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L858기 가족들, 진실화해위원회에 진실규명 신청
“마지막 믿을 곳.... 34년 한 풀어주길”
대한항공 KAL858기 실종자 가족들이 13일 진실, 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이하 진실화해위원회)에 KAL858기 사건의 진실규명을 신청했다.
이날 가족들은 진실화해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가 미얀마 해역에 정부 조사팀을 보내 KAL858기 추정 동체를 확인해 실체적 진실에 다가가기를 기대한다”면서 “2기 진실화해위원회가 이 사건을 처음부터 제대로 조사해 가족들과 국민의 의문을 풀어주고 잘못을 바로잡아 진실을 밝혀 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들은 또 “당시 정부는 실종자 가족들의 일상을 수시로 감시하고 정부를 비판하는 말 한마디 할 수 없게 협박했으며 반북한 집회에 동원하는 등 정치적으로 이용했다”면서 “국가의 보살핌과 위로를 받아야 했던 가족들을 오히려 짓밟고 억압해 인권을 침해한 참담한 과거 역시 반드시 드러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한항공 KAL858기는 1987년 11월 28일 밤 이라크 바그다드를 출발해 서울로 향하던 중 마지막 경유지인 방콕 도착 전 버마(현 미얀마) 해역에서 11월 29일 오후 실종됐다. 당시 비행기에는 승객과 승무원 등 115명이 타고 있었다.
올해로 실종된 지 34년째지만 블랙박스는 물론 단 한 구의 유해도 찾지 못한 상태에서 지난 2020년 1월 <대구MBC>가 미얀마 안다만해역에서 KAL858기로 추정되는 비행기 잔해를 찾았다고 보도했다. 이에 가족들은 즉각 KAL858기 추정 동체 인양, 조사를 정부에 청원했고 현재 정부는 현지 조사를 위한 긴급 예산을 편성하고 외교적 방안을 찾고 있다.
가족들은 1987년 당시 정부가 제13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KAL858기 실종을 ‘북한공작원 김현희’에 의한 폭탄 테러로 규정해 정권 유지를 위한 정치공작으로 활용한 것에 대한 책임도 물었다.
2006년 국가정보원 과거사 진실규명을 통한 발전협의회 조사와 외교부 비밀문서 공개로 밝혀진 바에 따르면, KAL858기 사고는 ‘대한항공기 폭파사건 북괴음모 폭로공작(무지개공작)’으로 이용됐다. “북괴의 테러공작임을 폭로하고 확산시켜 국민들의 대북 경각심과 안보의식을 고취함으로써 가능한 대선사업(대통령 선거) 환경을 유리하게 조성”한다는 것이 공작의 목표였다.
이에 대해 가족들은 ▲이 사건에 안기부(현 국가정보원)가 개입했거나 사전에 인지했는가 ▲KAL858기는 정말 폭탄으로 폭파됐는가 ▲1987년 대통령 선거에 적극 활용했다는 ‘무지개공작’의 실체 ▲반북한 활동에 동원, 공안 기관의 감시와 미행 등 실종자 가족들이 정신적, 물리적 인권침해를 당했는지 여부 ▲김현희는 진짜 북한공작원인가 등을 밝혀 달라고 촉구해 왔다.
이날 기자회견 뒤 이어진 정근식 진실화해위원 등과의 면담에서 가족들은 “진실화해위원회가 마지막 믿을 곳이라는 생각으로 왔다. 34년의 한을 꼭 풀어주길 부탁한다”고 요청했다.
이번 진실규명을 위한 조사 신청은 천주교인권위원회가 가족들을 대리해 진행하고 있으며, 천주교인권위원회는 2003년부터 KAL858기 실종자 가족들을 지원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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