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의 노력으로 환경을 지킬 수 있느냐는 당신에게"
2022 서울 시그니스 세계총회, '스터디 데이즈' 주제 발표 세션 3
8월 15일부터 18일까지 서울에서 열린 ‘2022 서울 시그니스 세계총회’에서는 이사회와 함께 여러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스터디 데이즈’에서는 “초연결 시대에 고립된 개인, 가짜 뉴스와 신뢰의 위기, 우리 삶의 터전, 지구 지키기” 등 세 가지 주제에 대한 발표와 토론이 3일간 이어졌으며, ‘국제 언론인 포럼’, ‘국제 청년 포럼’도 열렸다. 이 세션들에서 공유된 이야기들을 차례로 소개한다. - 편집자 주
서울 시그니스 세계 총회 스터디 섹션 마지막은 미디어와 환경 문제, “우리 삶의 터전, 지구 지키기”라는 주제로 진행됐다.
공동의 지구, 인류와 모든 생명의 터전을 지키기 위해, 디지털 미디어, 디지털 기술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인가. 앞선 세션에서 디지털 기술은 희망과 절망 두 측면을 모두 품고 있으며, 누가,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달라진다고 했다. 디지털 기술은 쉽게 생각하면 ‘탄소 배출’과 관련이 없을 것 같지만, 수많은 데이터가 유통, 저장되는 모든 과정은 화석연료 없이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인류가 직면한 절대적 위기인 기후변화를 극복하는 노력에 디지털 문명은 과연 어떤 도움이 될 수 있을까.
“기후변화 시대의 물음, 과연 우리는 누구인가?”
기조 강연을 맡은 신시아 머러베다 교수(미국)는 위태로운 벼랑 끝에 서 있는 것과 같은 인류의 현재 상황에서 “공동의 지혜와 영적의 힘이 있다면 암울한 미래는 불가피하지 않다”고 말했다.
“가톨릭 신학과 윤리의 첫 원칙은, 진실을 말하는 것이다. 진실을 말한다는 것은 인류가 기후위기 측면에서 지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직시하고, 환경뿐 아니라 가난한 이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숨기지 않고 말하는 것이다. 우리 존재의 가장 기본적 원천은 하느님의 사랑이 예수를 통해 우리에게 전달됐다는 것이며, 지구 모든 생명체에 전달됐다는 것이다. 이 약속을 인식하고 영혼까지 받아들일 때, 더 많은 진실이 흘러나올 수 있다. 우리는 치유 받았고 그 치유를 살아내야 한다. 이웃 사랑에서 가장 기본적인 것이 바로 평화와 정의의 추구다.”
머러베다 교수는 “인류의 사명은 이웃 사랑의 실천이며, 이웃 사랑이 바로 정의와 평화, 지구의 평안을 추구해야 하는 이유”라면서, “우리의 역할은 기술, 지식, 도구 등을 사용해서 이 위대한 이웃 사랑이라는 인간 소명을 실천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가톨릭의 정신과 전통의 중요한 원칙을 붙잡고 이 무서운 시기를 건너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모든 사람이 기후위기의 원인이고 책임이 있는 것이 아니지만, 피해는 그들이 입고 있다면서, “기후위기는 사회 불평등을 그대로 드러내며, 기후변화의 가장 큰 결과는 ‘기아’, 식량 체제의 와해”라고 지적했다.
그는 “그러나 평화롭고 정의로운 대안은 가능하며, 이런 위기는 훨씬 공평하고 민주적이며 자비로운 삶을 조직할 기회가 될 수 있다”며, “기후위기에 대한 사회적 대응은 기후 취약 계층의 복지에 도움이 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언론의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생태적 회심은 이상적인 무언가가 아니라 현실적으로 꼭 필요한 것이며 이를 위한 언론의 역할은 개인과 각 가정의 실천을 가시적으로 만들고, 탄소 배출을 줄이는 기업들을 드러냄으로써 다른 이들에게 영감을 주며, 국제적이고 국가적, 지역 차원에서 위험을 경고하는 것”이라고 제시했다.
그는 생태적 회심으로 바뀐 세계관은 식품을 이윤을 위한 상품이 아니라 인권으로 보는 것이며, 토양이나 물, 기후를 보존하고 농민들의 생계를 유지하는 방법으로 보도록 바뀌는 문화적이고 의식적 변화라고 설명했다.
“구속력 없는 기후협약, 우리는 그동안 시간을 낭비해왔다”
정래권 박사(전 기후변화 한국 대사)는 먼저 기후변화를 둘러싼 전 세계적 분위기에 대해 “파리기후협약은 구속력이 없고 선진국, 개발도상국은 각각 서로에게 탓을 돌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하지만 기후위기의 책임, 대가를 치를 의무는 국가뿐 아니라 우리 소비자들에게도 있다. 무엇을 해야 하는지 생각하지 않는 것이 우리의 현재 모습”이라면서, “시민들이 요구하고 압력을 넣지 않으면 정부는 스스로 기후위기를 해결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탄소 배출량을 계산하는 방법이 잘못돼 있다. 총생산을 기반으로 계산하지만 사실 문제는 소비 과정의 배출이다. 미국이나 영국의 경우 생산보다 소비 과정에서 탄소 배출량이 훨씬 높다. 그러나 이런 사실은 대중에게 전달되지 않는다. 관심은 생산 관련 탄소 배출량에 맞춰져 있고 결국 비난은 탄소 생산국들에만 돌아간다.”
정 박사는 실질적으로 탄소 배출량을 낮추려면 계산 기준치를 바꿔야 한다면서, “다른 나라, 정부를 탓하는 것을 멈추고 우리 개인 역시 소비 단계에서 탄소 배출을 줄여야 한다. 이는 한 나라나 한 대륙에 국한될 문제가 아니”라고 설명했다.
그는 “탄소세와 같은 대가를 한꺼번에 지불한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힘든 문제다. 그러니 큰 투자 차원에서 탄소 배출에 대한 대가 지불을 시작해야 한다”며, “큰 국가 기반 시설을 건설하는 문제에서 탄소세를 높이는 것, 국제적 차원에서 에너지 집중 사업에 대한 로드맵을 구축하는 것, 각 나라 대도시에서 대중교통 이용 비율을 높이고 개인 자동차 이용을 줄이는 것 등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정 박사는 교통 체증으로 발생하는 비용이 국내총생산의 3.6퍼센트인데, 이는 국방예산 2.5퍼센트보다 웃도는 수치라면서, “이에 대해서는 아무도 말하지 않는다. 에너지 사용의 비효율성과 기후변화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더 많이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기후위기를 위해, 상상할 수 없었던 새로운 서사를 만든다”
아르헨티나 언론인 솔랑헤 디디에고는 “공동의 집인 지구를 보호하기 위한 디지털 네러티브(서사)”를 이야기하고, “상상할 수 없었던 새로운 서사를 만들고, 자기 자신을 재구성하고 미처 인식하지 못했던 것을 인식하도록 하는 프로젝트”라고 설명했다.
“모든 것을 다 바꿔야 한다. 모든 것이 연결되고 통합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할 일이 더욱 많고 모든 요소를 다 고려해야 한다. 그 결과물로 다른 이들을 행동하게 만들고 디지털 도구를 통해 전 세계에 선보이면서 전 지구적 대화의 틀을 만드는 것이다. 보다 심층적으로 피조물을 보고 서로 경청하면서 대변하도록 해야 한다.”
디디에고 씨는 “변화와 전환을 이루는 방법은 심층적 이해다. 우리가 어떤 환경에서 살고 있으며 무엇을 당연하게 생각하는가를 생각하면서 마음의 변화를 일으키는 것”이라면서, “새로운 서사를 통해 자신만의 길을 만들고, 가치를 찾으며, 영적인 기반을 찾는 것이다. 그래서 디지털 세계에서 현실로 돌아왔을 때, 자신만의 성찰과 변화를 이룰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교회는 진정한 마이너리티(소수 집단)가 되어야 한다”
사목적 혁신을 지향하는 크리에이티브 컨설턴트 키케 델가도(멕시코)는 “교회는 지난날에 대한 향수에 젖거나 왜 교회에 젊은이들이 없는지 불평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의 교회가 소수 집단이 될 것이라는 겸손함을 가져야 한다”며, 이는 ‘새로운 공존’을 위해서라고 말했다.
예수가 보여준 포용, 재생이라는 개념을 제시한 델가도 씨는 “재생은 갖기보다 주는 것이며, 치유하는 것”이라며, “재생을 위해서는 인류뿐 아니라 함께 존재하는 식물과 동물 모든 생명체의 권리도 인정할 때 가능하다. 이를 위해서 가톨릭을 비롯한 종교인들은 재생을 어떻게 수용할 것인가 그리고 재생을 위한 공간, 공동체, 경제 체제에 대해서도 이야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내어 주고 치유하며 포용하는 재생의 영성은 느리고 약하고 불편하지만 반드시 필요하다면서, “위기의 이 시대가 바로 새로운 시작이며, 깨어남의 시대”라고 말했다.
“개인의 실천은 트랜드가 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오디오 콘텐츠를 제작하는 최준경 피디는 “일상 속 개인의 환경주의를 트랜드로 만들자”고 제안했다.
평신도 생태사도직 공동체 하늘땅물벗에서 활동하는 최준경 피디는 개인적 실천을 하면서 세상이 변하지 않는 것 같아 실망하기도 했지만, “그러나 한 삶의 활동가가 기업의 변화와 실천을 이끌어내는 것을 보면서 생각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한 활동가가 담배꽁초를 모아 담배 회사에 보내는 활동을 했습니다. 그 양은 전체 담배꽁초의 1퍼센트도 되지 않았지만, 매일 이어진 그 활동으로 담배 회사는 환경 문제에 관심을 갖고 쓰레기 문제의 해결책을 찾기로 약속했습니다. 단 한 사람의 실천이 왜 중요한지 말해 주는 일화입니다.”
최 씨는 단 한 사람의 활동이라도 사회적 시각과 인식, 문화의 흐름을 바꿀 수 있는 강력한 수단이 될 수 있다는 경험을 나누고, 이는 개인이 기업이나 정책을 바꾸고 이는 다시 다른 개인들의 실천을 이끌어내는 선순환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한 조깅하면서 쓰레기를 줍는 ‘플로깅’의 예를 들면서, 플로깅이 젊은이들 사이의 유행이 되고, 디지털 매체에서 이를 공유하면서 일종의 트랜드를 만들었으며, 기업들은 이를 마케팅이나 기업 이미지 개선에 활용하면서 더 큰 흐름을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플로깅의 경우처럼 디지털 기술은 작은 흐름을 더욱 가속화하고 확대하는 중요한 역할을 했다며, “일상생활에서 환경을 지킬 수 있는 것이 디지털 미디어의 방향이며, 더 많은 사례를 찾아서 환경 운동을 진행하고 확산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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