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도 지구온도 낮추기 한 달 살기'와 신앙생활

마두동 성당 캠페인 체험 수기

2024-09-24     이학호

'1.5도 지구온도 낮추기 한 달 살기' 캠페인

마두동 성당에서 프란치스코 교종 회칙 '찬미받으소서'를 실천하기 위해, 일회성이 아닌 지속 가능한 친환경 생활을 이어 가고자 시작했다. 이를 통해 개인과 가정을 넘어 주변 사람들에게도 탄소배출 줄이기 실천 행동을 전파하고, 모두가 지구 살리기에 동참하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다.

"함께해 주실 거죠? 많은 관심과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분과장님의 톡을 볼 때마다 나는 성경 속 예수님을 떠올린다. 물을 포도주로 바꾸고, 아픈 환자를 고치고, 물 위를 걸으실 수 있는 분께서 왜 제자들을 부르셨을까? 하느님의 말씀처럼 살아가는 것이 곧 참된 삶임을 제자들에게 알려 주고 싶으셨던 것 같다. 예수님은 제자들과 ‘함께하고 싶으셨던 것’이 아닐까. 분과장님의 ‘함께하자’는 말은 마치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하신 말씀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나도 함께하고 싶었다. 그러면 나도 조금은 예수님을 닮아갈 수 있을 것 같았다. 많은 관심과 참여를 부탁드리는 것은, 그만큼 함께하는 사람이 많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초등학생 두 아이를 키우는 아빠다. 매주 아이들과 어린이 미사에 참여하는 것이 나의 신앙 생활 전부였다. 아마도 아이들이 없었다면 주일 미사에 빠지는 것도 일쑤였을지 모른다. 그러던 중 본당(성당)에서 텃밭을 가꾼다는 소식을 듣고 아이들과 함께했다. 그마저도 아이들이 없었다면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때까지 나의 신앙생활은 이 정도였는데, 이번에 함께하자는 '1.5도 지구온도 낮추기 한 달 살기' 캠페인으로 신앙생활 폭이 넓어졌다. 한 달 동안 삶 속에서 발생하는 탄소량을 줄이고, 더 이상 지구 환경을 훼손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을 실천해 보자는 것이다.

지난 봄에도 소성당에서 수녀님의 이와 관련된 강의를 들었고, 일 년 전에도 비슷한 모임이 있었으며, 매주 성당 주보를 통해 찬미받으소서 7년 여정의 환경 캠페인은 계속되고 있었다. 그러나 모임은 일회성 행사에 그쳤고, 주보 속 캠페인도 마음에 와닿지 않아 실천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그래서 이번 모임도 반신반의했지만, 다행히도 첫 모임이 즐거웠다. 교육의 지루함도 없었고, 환경을 오염시켰던 그동안의 행동들에 대한 반성을 강요하지도 않았다. 짧은 교육 뒤에는 게임을 통해 아이들과 함께 즐기는 시간을 가졌다. 무엇보다 매일 실천한 것들을 기록하고, 주일에 단톡방에 올려 인증하며 한 달을 보낸다는 게 인상적이었다.

44가지 실천 행동 목록이 주어졌기 때문에 무엇을 해야 지구를 살릴 수 있을지에 대한 막연함이 없었다. 물건 용도 생각하고 천천히 구입하기, 에너지 낭비 전기/전자 제품 확인하기, 아무것도 사지 않는 무(無) 소비하기, 냉난방기 사용 1시간 줄이기, 손수건 사용하기, 영수증 받지 않기(전자 영수증 활용하기), 옷구매 덜 하고 서로 바꾸거나 기증하기, 장바구니 사용하기, 육식 대신 채식 식사하기, 물 아껴쓰기(물받아 사용하기), 쓰지 않는 가전제품 플러그 뽑기.... 외에 몇 가지 기도 실천도 있다. 그 가운데 나는 일회용품 줄이기, 텀블러 사용하기, 컴퓨터 사용 줄이기, 잔반 남기지 않기, 먹을 만큼만 요리하기를 주로 실천했다. 

'1.5도 지구온도 낮추기 한 달 살기' 캠페인이 8월 25일 마두동 성당에서 열렸다. 생태평화 분과에서 진행하고 10가족, 31명이 참여했다. 같은 성당 신자인 녹색환경연구소 고이지선 연구원의 강의와 게임을 통해 지구 환경에 대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마두동 성당은 캠페인을 전 신자에게 확대할 계획이다. (사진 출처 = 이학호)

하느님은 지구를 창조하시고 모든 생명체가 조화롭게 살아가도록 만드셨다. 그러나 인간은 바벨탑을 쌓아 하느님처럼 되려 했듯이, 편리함과 발전을 위해 자연 질서를 무시하고 자신을 높여 왔다. 그 결과, 우리는 기후변화, 생태계 파괴, 자원 고갈 등 심각한 문제 속에 살게 되었다. 마치 바벨탑을 쌓던 인간들이 하느님의 개입으로 혼란에 빠졌던 것처럼, 이번 여름 유난히 더운 날씨는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지금 같은 삶의 방식이 지속될 수 없다는 경고를 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1.5도 지구온도 낮추기 한 달 살기' 캠페인은 하느님의 창조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신자들의 실천이었다.

하지만 유난히 더웠던 여름이 지나가고 쌀쌀해진 날씨는 지난 폭염을 잊게 만들어, 지구 온도는 내년에 생각하면 된다는 얄팍한 마음이 앞서게 된다. 그럼 곧 닥쳐올 추위는 어떻게 이겨낼까?

한 달 동안 일상의 행동을 돌아보며 나는 지구 온도를 낮추는 실천과 신앙생활이 다르지 않다는 것을 느꼈다. 나의 편리함은 이기심에서 비롯되었고, 다 쓰지도 못하고 버리는 것들은 욕심에서 기인한 것이었다. 기도 생활도 많이 부족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내 안에 하느님은 없었고, 나로 가득 차 있었던 것이다. 일상에서 스스로를 돌아보는 시간이 없었으니, 캠페인에 참여하지 않았다면 어제와 다를 바 없는 반복만 있었을 것이다. 조금이나마 나를 돌아보면서, 하느님이 창조하신 세상 속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생각할 수 있었다. 지구 온도를 낮추는 행동 실천은 곧 신앙생활이었다.

이학호 세례자요한
두 아이와 함께 매주 어린이 주일학교 미사를 드리고, 마두동 성당 텃밭팀에서 아이들과 농작물을 가꾸며 주말을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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