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 중립, 본당 안에 깊이 뿌리내려야

대전교구 햇빛 발전, 성남동 성당 're100' 가게 서울 환경사목위, 가톨릭 에코포럼

2021-12-09     김수나 기자

창조질서 보전을 위해 지역사회에서 교회가 하는 행동에는 무엇이 있을까?

햇빛 발전 중심으로 에너지 전환을 이뤄 가는 대전교구, 성남시와 함께 ‘자원순환가게 re100’을 운영하는 성남동 성당(수원교구). 이 두 사례가 8일 서울 명동 가톨릭회관에서 열린 서울대교구 환경사목위원회 제41회 가톨릭 에코포럼에서 소개됐다.

두 사례는 각각 지난 10월 한국 천주교주교회의 생태환경위원회가 주는 제16회 가톨릭 환경상 대상과 우수상을 받은 바 있다.

절전이 기도 

대전교구는 교회 내 에너지 전환 문제가 중요함을 깨닫고, 2019년 불휘햇빛발전협동조합(이하 불휘조합)을 만들어 교회 시설과 신자 가정 등에 햇빛 발전 보급을 힘쓰고 있다.

이날 대전교구 사례를 발표한 최경해 대표(불휘햇빛발전협동조합, 가톨릭기후행동 공동대표)는 “기후위기 원인의 87퍼센트가 에너지에서 비롯되고 있어 하느님이 거저 주신 햇빛 에너지를 잘 활용한다면 기후위기 해결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불휘조합은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을 위해 “세대 간 정의”, “공동선의 원리”, “하느님과의 관계 안에서 회복하기 위한 전환 활동”을 추구한다. 

최 대표는 “기후위기로 자신이 사는 집을 잃고 생존 위기를 맞은 남태평양 사람들에 비해 우리는 기후위기를 잘 느끼지 못할 수 있지만, 모든 것은 연결, 순환되므로 기후위기는 우리가 공동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찬미받으소서 7년 여정이 시작되면서 대전교구는 탄소중립 성당, RE100 활동, 에너지 활동가 양성, 햇빛 발전소 보급 및 설치 지원 등 세부 계획 아래 “절전이 기도”임을 강조하고 있다. 에너지 전환은 일상과 밀접해 구체적 실천이 가장 중요한데, 에너지를 양껏 쓰는 편리함을 유지하며 햇빛 발전소를 만드는 것은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절전 자체가 사회복음화”라는 것이 최 대표의 생각이다.

탄소 배출 없는 재생에너지를 100퍼센트 생산한다는 RE100(Renewable Energy 100%) 활동에서도 절전이 강조된다. 탄소 배출 없는 에너지를 70퍼센트만 생산하고 나머지 30퍼센트는 절전으로 탄소 배출을 줄이는 방식이다. 

햇빛 발전도 마찬가지다. 햇빛 발전 설치를 마냥 늘리는 것을 목표로 하지 않는다. 각 본당 유휴 부지나 가정에 햇빛 발전소를 만들되 이것이 어렵다면 조합에 출자하는 방식으로 에너지 생산에 참여할 수 있다. 남는 전력은 지역사회 등에 환원하거나 봉헌함으로써 지역에너지 자립에 연대할 수 있다.

대전교구 탄소중립 활동 개요. (자료 제공 = 서울대교구 환경사목위원회)

밀양송전탑과 같은 방식 더는 안 돼
햇빛발전에 대한 오해나 본당 사목위원 반대 등 어려움
중요한 것은 설치량이 아니라 방향

최경혜 대표는 각 본당에서 절전 참여자 모집, 에너지 활동가들의 연대, 햇빛 발전 운영, 관리를 통한 신자 조합원의 이익 공유 사업, 교구의 탄소중립성당 인증 등으로 참여가 더 확대될 것으로 봤다.

하지만 햇빛 발전소 설치만 해도 쉽진 않다. 관련 정책이 자주 바뀌거나 지방자치단체마다 다르고 각종 인허가 기간도 최소 6달 이상 걸리는 등 넘어야 할 산이 많기 때문이다. 또 햇빛 발전에 대한 각종 오해나 본당 사목 위원들의 반대 등에 부딪히기도 한다.

최 대표는 “그러나 해본 이들은 햇빛 발전이 얼마나 경제적이고 안전한지를 공유한다. 햇빛 발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설치를 늘리는 것보다는 방향”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햇빛 발전에 대한 많은 오해는 시골의 산과 들에 대규모로 설치돼 농작물이나 경관 등 해당 지역에 피해를 주면서도 정작 생산된 에너지는 지역에 환원되지 않기 때문에 생겨난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 목표는 자신이 사는 지역, 쓰지 않는 옥상, 지붕, 주차장 등을 활용해 자신이 쓰는 전기는 직접 생산한다는 마음”이라면서 “자신이 사는 지역에서 에너지를 자립함으로써 밀양송전탑처럼 큰 규모의 산업화 시설로 특정 지역 주민들이 갈등을 겪고 피해를 입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아름다운 성전에 햇빛 발전 패널을 붙일 수 없다는 인식도 많은데, 이를 넘어서서 어떤 것이 더욱 가치 있는 성전일지 고민하고 교회 구성원들과 합일점을 찾으라고 제안했다. 인식 전환을 위해서는 에너지에 대해 공부하고 활동하는 에너지 활동가 양성이 필요하다. 또 본당 공동체가 영적, 일상적, 정책적 차원에서 에너지 전환을 연중 활동으로 해나가고, 구성원들의 인식을 조사해 공동체의 목표와 현실에 맞는 활동 과제를 설정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왼쪽부터) 최재철 신부(수원교구 성남동 성당 주임), 최경해 대표(불휘햇빛발전협동조합, 가톨릭기후행동 공동대표). ⓒ김수나 기자

‘성남 자원순환가게 re100’

이어 최재철 신부(성남동 성당 주임)가 성남동 성당이 운영 주인 ‘성남 자원순환가게 모란 re100’(이하 re100)을 소개했다.

‘성남 자원순환가게 re100’은 성남환경운동연합이 성남시 제안으로 시작돼, 성남시 일대에 16곳 개소했고, 현재 1곳이 운영 중단으로 15곳이 운영 중이다. 성남동 성당에 있는 ‘모란 re100’은 열 번째 가게다.

분리배출된 재활용 쓰레기의 재활용률을 100퍼센트로 높여(recycle bac 100퍼센트) 온실가스 배출과 지구 온도 상승을 줄이는 것이 가게의 목표다. 한국은 1인당 플라스틱 사용량 전 세계 1위이고 코로나19로 배출량이 30퍼센트 더 늘었지만 재활용률은 20퍼센트에 그치는 상황이다. 

플라스틱과 비닐류는 태울 때 탄소 발생량이 매우 크다. 재질별로 쓰레기 1킬로그램당 소각 시 금속과 유리는 각 0.016킬로그램, 종이 0.031킬로그램, 섬유 0.309킬로그램의 탄소를 배출하지만 플라스틱과 비닐의 탄소 배출량은 2.764킬로그램에 달한다. 이 때문에 플라스틱의 재활용률을 높이는 것이 탄소 저감에 중요하다.

각 가정이 분리 배출한 쓰레기는 재활용선별장에서 재활용 가능한 것만 다시 한번 분리하는데 re100에서 모은 재활용 쓰레기들은 선별장을 거치지 않고 폐기물 종합 재활용 업체인 동양환경으로 바로 보내져 100퍼센트 재활용된다. 재활용 폐기물을 깨끗하게 모아 re100에 가져오면 재질별로 무게나 개수에 따라 에코투게더라는 앱에 적립할 수 있는 포인트를 준다. 포인트가 일정 정도 모이면 지역화폐로 전환돼 현금처럼 쓸 수 있다.

성남동 성당의 re100은 성당 정문 옆에 자리 잡고 있고, 매주 수요일과 토요일에 문을 연다. 신자나 주민들이 재활용품을 가져오면 봉사자들이 재질별로 무게를 달아 포인트를 적립해 주고 정리한다.

성남동 성당은 수거 대상이 아니었던 아이스팩도 수거하기 시작해 지역 시장 상인회가 필요한 만큼 가져가도록 하고 있다. 이에 지난 5월부터 다른 re100 4곳에서도 아이스팩 수거를 시작했다. 아이스팩은 수거만 하고 따로 보상하지는 않는다.

성남동 성당 정문 안쪽에 마련된 '성남 자원순환가게 모란 re100’. (자료 제공 = 서울대교구 환경사목위원회)

“비운다, 헹군다, 분리한다”
기후위기 대응, 사목위원들의 동의와 적극적 협조로 튼튼히 뿌리내려야

re100을 통한 탄소 저감 효과는 과연 얼마일까?

2019년 6월부터 2020년 12월까지 성남시 re100의 탄소 저감 실적은 약 4만 3000킬로그램이다. re100 개소 전인 2018년 49퍼센트였던 성남시 재활용품 선별율도 2020년에는 70퍼센트로 늘었다.

최재철 신부는 “re100에 모인 재활용품은 선별장을 거치지 않기 때문에 증가된 선별율 자체에 포함되지는 않지만, re100 운영으로 깨끗하지 않은 플라스틱은 재활용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등 시민 의식이 제고된 것은 확실하다”고 말했다. 분리수거 되더라도 음식찌거기 등이 그대로 남아 있는 등 깨끗하지 않으면 재활용할 수 없어 선별율은 낮은 편이다.

최 신부는 분리 배출할 때 “비운다, 헹군다, 분리한다”만 잘 지켜도 재활용률이 높아질 수 있다면서 이를 꼭 기억하고 지켜 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그는 지역 본당이 re100 운영을 하는 데 있어 한계점으로 본당 신부의 임기와 본당 구성원들의 관심, 충분한 합의를 꼽았다.

최 신부는 “기후위기에 관심 없는 신부가 부임한다면 re100과 같은 활동의 지속은 근본적으로 어려울 수 있다”면서 “사목위원들의 동의와 적극적 협조 아래 튼튼히 뿌리내려야 하고 re100과 같은 형태가 아니더라도 지역 환경단체 등의 조언도 받아보면서 각 지역과 본당 상황에 맞는 방법을 찾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성원기 교수(강원대) ⓒ김수나 기자

한편 이날 삼척 화력발전소, 송전탑 반대와 탈핵 운동에 앞장서고 있는 성원기 교수(강원대)도 햇빛 발전소를 통한 에너지 전환을 강조했다.

그는 “어떤 산업이든 생산과 판로가 보장되면 크게 돼 있다. 태양 발전 전량을 장기에 걸쳐 수익이 나도록 적정한 가격으로 사 주는 제도를 도입하면 된다”면서 “그러나 그렇게 되면 핵발전소 등 대형발전소를 지을 이유가 사라지는데, 지을 때 큰 이권을 남기는 자본이 이를 놓치지 않으려 하고 정권이 이를 용인하면서 제도를 바꿔버렸다”고 지적했다.

이명박 정부가 녹색성장을 앞세워 재생에너지 활성화 정책인 FIT(Feed-In-Tariff, 발전차액지원제도) 등 지속가능 발전을 위한 각종 법제도를 폐기한 데 따른 지적이다.

성 교수는 제도가 산업의 흥망성쇠를 결정하므로 태양광 역시 제도가 뒷받침돼야 발전할 수 있으므로 이번 대선에서 FIT를 얻어내야 한다면서 우리가 태양광 폐기물 같은 가짜뉴스에 속지 말고 제도 개선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요청했다.

그는 “산, 농경지가 아니라 유휴지나 베란다에 1킬로와트씩만 깔아도 세상은 변하게 돼 있다. 100만 명만 깔아도 100만 킬로와트 전기가 생산되는데 이는 핵발전소 1기분”이라면서 “이를 가로막는 것이 제도다. 도시에 핵발전소나 석탄발전소를 지을 수는 없지만 태양광 패널은 깔 수 있다. 태양광 한 평 갖기 운동에 동참하자”고 말했다.

세미나를 마무리하며 백종연 신부(서울대교구 환경사목위원장)는 “기후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실천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면서 “창조보전을 위한 실천이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하며 신앙의 증인으로 살아가는 가장 분명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서울대교구 환경사목위원회가 주관하는 가톨릭 에코포럼은 2009년 4월 시작됐다. 하느님 창조질서 보전을 위해 생태환경 관련 주제를 발표하고 토론하는 장으로 매년 4번 이상 진행되며 누구나 무료로 참여할 수 있다.

제41회 가톨릭 에코포럼 참가자들. ⓒ김수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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