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주교 시노드에 평신도 투표권 허용
교종 역사적 결정 내려. 남녀 70명, 전체 대의원 4분의 1
(기사 출처 = NCR)
프란치스코 교종이 오는 가을에 열릴 세계 주교 시노드에서 사상 처음 남녀 평신도에게 투표권을 주기로 했다. 세계 주교 시노드는 가톨릭교회의 최고 자문기관이다.
주교 시노드는 대의원 주교로 구성되는데, 프란치스코 교종은 이번 시노드에서 당연직 대의원 자격이 있는 시노드 사무처 차장에 수녀를 임명함으로써, 사상 처음으로 여성에게 투표권을 허용한 바 있다. 가톨릭교회의 주교는 모두 남성이다.
과거에도 주교 시노드에 남녀 평신도가 참여하기는 했으나, 이들은 모두 투표권이 없는 참관인 자격이었다.
주교 시노드 사무처가 4월 26일 발표한 바에 따르면, 이번 시노드에 투표권을 갖고 참석할 평신도는 모두 70명이다. 이들은 전 세계 7개 지역별 주교회의에 10명씩 배정됐으며, 청년을 포함하고, 50퍼센트는 여성으로 해 달라는 요청이 곁들여졌다.
(역자 주 : 시노드(Synod) 정식 명칭은 “대의원회의”다. 시노드는 교회의 의사결정기구가 아니라 교종의 자문기관이며, 토론을 거쳐 만든 최종보고서는 교종에 대한 건의를 담고 있다. 교종은 이를 받아들이거나 거부할 수 있고, 이러한 건의사항에 대한 고려를 포함해 자신의 생각을 최종 교종 권고 형식으로 교회의 공식 입장을 발표하는 것이 관례다. 현재의 세계 주교 시노드는 제2차 바티칸공의회(1962-65)의 개혁 정신에 따라 1965년 설립됐다. 19세기 이후 교종권이 너무 강조된 것을 반성해 지역 주교들의 역할을 확대하고, 교회 통치에 참여하는 범위를 넓히고자 한 것이었으나, 참여 자격은 명칭에서 보듯 주교에 엄격히 국한됐다. 대략 4년에 한 번씩 특정 주제를 갖고 소집됐다.)
프란치스코 교종은 2023-24년에 시노달리타스(함께 걷기, 공동합의성)에 관한 세계 주교 시노드를 소집하면서 준비 절차를 강화해, 세계 각 지역 교회와 신자들의 참여를 확대한 바 있다.
이번 시노드는 오는 10월 4-29일에 로마에서 1차 총회를 할 예정인데, 교회 안 여성의 역할과 성소수자 문제 등을 포함해 교회 통치 문제와 여러 중요 문제를 다룰 것으로 보인다. 2차 총회는 2024년에 있다.
한편 이번 발표에 따라 시노드에 초청되는 수도회의 구성도 바뀐다. 지금까지는 전 세계 수많은 수도회 가운데 주요 10개 남성 수도회만 초청됐지만, 앞으로는 여성 수도회 5개, 남성 수도회 5개로 바뀐다.
(역자 주 : 가톨릭에서 규모가 큰 남성 수도회의 장상은 공식 주교는 아니지만, 역사적으로 주교에 준해 대우받아왔다. 베네딕도회 계열 수도회의 수도원장을 부르는 '아빠스'가 대표적이다. '아빠스'는 아버지라는 뜻이다. 여성 수도원장은 '어머니'로 불리며, 흔히 영어로 '마더 데레사'로 불리는 인도의 성 콜카타의 데레사가 유명하다.)
지난 2019년에 열린 남미 아마존 지역 특별 시노드에는 모두 9개 나라 교회가 참여했는데, 투표권을 가진 대의원은 모두 185명으로 대부분 주교거나 사제였다. 여기에 더해 수도사제 14명과 평수사 1명이 있었는데, 이들은 세계남자수도회 장상연합회(USG)가 선발했다. 아마존 시노드에는 세계여자수도회 장상연합회(UISG)도 참관인 10명을 뽑아 보내도록 허용했지만, 이들은 토의에서 발언권은 있어도 투표권은 없었다.
그동안 평신도들은 이번과 같은 개혁을 추진하며 노력해 왔다. 2018년, 교회개혁 단체들은 여성 수도자에게도 시노드 투표권을 달라는 청원서를 돌려 거의 1만 명의 서명을 받았다.
그해 교종청 공식 일간지인 <로쎄르바토레 로마노>에 실린 한 글은 교종청이 (시노드에서) 누가 투표권을 받을지를 결정하는 데 있어, (교회 내 계급인) 사제와 평신도를 기준으로 나누지 않고 여성과 남성을 기준으로 나눈 것은 “엄청난 불의”라고 규정했다.
이번 발표로 앞으로 주교 시노드에서는 투표권이 없는 '참관인'(auditor) 자격 자체가 없어진다.
한편, 그간 관례대로, 시노드에는 외부 전문위원과 더불어 다른 그리스도교 종파에서 보내는 우호사절인 형제 대표들도 초청된다.
추가로, 이번 2023년 시노드에는 '촉진자'(facilitator) 제도가 도입된다. 촉진자는 한 달가량 걸리는 시노드 중에 열리는 다양한 회의, 모임을 주관, 진행한다.
교종청은 아직 초청할 외부 참석자 명단은 발표하지 않았다.
프란치스코 교종은 지난달 아르헨티나 신문 <라나시온>과 인터뷰에서 자신은 모든 시노드 참석자에게 한 가지 권리를 주고 싶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시노드에 참석하는 누구나 투표하게 될 것입니다. 손님이거나 참관인인 사람은 투표하지 않을 것이고요.” “남성이건 여성이건 상관없이. 누구나, 누구나 말입니다. 누구나라는 단어가 내게는 핵심입니다.”
주교가 아닌 이로서 이번 시노드에 투표권을 갖고 참석할 70명에 대해, 교종청 시노드 사무처는 아시아주교회의연합회(FABC)와 같은 각 지역별 주교회의에 적절한 사목적 경험과 과거에 시노드 절차에 참여한 경험이 있는 후보자 20명씩의 명단을 제출해 줄 것을 요청했다. 이들 가운데 절반이 최종 선발되어 올해와 내년에 로마에서 열리는 시노드에 참석한다.
교종청 시노드사무처 공보는 주교가 아닌 구성원들의 참석은 “전체 공동합의적 교회 안 주교단체성(episcopal collegiality)의 한 모습”을 구체적으로 드러낼 것이며, 또한 이는 지난 2021년부터 시작된 이번 시노드의 전 세계적 신자 의견 듣기 등 3단계에 걸친 공동합의적 협의 절차의 연장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시노드 사무처 공보에 따르면, 비주교 구성원들은 전체 대의원의 25퍼센트 미만이 된다. 그리함으로써 주교 시노드 총회가 갖는 '주교적 본질'이 '확보'되도록 하기 위함이다.
사무처 공보는 이번 발표에 따라, 프란치스코 교종이 시노드 구조를 개혁한 지난 2018년의 세계 주교 시노드에 관한 교종령 ‘주교들의 친구’도 수정했다. 주교가 아닌 대의원은 각자가 대표하는 것으로 보이는 조직 자체가 선출하는 것이 아니고 교종이 직접 임명한다. 이는 올해 초에 있던 이번 시노드를 위한 대륙별 모임에서 경험했던 단체성의 징표다.
시노드 투표권에 관한 변화에 더해, 시노드 사무처는 어느 한 가지 지역별 주교회의에 속하지 않은 일부 교구들은 시노드 대의원을 자체 선발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예를 들어 우크라이나 같은 경우는 아직 유럽 주교회의에도 아시아 주교회의에도 속하지 않고 있다.
세계 주교 시노드는 교종 바오로 6세가 1965년에 제2차 바티칸공의회가 막바지에 이르렀을 때 설립했지만, '함께 걷기'라는 뜻의 그리스어 단어인 “시노달리타스”(synodality, 공동합의성)는 현 프란치스코 교종의 통치기를 대표하는 핵심 사상으로 떠올랐다.
이번 시노드 토의에 붙일 의안집 제목은 2022년 10월에 '너의 장막을 넓혀라'로 정해졌으며, 현재 초안을 작성 중이다.
시노드 사무처는 이번에 시노드에 새 구성원이 추가됨으로써 “장막의 앉을 자리가 더 넓어졌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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