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교회, 70년간 아동 성학대 33만 명 피해

소베 보고서, “체계적 은폐” 밝혀

2021-10-06     편집국

프랑스 교회에서 지난 70년간 약 33만 명의 아이가 성학대 피해를 입었다.

전 세계적으로 가톨릭교회 안의 성학대에 관한 추문과 조사가 많이 있었지만, 가톨릭 신자가 많아 과거에 “교회의 딸”로 불린 프랑스에서 독립된 기구에 의해 제대로 된 조사결과가 발표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프랑스 주교회의는 2018년 평신도이자 프랑스 행정학회 회장인 장-마르크 소베(74)를 위원장으로 ‘교회 내 성학대 독립위원회’를 구성해 과거 교회 내 성학대 문제를 조사해 왔다. 위원회는 5일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는 위원장 이름을 따 속칭 "소베 보고서"로 불린다.

장-마르크 소베 조사위원장에 따르면, 성학대를 저지른 자들 대부분이 사제로 약 3000명이며, 가톨릭 당국은 이를 지난 수십 년간 "체계적 방식"으로 은폐했다.

보고서가 발표되자 프랑스 주교회의 의장은 피해자들에게 용서를 구했다. 피해자의 80퍼센트는 소년이다. 주교들은 5일 모임을 갖고 다음 조치를 논의하고 있다.

소베위원회는 교회가 저지른 "잘못"과 "침묵"을 비난하면서 교회가 강력한 행동을 취하라고 촉구했다. 또한 특히 너무 오래돼 법원을 통한 기소가 어려운 경우들이 있다고 강조하면서, 교회가 피해자 보상에 협조할 것을 촉구했다.

소베 위원장은 "결과가 매우 심각하다"면서, "성학대를 당한 사람 약 60퍼센트가 정서나 성생활에 큰 문제를 겪는다"고 지적하고, "우리는 교회가 피해자들에게 빚이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이번에 발표된 보고서는 2500쪽으로, 다른 나라에서와 마찬가지로 프랑스의 가톨릭교회가 오랫동안 숨겨 왔던 부끄러운 비밀들을 드러내 마주하기로 함에 따라 발표된 것이다.

피해자들은 이번 보고서가 너무 늦었긴 하지만 환영했다.

피해자 단체인 "해방된 말"(La Parole Libérée)의 프랑수아 드보 회장은 "우리 역사의 전환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간의 은폐 때문에 "수십 년에 걸친 대량 범죄"가 있을 수 있었다고 비난했다.

그는 "더 나빴던 것은 배신이 있었다는 점이다. 신뢰를 배신하고, 도덕성을 배신하고, 아이들을 배신했으며, 무죄한 이들을 배신했다"면서 교회에 보상을 촉구했다.

또 다른 피해자 단체인 "말하고, 다시 살자"(Parler et Revivre)의 올리비에 사비냐크 회장은 <AP>에 피해자의 상당수가 특히 "프랑스 사회에 대해, 가톨릭교회에 대해" 무서워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비냐크 회장은 가톨릭교회가 그런 사례들을 집단 공포가 아닌 개인적 이상으로 대했다고 맹공했다. 그는 프랑스 남부에서 여러 소년을 성학대한 한 가톨릭 여름수련회의 지도자에게 자신이 13살 때 당한 일이 어떤 것이었는지 설명하기도 했다.

"나는 이 사제를 착하고, 남을 잘 돌봐 주며 나를 해치지 않을 사람으로 인식했다." "하지만 내가 반쯤 벌거벗은 채 침대에 누워 있는데 그가 나를 만졌을 때 나는 뭔가 잘못됐다고 깨달았다.... 그리고 우리는 감췄고, 이는 마치 계속 커지는 낭종과 같다. 피해자의 몸과 정신 안에 썩으며 자라나는 괴저(주: 혈액 공급이 되지 않거나 세균 때문에 비교적 큰 덩어리의 조직이 죽는 현상)와 같다."

그 사제는 결국 2018년에 아동 성학대 혐의로 금고 2년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 받았다.

피해자 가운데 하나인 올리비에 사비냐크(오른쪽)가 2021년 10월 5일 파리에서 독립기구인 소베위원회가 교회 관리들에 의한 성학대 조사결과를 발표하는 동안 한 참석자와 인사하고 있다. (사진 출처 = NCR)

소베위원회는 지난 2년 반 동안 활동하며 피해자와 증인들의 이야기를 듣고 교회와 법원, 경찰, 그리고 1950년대 이후의 언론 보도를 연구했다. 초기에 설치된 신고 전화에는 6500명의 피해자와 증인들이 전화를 해 왔다.

소베 위원장은 교회가 2000년대 초까지도 "피해자들에게 완강하고, 잔인한 무관심"을 보였다고 비난했다.

보고서는 지난 70년간 교회 안에 약 3000명의 아동학대자가 있었으며, 이 가운데 2/3는 사제였다고 밝혔다. 소베 위원장은 이 숫자도 실제보다 적을 것이라며, 피해자는 사제와 다른 성직자들에게 당한 이들만 해도 21만 6000명이라고 말했다.

추정 숫자는 프랑스의 국립보건의료연구기구가 프랑스에서의 아동 성학대에 관해 연구한 것에 바탕하고 있다.

소베 위원장은 "때때로 교회 관리들은 (성학대를) 비난하지 않았고 심지어 피해 아동들을 가해자들과 접촉하도록 함으로써 위험에 노출시켰다"면서, "우리는.... 교회가 피해자들에게 빚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프랑스 주교회의 의장 에리크 드물랭-보포르 대주교는 이번 보고서의 결론을 보고 주교들은 "소름이 끼쳤다"고 말했다.

그는 피해자들에게 "그날 나는 용서를, 여러분 각자에게 용서를 청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소베 위원장은 상세 내용을 추적할 수 있었던 22건은 이미 검찰에 보냈다고 밝혔다. 기한이 넘어서 기소할 수 없었지만 가해자가 아직 살아 있는 40여 건은 교회 관리들에게 보내졌다.

소베위원회는 학대를 방지하기 위한 45가지 권고사항도 발표했다. 이 가운데는 사제를 비롯한 성직자들의 훈련, 교회법 개정, 피해자를 인정하고 보상하는 정책들을 발전시킬 것 등이 포함된다.

이번 보고서가 발표되기에 앞서, 전직 사제 베르나르 프레나를 둘러싼 추문이 프랑스 교회를 뒤흔들었다. 그는 지난해 미성년자들을 성학대한 혐의로 5년형을 받았다. 그는 수십 년에 걸쳐 75명이 넘는 소년을 학대한 것을 인정했으며, 현재는 사제직에서 쫓겨난 상태다.

프레이나 사건으로 리옹 대주교인 필리프 바르바랭 추기경이 지난해 사임했다. 그는 프레이나가 저지른 사건들을 2010년대에 알고도 국가 당국에 신고하지 않은 혐의를 받아 왔다. 프랑스 최고법원은 올해 초 바르바랭 추기경이 사건을 은폐하지 않았다고 판결했다.

프랑스의 대주교들은 지난 주일 전국의 미사에서 낭독된 메시지에서 이번 보고서 발표는 "진실의 시험대이자 힘들고 심각한 순간"이라고 강조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9년 5월 교회법을 크게 개정해 전 세계 모든 가톨릭 사제와 수녀는 성직자에 의한 성학대나 자신들의 장상에 의한 은폐 사실을 알게 되면 이를 교회 당국에 보고하도록 했다.

그는 올 6월에 독일의 저명한 성직자이자 자신의 가까운 고문인 라인하르트 마르크스 추기경이 그간 교회가 성학대 사건들을 잘못 처리해 온 데 대해 (공동책임으로서) 뮌헨-프라이징 대주교직을 사임하자 곧바로 이를 반려한 바 있다. 하지만 그는 교회의 성학대 처리에 관한 개혁의 절차는 필요하다며 모든 주교는 성직자 성학대 추문으로 일어난 "재앙"의 위기에 책임을 져야만 한다고 말했다.

기사 원문: https://www.ncronline.org/news/accountability/french-report-330000-children-victims-church-sex-abu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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