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학순정의평화상에 미얀마 교육개발재단
시민이 추천하고 뽑고 시상하는 국제인권상
미얀마인 난민과 이주노동자 인권을 위해 일하는 단체 FED
쿠데타 이후 난민 늘고 재원 부족으로 어려워
제24회 지학순정의평화상에 미얀마의 교육개발재단(The Foundation for Education and Development, 이하 FED)이 선정됐다.
(사)저스피스는 11일 시상식을 열어 상금 1만 달러를 시상하고, 코로나19로 직접 상을 받으러 오지 못한 FED의 대표 흐투 칫을 온라인으로 연결해 수상 소감을 들었다.
FED는 20년 넘게 타이에서 미얀마인 이주노동자, 난민에게 교육, 보건 서비스, 법적 보호를 제공하는 동시에 자신들의 권리를 깨우치고 누리도록 하는 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2000년 타이의 미얀마 캠프에서 교사와 인권교육자로 활동하던 사람들이 ‘풀뿌리 인권개발’이라는 이름으로 설립했고, 2004년 쓰나미로 이주한 미얀마인을 대상으로 긴급 지원을 하면서 지금의 교육개발재단으로 발전했다.
FED 활동가들도 주로 미얀마 출신이고 비슷한 상황을 통해 타이에 온 이들이어서, 이주민의 삶에 깊이 공감하며 활동하고 있고, 고무 재배 농장이나 어업에 종사하는 미얀마인 지역 사회와 협력하고 있다.
이들은 이주민 공동체 발전을 위한 민족 모델을 세우면서 타이에서 한때 숨겨져 있던 미얀마인 공동체를 뚜렷하게 드러내고 있으며, 이들 공동체에 대한 타이 지역사회의 태도를 변화시키고 있다. 타이에서 오랫동안 사회 서비스, 경제적 기회에 접근할 수 없었던 미얀마 이주민과 타이 현지인 간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 애쓰고 있다.
미얀마 그리고 타이와 미얀마의 접경 지역인 타이 남부 메솟 등 3개 지역에서 센터를 운영하며 이주노동자와 그 자녀들에게 교육과 취업 기회를 제공하고, 안전하고 합법적인 환경에서 지낼 수 있게 지원한다. 타이인과 미얀마인 공동체를 잇는 가교 역할을 하고, 이주민 공동체에 인권, 경제, 사회 문화적 권리 교육, 이주민 여성들의 역량 강화 프로그램 등을 제공한다.
흐투 칫(FED 대표)는 “이 상은 타이에서 이주노동자의 보호 환경을 개선할 뿐만 아니라 이주노동자의 미래에 비전을 제공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증언해 준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상을 받게 돼 영광이라면서도 “한편으로 군사정권이 어둠에서 벗어나 민주주의의 빛을 향해 일어나야 하는 역사적 갈림길에 있어서 마음이 무겁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미얀마에 있는 모든 시민사회 단체가 엄청난 도전에 직면해 있다. 잔혹한 군사 쿠데타는 극도의 폭력 사태로 발전했고 그로 인한 경제 붕괴는 국가의 모든 지역에 영향을 미쳤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2월 미얀마 군부가 쿠데타를 일으킨 뒤, 시민 1600여 명이 사망하고 1만 2000여 명이 구금당했다. 지금도 미얀마에선 내전과 시민을 상대로 군부의 학살과 폭력이 이어지고 있다.
그는 “언론인, 의사, 교사 등이 정치범으로 구금돼 고문 당했으며, 가난한 소수 민족 마을 사람들 수십만 명이 쫓겨났다. 정치 활동가와 국회의원 수천 명이 주변 국가, 주로 타이로 피신했다”고 말했다.
또 그는 “내전의 불안한 기운, 코로나 대유행 그리고 경제 파탄으로 미얀마 노동자들은 양국 인신매매범의 표적이 되기 쉽다. 이주노동자들은 무기력하고 절망적 상태에서 정부 기관이나 지방정부의 긴급 지원을 받으려고 탐색하다 복잡한 거미줄에 걸려든다”며, “우리는 인신매매 종식과 이주노동자의 권리 보호를 위해 이 망가진 시스템을 시급히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쿠데타 이후 어떤 점이 힘든가라는 질문에 그는 “내전 지역에 있는 활동가들의 집이 파괴돼 그들의 안전 문제가 심각하고, 난민이 늘고 있어 FED도 인력과 재원이 부족하다”고 답했다.
이날 (사)저스피스 김지현 이사장은 인사말에서 “미얀마 실향민은 어디에서도 환영받지 못하고 쫓겨 다니고 있다. 미얀마 국경지대 타이만 해도 밀림과 강둑에 움막을 짓고 제대로 입지도 먹지도 못하며 하루하루 연명하고 있는 난민 수만 명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난민과 이주노동자의 훈련과 교육에 힘을 쏟고 있는 FED는 모든 조건이 겹겹이 어려운 환경이지만 자신들의 활동이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는 마지막 보루임을 알기에 사명감으로 오늘도 땀 흘리고 있다”며 이들의 노력에 손을 내밀어 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이날 (사)저스피스는 미얀마를 위해 모은 후원금을 카친주에 있는 라이자 병원 의료진에게 전달하겠다고 밝혔다.
지학순정의평화상은 제23회부터 시민들이 직접 추천하고 심사해 수상자를 선정한다. 이에 지난해 11월 모집으로 시민추천위원단 362명이 등록했고, 이들이 추천한 6개 단체를 대상으로 1차 투표를 진행했다. 그 결과 FED와 홍콩언론인협회가 최종 후보에 올랐고, 384명이 참여한 2차 투표를 통해 FED가 수상 단체로 결정됐다.
지난해에는 카슈미르에서 벌어지고 있는 심각한 인권침해 상황을 기록하고 알리는 활동을 해 온 ‘잠무 카슈미르 시민사회연합’이 받았다.
지학순정의평화상은 1970년대 불의에 저항하는 이들과 가난하고 힘없는 이들을 돕고, 유신독재에 저항하는 ‘양심선언’ 발표로 감옥에 갇혔던 지학순 주교의 뜻을 기리기 위해 1997년 만들어졌다. 여러 나라에서 정의와 평화, 인권을 위해 활동하는 이들과 단체에 상을 주면서 동아시아에서 인권, 평화운동에 관한 권위 있는 상으로 자리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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