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에 묻는다

2021-10-13     맹주형

지난 9월 30일 ‘2050 탄소중립위원회’(이하 탄중위)에 참여했던 종교계 위원들이 2050년 탄소 중립과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의 상향 조정이 없는 탄중위의 활동을 중단한다고 선언하고 사퇴했다. 그리고 10월 8일 정부와 탄중위의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 발표를 보면 종교계 위원들의 우려는 틀리지 않았다. 정부는 2030년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배출량 대비 40퍼센트 감축은 매우 도전적인 목표라 했지만, 총배출량으로 보면 감축률은 30퍼센트에 불과하다.

2018년 10월 8일 인천 송도에서 열린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48차 총회 ‘지구온난화 1.5℃ 특별보고서’의 핵심은 기후위기의 임계점(tipping point)을 2도가 아닌 1.5도로 보고, 이 온난화의 한계선을 지키기 위해 최소한 2010년 대비 45퍼센트 이상(2018년 대비 50퍼센트 이상) 감축을 제시했다. 이 기준에도 턱없이 부족한 감축률이다. 또 유엔환경계획(UNEP)도 1.5도 목표를 지키기 위해서는 2030년까지 전 지구적으로 최소한 매년 7.6퍼센트의 온실가스를 감축해야 한다고 분석했지만, 우리나라 정부 감축량은 연간 4.17퍼센트에 불과하다. 기후위기 당사자인 청소년들은 2030년 70퍼센트 이상, 청년들은 60퍼센트 이상 감축을 요구해왔다. 정부와 탄중위의 감축 목표는 그 어디에도 맞지 않는다.

천주교 평신도, 수도자, 사제 등이 탄소중립위원회가 있는 건물 앞에서 피케팅 하는 모습. ⓒ맹주형

지난 8월 10일 종교환경회의, 한국종교인평화회의 등 7대 종단 종교계 인사들과 탄중위 윤순진 위원장, 에너지 혁신분과, 국민 참여분과 위원 등이 참석한 간담회가 있었다. 이 자리에서 종교계는 상용화되지 못한 ‘탄소저장, 포집, 활용’(CCUS) 기술 등 온실가스 감축에 있어서 기술적 접근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당시 임춘택 에너지 혁신분과 위원장은 CCUS 기술 등은 상용화가 어렵다는 한계를 인정하며 더욱더 혁신적인 안을 마련하겠다고 발언했지만, 이번 발표된 내용을 보면 그 결과는 참담하다.

2018년 배출된 온실가스 절반 이상이 에너지 전환 부문(2억 6960만 톤)과 산업부문(2억 6050만 톤)에서 발생했다. 그동안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는 에너지 전환 부문에서 28.5퍼센트, 산업 부문에서 6.4퍼센트 감축이었는데, 이날 탄중위는 에너지 전환 부문 44.4퍼센트, 산업 부문 14.5퍼센트로 감축량을 늘렸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온실가스 배출 주범인 산업 부문의 감축률은 여전히 10퍼센트대에 불과하고, 활용성이 확보되지 않은 탄소저장, 포집, 활용(CCUS)과 암모니아 발전 등이 포함되었다. 해외감축량도 기존 1620만 톤에서 3510만 톤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 국외 감축은 다른 나라에서 온실가스 배출권을 사 오는 방식인데 누가 어떻게 할지도 불확실한 감축 방식이다.

확실한 것은 있다. 총배출량 기준 2018년 대비 2030년 30퍼센트 감축으로는 1.5도를 지킬 수 없다는 것이다. 이번 발표 후 홍남기 경제 부총리는 2050 탄소 중립으로 기업들의 부담이 커, 부담을 덜어드리기 위해 내년도 탄소 중립예산을 올해보다 63퍼센트 증액된 약 12조 원을 편성하겠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정부의 기후위기 인식 수준을 보여주는 발언이다. 기후위기 원인인 온실가스 배출 주범인 기업들은, 책임을 묻고 감축과 전환을 독려할 대상이지 지원 대상이 아니다. 지원 대상은 기후위기로 고통받고 있는 사회적 약자들과 기후위기 당사자인 청소년, 청년들이다.

정부는 오는 26일 각계 의견수렴을 거쳐 국무회의 의결로 총배출량 기준 2030년 30퍼센트 감축 목표를 확정 지을 예정이다. 아직 늦지 않았다.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최소한 IPCC 권고에 따라 2030년 50퍼센트 감축 수준으로 상향 조정해야 한다. 그래야 폭염과 수해, 산불 등 기상이변으로 고통받고 있는 가난한 이들의 울부짖음과 지구의 울부짖음에 답할 수 있다. 문재인 정부에 묻는다. “우리 후손들, 지금 자라나는 어린이들에게 어떤 세상을 물려주고 싶습니까?”(‘찬미받으소서’, 160항)
 

맹주형(아우구스티노)

서울대교구 사회사목국 정의 평화 창조질서보전(JPIC)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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