에 매우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한류를 넘어 한국의 가톨릭과 다양한 종교를 같이 체험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그리고 외국 선교사 없이 청년 평신도가 자발적으로 시작한 한국 가톨릭교회의 역사에 대해서도 배우고 체험할 수 있으면 좋겠다.
또 생태 위기 시대에 대규모 외형 행사보다 내실 있고 친환경적인 대회가 되었으면 한다. 일회성이 아니라 실천이 계속 이어지는 프로그램이 만들어지기를 바란다.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는 기후위기를 일상에서 체험하고, 우크라이나와 중동에서 전쟁의 광기를 목격하고 있는 세대로서, 전 지구 차원에서 지구와 평화의 소중함을 배우고 가톨릭교회의 연대와 예언자 역할을 실천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참여 비용이 부담스러운 국가에서도 직접 또는 온라인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조치했으면 좋겠다. 전 세계에서 활동하는 가톨릭과 이웃 종교, 시민 사회 청년 단체들과 협력해 서울 세계청년대회가 가톨릭뿐 아니라 모든 청년이 참여하는 행사가 되었으면 한다.
팍스 로마나는 1921년 스위스 프리부르그에서 창립된 국제가톨릭대학생운동(IMCS)의 별칭으로 현재 세계사무국은 프랑스, 아시아태평양 사무국은 필리핀 마닐라에 있다. 홍콩의 중국 반환 이전인 1995년 아시아 사무국을 홍콩에서 마닐라로 이전했다. 한국은 1950년대 팍스 로마나에 가입했고 현재는 서울대교구 가톨릭대학생연합회가 회원 단체다. 1947년 졸업생 중심으로 국제가톨릭지식인문화운동(ICMICA)을 창립해 현재 팍스로마나 명칭은 두 단체가 유엔 협의지위 단체의 공동명의로 사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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