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급하고 절박한 평화 체제 구축, 교회가 가장 중요한 주체다

의정부교구 가톨릭동북아평화연구소 국내 학술대회

2022-07-22     정현진 기자

의정부교구 가톨릭동북아평화연구소가 7월 20-21일 국내 학술대회를 열었다.

이틀간 진행된 학술대회 첫날은 ‘최근 안보 환경 변화의 내용과 함의’를 주제로 정욱식 한겨레 평화연구소장과 김천식 전 통일부 차관, 김준형 한동대 교수, 이승환 시민 평화포럼 공동대표가 발표에 나섰다.

둘째 날에는 안보 환경 변화에 따른 ‘가톨릭 공공외교와 평화운동의 방향’이라는 대주제로 ▲동북아 핵확산 억제 ▲한반도 종전 평화운동에서 종교 ▲가톨릭 공공외교의 방향과 과제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가톨릭 평화운동의 역할 등의 발표가 이뤄졌으며, 백장현 박사, 신승민 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 부원장, 이성훈 팍스크리스타코리아 이사, 박문수 박사가 발표를 맡았다.

교황, "핵무기, 보유도 안 된다"

“동북아시아 핵확산과 가톨릭교회의 역할”에 대해 발표한 백장현 박사(가톨릭동북아평화연구소 운영연구위원)는 전 세계 특히 동북아 핵 보유 현황을 설명하고 가톨릭교회의 역할에 대해 말했다.

‘절대무기’라고 불리는 핵무기는 사용과 함께 인류 멸망을 초래할 수도 있는 엄청난 위험이다. 하지만 이런 위력 때문에 자국의 안보를 보장하는 수단으로서는 탐욕의 대상이기도 하다.

2020년 초 기준, 전 세계 핵무기 보유국은 러시아, 미국, 북한, 영국, 이스라엘, 인도, 중국, 파키스탄, 프랑스 등 9개국으로 전체량은 약 1만 3400기다. 그 가운데 3720개는 작전 중 부대에 배치돼 있으며, 약 1800기는 언제든 발사될 수 있도록 작전 경계 태세에 있다. 이는 지구 전체를 몇 차례나 초토화할 수 있는 양이다. 하지만 이같은 보유 현황은 정확하지 않은 ‘추정치’로 핵 보유국들은 핵 전력 정보를 정확히 공개하지 않고 있다. 다만, 상대국에 억지력(위협)을 발휘할 수 있을 정도로만 발표 수치를 밝힌다.

또 다른 문제는 핵 보유국들이 핵을 언제,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에 대한 핵전략이다.

미국의 2022년 핵전략을 보면, “극단적 상황이 발생하면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고 밝힌다. 이 극단적 상황이란, 핵 위협뿐만 아니라 재래식 무기, 생화학 무기, 사이버 공격을 포함한 공격을 받았을 때, 그 정도를 자의적으로 판단하는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핵 공격을 받을 때에만 핵무기를 사용한다”는 단일목적 원칙을 공약으로 내세웠지만 당선 뒤, 여러 압력에 의해 백지화됐다.

러시아 역시 우크라이나전에서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고 언급했는데, 그 전제는 나토 등 서방세계가 전쟁에 개입하면 사용하겠다는 입장이다. 우크라이나전을 이유로 나토 등이 러시아를 압박하는 것은 러시아가 실존적 위협을 당하는 것이라는 판단인 것이다. 상대적으로 핵무기 후발국인 인도, 중국, 파키스탄 등은 먼저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선제 불사용 정책’을 표방하고 북한 역시 지난해까지는 이 원칙을 지켰지만 올해 4월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공격받지 않아도 국가의 근본 이익이 침해될 때는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고 태도를 바꿨다.

동북아에서 핵 위협과 관련해 가장 우려가 되는 나라는 일본이다. 우경화와 함께 군대를 보유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일본은 이미 핵 개발을 위한 모든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어, 빠르면 2-3개월 이내에 핵무기 몇천 기를 만들 수 있다.

백장현 박사는 전 지구적 핵무기 보유량과 함께 핵무기 사용 원칙 등을 보면, 핵무기 상황은 단지 주변국에 대한 무력 과시나 안보 차원을 넘어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반도와 그 주변국 관련해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북핵 문제와 동북아 핵 확산이다.

북한은 1980년대부터 핵 개발을 시작해, 2017년까지 핵실험, 시험발사 6번을 성공하면서 명실상부 핵무기 체제를 완성했다.

북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제 사회는 북한을 실질적으로 압박하거나 북핵 시설을 공격하는 계획을 세우기도 했지만 최근에는 한반도 평화 체제를 염두에 두고 특히 북미 간 적대관계 청산을 통한 점진적이고 평화적 해결을 시도하고 있다. 이는 북한 핵 개발은 북한의 문제라는 인식에서 북미 간 적대관계와 이에 따른 북한 안보 위협이 근본적 원인이라는 인식으로 변화한 때문이다.

백장현 박사는 “북핵 문제의 외교적 해법 핵심은 북한 비핵화와 함께 평화협정, 북미 관계 정상화를 동시에 추진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하고, “그러나 전 세계적으로는 핵확산금지 조약, 핵무기금지조약, 핵전쟁 방지 공동성명, 비핵지대 조약 등의 여러 방법에도 불구하고 핵무기로 인한 위험을 제거하기 위한 노력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2019년 원폭 피해 지역인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를 방문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전 교회의 입장에서 한 발 나아가, 핵무기를 개발하고 보유하는 것에 대해 강하게 경고하고 나섰다. (사진 제공 = 팍스크리스티코리아)

프란치스코 교황, “핵무기 제조와 개량은 터무니없는 테러 행위”

백장현 박사는 가톨릭교회는 핵무기를 방어적 목적으로는 허용한다는 입장이었지만 최근 프란치스코 교황에 의해 보유하는 것 역시 재앙이며 죄악이라는 입장으로 진일보했다고 설명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7년 11월 교황청에서 열린 ‘핵무기 없는 세상과 완전한 군축을 향한 전망’ 세미나에서 “핵무기의 이용은 인류와 환경에 돌이킬 수 없는 재앙을 가져올 것”이라며, “핵 장치가 작은 실수로도 폭파할 위험을 고려하면 단순히 핵무기를 보유하는 것도 규탄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또 백 박사는 “북핵 문제와 이를 고리로 한 핵무기의 동북아, 세계로의 확산은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심각한 현안”이라며, “북핵을 방치하고 있는 미국 등 국제 사회에 여론 환기, 북핵 폐기와 한반도 평화 체제 구축, 북미 관계 정상화 동시 추진, 단기적으로 북핵 문제 해결, 중기적으로 동북아 비핵지대 구축, 장기적으로 핵무기 없는 세상 등의 비전을 제시하고 가톨릭 공동체가 연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평화를 위해서는 그리스도교의 신학적 대전환 필요

신승민 목사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의 평화운동 경험을 중심으로 한반도 종전 평화운동에서 종교의 역할을 이야기했다.

NCCK는 2015년 당시 박근혜 정부에 평화협정 행정청원을 제기한 것을 시작으로 2016년 ‘평화협정안’ 채택, 한반도 평화협정 미국 횡단 캠페인, 2017년 독일, 스위스, 스코틀랜드과 영국 등에서, 2018년에는 일본, 2019년 러시아를 비롯한 동방정교회 지역 등에서 평화 캠페인을 진행했다. 2020년에는 팍스크리스티 코리아 등 전 세계 100여 개 시민사회단체와 함께 ‘민의 한반도 평화협정“을 선포했다. ’민의 평화협정‘은 종전과 군축, 무력 행사 금지, 제재 중단과 교류 협력 활성화, 미국의 핵우산과 북의 핵무기 포기 등을 담았다. 현재는 전 세계 400여 개 종단/시민사회가 시작한 “한반도 종전 평화캠페인”이 진행 중이다.

신 목사는 지난 6년의 국제캠페인을 평가하면서 “세계 교회와 시민사회, 정부는 대체로 한반도 문제를 균형 있게 인지하고 있지 못하며, 북이 여전히 악마화의 대상이 되고 있다. 한반도 평화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고조되고 있지만, 한국 교회의 솔선수범 없이는 세계 교회의 적극적인 연대를 끌어낼 수 없다. 국제캠페인이 바닥으로 향해 가면서 교회 풀뿌리 대중들과 함께 소통하고 협력해야 한다. 화해와 평화통일 운동에서 청년과 여성의 참여와 지도력이 대폭 확대돼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또 신 목사는 한반도 종전과 평화협정, 즉 화해와 평화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신학적 대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궁극적으로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 체제를 성취하기 위해 가톨릭과 개신교에 바라는 것은, 점점 심각해지는 남북갈등과 남남갈등을 극복하고 화해와 평화로 나아갈 수 있는 종교적 영성(가치관)을 사회에 확산시키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의 개신교는 분단체제가 유지되는 긴 세월 동안 화해와 평화의 영성보다는 갈등과 반복의 종교적 이념을 생산해 왔고, 분단체제의 상부구조를 지탱하는 중요한 역할을 해 왔다”며, “복음의 진리에 반하는 잘못된 길에서 화해와 평화를 향한 길로 바꾸지 않고는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정착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신 목사는 이를 위해서, 대전환을 위한 신학적 근거를 제시했다.

“생명의 풍성함을 이루는 사랑의 길, 서로를 죽이려는 욕구를 합리화하는 비이성에서 자유로워짐, 바벨탑 이야기에서 비롯되는 다양성 인정과 다름의 축복을 받아들임, 하느님에게서 무상으로 받은 은혜의 나눔, 변방에 있는 하느님과 모진 고통을 감내하는 민중을 찾아 나섬”

신 목사는 “우리 민족에게 가장 아픈 지점은 바로 민족 분단의 자리이며, 그 자리에서 우리의 신학과 선교가 시작돼야 한다”며, “종전 평화운동은 우리 몸의 중심, 곧 고통의 자리를 치유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수도자들의 종전,평화협정을 위한 거리 서명 운동 (사진 제공 = 천주교인권위원회)

교회, 공공외교의 중요한 주체

세 번째 발표는 이성훈 상임대표(팍스크리스티 코리아)가 평화 체제 구축을 위한 ‘공공외교’ 주체로서 교회의 역할에 대해 말했다.

공공외교는 정부 외교관이 담당하는 전통적 외교와 달리 정부 대표뿐 아니라 민간단체의 역할이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이성훈 대표는 이런 정의로 보면 가톨릭교회는 비정부기구로서 공공외교의 중요한 행위자며, 사목이나 선교 대신 사업의 성격에 따라 ‘공공외교’라는 표현을 쓸 수도 있다며, 대표적으로 남수단에서 선교활동을 한 이태석 신부의 예를 들었다. 그러나 교황이 대표하는 바티칸 시국은 국제법상 국가이기 때문에 가톨릭교회는 그 행위와 구조상 이중적 지위를 갖기도 한다. 이 대표는 이런 이중적 지위로 가톨릭교회의 공공외교는 일반적 국가나 비국가와는 다른 특성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이러한 이중적 성격의 주체로서 가톨릭교회의 공공외교 활동 방향과 과제는 무엇일까?

“공공외교란 ‘외국 국민들과의 직접적인 소통을 통해 우리나라의 역사, 전통, 문화, 예술, 가치, 정책, 비전 등에 대한 공감대를 확산하고 신뢰를 확보함으로써 외교관계를 증진시키고, 우리의 국가이미지와 국가브랜드를 높여 국제사회에서 우리나라의 영향력을 높이는 외교활동이다.”(외교부 홈페이지)

이성훈 대표는 공공외교에 대한 정의와 설명에 따르면 시민사회와 한국 가톨릭교회는 민간단체로서 공공외교의 중요한 주체이며 다양한 역할을 할 수 있다. 또 국가이면서 민간인 다소 복잡한 지위는 현실의 공공외교 측면에서 단점보다는 장점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또 가톨릭 공공외교는 제도교회 공공외교와 가톨릭 시민 공공외교로 구분할 수 있다면서, 전자는 교황이 임명한 주교로 구성된 주교회의, 후자는 상대적으로 자율성을 지닌 다양한 기관과 단체로 대표된다고 설명했다. 또 전자가 교회법의 가치와 내용을 우선시한다면, 후자는 자신이 속한 시민사회의 가치와 규범이 보다 중요하다는 차이가 있으며 이 둘은 갈등을 빚을 수도 있다.

한국 가톨릭 공공외교 영역을 주체별로 보면, 천주교주교회의와 산하 공식기구 그리고 수도회, 평신도 그리고 가톨릭 시민단체로 구분할 수 있다. 또 거버넌스의 관점에서 가톨릭교회 기관과 단체는 주교 중심의 주교회의, 성직자로 구성된 기구, 평신도와 함께 하는 위원회, 평신도로 구성된 단체 또는 성직자, 수도자, 평신도가 동등한 회원으로 참여하는 단체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평신도 단체의 경우 신심 단체, 직능별 단체, 사회사목/운동 단체, 옹호 활동 단체 등이다.

대상에 따라서는 크게 국제사회의 가톨릭교회 기관과 신자와 비가톨릭 국제기구와 외국 국민으로 구분하는데, 전자는 교황청이 대표적이며 대표적인 공공외교 활동으로는 한반도 평화 관련 프란치스코 교황의 북한 방문 노력이 있다. 팍스크리스티 코리아는 2019년 11월 교황의 일본 방문 이후 귀국 때 DMZ를 방문해 한반도 평화를 위한 특별 미사를 드려줄 것을 청원하는 캠페인을 전개한 바 있다. 후자의 사례로는 서울대교구 민족화해위원회에서 조직한 2019 세계 평화의 바람 DMZ 국제청년평화순례가 있다.

의제에 따라서는 크게 교회 내부 문제와 사회적 문제로 구분하는데, 전자의 경우 한국 교회 순교자의 시복과 시성 청원 등이 대표적이며 후자는 빈곤과 개발, 인권과 사회정의, 대북 지원, 기후와 생태환경, 한반도 평화 등 다양한 이슈가 있다.

이성훈 대표는 한국 가톨릭교회에서 “평화”와 가장 관련이 높은 ‘정의평화위원회’, ‘민족화해위원회’를 들어 설명하고, “대체로 평화를 위해 기여하고 있지만 정의의 결과가 평화라는 관점에서는 평화 구축을 통한 정의의 실현이라는 측면의 활동은 다소 부족해 보인다”고 평가했다.

또 민족화해위원회 활동 역시 분단된 민족의 화해와 일치가 주된 관심이므로 보편적 평화의 관점에서 한반도 상황을 이해하고 실천하는 것과는 다소 거리를 보인다고 말했다.

이성훈 대표는 또 “한반도의 지정학적 특수성으로 인해 분단극복과 남북통일을 다루는 단체는 많지만 ‘보편적 평화’의 관점에서 남북관계를 다루는 기구는 없다. 2019년 팍스크리스티 코리아가 국제 팍스크리스티 일원으로 출범했지만 아직 국제평화 문제에 주목할 만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지는 못한 상태”라고 평가했다.

그는 “소극적 평화가 아닌 적극적 평화의 관점에서 볼 때 평화는 정의, 화해, 생태 등의 근간으로 구성된다. 국가 간 전쟁과 폭력을 다루는 안보 평화 즉 국가 간 평화 이외에 인권침해, 사회적 불신과 반목, 환경파괴 또한 평화의 위협으로 다루어지고 있다”면서, “한반도 평화는 주교회의 차원에서 정의평화위원회, 민족화해위원회와 생태환경위원회 공동의 과제가 된다. 즉 평화는 분야별 이슈가 아닌 범분야 성격으로 각 위원회가 공동의 비전과 목표를 중심으로 주류화하는 것, 각 위원회가 관련된 가톨릭교회 내 평신도 단체, 시민단체와의 연계와 협력 활동을 전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 대표는 “단체의 성격에 따라 제도교회와 시민적 교회 단체로 구분했지만 효과적인 가톨릭 공공외교를 위해서는 각자의 장점을 최대한 활용하면서 기존의 관성을 넘어선 운동적 상상력과 이를 실천하는 제도 및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며, “한반도 평화 구축과 통일에 대한 장기적 비전과 로드맵 구축, 한국 가톨릭 평화 공공외교 네트워크 구성 및 실천, 가톨릭 공직자와 정치인의 공공외교 역할 강화, 이웃 종교와의 적극적인 소통과 협력, 평화 분야 시민사회와의 보다 적극적인 소통과 협력 체계 구축과 실천” 등을 제시했다.

평화캠페인에 나선 팍스크리스티 코리아 회원들. (사진 제공 = 팍스크리스티코리아)

신냉전 구도, 역설적이지만 교회의 역할 분명

마지막으로 박문수 박사(가톨릭동북아평화연구소 운영연구위원)는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가톨릭 평화운동의 과제”에 대해 발표했다.

먼저 한국의 평화운동,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교회의 여러 활동 역사를 살핀 박 박사는 “한국 교회의 평화운동은 다소 더디게 시작됐는데 그 배경은 민주화에 대한 요구가 우선해 평화운동 일반이 더디게 출범했으며, 교회 안팎을 막론하고 국민들의 의식에 반공, 반북 정서가 깊게 잠재돼 있었다는 점, 교회 지도자들이 한반도에서 평화 실현의 일차 대상인 북한과의 관계 개선 의지가 적었으며, 평화가 사회교리의 독자적인 분야가 되어야 한다는 인식이 천주교 사회운동에 참여하는 신자들 사이에 적었고, 세계적인 평화운동 흐름에 어두웠던 점” 등을 꼽았다.

또 이러한 이유로 한국 교회 평화운동은 가장 기본적인 목표와 과제들을 정립하는 데서부터 시작해야 할 처지에 있다고 평가하고, 현실을 짚었다.

“한국 교회 평화운동이 가진 대략 네 가지 현안은 이렇다. 첫째, 운동 주체들이 가톨릭 평화운동 이념을 공유하지 못한 점, 둘째, 제도 교회 내 공식 기구와 신자들의 자발적인 운동단체들이 공통의 운동 방향과 과제들을 설정하고, 역할 분담에 대해 의논할 수 있는 상설 연대기구가 조직돼 있지 않다는 점, 셋째, 한국 교회 평화운동의 대상에서 가장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는 한반도의 평화 통일, 이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주변국들과의 관계 개선을 통한 평화 통일 여건 조성 등에 대한 이해가 운동 주체들 안에 크게 부족하다는 점, 마지막으로, 한국 교회 평화운동이 지구적 범위를 갖는 국제 조직에 속해 있으면서도 국제연대 활동이 취약하다는 점 등이다.”

박 박사는 이러한 분석을 바탕으로 가톨릭 평화운동이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해야 할 과제와 방향성을 살폈다.

먼저 그는 교회 내 역할에 대해 “북한에 대한 입장, 6.25전쟁과 남북 화해에 대한 입장, 그리고 통일의 상과 통일에 이르는 경로 등에 대한 교회 입장 정리, 이 정리된 입장에 기초한 지속적 평화교육, 통일사목의 일관된 수행” 등이 병행되어야 한다고 제시했다.

또 대외적 교회의 역할로는 “교회 주도로 통일 국민협약 대사회 제안, 북한과 북한교회에 선제적 대화 제의”를 꼽고, 이 두 가지는 바로 대화의 요청이며, 이를 위해서는 먼저 교회 안에서 대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또 국제적 활동에 대해 “한국 교회는 범지구적인 가톨릭교회의 조직 특성을 잘 활용하는 것 같지 않다”면서, “한편으로는 교구 중심적 사고와 대외 경험 부족이 영향을 줄 수 있지만, 무엇보다 국제 네트워크를 활용할 의지가 부족한 것이 주요하다”고 짚었다.

한반도 평화 체제 구축을 위한 교회의 국제적 활동으로 박 박사는, “한일 주교단 교류 모임과 같은 기존 소통, 연대의 채널을 활용, 팍스크리스티와 같은 가톨릭 평화운동 NGO(NPO)들의 역할, 교황청 국제기구 활용” 등을 제시했다.

박문수 박사는 "대화 상대인 북한이 응답할 때까지 끊임없이 신호를 보내고 문을 두드리고 대화를 시도해야 한다. 하지만 한국 교회는 이런 노력을 지칠 만큼 해 본 적이 없다“고 지적하고, ”지금부터라도 그런 노력을 일관되게 지속적으로 하자는 것이 오늘의 제안“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지금처럼 모든 것이 불투명할 때 예언자적 역할을 하는 것이 교회의 소명”이라며, “동아시아를 비롯해 전 세계적으로 냉전 구도가 형성되는 지금, 이 시점이 역설적이지만 부족한 준비를 긴 호흡으로 다시 시작할 때다. 역발상으로 불투명한 조건에서 희망을 보게 하는 것이 교회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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