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포 영풍제련소는 하느님 앞 참회의 성지 돼야"

11월 4일, 주교회의 생태환경위 '주교 현장 탐방' 진행 안동교구 지역 영풍제련소 현장 방문

2021-11-05     정현진 기자

4일 주교회의 생태환경위원회가 주관하는 ‘주교 현장 체험’이 석포 영풍제련소에서 진행됐다.

2014년부터 시작한 주교 현장 체험은 올해 9번째로(2018년 두 차례 진행), 올해는 낙동강 지역의 심각한 환경 파괴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영풍제련소 현장에서 이뤄졌다.

이번 체험에는 광주대교구 김희중 대주교, 대구대교구 장신호 주교, 안동교구 권혁주 주교, 생태환경위원장 박현동 아빠스, 서울대교구 백종연 신부(생태환경위원회 총무) 등을 비롯, 각 교구 사제들과 수도자, 신자 등 30여 명이 동행했다.

현장 안내와 상황 설명은 이상식 대표(영풍제련소 환경오염 및 주민건강 피해 공동대책위원회 상임공동대표)가 맡았다. 이 대표는 지난해 영풍제련소 문제 해결을 위한 활동으로 가톨릭 환경 대상을 받았다.

경북 봉화군에 위치한 영풍(석포)제련소는 현재 하루 1만 1000톤의 원광석을 제련해 아연과 금, 은, 동, 인듐, 황산동 등의 부산물을 생산하는 국내 최대 아연 생산 시설이다.(현재 연간 아연 40만 톤 생산)

이상식 대표의 설명을 듣고 있는 주교단. ⓒ정현진 기자

영풍제련소의 뿌리는 일본 전범 기업인 미쓰비시다. 미쓰비시가 일제강점기 아연 채굴을 시작한 뒤 광복을 맞자, 1961년 영풍그룹의 전신인 연화 광산이 채굴권을 얻어 사업을 시작해 오늘에 이르렀다.

당시 연화 광산에서 채굴된 원광은 정광(불순물이 제거돼 순도가 높아진 광석) 상태로 일본에 수출됐지만, 1960년대 아연 제련 과정에서 발생한 카드뮴으로 ‘이타이이타이병'이 발생하자 영풍그룹이 제련기술과 시설을 도입했다.

영풍제련소의 규모는 1, 2, 3 공장 약 45만 제곱미터(축구장 약 70개), 1100여 명이 일하고 있다. 이에 더해 영풍그룹은 봉화군에 4공장 설립을 신청한 상태다.

이상식 대표는 낙동상 상류에 위치한 영풍제련소가 발생시키는 카드뮴 등 고농도 중금속, 황산으로 산성화된 수질 문제가 현재도 아주 심각하며, 이 물질들이 지하수와 토양에 점점 깊이 침투되고 있어 그 위험성을 예상할 수 없을 정도라고 지적했다.

조사 결과 영풍제련소에서 발생한 카드뮴은 낙동강으로 흘러들어 음용수 기준 약 33만 배가 검출되고 있다. 이는 낙동강을 식수원으로 살아가는 경북 지역민 1300만 명이 직접적으로 피해를 보는 문제다.

3공장을 지은 2014년부터 영풍제련소로 인한 환경 파괴 문제가 제기됐고, 그동안 공장 지역 정화를 위한 행정명령, 조업 정지 처분 등이 내려졌지만 영풍제련소는 이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하는 상황이다. 2018년에는 중금속 오염 폐수를 무단 방류해 20일 조업 금지 처분이 내려졌지만 영풍제련소 측은 이 처분이 과하다며 과징금으로 내도록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이상식 대표는 영풍제련소로 주변의 산림, 낙동강, 농지, 토양 등이 심각하게 오염되고 있지만 이를 감추기 위해서 인근 산에 인공으로 식물을 심고, 폐수로 인한 강가 퇴적물을 다른 지역에 버리는 등 기만적인 행동을 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그러나 이 모든 피해에 대해 사측은 책임을 회피하고 지자체나 정부가 국가 재정으로 뒤처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동자들의 건강권 문제도 심각하다. 아연 제련 과정에서 반드시 발생하는 카드뮴 중독은 심한 통증과 뼈 연화증, 폐, 위장, 신장 등의 장애를 유발한다. 하지만 영풍제련소는 내부적으로 발병한 노동자들이 산재 보상을 제대로 받거나 도움을 받을 수 없도록 감시하는 한편, 보상금을 내세우고 업무 배치를 전환하고 있다. 최근 피해자들이 산재 보상을 받을 수 있게 되는 경우가 생기자 내부적 감시를 더욱 강화했다.

또 아연과 함께 생산하는 황산을 탱크로리(탱크를 갖춘 화물 자동차)로 운반하는데, 이 과정에서 사고가 발생해, 쏟아진 황산으로 운전자가 사망하기도 했다.

이상식 대표는 “제련소에서 만들어내는 위험 요인들의 증거는 인근 강가에 생물이 살 수 없게 된 점, 강한 산성화로 인한 암반 부식과 산 붕괴, 인근 농산물 피해” 등 수없이 많다면서, “시간이 갈수록 붕괴 속도는 가속화되고 있다. 공장 인근 토양은 식초 산도의 4배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또 카드뮴이 제련소로부터 침출수 형태로 계속 유입되고 있지만 유입을 막는 공사를 진행할수록 더 큰 문제들이 발견되고 있다며, “그러나 제련소, 봉화군과 경북도, 정부의 거대한 결탁만을 확인할 뿐이며, 더 이상 자정 능력을 기대할 수 없어 폐업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경북 석포 영풍제련소 1공장. 뒷산은 방출되는 아황산가스 등으로 토양이 오염돼 식물이 살 수 없는 상태가 됐다. ⓒ정현진 기자

영풍제련소는 최근 오염수 방류를 막기 위한 정수 설비를 설치했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해 왔다. 하지만 이는 오염수를 끓여 정화하는 방식으로 이 과정에서 석탄 화력이 사용되며 아황산가스가 유출된다. 아황산가스는 공기 중의 수증기와 결합하면 황산화 돼 독성물질로 바뀐다. 이 물질은 비나 눈으로 주민들의 건강과 농작물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 대표는 “제련소가 주장하는 무방류 시스템은 전혀 의미가 없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것”이라며, “오염물질을 근본적으로 막는 장치는 없다. 해법은 조업을 중단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영풍제련소 문제에 대해, 관할 지역 교구인 안동교구는 2019년 말부터 적극 나서고 있다.

권혁주 주교(안동교구장)는 “문제가 너무 커졌고 계속 커지고 있다. 교구의 찬미받으소서 7년 여정 안에서도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연구하고 노력할 것”이라면서, “현재는 원주교구 소속인 석포공소를 돌려받아 공소를 중심으로 더 많은 이들이 이 일에 참여하도록 지킴이 역할을 할 것이며, 이를 위해 원주교구와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이날 현장에 동행한 안동교구민 오일창 씨(모이세)는 “영풍제련소는 안동교구에 있어 큰 상처고 오늘 현장을 보면서 너무 마음이 아팠다. 우리가 지역민을 위한 파수꾼이 되어야 했는데 지난 50년간 하지 못한 결과”라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참석한 주교들에게 “우리는 지역주민의 삶을 지키지 못했고 그것이 우리의 사회적 부채”라면서, “그것을 조금이라도 벗기 위해서 석포공소를 중심으로 이곳을 성지로 지정해 달라. 이 성지는 우리 교구민들이 하느님 앞에서 참회하는 장소가 돼야 하고, 교회 어른들이 공감해 준다면 현실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요청했다.

김희중 대주교는 영풍제련소를 다른 곳으로 이전한다는 것에 주의해야 할 것은 어느 지역으로 가든 오염은 마찬가지라는 것이라며, “일본이 이타이이타이병을 피하고자 한국으로 공장을 이전한 것처럼 우리도 같은 죄를 지을 수 있다. 근본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아연을 대체할 물질 개발을 위해 노력하는 것과 제련소를 다른 긍정적 생산시설로 돌려 지역경제와 주민들의 삶을 보장하는 대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시영 신부(안동교구 생태환경위원장)는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제련소를 무조건 철수하라는 요구는 다른 지역을 생각해서도 하기 어렵다. 이전하되, 현재 노후한 방식의 설비를 개선해서 피해를 최소화하고 이전 지역도 신중하게 선택해야 할 것”이라며, “경북도지사도 장기적으로 이전을 고려하는 입장이다. 또 안동교구도 사회사목협의회 중심으로 경북도에 질의서를 제출하고 이전을 위한 요구와 면담 신청을 해놓은 상태”라고 설명했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