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발전소 수명 연장과 안전성, "상식적이지 않다"
주교회의 사회주교위원회 공동 심포지엄
주교회의 사회주교위원회 산하 위원회 공동 심포지엄이 4일 생태환경위원회 주관으로 진행됐다.
사회주교위원회는 교육, 국내이주사목, 사회복지, 사회홍보, 생태환경, 정의평화 등 6개 위원회가 매년 위원회별 주제를 정해 공동 심포지엄을 연다. 올해는 생태환경위원회가 '기후위기 시대, 노후 핵발전소의 수명 연장과 신규 핵발전소의 안전성 문제'를 주제로 마련했다.
이날 심포지엄에는 세 주제 발제와 핵발전소 인근 지역 주민들의 이야기를 듣는 시간을 가졌다. 발제에서는 '원자력 발전소의 안전성'(한국원자력연구원 백원필 박사), '노후 핵발전소 주기적 안전성 평가 관련 현안 검토'(한국원자력안전방재연구소장 한병섭 박사), '노후 핵발전소 수명 연장과 신규 핵발전소 문제'(원자력안전과미래 이정윤 대표)를 다뤘다.
생태환경위원장 박현동 아빠스는 인사말에서 “핵분열을 이용한 에너지는 안전하게 관리하면 대량의 에너지 수요를 충족할 수 있지만, 다른 한편 전 세계적 경험으로 보면 한번 문제나 사고가 생기면 회복하는 데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든다. 무엇보다 그 안에서 고통받는 이들이 너무 많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면서, “오늘날 에너지 문제는 단순히 기술적 문제를 벗어나 윤리적, 생태적 문제와 연결되어 있고, 우리의 삶과도 밀접하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 후쿠시마 사고 이후에도 한국을 포함한 세계 각국은 핵발전에 대한 다양한 입장을 취하고 있고, 온실가스 감축 측면에서 노후 핵발전소 연장, 신규 핵발전소 건설 흐름도 사실이라며, 심포지엄을 통해 상호 이해의 폭을 넓히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현재 한국 원자력 발전 현황은 가동 중 상업용 원전은 28기 중 26기며, 국내 전기의 30퍼센트를 공급하고 있다. 건설 중인 원전은 새울 3, 4호기, 건설 예정인 원전은 신한울 3, 4호기다.
"원자력 에너지, 가장 경제적이고 깨끗하다"
첫 발제를 한 백원필 박사는 원자력과 원자력 발전이 왜 필요한가 그리고 원전의 안전성에 대해 발표했다.
그는 원자력 전문가로 신자 생활을 하기 괴로울 정도로 교회의 원자력 발전 반대 목소리가 높다면서, “교황청 역시 핵무기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거부하지만 원자력 발전의 평화적 이용을 배척하는 것 같지는 않다. ‘필요하다면’이라는 전제하에 재생에너지 범주에 넣기도 했다”고 말했다.
백 박사는 원자력은 다른 에너지와 마찬가지로 장단점이 있고, “고밀도의 에너지지만 필요한 부지, 연료가 적고, 대기 오염을 배출하지 않으면서도 고품질의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한다”면서도, 사고 가능성이나 사용후 핵연료 관리 문제, 급격한 출력 조절 어려움 등의 단점도 인정했다.
그는 원자력이 필요한 이유에 대해, ‘에너지 트릴레마 지수’의 “에너지 안보, 환경적 지속가능성, 에너지 형평성(가격 적정성)을 모두 따져 볼 때, 한국 원자력은 3가지 요소가 모두 우수한 상황”이라며, 한국이 에너지 취약국임을 감안할 때, 가장 효율적 발전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각국이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재생에너지 비중을 높이고 있지만, 나라별 조건과 환경에 따라 에너지 믹스는 모두 다르다며, 어느 한 나라의 에너지 정책을 두고 비교할 수 없다면서, “탄소 배출에 대한 전 주기적 평가 자료를 보면, 원자력은 풍력과 같이 가장 탄소 배출을 적게 하는 환경 친화적 에너지”라고 강조했다.
백원필 박사는 원자력이 탄소중립에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은 “가동 원전의 계속 운전(수명 연장), 제3세대 원전 신규 건설, 소형 모듈 원자로 개발 및 이용”이라며,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서 재생 에너지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은 모든 기관의 공통 의견이다. 현재 원자력 설비의 2.5-3배가 있어야 탄소 중립을 무리 없이 달성할 수 있다는 결론”이라고 말했다.
원자력을 기능이나 효과 면에서 재생에너지 범주로 보는 그는 “온실가스, 미세먼지 등을 배출하지 않으며, 경제적, 에너지 안보 기여, 수출 경쟁력 확보, 다앙한 미래 수요와 고급 일자리 지속 창출, 방사선 이용 분야의 국민 복지 및 과학기술, 산업 경쟁력 기여”에서 그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그는 원자력 안전성에 대한 우려에서 가장 큰 비중은 방사능 유출이지만, 안전 설비의 70퍼센트를 유출 차단을 위한 것이라며, “방사선은 무색, 무미, 무취이기 때문에 괴물처럼 생각할 수 있지만 방사선이 우리 몸을 해치고 암을 일으키는 그 원인은 다른 유독 화학 물질이 우리 몸을 해치고 암을 일으키는 메커니즘과 똑같다. 사고의 리스크가 방사능이라는 원인이 다를 뿐”이라고 말했다.
백 박사는 원자력 발전 사고에 영향을 미치는 자연 재해, 특히 지진과 관련해 한국과 일본은 지진 발생 빈도와 규모에서 본질적 차이가 있다면서, “그동안 원자력 발전소 사고는 지진 자체가 문제가 된 경우는 단 한 개도 없다. 후쿠시마는 지진 뒤 쓰나미로 완전 붕괴된 것”이라며, “한국 원전은 국내에서 발생할 것으로 평가되는 진도 7 수준까지는 필수적 안전 기능을 유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사용후 핵연료 처리 역시 큰 문제가 없으며, “현재 시설 수준에서 방사성 물질이 밖으로 빠져나와 인류의 환경을 크게 오염시킬 수 있는 시나리오는 없다”면서, “사용 후 핵연료는 임시 중간 시설에 안전하게 보관 가능하고 지금까지의 60여 년간 실적을 통해 충분히 인정됐다”고 말했다.
노후 원전 수명 연장과 관련해, “원전의 평균 이용률을 보면, 놀랍게도 오래된 원전의 이용률이 떨어지지 않는다. 설계 수명이 지난다고 해서 위험해지지 않는다”면서, “원자력 안전에 대한 의문 제기 그리고 엄격한 감시는 정당하고 유익하다. 다만 합리적 대화를 배제한 일방적인 비판 또는 비난은 정당하지 않다”고 말했다.
"원전 안전성 관리, 이대로는 안 된다"
이어 발제한 한병섭 박사는 현재 원자력 발전소의 안전 관리와 안전성 평가 현안을 검토했다. 그는 앞서 원자력 발전의 필요를 역설한 백원필 박사의 견해에 상당 부분 동의한다면서도, 실제 국내 원전에서 벌어진 안전 사고와 관련 문제를 살폈다.
먼저 그는 월성 원전의 방사능 오염수가 흘러나오는 상황이 벌어지지만 국가가 이를 두고 “유출이 아니”라고 규정한 것에 대한 논란을 언급하고, 그럼에도 노후 원전의 수명을 연장하려는 시도는 법과 제도의 허술함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또 실제 한빛 4호기를 비롯해 사고나 발전소 구조에 생긴 문제로 가동이 중단되는 문제들이 생겼지만 국가나 원자력 안전을 관리하는 기관에서는 원전 안전성과 관련한 어떤 문제제기를 하지 않고 있다면서, “문제와 불안에 대해 기술적으로 설명하고 안심시켜 줄 책임이 있지만 하지 않는 접근 방식이, 국민들 특히 원전 지역 주민들의 불신, 불안을 갖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 세계적으로 원전 가동, 폐기 양상을 보면, 평균 원전 수명은 약 40년이다. 미국을 중심으로 원전으로 얻는 전력을 다른 발전 방식으로 단시간에 충당하기 어렵기 때문에 나온 자구책이 노후 원전 수명 연장이며, 한국 역시 이러한 패턴을 따른다.
한병섭 박사는 10년마다 하는 원전 안전성 검사는 결국 40년의 평균 수명을 다한 뒤에도 “검사 결과 안전하다”는 평가를 통해 수명을 연장하려는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법과 제도적인 안전성 검토의 근거는 2002년부터 모든 원전에 대해 시행하는 ‘주기적 안전성 평가(PSR)’의 법제화(2014년), 원전중대사고 안전규제법(2015년)이다.
그는 현재 평균 수명(40년)이 다 되어 가는 원자력발전소 4-5기를 수명 연장시키려는 상황에서 현재 적용하는 안전성 검사를 기준과 결과는 신규 원전의 안전성 검사와 달리, 일부 수치와 검사 목록만 나열하는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한 박사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 뒤, 한국도 2015년 국제적 흐름에 편승해 중대 사고 안전규제법을 법제화를 시켰지만, 사실상 국민들의 가장 불안해 하는 방사선 환경영향 영역은 실질적으로 적용시키지 않았다고 지적하고, “2019년 행정법원 결정에 따라 비로소 고려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가 원전 수명 연장과 관련해 지적한 법적, 제도적 미비점은 “중대사고 유관 법률 미정비, 최신 기술기준 미적용, 부적절한 기술 근거, 부적절한 중대사고 평가, 사고시 동일 부지 내 다수호기가 동시에 영향을 받을 가능성 배제, 불안한 방재와 환경영향 평가(주민보호대책 2015년 이후 변화 없음) 등이다.
“고리 1호기부터 중대 사고나 원자력 발전소의 중차대한 사고에 대한 대책이 고려돼서 새롭게 평가가 돼야 하는 시점이다.”
한병섭 박사는 “원자력 발전소가 안전하다고 믿지만 예외적 경우에 대한 안전성까지는 더 보완이 되어야 한다”면서, “원자력 발전소의 안전은 완벽한 것이 아니며, 계속 보완되고 발전시켜 가야 한다”고 말했다.
또 한반도 안팎의 기후위기로 인한 자연 현상, 자연 재해, 심지어 테러, 전쟁 역시 원전 안전성을 유지하는 데 고려해야 할 사항들이라고 강조했다.
포화상태인 사용후 핵연료 저장고 문제 역시, 수명 연장이 되더라도 정작 발전기를 돌리지 못하는 상황을 만든다며, “법적인 한계, 여러 부수적 조건을 고려하고 해결하지 못하면서 수명 연장만 한다는 것은 반드시 확인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원전중대사고 안전규제법이 법제화 됐지만 준비 없는 법제화 역시 문제다. 한병섭 박사는 탈원전을 내세우면서 국가적으로 제도에 대한 준비를 하지 못한 채 법제화가 됐다면서, “대통령이 바뀌고 수명 연장을 해야 하는 당위성이 생겼다. 얼마나 준비가 미흡했는지 많은 흔적이 발견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원자력 발전 운영과 안전 검검, 대책, 원전 주변 지역 주민들의 불안 해소, 법 적용 등 모든 과정이 상식적이지 않으며, 주민들을 기만하는 방식으로 하고 있다면서, 원전 내부의 취약점과 문제들이 발견되고 있는데도 재발 대책을 세우지 않고 “보수했으니 안전하다”는 것은 국민의 신뢰를 스스로 걷어차는 행위라고 말했다.
한병섭 박사는 “우리가 원자력 안전을 자신하고 있는데 국가기관이 안전에 대해 상식적으로 접근하고 있었는지 스스로 판단을 해 봐야 한다. 안전만 강조하면서 잘못된 상황에 대한 대안은 말하지 않는다”면서, “각성이 필요하다. 시민들 역시 원자력은 특별히 어려운 문제가 아니라 환경법 테두리 안에 있는 내용이므로 충분히 생각하고 요구하면서, 애정을 가지고 지켜봐 달라”고 요청했다.
“원전 안전, 은폐가 문제다”
마지막으로 이정윤 대표는 원자력 발전이 유지되는 상황에서 방사성 폐기물과 안전성 문제, 원전 수명 연장에 대한 시민들의 관점 등을 두루 살폈다.
그는 원전의 안전성 중에서도 방사성 폐기물, 특히 고준위 핵폐기물 문제를 지적했다.
최근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법 쟁점을 언급한 이 대표는 “이 특별법 논란을 지켜보면서 가장 우려했던 것은 결국 원전 추진을 강제하기 위한 법이고, 이 법을 관료적으로 집행할 경우 상당히 위험해질 수 있다는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원전은 물론, 핵폐기물 저장소 사고 역시 큰 재해로 이어질 수 있다. 현재 40년간 사용되는 저장소는 용량을 다 채웠을 뿐 아니라 임시저장소다.
그는 언제 어떻게 누설될지 모르고, 시설 정비나 예방조차 불가능한 방폐장 문제는 실제 문제가 생겼을 때, 상당히 심각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지역 지원금, 결국 안전성이 아니라 돈으로 지어진 경주 중저준위 방폐장의 경우 매일 1300톤의 지하수가 나오고 있다. 그런데 시설 콘크리트가 해수용이 아니기 때문에 바닷물에 따른 침식에 속수무책”이라고 설명했다.
이정윤 대표는 “상당히 위험한 상황이고 실패한 방폐장이다. 문제는 원자력계에서 이것을 심각하게 보는 이들이 아무도 없다는 것”이라며, 안전에 대한 책임이 아니라 사업자 논리만 있다고 지적했다.
사고가 났을 때, 방사능이 어디서 새는지 모르는 현실
방사능 모니터 6개 중 5개 고장
이 대표는 안전성 모니터링을 통해 안전 확보를 위한 요구를 해 왔지만 반영이 안 되고 있다면서, “원전 인근 주민의 3중수소 피폭 문제 등을 비롯해 중요한 안전 정보의 은폐 역시 큰 문제”라고 말했다.
쉬운 전기 뒤, 핵발전소 지역 주민의 희생 있다
발제에 이어 핵발전소 인근 주민들의 발언 시간에는 황분희 부위원장(경주월성핵발전소 최인접지역 주민이주대책위)과 박진영 집행위원장(탈핵울산시민공동행동)이 주민들의 현황을 공유했다.
황분희 부위원장은 정부가 바뀌면서 “(발전소 인근 지역에) 왜 살지 못하는가. 법적 하자가 없으니 이주시켜 줄 수 없다”는 입장이라며, 이주를 요구하는 10년 싸움의 고단함, 건강권과 행복추구권을 박탈당한 현실을 토로했다.
그는 “도시에서 쓰는 쉬운 전기는 핵발전소 지역 주민들의 희생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힘겨운 이들이 있다는 것을 기억하고 주민들의 싸움에 동참해 달라”고 말했다.
박진영 집행위원장은 원자력 발전과 관련해 많은 문제가 있지만 묵묵하게 챙겨야 할 것들이 있다면서, “고준위방사성폐기물, 노후 핵발전소 수명 연장, 신규핵발전소 추가 건설 금지” 등에 시민들이 참여해야 한다며, “특히 울산은 노후 핵발전소 가동 중단에 과반수 이상 찬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오래된 핵발전소를 막기 위한 운동을 추진하고 있으며, 다시 동참을 호소하고, “지금의 에너지 정책이라면 밀양의 싸움이 다시 시작될 수도 있다. 전기를 쓰기 위해 핵폐기물, 방사능 오염수와 같은 쓰레기를 만들 이유가 있는가”라며, “아이들에게 어른스러운 어른이 되자”고 미래세대에 대한 책임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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