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움꾼 대통령만 바라보는 싸움꾼 윤바라기들의 세상

2023-09-18     유상우

이야기 하나

“시커먼 먹구름 위에는 언제나 빛나는 태양이 있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먹구름을 걷어내고 혼란 속에서 나라를 지켜낸 구국의 지도자” 어느 독재 국가의 이야기 같지요? 우리나라 이야기입니다. 아! 그렇다면 예전 군사정부 시절에 한 대통령을 두고 말한 이야기일까요? 아닙니다. 현 대통령을 두고 한 민주평통 부의장 김관용 씨의 말입니다. 80 나이에 한 자리 차지하려는 노욕마저 안쓰러워 보입니다. 역시 3선의 구미시장, 3선의 경북도지사 출신다운 인물의 행보입니다. 제1공화국 때 모 장관이 방귀를 뀐 대통령을 두고 “각하 시원하시겠습니다”라는 낭설과 전두환 시절 각하의 경호는 심기까지 경호해야 한다는 장세동 씨의 충절도 모자라 보입니다. 김관용 씨는 이런 말도 덧붙였지요. “지금까지 이런 지도자를 만난 적 있었냐” 김관용 할아버지 앞에서 말하고 싶습니다. 이런 지도자를 세상 어디서 만나겠냐고 말입니다. 나이를 불문하고 권력을 향한 열정을 보여 주는 윤바라기 김관용 씨에게 이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미련한 자나 어리석은 자나 음행하다 재판받는 노인네를 깨우쳐 주는 일을 부끄러워하지 마라. 그러면 너는 진실하게 교육받은 이로 모든 사람 앞에서 인정을 받으리라.”(집회 42,8)

지난 13일 윤석열 대통령이 국방부, 문화체육관광부, 여성가족부 장관을 동시에 바꾸는 개각을 발표했다. (사진 출처 = KBS 뉴스가 유튜브 채널에 올린 동영상 갈무리)

이야기 둘

얼마 전 장관 교체가 있었습니다. 언론의 예상대로 인선된 후임 인사가 정말 가관입니다. 유인촌 문화부 장관과 김행 여성부 장관 후보자이지요. 얼마 전 대통령이 자기 사람들에게 ‘싸워야 한다’고 이야기 했지요. 언론과 싸우는 방통위원장에 더불어 이명박, 박근혜 정부 때 누구보다 잘 싸웠던 인물들을 귀환시켰습니다. 더불어 해병대 장병 사망사고로 책임을 져야 할 국방부 장관이 교체됩니다. 수많은 의혹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고, 그에 대한 책임과 조치를 국방부 장관이 해야 하는데 도망가듯 사의를 표했습니다. 그리고 후임 국방부 장관 후보자도 역시 싸움꾼인 것 같습니다. ‘문재인 모가지 따는 것은 시간 문제’라고 했던 인물이지요. 극우 유튜버나 할 이야기를 했던 사람이 국회의원을 거쳐 한 나라의 군사안보를 책임지는 국방부 장관이 될 상황입니다. 신원식 스테파노 후보자님. 이런 성경 말씀 들어 보셨나요?

“싸움을 사랑하는 자는 죄악을 사랑하는 사람이고 자기 대문을 높이는 자는 파멸을 찾는 사람이다.” (잠언 17,19)

이야기 셋

제1야당 대표가 단식 중입니다. 예전에 김대중, 김영삼 전 대통령이나 황교안 전 대표 때는, 그래도 인간의 도리가 있었습니다. 아무리 정치적으로 대립하고 있다 할지라도 대통령이나 여당 대표, 아니면 다른 인물들이 단식을 말리거나 이른바 ‘출구전략’을 마련하고자 노력했습니다. 당연히(?) 윤석열 대통령은 관심이 없습니다. 그렇다면 윤바라기들은 어떨까요? 이재명 당 대표가 단식을 사직한 지 얼마 안 된 지난 4일 대표적인 윤바라기 국민의 힘 김기현 대표는 “야당 수장의 모습보다 관종(관심 종자)의 DNA만 엿보일 뿐”이라고 비판했습니다. 단식 8일째 되는 날 이 대표를 찾을 생각이 없느냐는 질문에는 “지금 단식하고 계시냐. 잘 모르겠다”라는 치졸한 모습을 보여 주었지요. 그런 당 대표가 모 언론을 두고 사형에 처할 반역죄라고 이야기했지요. 그리고 얼마 안 지나 그 언론사는 압수수색을 당하고 취재를 한 기자의 개인 집까지 수색했습니다.

“분쟁을 멀리하는 것은 사람에게 자랑스러운 일이지만 미련한 자는 모두 싸움에 뛰어든다.”(잠언 20,3)

대통령만 바라보고, 대통령에게서 팽당할까 봐 노심초사 최선을 다하는 윤바라기들의 무한경쟁시대입니다. 국민을 바라보아야 하는데 오직 용산만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대통령이 세상을 상대로 싸우려고 하니 윤바라기들도 자연스럽게 싸움꾼이 되어야 살 수 있지요. 총선이 다가올수록 이 싸움의 기세는 더 강해지겠지요. 부디 이 정부가 마음속 생각이 교만한 자들을 흩으시고 통지자들을 왕좌에서 끌어내리시는 분(루카 1,51-52)을 두려워하고 싸움보다는 말 그대로 ‘정치’를 하는 모습을 보여 주기를 소망해 봅니다.

유상우 신부

부산교구 우정 성당 사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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