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격리 무급휴직, 저임금자가 고임금자 18배

직장갑질119, 공공상생연대기금 코로나19와 노동자 실태 조사

2022-05-02     정현진 기자

<사례1> 아기가 열이 나서 가족돌봄휴가를 쓰겠다고 했는데 회사에서 병가도 안 되고, 돌봄휴가도 안된다고 합니다. 병원에서 진료기록, 처방전, 상담기록 등을 다 떼어 오라고 합니다. 아기가 확진되어 자가격리를 해야 하는데, 돌봄휴가를 못 쓰게 할 것 같아 걱정입니다.(2022년 3월)

<사례2> 어린이집 교사인데 선생님들과 아이들이 줄줄이 확진되었습니다. 확진된 선생님들의 빈자리를 채우며 일하던 도중 열이 나서 병원에 갔다가 양성 판정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원장이 애들 돌보지 않고 병원에 갔다며 단톡방에서 저를 비난했습니다.(2022년 3월)

<사례3> 코로나에 걸려서 일주일 격리 중입니다. 회사에서 연락이 왔는데 무급이기 때문에 연차에서 뺀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국가에서 지원하는 생활지원비를 회사에 반납하라고 합니다. 내 연차를 쓰고 쉬는데 왜 돈을 내느냐고 했더니, 다른 직원들이 고생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2022년 3월)

코로나19 상황에서 직장인들이 겪은 일부 사례들이다.

(사)직장갑질119, (재)공공상생연대기금이 4월 29일 직장인 2000명을 대상으로 한 ‘코로나19와 직장생활 변화’ 설문조사 및 심층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이들은 이날 코로나19는 결코 평등하지 않았으며, 코로나로 인한 고통은 비정규직, 중소기업, 저임금 노동자에게 집중됐다고 밝혔다.

조사 결과를 수치상으로 보면, 코로나19를 겪는 동안 비정규직 노동자는 정규직 노동자보다 실직 4.1배, 소득감소 3.4배, 코로나 확진 격리기간 무급휴가 2.6배, PCR검사 후 격리기간 무급휴가를 3.3배나 많이 겪는 등 고통이 더했다. 또 저임금 노동자는 고임금 노동자에 비해 실직은 5.5배, 코로나 확진 격리기간 무급휴가 18.2배, 감기몸살 증상 무급휴가는 8배 많았다. 

(자료 출처 = 직장갑질119)

코로나19 확진 직장인의 실태 조사와 함께 확진자 430명에 대한 심층 분석도 이번 조사에서 처음 진행됐다. 조사 내용은 △사회보험 가입 현황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상황 변화 △코로나19로 인한 직장생활 변화 △코로나19 감염에 따른 직장생활 △지난 2주간 정신건강 상태다.

직장갑질119는 2020년 4월부터 2022년 3월까지 총 9차례 코로나19와 직장생활 변화에 대한 설문조사도 진행한 바 있다.

지난 설문조사에서도 코로나19로 인한 실직, 소득 감소, 무급 휴직, 연차 강요 등 코로나의 피해가 비정규직, 소기업, 저임금 노동자에게 집중되고 있다는 것이 드러났다. 또 백신접종 휴가, PCR검사 휴가, 코로나 확진 격리휴가 등 국가 재난으로 인해 발생한 휴가에 대해 대기업, 공공기관 정규직 노동자들은 유급휴가를 보장받지만, 비정규직, 소기업, 저임금 노동자들은 무급휴가를 강요당하고 있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자료 출처 = 직장갑질119)

지금까지 이어진 조사 결과에 따라 직장갑질119는 “지난 2년 동안 정부는 코로나 노동소득 손실과 코로나 무급휴가 강요에 대해 어떤 대책도 내놓지 않았으며, 코로나 시작부터 끝까지 코로나 고통을 개인적으로 감당하고 있는 비정규직을 외면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새 정부는 코로나 실직, 소득감소, 무급휴가 강요로 인한 손실을 전액 보상하는 긴급대책을 마련하고, 유급병가 제도와 상병수당 제도를 즉각 도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자료 출처 = 직장갑질119)

조사 주제별 주요 분석 내용은 다음과 같다.

[실직 경험]

-2020년 1월 코로나19 이후 실직 경험에 대해 ‘있다’는 응답 17.2퍼센트.
비정규직이 31.4퍼센트로 정규직 7.7퍼센트의 4.1배.
5인 미만 노동자가 24.7퍼센트로 대기업(11.2퍼센트)의 2.2배.
월 150만 원 미만(저임금 노동자)은 31.4퍼센트로 월 500만 원 이상(5.7퍼센트)의 5.5배.

-여성(21.3퍼센트)이 남성(14퍼센트)보다, 비노조원(18.1퍼센트)이 노조원(9.2퍼센트)보다, 서비스직(25.8퍼센트)이 사무직(8.9퍼센트)보다 실직 경험이 높았다.

[소득 감소] 

-2020년 1월과 비교한 본인의 소득 변화에 대해 ‘소득이 줄었다’는 응답은 32.9퍼센트.

정규직(16.8퍼센트)과 비정규직(57퍼센트), 공공기관(21.8퍼센트)과 5인 미만(44.2퍼센트), 고임금 노동자(57.7퍼센트)와 저임금 노동자(16.8퍼센트)가 2-3.4배 차이를 보였다.

-2020년 1월과 비교해 가족 전체 소득이 줄었다는 응답은 42.6퍼센트.

비정규직(64.5퍼센트), 서비스직(60.2퍼센트), 5인 미만(55.3퍼센트), 저임금 노동자(69.6퍼센트)에서 매우 높게 나타났다.

[유급 병가] 코로나19 감염 예방 및 확산 방지를 위해 ‘유급 병가’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었는가?

-‘그렇지 않다’는 응답이 52.6퍼센트.

유급 병가를 자유롭게 쓰지 못했다는 응답은 비정규직(70퍼센트)이 정규직(40.9퍼센트)보다, 5인 미만(66.7퍼센트)이 공공기관(31퍼센트)보다, 저임금 노동자(75.3퍼센트)가 고임금 노동자(30.1퍼센트)보다 2배 이상 높았다.

[가족돌봄휴가] 코로나19 감염 예방 및 확산 방지를 위해 어떠한 불이익에 대한 걱정 없이 ‘가족돌봄휴가’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었는가.

-‘그렇지 않다’는 응답이 64.7퍼센트.

가족돌봄휴가를 자유롭게 쓰지 못한다는 응답이 비정규직(73.9퍼센트), 5인 미만(71.9퍼센트), 5-30인(74퍼센트), 저임금 노동자(75퍼센트), 여성(70.6퍼센트) 등 일터의 약자에게 높게 나타났다.

[확진 정보] 사업장 내에서 확진자 등에 대한 정보가 신속하고 정확하게 전달되었는가.

-‘그렇다’는 응답이 76.6퍼센트.

응답자 특성별로 보면 조합원(87.6퍼센트), 공공기관(85.4퍼센트), 고임금노동자(86퍼센트), 정규직(80퍼센트), 비조합원(75.3퍼센트), 5인 미만(73.9퍼센트), 비정규직(71.5퍼센트), 저임금 노동자(69.2퍼센트) 순이다. 

[격리휴가] 코로나19 양성 반응 응답자(심층분석 대상 430명)에게 출근하지 않는 동안 근무 처리는 어떠했는가.

‘추가적 유급 휴가/휴업’(28.4퍼센트), ‘무급휴가/휴직’(25.8퍼센트), ‘재택근무’(23.3퍼센트) 등이었다. 격리 기간 동안 ‘무급휴가/휴직’을 했다는 응답은 비정규직(42.1퍼센트)과 정규직(16.2퍼센트), 비조합원(28.1퍼센트)과 조합원(9.4퍼센트), 5인 미만(40.3퍼센트)과 공공기관(13.6퍼센트)이 큰 차이를 보였고, 저임금 노동자(60퍼센트)는 고임금노동자(3.3퍼센트)의 18배에 달했다.

[격리기간 소득 감소] 코로나19 양성 반응 응답자(430명) 중 출근하지 않는 동안 소득에 변동이 있었는가.

 -‘감소했다’는 응답은 34퍼센트.

응답자 특성별로 보면 정규직(23.6퍼센트)과 비정규직(51.6퍼센트), 공공기관(20.3퍼센트)과 5인 미만(48.6퍼센트), 고임금 노동자(11.7퍼센트)와 저임금 노동자(54.5퍼센트), 사무직(14.5퍼센트)과 생산직(53.8퍼센트) 및 서비스직(54.7퍼센트)이 큰 차이를 보였다.

고용보험 사각지대 구제, 유급병가 제도 확대 필요 

이번 조사 및 심층분석 결과에 대해 권두섭 변호사(직장갑질119 대표)는 고용보험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을 제도적으로 구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용보험이 적용되려면 그 전에 가입을 해야 하지만, 가입조차 되지 않은 사업장, 특수고용직의 경우 전혀 보호받지 못한다는 것이다.

권 변호사는 “정규직, 대기업, 공공기관 사업장에는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에 유급병가제도를 도입하고 있는 곳들이 있지만, 중소영세기업, 저임금, 비정규직인 경우에는 그런 제도가 없다”며, “아프면 쉴 수 있는 권리인 유급병가 제도는 노동자의 건강권을 지킬 뿐만 아니라,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의 확산을 막는 제도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또 유급병가 제도를 노동법에 도입하고 프리랜서 특수고용, 5인 미만 사업장도 적용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면서, “이와 함께 유급병가 제도의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서는 상병수당 제도가 있어야 한다. 정부는 2025년 도입을 목표로 현재 시범사업을 진행 중에 있는데, 1일 상병수당이 최저임금의 60퍼센트로 4만 3960원에 불과해 이를 현실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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