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과 함께 나아가기 위해 교회는 무엇을 해야 할까

주교회의 여성소위, ‘시노달리타스와 교회 여성’ 세미나

2022-11-24     배선영 기자

함께 나아가는 시노달리타스(공동합의적) 교회가 되기 위해 다양한 목소리를 듣는 경청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시노드 여정 가운데, 본당 구성원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여성에 관해 이야기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특히 사례 발표자들은 자기 경험뿐 아니라 교구 시노드 단계에서 나온 내용을 소개해 더욱 다양한 의견을 들을 수 있었다.

22일 한국 천주교주교회의 평신도사도직위원회 여성소위원회(이하 여성소위)가 ‘시노달리타스와 교회 여성’을 주제로 정기 세미나를 열었다.

먼저 양주열 신부(주교회의 여성소위 사제위원, 서울대교구 통합사목연구소장)가 “여성의 경험을 경청하고 여성의 경험을 통해 교회 안에 울려 퍼지는 성령의 이끄심을 알아차리고 식별하는 계기가 되고자 한다”고 이번 세미나의 의의를 설명했다.

가톨릭교회는 ‘시노드 정신을 살아가는 교회를 위하여: 친교, 참여, 사명’을 주제로 지난해 10월 부터 올 4월까지 개별 교회 단계에서 시노드가 진행됐다. 이에 따라 한국 교회 교구들도 시노드 교구팀을 구성해 교회 내부를 비롯해 다양한 사회구성원의 의견을 들었고, 그 내용이 종합의견서로 나와 있다. 이후 시노드는 대륙별 단계, 보편 교회 단계로 이어지며, 보편 교회 단계인 세계 주교 시노드는 2023년 10월 로마에서 열릴 예정이다.

11월 22일 한국 천주교주교회의 평신도사도직위원회 여성소위원회가 서울대교구청에서 '시노달리타스와 교회 여성'을 주제로 정기 세미나를 열었다. ⓒ배선영 기자

“틀렸어도 가르치려 들지 말고, 억울해도 끝까지 들어야”

양 신부는 “교회의 시노달리타스 여정 안에서 여성들이 토로한 목소리는 존중받지 못하고, 이해받지 못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서울대교구 시노드 종합문서 내용을 들어 “가부장적 시선으로는 여성들의 두려움이나 존중에 대한 호소를 이해할 수 없다. 시노달리타스 교회는 여성의 입장에서 여성의 경험을 바라보고 귀 기울이는 대화를 마련해야 함을 식별했다”고 이야기했다.

그는 여성의 경험을 듣는 과정에서 교회는 “경험의 중심을 여성으로부터 분리하고 상대화하며 개념화하기 때문에 토론과 논쟁은 들어내”고, 상대방을 존중하고 말하는 권리를 인정하는 태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틀렸어도 가르치려 들지 말고, 억울해도 끝까지 듣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또 차이를 존중할 것을 강조하며, 다름을 존중할 때 남성과 여성은 함께 하느님다움을 드러내고 상호보완적으로 기여한다고 말했다.

이어서 평신도, 연구자, 수도자, 사제가 교회 안에서 ‘시노달리타스’를 체험했거나, 어려웠던 경험, 교구 시노드에서 나온 의견들을 발표했다.

한국 교회 시노드, 교회 구성원의 여성 인식 변화와 교육 필요
“이야기를 들어 주는 것만으로 존중받는 느낌 들어”

두 자녀의 아버지인 유형선 위원(의정부교구 평신도사도직협의회 여성분과)은 딸들이 어릴 적에 함께 성경을 읽다가 “남자에게서 여자가 나왔다면 여자는 1+1 같은 존재인가요?, 구약성경에 자매들 이야기는 없나요?” 등의 질문을 받았다. 평생 신앙생활을 했음에도 답을 하지 못한 그는 여성의 눈으로 성경을 보는 공부를 시작했다. 이후 교구 여성분과에서 활동하고 ‘성서와 함께 독서클럽’에 참여했다.

그는 의정부교구 평협 여성분과에서 실시한 ‘여성 신자 실태 및 의식조사’(관련 기사) 결과와 교구 시노드 중에 여성 경청 모임에서 나온 이야기(관련 기사)를 소개하며, 본당에서 여성과 교회에 관한 이야기를 나눌 모임과 공간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교회가 여성 문제를 주제로 조사하고 문제점을 정리해 제도와 언어를 변화시키고, 여성 불평등을 상징하는 유리 천장과 저임금 문제에서 교회가 모범을 보여 달라고 요청했다.

박은미 교수(한국가톨릭여성연구원 대표)도 서울대교구 시노드와 각 교구 시노드 의견을 종합한 ‘한국 교회 종합 의견서’ 내용을 소개하며 “여성 스스로가 지닌 인식, 또 여성에 대한 교회 구성원들의 편협한 인식과 시선(구조적 폭력)에 본질적 변화가 필요하고, 그런 문제에 관한 연구와 교육이 긴요하다는 것이 거듭 강조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시노드 모임에 참여한 여성들은 “시노드 모임에 초대받은 것만으로도 교회에 소속된 사람으로 존중받은 느낌을 받았다. 이는 여성이 교회의 주인이되 그동안 주인으로 활동하지 못했음을 보여 준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시노드가 여성의 의견을 다양하게 드러내고 수렴하는 활동이고, 이를 바탕으로 여성 이슈를 풀어갈 구체적 실천이 뒤따르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서울대교구가 만든 세계 주교 시노드 홈페이지. 각 교구 시노드에서 나온 의견을 종합한 '한국 교회 종합의견서'와 '서울대교구 시노드 종합문서'를 볼 수 있다. (이미지 출처 = synod.or.kr 화면 갈무리)

교회 구성원 간의 소통 문제, 권위적 태도 버리고 서로에게 귀 기울여야
본당의 여성 사목회장, 신자 대다수인 여성 신자들 협력 이끄는 데 도움돼

김은진 수녀(영원한 도움의 성모 수도회)도 한국 교회 시노드 종합의견서를 바탕으로 여성 수도자가 겪는 어려움을 발표했다. 그는 여성 수도자들이 “회원들 간 그리고 장상과의 관계에서 소통의 어려움과 장상 중심의 위계질서에서 오는 수도자의 수동적 자세, 수도회의 세대 간 소통 부재”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어려움을 ‘취약함’이라고 표현하며, “실패와 시행착오, 개인의 욕망과 욕구에 휘둘리는 일도 있지만, 그 모든 취약함의 자리가 시노달리타스의 과정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과정에서 각 구성원은 자기애로부터 나와 공동의 사명을 자기 사명으로 여기고, 공동체는 공동체라는 자기 명분을 앞세워 구성원 개개인의 고유함과 창의성을 귀하게 여겨 작은 소리에도 귀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어려움으로 본당과 사도직 현장에서 수도자의 역할이 주변화하고 위상이 위태로워지는 것을 들었다. 김 수녀는 “어떤 직책이 아니라 고유한 은사로서의 직무를 이해하면 구성원을 주변화하는 실수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며, “서로를 제대로 이해하면 서로 다름 안에서 협력하고 서로를 참여시키는 친교를 이룰 수 있다”고 제언했다.

정미향 회장(수원교구 여성연합회장)은 20여 년 전 만난 수원 세류동 성당(작은 형제회)의 주임사제를 통해 자신이 경험한 시노달리타스를 이야기했다. 그는 당시 “도밍고 신부님이 신자 피정, 특강이 있을 때 주방에서 요리하느라 여성들이 교육을 듣지 못할까 봐 외부에 식사 준비를 맡겼다. 바래고 바래 희끗해 보이는 양복에, 뒤축이 주저앉은 낡은 구두, 서너 군데 구멍 난 양말을 신은 신부님은 일일이 신자들 가정을 방문했고, 어려운 가정을 지원했다”고 말했다.

그는 “프란치스칸의 가난함, 풍요로운 영성의 모범을 보였으며, 신자들의 의견에 귀 기울이고, 그것에 힘을 실어 주셨던 도밍고 신부님을 통해 기쁘게 시노달리타스의 삶을 살았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도밍고 신부의 모습이 “특별한 그리움”으로 다가온다며 “때로 사제의 삶이 마치 특권인 듯 신자들의 소리에 귀를 닫고 방어적인 태도를 보이는 사제를 만나면 안타깝다고 말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느님의 사람으로서 서로가 서로에게 권위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김동원 신부(서울대교구 수궁동 성당 주임사제)가 여성을 본당의 신자 대표로 임명한 사례를 발표했다. 본당의 평신도 대표자를 사회적 지위가 있고 재력을 갖춘 사람이 맡는 경우가 많은데, 김 신부는 이것이 진정으로 본당에 도움이 되는지 의문이었고, 본당 일에 진심이었고, 잘할 사람을 뽑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성당 신자 가운데 여성 비율이 70퍼센트가 넘으며, 그가 있는 본당도 마찬가지다. 구역반 모임에 참여하는 남성은 손에 꼽을 정도다. 그는 여성의 참여 비중이 높은 만큼 그 역할을 줘야 한다고 여겼고, 본당 신설부터 여성 총구역장까지 열심히 한 여성 신자를 사목협의회장에 임명했다. 김 신부는 본당에서의 지위를 정치적으로 바라보는 신자들이 불편함을 드러내기도 했지만, 여성의 적극적 협조를 얻고, 신자들의 진솔한 의견을 담기에 여성 지도자가 좋은 몫을 한다고 설명했다.

서울대교구와 의정부교구 시노드 종합 문서는 두 교구가 만든 세계 주교 시노드 홈페이지에서 각각 볼 수 있으며, 한국 교회 시노드 종합 의견서는 두 교구는 물론 주교회의 홈페이지에서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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