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노달리타스! 이벤트를 넘어 일상의 영성으로!!

2023-08-25     경동현

‘시노달리타스’를 주제로 2023년 10월 4-29일 열리는 제16차 세계주교시노드 정기총회 1차 본회의까지 한 달 남짓 남았지만, 일선 본당에서 ‘시노달리타스’에 관한 목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는 듯하다. 2021년 10월 개막 미사를 시작으로 2022년 상반기에 휘몰아치듯 지역 교회 차원의 만남과 경청, 대화 과정을 거치면서 본당과 교구 보고서가 제출된 이후 ‘상황 종료’된 느낌이다. 마치 고3 수험생이 수능을 목표로 중고등학교 6년을 공부만 하다가 수능이 끝난 직후의 허무함, 상실감이 이런 느낌일까?

현재 우리가 이해하고 있는 바에서 드러나는 중요한 특징 가운데 하나는 시노달리타스가 신학일뿐 아니라 영성 훈련이기도 하다는 점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시노달리타스 영성이 무엇을 의미할 수 있는지, 왜 이 영성이 교회 생활, 이해, 신학적 성찰에 심오한 근거가 될 수 있는지 탐구하도록 초대받은 셈입니다. 그리스도인이 된다는 것은 ‘시노달리타스 소명’을 받았다는 뜻입니다. 이 소명은 영성생활을 통해 성장합니다.('시노달리타스를 위한 영성을 향하여 나아가기' 2항, 바티칸시노드사무국, 2023.3)

위 인용문은 많은 지역교회가 시노달리타스의 지역교회 여정을 밀린 숙제하듯 마치고 그 결과물을 본당과 교구 문서고에 방치하고 있던 지난봄, 바티칸 시노드 사무국에서 발간한 문서 일부다. 이는 프란치스코 교종의 지난 2019년 7월 연설을 연상케 한다.

시노드를 여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여러분이 시노드여야 합니다. 교회는 절실한 내적 나눔이 필요합니다. 즉 사목자들 간에, 그리고 사목자들과 신자들 간에 생생한 대화가 필요합니다. (교종 프란치스코, 2019년 7월 5일 우크라이나 그리스-가톨릭교회 상설 시노드와 메트로 폴리탄 총대주교와의 알현에서 하신 연설)

그간 한국교회가 시노달리타스를 다뤄왔던 방식은 영성적 차원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영성을 신념과 태도, 행동을 포함하는 총체적인 것으로 규정할 때 더욱 그렇다. 나와 우리가 시노드여야 한다는 말은 무슨 의미일까? 사목자들 간에, 그리고 사목자들과 신자들 간에 대화가 일회적이거나 생색내기용 대화가 아니라 생생한 대화가 되려면 시노달리타스 영성의 내면화, 다시 말해 시노달리타스 영성을 살아가는 신앙인이어야 한다는 말이 아닐까!

지난해 의정부교구 경청 모임 모습. 의정부교구는 지난해 본당을 비롯 여러 사목 분야의 경청 모임을 진행했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자료 사진

2년 전 의정부교구 본당 사목위원을 대상으로 시노달리타스 실현을 주제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는 교회 구성원들 간에 생생한 대화를 가로막고 있는 상황을 잘 보여주었다. 약간의 편차는 있겠지만 다른 교구의 현실도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다.

사목위원들이 볼 때, 시노달리타스 실현을 위해 본당 구성원(설문에서는 ①주임 사제, ②협력/부주임 사제, ③총회장, ④사목위원, ⑤일반신자, ⑥사무장/사무원으로 구분) 각자가 얼마나 중요한지, 또 각 구성원은 시노달리타스 실현을 위해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지를 5점 척도로 물었다. 시노달리타스 실현을 위해 중요하면서, 노력도 가장 많이 하는 이는 ‘주임 사제’였다. 주임 사제가 뽑은 사목위원들이니 당연한 결과라고 할 수 있겠다. 주임 사제만큼은 아니더라도 총회장도 시노달리타스 실현을 위해 중요한 존재이고 노력을 많이 한다고 보았다. 이 역시 사목위원 선발 과정에서 총회장의 의견이 상당 부분 반영되고 있는 현실과 무관치 않다. 협력 사제와 부주임의 경우는 중요도는 평균 점수 이하로 낮았지만 노력은 비교적 열심히 한다고 보았고, 사목위원 스스로에 대한 생각은 평균점이었다. 흥미로운 건 일반 신자에 대한 사목위원들의 생각인데, 시노달리타스 실현을 위해 주임 사제 다음으로 중요하다고 본 반면에 노력 점수는 가장 낮았다.

같은 방식으로 교구 사제들을 대상으로도 설문조사를 실시한 적이 있다. 사제 설문에서는 교회 구성원의 범주가 달랐는데, ①교구장, ②지구장, ③교구청 사제, ④본당 및 특수사목 사제, ⑤평신도 봉사자로 구분해 물었다. 사제들 시선에서 시노달리타스 실현을 위해 중요하면서, 노력도 가장 많이 하는 이는 ‘평신도 봉사자’였다. ‘지구장 신부’는 중요도는 낮았지만 시노달리타스 실현 노력은 열심히 한다고 보았다. 응답자가 가장 많았던 ‘본당 및 특수사목 사제’는 평균점에서 약간 낮은 수준이었다. 사목위원 설문에서 ‘일반 신자’의 자리는, 사제 설문에서는 ‘교구장’이 차지한 점이 흥미롭다. 사제들의 시선에서 시노달리타스 실현을 위해 누구보다 중요한 구성원이지만, 노력 정도는 가장 낮다고 본 결과다. ‘교구청  사제’의 경우는 사목위원 조사 때 ‘사무장/사무원’의 자리, 중요하지도 않고 노력도 별로 하지 않는 그룹으로 인식되는 경향을 보였다.

사목위원 설문에서 주임 사제와 일반 신자를 바라보는 사목위원들의 인식 차이, 사제 설문에서 평신도 봉사자와 교구장을 바라보는 사제들의 인식 차이가 시사하는 바는 무엇일까? 사목위원이 아니라 일반 신자와 교구장에게 같은 질문을 한다면 그 반대 결과가 나오지 않았을까? 설문  결과는 교회 구성원 상호 간에 시노달리타스를 실현하는 일이 일회적인 대화와 경청의 시간을 갖는다고 쉽게 좁혀지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지난봄 바티칸 시노드 사무국에서 발표한 문서는, 이런 이유로 시노달리타스는 교회 안에서 용서와 화해로 시작될 때 모두가 주님의 집에서 동등한 참여자로 환영받는 일이 가능해진다고 말한다(앞의 문서, 7항). 하느님의 뜻을 찾거나 하느님의 구원 계획을 추구하기보다 우리들의 계획을 위해 하느님의 은총을 청했던 우리 자신의 부족한 모습들을 인식하고 고백함으로써 교회는 겸손과 열린 마음으로 성장하며 진리를 증언할 수 있게 된다. 이는 ‘내가 약할 때에 오히려 강하기 때문입니다’(2코린 12,10; 1코린 1,27)라고 하신 바오로 사도의 말씀을 일상에서 경험하는 일이다(앞의 문서, 8항). 시노달리타스를 실현하는 일은 이벤트를 넘어 일상의 영성으로 체화하는 데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이런 인식이 있을 때 세계주교시노드 본회의 일정과 무관하게 나와 우리가 속한 신앙 공동체와 삶의 자리에서 당장 할 수 있는 일들이 눈에 보이지 않겠는가!

경동현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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