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상병 특검법에 국운이 달려 있다!

2024-05-30     김성수

채상병 특검법에 대한 대통령 거부권이 초미의 관심이 집중되었던 것은 대통령의 자질과 상식이 궁금했기 때문이다. 이번 대통령의 결정에 따라서 국운이 결정된다고 믿고 있다. 한 사병의 죽음으로 특검법이 두 번씩이나 의결되었으니 분명 보통 일이 아니다. 국민의 3분의 2는 특검법에 찬성한다고 하니 정부 여당의 말처럼 야당이 벌이는 정쟁이 아니라 절실한 민의(民意)가 틀림없다. 들리는 말에 ‘병사 한 명의 죽음으로 사단장이 물러난다면 사단장 할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고 했다니 차마 일국의 대통령의 말이라고는 믿어지지 않는다. 장기(將棋) 전술에 ‘졸(卒)을 버려서 차(車)를 지킨다’(기졸보차棄卒保車)라고 했지만 이는 전쟁이나 군사독재 시절에나 있음 직한 일이다. 우리 언론 자유지수가 세계 62위라고 하더니 대통령 기자회견의 질문이나 답변을 보면 그 이유를 어렵지 않게 알 것 같았다. 정부 예고와는 달리 용산에 의해 미리 잘 짜여진 구상대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기자의 자질과 기개를 볼 수 있었던 질문은 찾기 어려웠다. 기자들의 우문(愚問)에 대통령의 서답(西答)이 이어질 뿐이었다. 이래도 지금 우리나라가 선진국이 맞는지 심히 의심스럽다. 말끝마다 자유를 부르짖는 대통령에게는 언론이나 국민은 장기판의 졸로 보이는가 보다.

이번 사건은 대통령이나 정부 여당이 생각하는 것처럼 한 해병의 죽음에 그치지 않는다. 희생자의 숫자로 사태의 경중을 따진다면 이태원의 159명이 더 심각하고, 세월호의 304명은 훨씬 엄중하다. 그러나 이태원 사건과 세월호 사건은 안전불감증과 정부대처 능력, 자세가 문제였던 반면에 채상병 사건은 국가안보와 국정과 군 기강의 문란을 확인한 사건이라는 점에서 그 심각성이 더하다. 이번 사건은 국방장관, 해병대 사령관, 사단장이 지휘관으로서의 능력과 자질이 최악에 이르렀다는 사실을 입증하고 있다. 사단장은 지휘관으로서 갖춰야 할 전투력 강화에는 관심이 없이 부하들을 동원하여 오로지 보여주기 연출로 권력자들에게 아부하여 승진에만 몰두한 전형적인 부패 군인이다. 그들의 목표는 전공(戰功)이나 전투력 증강이 아니라 겉치레 보여주기를 잘하여 승진하는 데에 있을 뿐이다. 그 조건이란 후안무치해야 되고, 정권에 줄을 잘 대고, 쇼맨십을 연마하고, 치맛바람을 날리는 아내를 두는 것이다. 지휘 능력이나 전술 연마는 승진의 필수가 아니라 참고사항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잘 알기에 그들은 원리원칙을 따지는 고지식한 군인들을 비웃는다. 우리 군에서는 '악화는 양화를 구축한다'는 그레샴의 법칙이 그대로 통한다. 이런 자들이 승진을 거듭하고, 최고지휘관이 된다면 나라의 안보는 위험에 빠질 것이라는 사실을 임진왜란 때 원균이 여실히 입증한 바 있다. 해병 수사단장인 박정훈 대령의 결단은 이러한 무능 부패 군인에 대한 응징으로 국방을 튼튼히 하고, 나라를 구하려는 의거다. 그럼에도 오히려 그를 항명죄로 단죄하고, 부패 군인을 비호하여 국방을 위험하게 하고 있으니 이들은 나라를 팔아먹는 흉악한 악화(惡貨)들이다. 이들을 비호하는 정치 세력이나 군인들의 죄상을 밝혀내 군 기강을 세우고, 국가안보를 튼튼히 하자는 것이 이번 특검의 목적인 것이다.

5월 28일 국회 본회의 채상병 특검법 재표결에서 출석 의원 3분의 2를 넘기지 못해 부결되었다. (사진 출처 = MBCNEWS가 유튜브 채널에 올린 동영상 갈무리) 

특검을 통하여 부패 무능한 지휘관을 징계하고, 국기를 문란케 한 고위공무원들을 척결하자는 것은 억울하게 희생된 한 생명의 원한을 풀어주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안보를 굳건히 하기 위해서였다. 국방 장관을 비롯한 대통령실, 공무원들은 자신들의 자리 보전을 위해서 국정과 안보를 팽개친 중범죄자들이다. 만약에 그들의 악행이 ‘대통령의 격노’에 의한 것이었다면 대통령은 나라의 안보와 기강을 문란시킨 장본인이다.

이러한 사태를 짐작한 정부는 특검법을 거부하겠다고 호언하였고, 2년 동안에 대통령은 10번의 거부권을 행사했으니 연산군 이래 이런 폭군이 또 있었을까 싶다. 대통령이 정말 이 사건과 무관했다면 진즉 특검법에 앞서 무소불위의 검찰을 동원하여 자신의 결백함을 입증했어야 했다. 대통령의 이번 거부권 행사는 자신의 죄를 인정하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 자신이 말한 대로 ‘특검을 거부하는 자가 범인’이기 때문이다. 국민적 의혹을 대통령 말대로 유명무실한 공수처에 맡긴다면 3년이 지나도 끝나지 않을 것이다. 우리 국민은 그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어리석은 무지렁이가 아님을 총선에서 보여 주었다. 설령 이번 특검을 무산시킨다 하더라도 22대 국회에서 다시 발의될 것이고, 이미 예고된 것만 하더라고 4개의 특검안이 더 남아 있다. 거부권울 행사할 때마다 나라가 혼란에 빠져들 것이라면 나머지 3년은 너무 길고 불행하다. 권력에 취하여 국민을 바보 취급했다가는 그들은 물론 나라는 만신창이가 될 것이다. 날로 위태로워지는 국내외 정세로 보아 우리에게 남은 시간은 결코 많지 않다.

이번 특검법을 통해서 채상병의 억울한 죽음의 진상을 규명해야 하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일은 국가체제의 문란과 타락을 바로잡는 일이다. 그러므로 채상병 특검법은 시급히 실행되어야 하는 국민의 요구다. 그것이 나라를 지키고 정의롭게 하는 길이라고 국민의 절대다수가 믿고 있지 않은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대 최저의 지지율로 끓어오르는 민의를 거부하고 있으니 이 정부가 더 이상 존립할 이유가 없음을 오늘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되어 참으로 안타깝고, 절통하다. 이제 국민은 무엇을 다시 기다려야 할까? 이럴 때 옛사람들은 말했다. 오호통재(嗚呼痛哉)라!    

김성수

전 공주대학교 국어교육과 교수. 현 공주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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