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 추가 심해수색 필요하다면서도 기각

김부겸 국무총리에 추가 수색 필요하다 의견 표명 대책위, “인권위 설립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 결정”

2021-09-06     김수나 기자

국가인권위원회가 2일 ‘스텔라데이지호 추가 심해수색 미실시에 따른 인권침해 진정 사건’에 대해 각하, 의견 표명 결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해당 사건은 각하되고 동시에 국가인권위는 김부겸 국무총리에게 침몰원인 규명과실종자 유해 수습을 위한 추가 심해수색 실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히게 된다.

스텔라데이지호 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는 이번 결정에 대해 “국가인권위 모든 위원들이 2차심해수색을 실시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음에도 인용이 아닌 각하, 의견 표명으로 결정한 데 대해 매우 유감”이라면서 "김부겸 국무총리는 2차 심해수색 즉각 실시를 위해 대책을 마련하고 대책위와의 면담에 적극 나서 달라"고 촉구했다.

이번 결정은 정부가 1차 심해수색에서 발견한 유해를 바닷속에 방치하고, 유해 수습과 진상 규명을 위한 2차 심해수색을 하지 않는 것은 실종 선원과 가족들의 인간 존엄성을 침해하는 비인도적 행위라면서 대책위 허영주 공동대표(실종 이등항해사 허재용 씨 가족)가 지난해 3월 국가인권위에 진정한 데 따른 것이다.

국가인권위는 국가인권위원회법 제32조 관련 조항에 따라 이번 진정에 대해 각하 결정을 내렸는데, 해당 조항에 따르면 진정이 제기될 당시 진정의 원인이 된 사실에 관해 재판, 수사, 그밖의 법률에 따른 권리구제 절차가 진행 중이면 진정 사건을 각하할 수 있다.

지난해 3월 실종 선원 가족들이 민사소송의 소멸시효 종료를 앞두고 선박회사, 한국선급, 국가 등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상태라 국가인권위가 이를 근거로 각하한 것이다.

그러나 국가인권위는 가족들의 고통, 추가 심해수색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국가인권위는 결정문에서 “수심 3400미터 깊은 곳에 가라앉은 22명의 선원들이 가족들의 품에 돌아오지 못한 지 4년이 넘었지만 아직까지 침몰에 관한 진상규명도 실종자의 생사에 대한 확인도 이뤄지지 못한 채 시간은 흘러가고 실종자 가족들의 아픔은 점점 더 깊어가고 있다”면서 “우리 사회가 그들의 피해를 보듬어 주고 그 호소에 답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확한 사고원인의 규명과 실종자 유해 수습을 위한 정부의 추가 심해수색의 실시가 필요하다고 판단된다”면서 “추가 심해수색은 피진정인을 포함한 여러 부처의 논의가 필요한 사안이므로 국무총리에게 의견을 표명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2019년 1차 심해 수색 때 선체 근처에서 발견된 유해. (사진 출처 = 스텔라데이지호 2차 심해수색 추진을 위한 공청회 자료집)

한편 이번 결정에 참여한 국가인권위 위원 10명 가운데 4명은 각하 결정에 반대했다. 각하의 근거 조항은 반드시 각하해야 하는 ‘필요적 각하’ 사유가 아니라 재량에 따라 각하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규정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반대 의견에서 “이 사건에서 인권위는 정부가 이 사건 재난사고에서 국민의 기본권 보장의무를 다하지 못했다는 것을 인정(인용 결정)하고 추가 수색을 해야 한다는 권고를 해야 한다”면서 “우리는 그것이 바로 불가침의 인권을 보호하는 것을 목적으로 설립된 인권위다운 권고라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민간 영역에서 일어난 해난사고에 대해 완벽한 구조와 원인 규명, 침몰 선박 인양이 가능하지 않고, 그것이 정부의 책임이 아니라는 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지만 “이것은 정부가 재난에 대한 국가의 책무를 저버리는 입장”이며 “정부는 재난으로 선박이 침몰된 경우 이유를 불문하고 신속히 사람을 구조하고, 유해를 수습하고, 침몰원인을 밝히고, 유족들에게 그 과정을 세세하게 알려야 한다”고 했다.

대책위는 “국가인권위는 1차 심해수색 실패에 대한 정부의 책임을 소극적, 면피성으로 판단했고 이에 실종 선원 가족들은 국가기관에게 또다시 상처받게 됐다”면서 “이는 국가기관이 재난참사 피해자로서 사회적 약자가 된 스텔라데이지호 실종 선원 가족들을 또다시 배척한 결정으로, 인권위의 설립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어 “국가인권위는 통상 세 달 정도 걸리는 사건 처리를 이번 사건에는 17달 동안 시간 끌기를 하며 실종 선원 가족들에게 2차 가해를 했다”면서 “더구나 국가인권위가 밝힌 각하 사유는 궁색한 변명에 지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철광석을 실어 나르던 스텔라데지이호는 2017년 3월 31일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인근 남대서양 공해상에서 침몰했다. 한국인 선원 8명, 필리핀인 선원 16명 가운데 필리핀인 선원 2명이 구조되고 나머지 선원은 실종 상태다. 당시 외교부는 신고 접수 8시간여 만에 침몰 위치를 조회하고, 침몰 42시간 만에 항공수색을 실시하는 등 초동 대처가 부실했다.

문재인 정부 1호 민원이자 가족들과 시민사회의 꾸준한 요구로 2019년 2월 한국 해양 역사상 처음으로 침몰 선박에 대한 심해 수색이 실시됐으나 발견된 유해를 수습하지 않았고, 수거 과정에서 항해기록저장장치(VDR)가 훼손되는 등의 한계를 남겼다.

스텔라데이지호 참사는 문재인 정부 1호 민원이다. ⓒ김수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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