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을 파고든 핵, 우리 모두 잠재적 피폭자

9월 3-4일, 한일 탈핵 순례와 간담회 온라인 개최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방출 문제와 교회의 대응 등 논의

2021-09-06     정현진 기자

한일 가톨릭교회가 연대해 마련한 ‘한일 탈핵평화 순례와 간담회’가 9월 3-4일 온라인으로 진행됐다.

올해로 7번째인 한일 탈핵평화 순례와 간담회는 한국 주교회의 생태환경위원회, 일본 정의평화협의회, 평화를 위한 탈핵소위가 공동으로 주관한다. 이번 간담회에는 박현동 아빠스(주교회의 생태환경위원장), 가쓰야 다이지 주교(일본 정의평화협의회장)를 비롯해 한일 사제, 수도자, 신자 등 70여 명이 참석했다.

“우리는 한 배를 타고 항해하는 세계 공동체입니다”

이번 간담회는 지난 8월 25일 도쿄전력이 후쿠시마 핵발전소 오염수 방출 계획을 발표한 것에 따라, 오염수 방출의 문제점을 다시 짚어보고, 이에 대한 양국 교회의 대응과 한국 어민의 입장을 들었다.

첫 발표를 맡은 일본 원자력자료정보실 공동대표 반 히데유키 씨는 일본이 선택한 ALPS처리수 해양방출 문제점과 일본 시민사회의 대응을 소개했다.

일본 정부와 됴쿄전력은 후쿠시마 제1원전에 저장된 방사성 오염수를 2023년부터 원전 연안에서 1킬로미터 떨어진 바닷속에 방출한다고 밝혔다. 방출 전 ALPS(다핵종제거설비)로 오염수를 희석시키고 방사성 물질을 걸러낼 계획이지만, 문제는 방사성 물질 가운데 삼중수소는 걸러지지 않는다.

반 히데유키 대표는 삼중수소가 방출되고, 이를 직간접적으로 사람이 섭취했을 때의 영향은 대단히 크다면서, 불안정한 물질인 삼중수소가 방사능을 방출하면서 헬륨으로 바뀌는데 이 과정에서 인체 내부 피폭이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또 내부 피폭으로 인한 DNA 손실은 일본 정부의 설명과 달리 결코 회복되지 않으며 오히려 연쇄반응을 일으킨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문제는 현재 후쿠시마 핵발전소를 통해 오염수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2018년 8월 당시 오염수량은 약 92만 톤이었지만 2021년 6월 현재 약 126만 톤으로 조사됐다. 이유는 현재 원자로를 식히기 위한 냉각수가 유입되는 것은 물론 지하수, 빗물이 들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있는 양을 모두 배출하기까지도 30-40년이 걸릴 것으로 추정된다. 이 오염수가 포함하는 방사능량은 약 80조 베크렐로, 후쿠시마 핵발전소 1-3호기와 폐기물 처리 건물 등의 방사능을 모두 합하면 약 2270조 베크렐이다.

반 대표는 일본 정부가 현재 희석된 오염수가 모두 얼마나 되는지 밝히지 않는 것도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하고, 오염수가 해양 생태계 먹이사슬을 통해 누적되고 이는 사람에게도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반 대표는 현재 일본 시민사회는 해양 방출은 가장 싼 방법이 아니라 가장 비싼 방법으로 후쿠시마 원전 내 오염수 등을 고체화하고 방출하지 말아야 한다고 촉구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9월 3일부터 이틀간 한일 가톨릭교회가 탈핵 순례와 간담회를 열었다. ⓒ정현진 기자

이어진 발표에서는 김준한 신부(부산교구)가 “오염수 방출에 대한 정치적 입장과 생명 문제로 바라보는 교회의 시각”에 대해 말했다.

김 신부는 후쿠시마 오염수 방출 문제는 한국과 일본이 걸어온 핵 기술 발전 역사의 필연적인 귀결이며, 현재 마주한 오염수 문제는 이 흐름 속 특수한 사건이 아니라 더 본질적 문제라고 지적하고, 동아시아 교회의 국경을 초월한 연대, 탈핵신학 정립, 교회의 사회적 참여 등의 차원에서 구체적 방법을 제안했다.

먼저 김 신부는 ‘오염수 방출’의 의미는 후쿠시마 사고라는 특수한 사례, 그중에서도 오염수 해양 방출이라는 특수한 사례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오염수 방출은 핵발전의 태생적 한계이며, 사고 전 정상가동 중에도 오염수를 방출하고 있다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또 오염수 방출을 특수화해, 이 문제만 해결하면 안전하다는 주장, 핵발전 안전신화의 확대는 시민들의 대응, 저항을 무력화시키고 있으며, 이에 대한 국제원자력기구의 면죄부는 앞으로 일본뿐 아니라 한국의 핵진흥정책 유지에도 일조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김 신부는 핵발전소 오염수, 온배수의 문제는 한국의 반핵운동 시초가 된 영광 핵발전소 인근 온배수 반대운동의 문제이기도 했다며, “이번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출 문제는 결코 전통적 핵발전소 온배수 배출 문제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이는 양적 문제가 아닌 질적 문제에서 동일한 사안이며, 기후위기 원인으로도 점검해야 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김준한 신부는 오염수 방출의 정치적 의미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그는 특별히 동북아시아 지역은 핵발전과 핵무기의 양산 속도는 세계적인 화약고, 현재와 미래의 분쟁지역으로 떠오르는 지역이 되고 있으며, 원하든 원치 않든 동북아지역의 국가는 핵기술과 관련해 운명공동체로 거듭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특히 그 가운데서도 한국, 일본, 중국은 경쟁적으로 핵발전소를 건설, 가동, 재가동하면서 핵의 문제를 자국이 아닌 동북아의 문제로 확대하고 있다면서, “이 세 나라 중 어느 한 나라에서라도 핵기술과 관련한 문제가 발생하면 그 즉시 타국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며, 한 나라의 핵진흥정책은 타국을 자극해 하여 경쟁적으로 핵발전과 핵무기 양산 체제에 돌입하게 되는 치킨게임을 벌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신부는 “동북아 국가의 운명공동체적 성격을 잘 보여 주는 것이 이번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방출 문제”라면서, “핵물질로 인한 해양 오염은 이 지역을 핵기술로 더욱더 강하게 엮어 주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그 증거는 동북아 지역 국가들이 겉으로 표명하는 정치적인 발언이 그리 날카롭지 않고 가능한 한 이번 오염수 방출 문제를 회피하려는 움직임”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한 향후 탈핵 운동 영역의 대응, 핵 문제 해결의 방향으로 김 신부는 정당정치와의 결별을 주문했다. 그는 “한국과 일본에서는 정당정치의 스펙트럼 속에서는 이미 정치, 사회, 언론, 산업 등이 총망라해 공고하게 맺어진 강력한 핵 카르텔을 깨부술 급진적인 힘이 없다”며, “오히려 정당정치의 영역을 넘어서 현장과 시민사회 안에서 직접적인 대중운동과 물리적 싸움을 동반한 운동이 더 가능성이 넓다는 의미에서 반핵의 시민정치를 시작하는 것이 더 빠를 것”이라고 제안했다.

(이미지 제공 = 주교회의 생태환경위원회)

그렇다면 교회의 시각과 태도는 어떠해야 할까.

김준한 신부는 피폭자의 관점에서 바라보자고 제안했다. 그는 ‘가난한 이들에 대한 우선적 선택’은 오늘날의 사회 문제, 특히 핵기술의 문제에도 그대로 적용된다면서, “피폭자의 시선으로 핵기술을 바라본다는 것은 광의의 의미에서 사실상 핵으로부터의 안전지대가 없는 상황에서 우리 모두가 피폭자라는 것이며, 이런 관점에서 더 심각한 생명파괴의 위협 앞에 생존을 위한 즉각적인 신학적 원칙과 행동을 도모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그는 “만약 우리가 단순한 먹거리 문제, 건강상의 문제 정도로 핵의 심각성을 희석시킨다면 핵의 위험성은 우리의 시야에서 사라지고 말 것”이라며, “악의 실체는 그 악으로부터 고통을 받는 가난한 사람들의 시선으로 바라볼 때만이 그 생생한 진상을 제대로 관찰, 판단, 실천할 수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교회는 에너지 동맹으로부터 거리두기를 해야 한다며,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결코 부인하지 않지만 교회는 어쩌면 더 열악하고 사람들로부터 소외되는 탈핵운동에 먼저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어느 운동이 더 심각하고 필요한가 따지기보다, 정치권도 시민들조차도 외면하는 핵의 문제는 교회의 정신이나 핵이 발전소만이 아니라 무기로 전환되는 시점에 도달했다는 점에서도 더 깊은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특별히 언급하고 싶은 것은 반핵신학의 정립입니다. 교회는 전통적으로 핵무기에 대한 공식적인 반대 의사를 회칙과 가르침 등을 통해 표명했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핵발전에 대한 명시적인 반대 의사를 하지 않고 있습니다. 가능하다면 성경적 가르침을 포함한 다양한 신학 분야에서 교회가 생명의 주인이신 창조주 하느님께 신앙고백을 하는 점에서, 특별히 반핵이 왜 중요한지를 가르치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마지막으로 김 신부는 교회의 사회참여 확대를 요청하고, “교회가 때로는 잠든 사회를 깨우기 위해, 한편으로는 실질적이면서 또 한편으로는 상징적인 운동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핵 없는 세상, 핵무기와 핵발전이 즉각적으로 해체되는 세상을 바라는 염원이 구체적으로 드러나는 것이 바로 십자가 죽음으로 복음을 증거한 예수님의 길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국과 일본의 어민들은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방출의 긴급하고 직접적인 당사자들이다.

현재 일본 어민들은 “방출에 따른 보상이 아니라 어업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정부와 도쿄전력은 이해 당사자들인 어민들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은 결정은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문서상으로 했지만 현재 정부의 결정은 이 문서 내용을 위반하고 있어, 어민들의 저항이 거세지고 있다.

이어 여수 수산인협회 회장 노평우 씨는 간담회에 참석해 오염수가 방출됐을 때 일어날 손실과 위험에 대한 두려움을 호소하고, “현재 전국 모든 어민이 함께 나서서 생업인 어업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촉구하고 있다. 이미 해상 시위 등 여러 방법을 동원하고 있으며, 앞으로 더 거세게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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