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학교 봉사와 사람 안에서 하느님 만나기

의정부교구 스콜라스티카 교사의 이야기 3

2024-10-07     박지수

나의 신앙생활은 주일학교와 함께 시작했다. 세례를 받고 나서 바로 주일학교에 들어가 봉사를 했는데, 신앙심보다는 미사를 매주 꼬박꼬박 드릴 자신이 없어서 시작했다. 그렇다 보니 처음엔 신앙생활을 한다기보다는 봉사활동을 한다는 것에 더 마음이 향해 있었다. 주일학교에 일이 많아 내게 주어진 일을 배우고 처리하는 데 시간을 많이 보냈다. 그렇게 신앙은 한쪽으로 치워 두고 필요할 때만 잠깐 들여다보는 식으로 주일학교 생활을 했다.

신입 교사 시기를 보내고 교감이 되었을 때에도 별다른 점은 없었다. 반장 한 번 해 보지 않은 내가 처음 교감을 맡게 되었을 때에는 부담이 너무 커서 이 임무를 잘 수행해야겠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교감을 하는 동안 여러 어려움이 있었지만 하느님을 찾기보다는 어떻게든 내 힘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다. 이때까지 나의 신앙은 미사 드릴 때 잠깐 성체 모시며 묵상하는 시간 빼고는 거의 없었던 것 같다. 하느님은 늘 내 곁에 계셨겠지만 옆을 살피지 못하고 앞만 보고 일을 열심히 했다. 

그렇게 점점 주일학교 일로 인해서 소진되어 가던 도중, 우연한 기회로 서울대교구 장애인신앙교육부의 연합회에 들어가면서 나의 신앙은 변화를 맞았다. 연합회 지도 신부님께서 부원들을 대상으로 기도하는 방법에 대해 알려 주셨는데, 그때 향심 기도를 배웠다. 향심 기도는 머리에 생각을 비우고 하느님을 향한 마음에만 집중하는 기도인데, 이 기도를 하면서 처음으로 하느님과 만나는 경험을 했던 것 같다. 향심 기도를 계기로 신앙에 대한 갈망이 싹트기 시작했고 혼자서 기도하는 시간이 늘어났다. 수도원에 찾아가 기도하는 시간을 따로 갖기도 하고, 미사 시간이 아니어도 성당을 찾아가 조용히 기도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미지 출처 = Pixabay)

주일학교에서 다른 교사들과 복음 나눔을 할 때, ‘나는 왜 저런 신앙적인 생각이 봉사를 하면서 안 들까’ 하는 고민을 한 적이 많았다. 그런데 사실은 외딴곳에 가서 기도하시는 예수님처럼 다들 혼자서 하느님을 만나는 시간을 마련하고 신앙을 키워 가는 노력을 해온 것이었다. 예수님께서도 하루 종일 많은 사람을 만나면서 병자들을 고치고 복음을 선포하러 다니는 일을 하시면서도, 꼭 저녁에는 외딴곳에 가서 하느님을 만나는 시간을 마련하셨다. 신앙이라는 것이 마법처럼 한순간에 나에게 들어오는 것이 아니라, 정말 겨자씨만한 신앙이 나에게 심기고 그것을 키워 가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주일학교는 일이 정말 많기 때문에 하면서 신앙심을 키워 나가기는 쉽지 않다. 교사는 봉사활동을 통해 신앙심을 키워 나가기보다는 끊임없이 혼자만의 시간을 통해 신앙심을 키우고, 주일학교에서는 그 신앙심을 원동력 삼아 봉사할 수 있게 되는 것 같다. 또 그 신앙심을 통해 주일학교에서 봉사하는 마음가짐도 많이 달라진다. 내가 왜 이 봉사를 하고 있는지, 다른 교사들과의 충돌이 있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할지, 학생들이 말썽을 부릴 때는 어떻게 해야 할지 등, 모든 고민은 ‘하느님’ 아래 놓이면 가야 할 방향이 보인다. 

하느님의 일을 하는 것이고, 하느님이라면 내가 어떻게 하면 더 좋아하실지를 생각해 본다면 답은 쉽게 나온다. 그것을 실행하는 데에 어려움을 겪을 뿐이다. 그 실행을 하기 위해 계속해서 나를 단련하고 기도하는 시간을 가져야만 한다. 어느 신부님의 말씀 중에 "삶이 소명이다"라는 말을 좋아한다. 거창하게 무언가를 한다거나 다른 특별한 일을 해야 소명에 맞는 삶을 살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내가 지금 만나고 있는 사람들,  지금 하고 있는 일 속에서 하느님을 만나고 하느님의 뜻에 맞게 살아 간다면, 그 하나하나가 결국엔 나의 사명으로 이어질 거라고 희망한다. 주일학교 안에서 만나는 인연들과 사건들을 하느님께서 주신 선물처럼 기쁘게 맞이하고 풀어 보고 싶다.

박지수

IT 서비스 기획자, 장애인 주일학교 교사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