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한 사람도 소외시키지 않기 위한 '발전'을

주교회의와 수원교구 생태환경위원회 정기 심포지엄

2022-06-08     정현진 기자

천주교주교회의 생태환경위원회와 수원교구 생태환경위원회가 6일 '기후위기 극복과 지속가능한 사회'를 주제로 정기 심포지엄을 열었다.

박현동 아빠스(주교회의 생태환경위원장)는 이번 심포지엄을 통해 “그린 뉴딜, 녹색성장” 등 말들의 이면과 그 진실을 알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인사했다.

또 이용훈 주교(주교회의 의장, 수원교구장)는 “전 세계 총생산은 1970년부터 2020년까지 25배 성장했으며 물질적으로 풍요를 누리고 있지만, 기후환경의 변화를 보면 위생, 전염병 등의 문제가 전례 없는 위기를 맞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 주교는 “인류가 위기에 대처할 시간은 턱없이 부족하지만 여전히 외적 성장만을 외치며 자본증식에 너무 큰 힘을 쏟고 있다”며, “생태위기는 경제적 이익을 위해 생산하고 소비했던 방식이 초래한 것이다. 현대사회의 성장 담론을 하루빨리 포기하고,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해 생명 중심의 가치관으로 생태적 회심을 살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6월 6일, 수원교구청에서 주교회의와 수원교구 생태환경위원회가 공동주최한 심포지엄이 열렸다. ⓒ정현진 기자

심포지엄 첫 주제는 '기후위기와 지속가능발전목표와의 관계'로 김현우 위원(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이 발표했다.

김현우 위원은 기후변화와 그 영향은 이미 뚜렷해지고 있지만 더 큰 문제는 기후변화의 ‘불확실성’에 있다며, 기후변화의 원인인 경제 성장 위주의 목표에서 벗어나 새로운 발전 목표를 지향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현재 전 세계가 성장, 발전을 측정하는 지표는 GDP(국내 총생산)로, 이는 재화, 상품의 생산 총량일 뿐 보이지 않는 노동, 서비스 등은 포함되지 않을 뿐 아니라 복지, 국민의 삶의 질 등은 배제된 개념이다.

그러나 2015년 UN이 설정한 지속가능발전목표(SDG)는 “단 한 사람도 소외되지 않는다”는 새로운 정신으로 2030년까지 지속가능발전을 위해 달성해야 할 인류 공동 목표 17개를 제시한다.

17개 목표는 사회발전, 경제성장, 환경보존을 세 축으로 하며, 인간, 지구, 번영, 평화, 파트너십의 5개 영역에서 인류가 나아갈 방향을 정하고 있다.

이런 지속가능발전목표 특히 기후변화와 깊은 연관성을 갖는데, 이산화탄소 농도, 해양 산성화, 지구 평균 표면 온도, 해양 열 함량, 해빙 범위, 빙하 질량 균형, 해수면 상등 등의 7개 지표가 지속가능발전목표 17개 가운데 13개 항목과 직접 관련된다.

김현우 위원은 기후위기의 원인은 온실가스와 같은 자연환경적 요소 너머에 있는 문제라면서, 무분별한 이윤 동기와 무질서한 자유 시장이 낳은 대량생산과 소비 체제, 자연과 종 착취, 억압적 체제가 구조화된 가부장 체제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탈성장은 “상호부조와 돌봄이 기본이 되는 사회의 재구축, 경제 성장이 아닌 좋은 삶과 형평성의 지향, 공정하고 민주적이며, 생태적으로 지속가능한 사회로 가기 위한 복수의 대안, 복합적 대안 프로젝트”라고 설명했다.

김 위원은 기후위기 문제를 느끼고 다른 이들에게 전달하는 방법은 결코 하나의 방법이 아니라 각자가 가진 다양성만큼이며, 기후위기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실천 또한 각자가 각자의 자리에서 잘할 수 있는 방법으로 하는 만큼이 또한 전부일 수 있다고 말했다.

“지구촌 발전의 모델을 바꿔야 합니다. 이는 경제의 불량기능과 오용을 바로잡는 것을 겨냥하고, 경제의 의미와 그 목표들에 대한 책임 있는 성찰을 수반할 것입니다.”('찬미받으소서' 194항)

심포지엄을 마친 뒤, 참가자들은 기후위기 극복을 요청하는 메시지를 전했다. ⓒ정현진 기자

이어 심현주 교수(서강대 신학대학원)는 '시장경제와 기후위기의 관계'에 대해 발표하고, 현대 사회를 지배하는 주류 경제모델이 결국 총체적 위기를 불러왔다고 지적했다.

심 교수는 이윤을 위한 열대우림 파괴, 정치와 경제가 결탁한 금권 정치, 초국적 기업들의 자연 파괴, 식량 기업들이 초래한 식량 위기 등은 전 지구적 불평등을 낳았다면서, 탈성장과 전인적 발전으로의 회심, 생태적 경제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심 교수는 탈성장과 전인적 발전이라는 입장을 지키고 있는 가톨릭교회는 “모든 사람의 평등한 발전, 개별 인간의 모든 차원에서의 발전, 무분별한 발전으로부터 탈피, 책임 있는 기술 사용” 등을 지지한다며, “기술과 발전은 하느님이 인류에게 맡긴 땅을 경작하고 보존하라고 한 하느님의 명령에 부등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만일 어떤 경우에는 지속가능한 발전이 새로운 형태의 성장을 가져오게 되어 있고, 그러면서도 다른 경우에는 지난 수십 년에 걸쳐 연출된 탐욕스럽고 무책임한 성장을 감안한다면, 우리는 합리적인 한계를 둠으로써, 그리고 너무 늦기 전에 우리가 걸어온 발걸음들을 거슬러 올라가 조사함으로써, 성장을 억제하는 것도 생각해야 합니다.”(‘찬미받으소서’ 193항)

심현주 교수는 이러한 입장은 “사회의 진행 경로를 바꾸고, 성장의 허구성을 인지하는 것”이라며, “‘지속가능한 성장’은 녹색경제, 녹색성장과 다르지 않다는 비판처럼, 기후 생태 부채의 청산을 위한 재정과 기술 지원은 성장의 관점으로 이해할 수 없으며, 지구적 불평등을 염두에 둔다면 북반구가 더 많은 성장을 억제하고 남반구는 친환경 발전을 추구하는 방향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경제 생태론은 문명화된 경제질서를 요청하는데, 문명화된 경제란 성장 중심의 시장경제를 극복하고 인간과 인간, 인간과 환경의 관계를 치유하는 총체적 도덕 질서”라며, “이는 지구를 지배하는 근대의 자유주의적 자본주의를 뒤집어엎는 것이며, 차별과 파멸을 전제하는 성장을 행복이라고 주장하는 근대의 문명을 거부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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